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항아리
"에이 꼴도 보기 싫구나....."
옹기전 할아버지는 흙바닥에 내려놓고 일그러진 오지항아리를 발로 툭
건드리면서 투덜거렸습니다.
받아다가 놓은 지가 일 년이 더 되었는데도 아무도 사 가지를 않아서
옹기전 점원들까지도 구박이 심했습니다. 날마다 먼지를 털고 마른 걸레질을 치기가
귀찮아서입니다.
게다가 사람이 지나다니는 길목에 놓여 있어서 발에 툭툭 채기가 일쑤입니다.
일그러진 항아리는 서럽기 짝이 없었습니다.
못생긴 것도 억울한데 흙바닥에 뒹굴면서 사람 발에 걷어채기나 하니.
폭삭 깨져 죽고 싶은 생각밖에 안 났습니다.
하루는 점원 아이가 번쩍 들어 다른 데로 옯겨 놓다가 그만 떨어뜨렸습니다.
"털썩 데구루루....." 항아리는 요란한 소리를 냈습니다.
방에서 돈을 세고 있던 할아버지가 미닫이를 요란한 소리를 냈습니다.
"그릇을 또 깨뜨렸구나? 얼마짜리냐?"
점원 아이는 머리를 긁적긁적하면서
"아무렇지도 않아요....."
"아무렇지도 않다니?"
"왜.있지 않아요.팔리지도 않는 일그러진 항아리....."
"그래서?"
"어찌나 튼튼하게 생겨 먹었는지.떨어뜨렸는데도 끄떡없어요, 자, 보세요"
점원 아이는 항아리를 번쩍 들어 빙글빙글 돌려 보였습니다.
할아버지는 못마땅하다는 듯이
"그 항아린 끝까지 말썽이군!"
하면서 미닫이를 드르륵 닫아 버렸습니다.
점원 아이는 주인한테 야단 맞은 것이 분해서,만만한 항아리를 탁 걷어찼습니다.
항아리는
"아얏!"
소리가 나오는 것을 꾹 참았습니다.
차곡차고 포게 놓기도 하고, 선반 위에 나란히 늘어놓은 가지가지 모양의
예쁘게 생긴 오지그릇. 질그릇들이 일그러진 항아리를 내려다면서
저희들끼리 숙덕거렸습니다.
"저 항아린 참 못도 생겼지?
저런 걸 주가 데려가겠니?
"그러게나 말이야. 사람 눈에 안 띄는 데다 숨겨 놓았으면 좋겠는데
우리까지 망신당하기 꼭 알맞지 뭐냐.
우리 형젠 줄 알면 어떡하니...."
"글쎄 말이야, 어서 우리가 부잣집에 팔려 가야.
저 꼴을 안 보겠는데....."
그 때. 쩔렁쩔렁 종 흔드는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쩔렁 쩔렁....." 그 소리가 점점 가까워 옵니다.
"구물 사려, 고물....
수엽이 덥수룩하게 난 고물 장수 아저씨가 순수레를 끌고 오면서
요란히 종을 흔들었습니다.
옹기전 앞에 이르자, 방에서 할아버지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여보, 마누라.저 병신 항아리를 고물 자수한테 팔아 버립시다.
'그걸 사 갈까요?"
"그냥 둬 봤자 거추장스럽기만 하니.거저 내줘도 원통할 거 없지."
"영감 생각대로 하슈."
할아버지는 점원 아이를 시켜,일그러진 항아리를 고물 장수한데 내다보였습니다.
고물 장수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면서 그냥 지나가 버렸습니다.
점원 아이가 퇴박을 맞고 들어오자,
할아버지는 손을 내저으면서 쓰레기통에 갖다 버리라고 했습니다.
점원 아이는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옹기전 뒤에 난 비탈길 위에 사는 판잣집 아니 달래가, 쓰레통 위에 노인
일그러진 항아리를 보자.
얼른 집어 들고 종종걸음을 쳐서 집으로 왔습니다.
판잣집 단칸방에 세를 들고 있는 달래는, 엄마가 앓아 누우셔서 ,
며칠째 엄마 대신 밥도 짓고 빨래도 하고 했습니다.
달래가 오지항아리를 조심조심 안고 온 것은,
거기에 꽃을 꽂아, 엄마 보시게 방에 두고 싶어서입니다.
달래는 주워 온 항아리를 깨끗이 씻은 다음, 물을 담아 보았습니다,
금이 한 군데 가긴 했어도 물이 새지는 않았습니다.
달래는 물이 가득 담긴 항아리를 조그만 장독 위에 두고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새벽에 꽃장수 아줌마집에 가서 몇 송이 사다가 항아리에 꽂아.
방에 들여다 놓으려고 마음먹었습니다.
방중에 엄마 먹을 물을 뜨러 나와 보니.
보름달이 대낮처럼 환했습니다.
찰랑찰랑하는 항아리 물에 달이 비쳐서 은빛으로 빛났습니다.
"어머나!"
달래가 항아리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조그마한 달덩이가 물에 잠겨 있었습니다.
항아리 모양은 일그러져 있었지만.
그 속에 담긴 보름달 모습은 둥근 그대로였습니다.
달래는 달이 가득 담긴 항아리 아귀를 손바닥으로 덮어 가지고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환한 달물을 잡숫고, 엄마 속병이 가라앉으소서,"
하고 마음 속으로 빌면서, 항아리를 기울여 물을 잡숫게 해 드렸습니다.
물을 벌컥벅컥 들이키고 난 엄마가 숨찬 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답답하던 가슴 속이 한결 시원해 오는구나....."
이제 달 항아리에 꽃을 꽂으면,
시들었던 꽃들도 활짝 피어나, 달처럼 환히 웃겠지요
~24톨스토이
굴피나무
동물얼굴 모양같은
잎이 떨어진 후에 생긴 잎자국
약간 어려운말로 '엽흔'이라고 하지요
잎자국은 봄에서 부터 가을까지 물과 양분이 왔다갔다 하던 자리임당
호두나무 잎자국(엽흔)
관다발자국(물과 양분이 드나들었던,잎자국을 따라서 울퉁불퉁한 모양
소설가 김복남 할머니
보리
쥐방울덩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