월간<사람과 산> 2011년01월호 김규순의 풍수이야기
서울대학교는 관악산을 품어라.
월간<사람과 산>에 풍수쟁이가 글을 올리게 되었다. 먼저 산을 사랑하는 분들께 인사를 드린다. 산 사람들과 대화의 통로를 얻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벌렁거린다. 산은 풍수의 시작이다. 그리고 풍수에서는 사람이 주인공이다. 사람이 없으면 풍수도 없다. 산은 우리들의 삶터이다. 그래서 산에 기댄 우리의 삶터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풍수란 한나라 이후의 사람인 곽박의 장경에서 ‘장풍득수(藏風得水)’라고 한 구절에서 유래한다. 장풍득수란 생기가 가득한 자리를 말하는 곳이다. 기는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소위 시중의 도사들은 기를 볼 수 있다고 하지만 이는 마치 ‘벌거벗은 임금님’ 우화와 같다. 아무 것도 걸치고 있지 않으면서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옷을 입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기는 보이지 않지만 산의 모양과 변화를 통해서 기의 흐름을 파악한다는 이론이 ‘형기론’이다. 풍수학의 가장 기본이 되는 이론이다. 지구의 나이는 45억년이다. 45억년동안 우주의 운행 원칙에 따라 지구가 만들어졌다. 또한 엄격한 자연의 법칙에 의하여 산과 강과 바다가 만들어졌다. 그 가운데 우리가 살려고 자리를 선택하는 방법이 풍수이다. 가장 좋은 자리는 삶의 기운이 가득한 곳이다. 그 기운을 생기라 한다. 그러니 생기가 가득한 곳을 찾는 것이 풍수이다.
예로부터 산은 인재를 양성하는 기운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다. 풍수 용어로 인걸지령(人傑地靈)이라고 하는데, 땅의 영험함이 걸출한 인물을 배출하게 한다는 말이다.
관악산은 서울의 조산(朝山)이다. 서울의 주산(主山)인 삼각산과 더불어 서울을 조응하는 두 개의 큰 산중 하나로써 수도권 시민들에게 좋은 휴식공간을 제공해주고 있다. 조산이란 풍수용어로써 안산(案山) 너머 멀리 있는 산을 말한다. 조산은 손님의 역할을 하는데 높이 솟은 산을 최고로 친다. 관악산이 조선시대에는 한강 너머 한양 외지의 산이었지만 지금은 서울과 경기도의 경계를 짓는 산이며 많은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 되고 있다.
풍수지리는 요즈음 말로 하면 환경론과도 상통한다. 예로부터 산은 우리에게 삶의 터전을 만들어 주었다. 산은 물을 모아주었고 땔감을 공급해주고 겨울철 먹이를 구할 수 있는 곳이었으며 북풍한설을 막아주었다. 우리 조상들은 산에서 정신적인 영감(靈感)을 얻곤 했다. 영감은 산의 정기를 통하여 업그레이드된다. 이렇듯 산은 우리에게 물질적 정신적으로 살아가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산은 산다워야 산의 정기가 빼어나게 된다. 산의 정기가 맑고 빼어나야 그 산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이 총명해지고 윤택한 삶을 누리게 되는 것이다. 관악산 영역에 의지하여 많은 사람이 살고 있다. 행정구역으로 보면 관악구, 동작구, 영등포구, 금천구 그리고 과천시, 안양시가 관악산의 품에 안겨 있다. 정말 많은 시민들이 살고 있다. 이들에게는 관악산이 주산이다. 오히려 삼각산이 조산이 되는 것이다.
서울대학교는 대한민국 최고의 국립대학교이다. 서울대학교가 관악산 기슭에 안겨 있는 것을 바라보면서 과연 풍수적으로도 잘 정돈되어 있을까하는 궁금증과 함께 호기심이 일어난다.
