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MLB를 수놓은 팀, 가을의 전설이 된 탬파베이의 기적. 그 승리의 리더십은 바로 조 매든의 리더십에서 출발했다. 8-8-8-8-5-7-7. 이 숫자는 최근 7년간 프로야구 팀 롯데 자이언츠의 정규 시즌 최종 순위다. 그러나 꼴찌후보 0순위였던 롯데는 올해 로이스터라는 선장을 만나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몇 년간의 전적으로 볼 때 그것만으로도 롯데의 올해 농사는 성공작이라 할 만했다. 그러나 MLB에는 롯데보다 더한 팀이 하나 있었다. 14-12-13-14-13-13-12-13-14-14. 아메리칸 리그 14개 구단 중 최근 10년간 넘볼 수 없는 부동의 꼴찌를 질주한 팀은 다름 아닌 탬파베이 레이스. 그런 탬파베이가 대망의 월드시리즈에 올라 비록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패해 아쉽게 준우승에 머무르긴 했지만, 시즌 내내 동부지구 1위를 질주하고, 포스트시즌에서도 강팀들을 연파하며 미국 전역에 충격 아닌 충격을 안겨준 것이다.
박쥐, 새로운 조명의 시작
스포츠에도 이러한 박쥐들은 많이 있었다. 공격수, 수비수로 구분되던 시대를 지나 스트라이커, 플레이 메이커, 측면 미드필더, 스위퍼, 스토퍼 등 그라운드에서 특별한 임무를 수행하는 데 특별한 재능을 가진 선수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운데, 가끔 골을 넣고 간혹 킬패스를 넣으며 적당한 크로스도 올리면서 수비도 적극 가담하는 이른바 ‘박쥐형’ 선수는 그 효용가치가 과소평가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이제 ‘박쥐형’ 선수들은 더 이상 경계인이자 주변인이 아니다. 당당히 중심에 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팬들과 동료 선수, 감독을 비롯한 구단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실로 ‘박쥐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2007-2008 시즌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더블을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포지션의 파괴였다. 첼시의 드로그바, 레알 마드리드의 판 니스텔루이와 같은 타깃형 스트라이커가 없이도 엄청난 공격력을 보여준 맨유의 힘은 바로 스트라이커면서 어시스트에 능한 루니와 테베즈, 미드필더이면서도 폭발적인 득점력을 보여준 호날두 등이 빈번히 자리를 교체해가며 수비진을 흔들었기 때문이었다. 마찬가지로 진화한 토털사커를 보여준 유로 2008의 네덜란드와 러시아의 선전 역시 이러한 축구계에도 ‘박쥐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보여준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이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시작해 중앙 미드필더, 좌우 측면 미드필더 및 스리톱의 좌우측 공격수까지 그라운드의 거의 모든 포지션을 소화하는 박지성은 길짐승도 아니고 날짐승도 아닌 박쥐를, 길짐승이면서 날짐승도 된다는 인식의 전환을 가져왔다. 즉 박쥐들의 정체성은 저주가 아니라 축복이라는 것이다.
박쥐형 리더십, 선수면서 감독을 연결하는 브릿지(bridge)
19년 동안 이길 수 없었던 난적 사우디와 결전을 앞두고 모인 국가대표팀에서 박지성은 주장 완장을 찼다. 그리고 대표팀은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 사우디와의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이전과는 확 다른 경기력을 선보였다. 결과는 두 경기 모두 완승. 많은 축구팬들이 “우리 대표팀이 달라졌어요”라며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달라진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그 이유를 궁금해 했고, 곧 알게 되었다. 캡틴 박지성의 리더십을.
일화 하나. 박지성이 주장을 맡은 후 생긴 가장 큰 변화는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간 거리낌 없는 쌍방향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이전까지 스케줄은 반나절 전에 선수들에게 통보됐지만 “선수들이 하루 전에 스케줄을 알고 준비할 수 있게 해달라”는 박지성의 건의를 허정무 감독이 수용하면서 훈련 통보시간이 바뀌었다.
일화 둘. 상대팀에 대한 비디오 분석 때도 통상 50분 이상 걸려 막판에는 선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지곤 했는데 박지성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중요한 부분만 편집해 더 짧게 볼 것을 요청했고, 이것을 받아들여 30분 내로 줄였다. 대표팀 관계자는 “한국축구 정서상 이전에는 보기 힘든 장면이다. 하지만 박지성은 필요할 때는 선수들의 입장을 코칭스태프에게 확실하게 전달한다”고 말할 정도로, 박지성은 선수와 감독을 잇는 탁월한 브릿지(bridge)였다.
