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모 창립 5주년을 기념하고자 이번 산행은 좀 멀리 경북 문경으로 다녀왔습니다.
1박2일의 즐겁고 행복한 시간과 약간의 고된 산행을 견뎌야 했습니다. 등반대장의 준비 소홀로 약간 험한 코스를 돌게 되었지만 그 많은 산꾼들이 모여드는것 보면 역시 다녀올 만한 곳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럼 1박2일의 여정을 아래에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2015.10.17
오후4시, 호성동 차량등록소 주차장에 집결. 전주 출발인원은 모두 8명(홍,유고문님/회장님과 아들 승로/등반대장부부/안일회,김일수 원장)입니다. 김일수와 등반대장 차에 8명이 나누어 타고 고속도로에 진입합니다. 청명한 가을날씨가 행락객들을 모두 고속도로로 불러들였나 봅니다. 길 곳곳이 정체되어 1시간 정도 더 걸려서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저녁식사는 문경새재 상가단지에 있는 백두산가든입니다. 7시30분에 도착하여 식사를 합니다. 대표메뉴라 할 수 있는 능이버섯전골과 한우쌈밥정식으로 맛있게 먹고 바로 앞쪽에 있는 숙소 성암민박으로 올라갑니다. 이제부터 우리는 5주년 기념산행 자축파티를 준비합니다. 돼지고기를 삶아서 묵은김치와 함께 보쌈도 준비하고 육포, 한과, 오징어, 멸치볶음 등의 안주와 함께 과일도 올려놨더니 그래도 푸짐한 주안상이 마련되었습니다. 안일회 원장은 우리의 공식 쉐프답게 산오징어 회를 두 접시 사가지고 들어옵니다. 더 이상의 음식이 필요 없습니다. 여기에 유고문님께서 내어주신 발렌타인 양주가 금상첨화입니다. 결국 이 양주는 익산에서 늦게 출발한 김권희 원장에게는 그림의 떡이었고, 빈 병에 소주를 담아서 먹어야 했습니다. ㅎㅎ
김권희 원장이 와이프와 두 딸을 데리고 9시반쯤 도착했나 봅니다. 우리 산행에 자주 참가했던 바다가 오니 모두들 반가워 합니다. 내일은 회장님 사모님과 딸까지 합세한다니 더욱 즐거운 모임이 될 것입니다. 강원도에 사는 친구 덕분에 영월동강 좁쌀막걸리를 한 박스나 가져왔으니 술은 충분했습니다. 내일 산행을 위하여 네 병을 냉동실에 얼려두고 우리는 마지막 여흥을 즐기며 문경의 가을밤을 불사릅니다. 그리고 언제 어떻게 잤는지 기억이 흐립니다.
10.18. 오전 6시.
알람소리에 눈은 떴는데 昨醉未醒이라~ 잠시 눈을 감았는데 1시간이 훅 지나갑니다. 주방에 나와보니 부인 둘이서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해장국은 된장 시래기국입니다. 저는 이 시래기국이 가장 맛있습니다. 속도 편해 집니다. 아침을 먹으면서 산행중에 먹을 식사를 마련합니다. 김치볶음밥과 몇 가지 반찬, 그리고 시래기국을 가져갑니다.
냉동실에 잘 얼려져 있을거라 생각하고 막걸리를 꺼내보니, 젠장! 망했습니다. 냉동이 아니고 냉장상태였는가 봅니다. 그런다고 이제와서 별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그냥 한 병씩 비닐봉지에 싸서 배낭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나누어 지고 가야합니다. 안주거리도 약간 준비하고 보온밥통에 밥을 담아서 가져갑니다. 아무튼 산에 올라가면 이렇게 준비한 음식들이 진수성찬으로 둔갑합니다. 잠시 후면 알게 됩니다.
