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행의 추억
2005년 여름, 딸이 미국 남부 테네시 주의 멤피스(Memphis)에 살고 있을 때 성화에 못 이겨 20박 21일 간의 미국여행 기회가 생겼다. 기왕 미국을 가는 김에 날짜를 넉넉히 잡아 미국 전역을 돌아보기로 하고, 집사람과 누님까지 모시고 셋이 떠난 여행이었다.
먼저 미국 서부(西部)를 7박 8일 간 패키지여행을 했는데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라스베가스, 요세미티 국립공원, 그랜드캐니언 국립공원이 포함되었고, 디즈니랜드, 유니버셜 스튜디오 등을 관광하고 곧바로 시카고(Chicago)를 경유하여 딸이 사는 테네시(Tennessee)주 멤피스(Memphis)로 갔다. 딸 가족은 오레곤에 살다가 사위가 박사과정을 공부하면서 1년 전(2004년) 이곳으로 왔다.
미시시피 강가에 위치한 오래 된 도시인 멤피스 시내를 두루 구경한 것은 물론 딸 부부는 모처럼 휴가를 내고 굉장히 먼 거리인 스모키 국립공원을 관광하러 공원안의 작은 관광도시 개틀린버그로 갔다. 개틀린버그(Gatlinburg)에 미리 예약해 둔, 기가 막히게 아름답고 쾌적한 환경의 산장(Sweet Home Tennessee)에서 3박을 하며 인근을 두루 구경할 수 있었다. 테네시 주는 가로로 길게 누워있어서 서쪽 끝 부분의 멤피스에서 동쪽 끝 부분인 개틀린버그까지는 승용차로 10시간 정도 걸린다.
그레이트스모키 국립공원(Great Smoky Mountains)은 테네시 주와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경계에 있는 국립공원으로 미국 중부와 동부의 경계를 이루는 애팔래치아(Appalachian Mountains) 산맥의 끝부분이다.
멤피스를 떠나서 테네시 주의 주도(州都)인 내쉬빌(Nashville)과 녹스빌(Knoxville)을 지나 개틀린버그까지 엄청난 거리이고, 같은 주인데도 시차(時差)가 1시간이나 난다.
연중 통계를 보면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국립공원이 이곳 그레이트스모키 국립공원(Great Smoky Mountains)이라 하는데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국립공원 중 하나일 뿐더러 동식물 분포가 가장 다양하고 또 보존이 잘 된 공원이라고 한다. 거기다 사람들이 많이 사는 미국 동부에 위치하다보니...
계곡을 내려다보면 항상 운무(Smoke)가 그윽이 끼어있고 까마득한 산봉우리들이 아물거린다.
이곳은 너무도 환경 친화적으로 관리하다보니 그런지 야생 곰을 조심하라는 문구가 가는 곳마다 붙어 있고 실외에 있는 음식 쓰레기통은 야생 곰이 열지 못하도록 튼튼한 자물쇠로 잠가 놓았다.
이곳에서 사흘 동안 산 정상까지의 트래킹, 산장 테라스에 설치한 핫터브(Hot Tub)에서 스모키 계곡을 바라보며 즐기는 따뜻한 목욕, 실내에 설치된 자쿠지(Jacuzzi/뜨거운 거품이 나는 일본식 욕조), 인근에 널려있는 미국 남북전쟁의 요새들을 둘러보니 인상 깊었고, 특히 공원 안에 있는 체로키 인디언 보호구역(Cherokee Indian Reservation)을 둘러보노라니 미국 원주민(Native American:인디언)들의 슬픈 역사와 비참한 현실이 눈에 들어와 가슴이 쓰렸다. 멤피스로 돌아오면서 테네시주의 주도인 내쉬빌(Nashville)에 들러 이곳저곳 둘러보기도 하였다.
다시 동부로 훌쩍 떠나서는 뉴저지(New Jersey)에 사는 조카 네에 짐을 풀고는 맨해튼(Manhattan)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센트럴 파크, 월스트리트를 비롯한 뉴욕의 심장부를 구경하였다. 자유의 여신상은 유람선을 타고 관광을 하였는데 관광이 끝나고, 점심시간에는 맨해튼에서 보석상을 하는 고등학교시절의 단짝 친구도 만나서 회포를 풀었다.
다음에는 뉴욕에서 다시 패키지로 떠나는 2박 3일짜리 나이아가라폭포 버스투어를 하였다. 나이아가라폭포의 위용도 놀라웠지만 캐나다로 건너가 몬트리올에서는 아이스바인(Ice Wine) 포도농장과 포도주 공장을 방문하였고, 돌아오는 길에 이민자들의 초기 도시인 필라델피아(Philadelphia), 보스턴(Boston)을 둘러보았고, 뉴헤이븐(New Haven)에서는 하버드(Harvard), 예일(Yale), 캠브리지(Cambridge), 마사추세츠 공대(MIT) 등 미국의 유명대학을 둘러본 것도 즐거웠던 추억이다.
특히 보스턴(Boston)에서 걸어본 『자유의 길(Freedom Trail)』이 기억에 남는데 초기 이민자들의 희망과 활기에 찬 모습, 정착이 힘들어 좌절하는 모습들을 조각 작품으로 만들어 세워놓았는데 그 희망과 절망이 너무도 생생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워싱턴(Washington)에서는 맑고 수량이 풍부한 포토맥 강, 우뚝 솟은 워싱턴 기념탑, 국회의사당, 링컨기념관을 비롯한 수많은 볼거리들을 조카 가족과 같이 둘러보았다.
서부 패키지여행에서 가이드 녀석이 제법 우스갯소리를 잘 했는데 하나를 옮겨 본다.
칠순의 한국 할머니 한 분이 미국 구경을 하고 귀국했는데 친척들이 둘러 앉아 여쭈어 보았다고 한다.
‘할머니, 미국 가시니 좋던가요? 어디어디를 구경 하셨소?’
‘야들아 말도 마라, 나는 미국 가서 벨끄 다 보구 왔다. 나이가 든 간나도 보구, 그래두 개년도 보구, 요새 미친년도 봤다.’
요게 뭔 소린고 하니 나이아가라 국립공원(나이가 든 간나), 그랜드캐니언 국립공원(그래두 개년), 요세미티 국립공원(요새 미친년)을 보구 왔다는 이야기였단다.
미국사람들에게 미국 내에서 제일가고 싶은 관광지를 꼽아 보라고 했더니 1위가 그랜드 캐니언이고 2위는 나이아가라 폭포, 3위가 디즈니월드(플로리다 올랜도에 있는)였다고 한다.
3위가 좀 웃기는데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디즈니랜드와는 달리 플로리다(Florida)의 올랜도(Orlando)에 새로 꾸며진 디즈니월드는 규모도 훨씬 크고 어른들이 놀 것도 많다고 한다. 그래도 그렇지 성인들이 놀이공원이라니!! 그런데 정작 1년 동안 미국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국립공원은 테네시 주에 있는, 우리가 갔던 스모키 국립공원이라고 한다.
미국은 한마디로 너무나 광활하고 풍요로운 나라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20여 일의 강행군과 수도 없이 비행기로 이동하는 것이 조금 지루하기도 했지만 매우 뜻 깊은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