예로부터 교육기관은 산이 내려오는 능선에 많이 지었는데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니 명산의 기를 받아서 걸출한 인물을 배출하겠다는 의지의 소산이다. 왕립학교인 성균관과 지방향교, 사립학교였던 서원 등 교육기관은 거의가 능선을 타고 있다. 능선을 풍수로는 용맥이라고 한다. 용맥 위에 학교건물을 지으면 그 산의 정기를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산의 정기를 받는다는 내용의 교가가 많다. 초중고등학교 뿐만 아니라 고려대, 연세대, 중앙대, 한양대와 같은 유수의 대학교의 교가도 보면 산과 관련한 내용을 찾을 수 있으나, 서울대학교의 교가에는 산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교가에서 산이 빠져 있어도 서울대학교는 관악산의 정상에서부터 내려오는 정기를 오롯이 다 받고 있음이 명확하게 눈에 보인다.
연주대가 있는 관악산 정상에서 달려내려 온 용맥 위에 서있는 서울대학교의 건물은 천문관측소(46동), 교수회관(65동), 자연과학대학(20동), 중앙도서관(62동) 그리고 대학본부(60동)이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곳이 중앙도서관이고, 대학을 이끌어가는 곳이 대학본부인데, 이 두 건물이 앞뒤로 나란히 관악산 정상에서 하나의 흐트러짐도 없이 힘차게 내려온 중출맥(中出脈) 위에서도 소위 기가 머물만한 곳에 지어져 있는 것을 보니 풍수적 이론을 온전하게 적용하였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든다. 산 정상에서 곧 바로 연결된 산등성이를 중출맥이라 한다. 산의 정기가 얼마나 센가를 보여주는 곳이 산의 정상이고 거기에서 곧바로 연결된 용맥으로 가장 좋은 기운이 전달되는 것이다. 특히 남향을 고집하는 동아시아의 사상적인 토대에서 관악산의 북면을 택하여 서울대학교를 이전한 것은, 남쪽 기슭이 서울이 아닌 이유 때문에 고육지책의 선택이었겠으나, 오히려 더욱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음양오행설은 동아시아 사상에서 사고의 틀이 되고 있다. 이에 의하면 북쪽은 지혜를 뜻하므로 관악산의 북사면에 위치한 서울대학교는 지혜를 추구하는 산실이 되고 있음이다.
이로써 판단해보건대, 서울대학교의 관악캠퍼스를 정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행정가나 위정자 모두 풍수적인 안목이 남다른 사람이었다고 하겠다. 대한민국 최고의 인재를 양성하는 서울대학교가 풍수적 관점으로 보았을 때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음은 풍수학인으로서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유학의 경전인 대학에 ‘속이 진실하면 밖으로 드러나게 되어 있다’라는 구절과 같이 형기론(形氣論)은 산과 땅의 모양에서 기운을 분류하였다. 산의 모양이나 형태를 가지고 산의 정기를 파악하고, 산은 흙의 덩어리이므로 덩어리의 모양을 가지고 기가 어디에서 머물고 있는지를 판단하고 있다. 자연은 그 곳에 사는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자연의 모습을 보고 그 곳에 사는 사람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이야기가 나다니엘 호손의 단편 큰 바위 얼굴이다. 순박한 동네의 마을사람들은 높은 산에 있는 큰 바위 얼굴이 누구인지 궁금해 하면서 살았는데, 그 마을에 살던 소년이 성장하여 큰 바위 얼굴의 주인공이 되었다는 줄거리이다. 이것을 동양학에서는 인걸지령이라고 했다.
관악산은 바위가 많고 산 전체가 불꽃 모양을 지니고 있어서 화성(火星)이라 하며 불의 기운을 품어 있다고 해서 서울에서 일어난 화재사건의 주범으로 일컬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화의 기운은 성격이 까칠하지만 창의성이 뛰어나서 예술분야와 학술연구, 과학연구 분야와 잘 통하는 기운이다. 또한 목표지향성이 뛰어나고 이기적이며 남을 지배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그리하여 충돌하거나 폭발하는 일들이 생긴다. 불의 기운이 너무 강하여 여기 출신들은 인정이 메마르기 쉽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할 수 있다.