오전 9시, 공원주차장으로 이동하고 회장님 사모님과 딸을 기다리면서 산행준비를 합니다. 출발시간이 지연되어 예정된 산행을 다 못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조금 생깁니다. 더군다나 산행지도를 안 가져와서 등산로 루트를 잘 모르는 것도 부담입니다. 아무튼 조령산 까지만 오르면 거기서 부터는 별 문제 없으리라 내심 위안을 삼아 봅니다. 휴대폰 지도앱이 있으니 이것도 도움이 될듯 합니다.
잠시 후, 일행이 모두 도착하여 산행을 시작합니다. 오늘은 모두 13명의 식구들이 산행을 함께 합니다. 오늘 문경새재 도립공원에 많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우리처럼 등산객들도 많지만 마침 열리고 있는 문경사과축제 행사장이 바로 이곳인가 봅니다. 사과를 판매하는 수 많은 부스를 지나자 제1관문이 나옵니다. 지도를 본 기억으로는 이 근처 어디에서 좌측으로 등산로가 나와야 하는데 보이질 않습니다. KBS촬영장을 지나고 조령원터를 지나 팔왕휴게소 직전에 좌측으로 등산로가 나타납니다. 여기인가보다 생각하고 숲속길로 들어섰더니 이리로 올라가는 사람은 우리 뿐입니다. 간간히 하산하는 분들이 "이 힘든 길로 올라가시네요" 하며 걱정스레 바라봅니다. 에구, 길을 잘 못 들었구나~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그냥 올라가는 수 밖에요. 오르기 복잡한 너덜바위 지대와 꽤나 가파른 경사를 극복하고 두어시간 걸려 올라가보니 조령산과 신선암봉 사이의 절골 삼거리입니다. 차라리 이화령에서 시작했더라면 편안하게 올랐을텐데 표고차 700여미터를 극복하면서 계곡길을 타고 올랐으니 힘든 산행이 되었습니다.
조령산 정상을 보고자 홍고문님, 권희네 부부, 김일수는 조령산으로 향하고 나는 후미팀을 기다려 신선암봉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얼마 못 가서 사람들이 밀려 있습니다. 웬일인가 봤더니 아슬아슬한 절벽길에 밧줄이 매달려 있습니다. 양쪽으로 교행하는 등산객들이 서로 안전하게 지나가길 기다려야 하기에 시간이 지체되고 맙니다. 마음은 바쁜데 그래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산행에서는 안전이 최우선이니까요. 암봉구간 하나를 더 지나오니 마당바위 사거리가 나옵니다. 시간을 보니 벌써 12시 반이나 되었습니다. 여기에 자리잡고 우선 점심을 먹자고 결정합니다. 5주년 기념품으로 준비한 매트를 두 장 이어붙이고 아침에 준비한 도시락과 음식들을 꺼내 놓습니다. 막걸리와 함께 마련된 푸짐한 식사는 힘든 산행을 편안하게 달래줍니다. 반대편에서 넘어오던 등산객 두 분이 우리 먹는 모습을 보고 멈춰 섭니다. 막걸리 한 잔 드시라 했더니 아주 반가워 합니다. 산행중에는 이렇게 스스럼없이 나누어 먹고 서로에게 덕담을 많이 합니다. 산 아래서도 이렇게 정답게 살면 좋겠습니다.
