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생활보감–청주복음화연구소 (송열섭 가시미로신부 저)
하늘을 보고 길을 걷고 온전히 내안에 물들이고
2편 은총의 샘인 성사와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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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기도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누구든지 청하는 이는 받고, 찾는 이는 얻고, 문을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다. 너희 가운데 아들이 빵을 청하는데 돌을 줄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마태 7,7-9)
주실 : 직역하면 ‘주어질’이란 뜻이다.(주석 성경, 신약 64쪽) 함께 기도하면 아버지께서 들어 주신다고 말한다. “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이 땅에서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 청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이루어 주실 것이다.”(마태 18,19)
얻을 : 직역하면 ‘발견할’이란 뜻이다.
왜 청하는가? 청하는 이유는 들어주실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당신 제자들에게 ‘청하여라.’고 가르치신다. 자녀들이 아빠에게 필요한 것을 청하는 것처럼, 하느님 아버지께 우리가 필요한 것을 청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자녀가 신뢰심을 가지고 아버지께 청하듯이 우리도 신뢰심을 가지고 청해야 한다.
주님께서 밤에 솔로몬에게 나타나시어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네 기도를 듣고 이곳을 나의 것으로 선택하여 제사의 집으로 삼았다. 내가 하늘을 닫아 비가 내리지 않게 하거나, 메뚜기에게 명령하여 땅을 삼키게 하거나, 내 백성 가운데에 흑사병을 보낼 때, 내 이름으로 불리는 내 백성이 자신들을 낮추고 기도하며 나를 찾고 악한 길에서 돌아서면, 내가 하늘에서 듣고 그들의 죄를 용서하며 그들의 땅을 회복시켜 주겠다. 이제 내가 눈을 뜨고, 이곳에서 드리는 기도에 귀를 기울이겠다.”(2역대 7,12-15)
탄원supplicatio이란 낱말은 신약성경에서 의미가 풍부하게 나타난다. 곧 청원하다, 내원하다, 끈질기게 청하다, 호소하다, 부르짖다, 울부짖다 등의 의미와 ‘기도를 통한 줄다리기’라는 의미까지 포함한다. 가장 일상적인 형태는 청원이며, 이는 청원이 가장 자발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청원기도를 드림으로 하느님과 맺는 관계에 대한 깨달음을 표현한다. 피조물인 우리는 우리 자신의 기원起源도 아니고, 우리가 당하는 역경을 마음대로 없앨 수 있는 주인도 아니며, 우리의 궁극 목적도 아니다. 도리어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 우리 아버지께 등을 돌린 죄인임을 알고 있다. 청원은 이미 아버지께 돌아섬을 의미한다.(가톨릭교회교리서, 2629항)
‘저희에게 주소서.’ 이 말은 자기 아버지께 모든 것을 기대하는 자녀의 아름다운 신뢰다. “아버지께서는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주신다.”(마태 5,45) 하느님께서는 모든 생물에게 “제때에 먹이를”(시편 104[103],27) 주신다. 예수님께서는 이 청원을 드리라고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다.(상동, 2828항)
◈ 기도하는 사람은 틀림없이 구원받고, 기도하지 않는 사람은 어김없이 영벌을 자처할 것입니다.(알폰소 마리아 데 리구오리 성인)
◈ 우리가 하느님께 신뢰하며 청하면 하느님은 우리를 거절할 수 없으십니다.(피에트랄치나의 비오 성인)
◈ 얼마나 많은 성인이 죄인 한 사람의 회개나 특별한 은총을 얻기 위하여 10년, 20년, 30년, 40년 또는 더 오랜 세월 동안 열렬한 기도와 크나큰 희생과 힘들고 지루한 극기와 보속을 하느님께 바쳤겠습니까? 참으로 이러한 모범을 묵상하는 때 저는 어떤 정신으로 고무되는지 모르겠습니다.(최양업 신부의 여섯 번째 편지, 1849년 5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