풍수에서 물은 재물이라 한다. 관악산 북사면에서 흘러나오는 물의 양이 많지는 않지만 아쉽지 않을 정도의 재물복은 타고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관악산의 용맥이 후덕하지도 않고, 물의 양이 많지도 않으며 또한 물이 머무는 듯 고이는 장소도 부족한 듯하니 큰 재물과의 인연은 두텁지 않다. 그런 연유로 일반적으로 서울대학교 출신이 조금은 인색하다는 말을 듣지 않을까 염려된다.
산은 흙과 돌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다. 그 곳에 사는 모든 동식물을 포함하여야 한다. 그리고 산에 붙여진 이름과 이야기와 사찰 그리고 심지어는 산신령까지도 산의 일부이다. 풍수는 인간이 자연에서 찾아낸 법칙이다. 자연의 기운에는 길흉이 함께 들어 있다. 노자도 ‘복은 화를 숨기고 있고 화도 복에 기대어 있다’고 했다. 길한 기운이 성할 때와 흉한 기운이 뻗칠 때가 있다. 우리가 더불어 함께 산다면 오행의 기운이 길하게 작용하겠지만, 자기혼자만 잘 살려고 하면 오행 중에서 흉한 기운이 뻗쳐 사고와 재난이 일어날 것이다. 관악산의 드센 기운을 무마시키려면 학생들이나 동문들이 적극적인 봉사활동을 통하여 인화(人和)를 추구하면 좋은 보완책이 될 것이다.
또한 학교 안에는 돌을 사용하지 말고 흙으로 많이 돋운다면 인재양성에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자연이 가장 자연스러울 때 풍수는 그 힘을 좋게 발휘할 수 있다. 파괴되거나 조악한 환경에서는 흉한기운이 일어난다. 관악산의 정기를 보존하려면 먼저 관악산의 영역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청계산과 연결하는 것이다. 우선 녹지만이라도 연결시킨다면 산의 정기가 배가 될 것이다. 산의 정기를 배양하고자 하는 것은 좋은 인재를 양성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기운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전국의 명산들은 우리 선조들의 수양의 도량이었다. 이제 서울대학교는 관악산의 기슭에 붙어 있지 말고 관악산을 품어야 할 시기이다.
맹자는 ‘천시(天時)는 지리(地利)만 못하며 지리는 인화(人和)만 같지 않다’고 했다. 겨울에 씨를 뿌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지만, 봄이 되었다고 해도 자갈밭이라면 씨를 뿌려도 수확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아무리 좋은 땅이라고 해도 사람이 경작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땅의 이로움과 사람의 노력이 조화가 되어야 좋은 터가 된다. 서울대학교도 풍수적으로 지리를 보완하는 등의 노력을 조금만 기울인다면 세계적인 대학교가 되는 에너지를 얻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관악산을 등반 하려면 어느 등산로가 가장 좋을까. 그 중에서도 사당사거리에서 관음사를 거쳐 산등성이를 타고 올라오는 코스와 과천향교에서 산등성이를 타고 올라가는 코스를 적극 추천한다. 산의 기운은 흙이 모여 있고 바람이 잠자는 곳에서 가장 잘 일어난다. 다행히 산등성이 부분은 흙들이 많이 보존되어 있고 토색이 밝아서 양명하다. 기가 충만한 곳을 휴식처로 표시해 놓는 날이 오기를 희망해 본다. (끝)
김규순
서울풍수아카데미 원장.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원 석사취득. 계명대학교 독어독문학과 졸업.
대기업 풍수마케팅 점포개발 고문역임. 현대백화점, 삼성전자, 웅진 외 평생교육원 강의 및 강연. 빌딩, 점포선정 풍수컨설팅 다수. 점포 사무실 아파트 풍수배치컨설팅 다수.
www.locationart.co.kr
첫댓글 고맙습니다. 잘 보았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화산의 기를 좋은 쪽으로 풀이하셨네요....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