1시간 정도 식사와 휴식을 마치고 이제 신선암봉으로 전진합니다. 신섬암봉 가는 길도 암봉구간을 약간 지나가야 합니다. 약간 위험해 보이긴 합니다면 경치는 훌륭합니다. 마주 보이는 주흘산이 이곳 문경의 주산이라 하는데 언제 기회가 되면 저길 다녀와 봐야겠습니다. 이제 모두 신선암봉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기념촬영을 잠시 하고 바로 자리를 떠납니다. 하산 시간이 늦을까 염려되기에 그렇습니다. 더군다나 김일수 부대장은 가족행사가 저녁에 잡혀있어서 빨리 귀가를 해야 한다고 하니 마음이 급해집니다. 신선암봉을 약간 지나오니 팔왕폭포 쪽으로 내려가는 하산길이 보입니다. 여기에서 일행을 나누기로 합니다. 귀가를 빨리 해야하는 팀과 여유가 있는 팀을 나누어 분산하기로 했습니다. 홍고문님과 김권희 그리고 저까지 3명만 깃대봉을 향해 나아가고 다른 일행들은 먼저 하산하도록 합니다. 우리 셋은 멋진 암릉 구간을 즐겨가면서 사진도 찍고 계속 전진합니다. 한참 가다보니 3관문과 2관문 갈림길이 나옵니다. 여기서 잠시 고민을 해 봅니다. 앞으로 3관문까지도 1시간은 더 가야하고 그러면 하산길도 더 길어져서 먼저 내려간 분들이 한참을 기다려야 할 것입니다. 여기서 2관문으로 내려가면 우리가 발이 좀 빠르니 먼저 내려간 사람과 큰 차이 없이 도착이 가능하지 않을까? 그럼 오늘은 욕심을 접고 여기서 하산하기로 합의를 봅니다. 여기서 내려가는 하산길도 아침에 올라온 것처럼 쉽지 않은 길입니다. 경사도 제법 심하고 중간중간 밧줄을 잡아야만 안전하게 내려갈 수 있을 정도입니다. 아무튼 오늘은 쉽지 않은 구간들이 많습니다. 우리 막내와 백두대간 다닐때는 이곳을 그저 멋진 경치로만 기억하였는데 오늘 다시 와보니 꽤나 험난합니다. 일행들을 미리 하산시켜서 그나마 다행이라고도 생각해 봅니다.
경사로를 한참 내려오니 3관문~2관문 사이의 넓은 영남대로가 나옵니다. 흙길을 아주 잘 다져놓아서 맨발로 걷기에 좋을 듯 합니다. 2관문(조곡관)에서 홍고문님과 기념촬영만 하나 찍고 빠른 걸음으로 내려옵니다. 평탄한 영남대로는 과거 영남지역의 사람들이 서울을 다니던 큰 길이었다고 합니다. 조령 새재(3관문)을 지나면 충주쪽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옛길도 그대로 살려두어 산책로가 아주 좋습니다. 등산이 아니고 그냥 가족들과 두런두런 이야기하면서 두 세 시간 걷기에 참 좋은 곳입니다. KBS촬영장과 1관문도 지나고 사과축제 부스도 다 지나왔습니다. 먼저 내려온 회장님 일행에게 전화를 걸어봅니다. 어디에 계시냐고 물었더니 아직도 주차장까지 2킬로 정도 남았다고 합니다. 어라? 우리가 앞질러 버렸다는 말인가? 나중에 알고보니 천천히 하산하고 내려와서 탁족도 하면서 쉬엄쉬엄 놀다보니 늦어졌다고 합니다. 우리만 괜히 조급하게 서둘러 내려온 셈입니다. 3관문까지 다 둘러보고 올걸 그랬나 봅니다.
먼저 내려온 유고문님과 안일회원장 승로는 김일수 차로 먼저 출발했다고 합니다. 우리는 아예 늦은 김에 여기서 저녁식사를 하고 가기로 했습니다. 가고파식당이라는 곳에서 숯불구이 삼겹살로 맛있는 저녁식사를 즐겼습니다. 오미자 막걸리도 한 잔 마시고요.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저희 차와 김권희원장 차량에 나눠타고 돌아옵니다. 오늘 산행은 약 15km정도, 총 산행시간 8시간 30분 정도(휴식시간 2시간 20분 포함) 걸렸습니다. 기념산행에 걸맞게 1천미터가 넘는 산이었고 더욱 중요한 의미는 백두대간의 주능선 중 하나였다는 점입니다. 앞으로도 백두대간이 포함되는 산행을 가끔 기획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상으로 제5주년 기념산행 및 55차 산행보고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등반대장 올림
첫댓글 사진은 홍보이사가 잘 올려주어서 생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