캡틴 박지성의 리더십은 이전의 주장들과는 달랐다. 홍명보 등으로 대변되는 카리스마형 리더십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선수였지만 다른 선수들과 달랐고, 감독이 아니었지만 감독급의 영향력을 발휘했다. 선수들이 원하는 바를 코칭스태프에게 건의해 바꾸도록 했으며, 허정무 감독이 “그라운드에서는 박지성이 감독”이라고 말하듯 코칭스태프가 원하는 바를 (알아서) 선수들에게 전달했다. 악착 같은 수비를 통해 공을 빼앗고, 질풍같이 질주해 스트라이커에게 환상적인 패스를 넣는 그라운드 속 그 모습 그대로,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충실한 조력자이자 연결고리였다. 즉 그는 선수의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코치의 역할도 하는 박쥐형 리더십을 통해 팀에 활기를 불어넣었던 것이다.
팀 리더에게 필요한 미션은 ‘Channel’
주위를 둘러 보자. 수많은 사람들이 컨버전스(convergence) 제품들에 열광하고, 수많은 조직에서 멀티스페셜리스트(multi-specialist)를선호하고 있다. 박쥐의 르네상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꿔 말하면 성공하는 조직이 되려면 바로 이러한 박쥐들의 활약이 요구된다고 볼 수 있다. 중산층이 강한 나라가 잘 살게 마련이고, 뛰어난 중간관리자(middle manager)가 많은 기업이 경쟁력을 갖는다. 미드필더가 튼튼한 팀이 쉽게 지지 않는 강팀의 반열에 오르듯, 팀 리더들이 얼마나 팔로워와 리더를 잇는 ‘Channel’의 역할을 잘 하느냐에 따라 조직의 힘이 달라진다.
그러나 많은 팀 리더들의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래 직원에게 치이고, 상사에게 눌리면서 고독하고 외롭다. 마치 고독한 영웅, 배트맨처럼. 영화 《배트맨》의 주인공 브루스 웨인은 언제나 경계인이다. 다른 히어로들과 달리 그는 고독하고 자아 정체성에 대해 번뇌한다. 악당들의 적이지만, 선이어야 할 경찰과 언론의 표적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는 암울했다.
팀 리더들은 고독한 영웅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고독한 영웅, 배트맨의 시대는 끝났다. 팀 리더는 선수와 감독의 싸움에서 모두에게 배척받는 박쥐가 아니다. 박쥐의 시대에서, 팀 리더인 당신은 조연이 아니라 주연이니까. 당신은 팀의 주장, ‘박지성’이니까.
Special Editor 강봉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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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질지언정 무릎은 꿇지 않는다.
축구는 내 일생에 빼놓을 수 없는 한부분이다. 축구를 빼놓고 박지성이란 이름을 이야기 할 수는 없다 축구가 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왔고, 축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살아가고 있다. 도전이 없으면 더 큰 성공도 없다. 쓰러질 지언정 무릎은 꿇지 않는다.
달리기가 느리더라도, 키가 작더라도, 몸이 외소하더라도 축구장 안에서 누가 잘할지 아무도 모른다.
선수는 당연히 어떠한 조건 속에서도 자신이 갖고 있는 100%의 모습을 경기장에서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축구를 할때 프로정신 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자신이 축구를 좋아하고 얼마나 경기장 안에서 축구를 즐기느냐라고 생각한다.
배컴만큼 잘생기지는 않았지만, 그가 맨유에서 했던 만큼 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실력으로 내 가치를 증명해 맨우가 아시아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나를 영입하지 않았음을 증명하겠다.
5분출전해 좋은 활약을 보여 준다면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다음경기에 10분이나 15분의 출전 시간을 줄 것이다.
'아직 모든것을 보여 주었다고 믿지 않는다. 맨체스터에서 내안에 있을 더 큰 나를 꼭 만나고 싶다."
지성에게 [히딩크로부터 온 편지]
내가 처음 자네를 만났을때는 아직 어린 선수였지 대단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어. 하지만 자신이 얼마나 우수한 자질을 지녔는지 깨닫지 못하고 있더군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눈부시게 성장했고, 날이 갈수록 자신에 찬 모습을 보여주었지
월드컵이 끝나고 네덜란드 PSV 에인트 호벤에 합류한 자네는 한동안 어려운 시기를 보냈지 당연한 일이었다. 모든 면에서 완전히 새로운 환경이었으니까. 낯선 나라에 알지 못하는 언어, 생소한 문화, 몸에 배지 않은 훈련방식
무엇보다 3년이상 쉬지 않고 경기를 해 온탓에 몸에 무리가 간 것이 자네를 더욱 힘들게 했지 오른쪽 무릅부상으로 고통당하면서도 기술진이나 의료진에게 아프다는 말도 하지 않았어. 역시 박지성다운 행동이었다고나 할까? 묵묵히, 아무런 불평없이 최선을 다해 뛰고 또 뛰는 것 말이야.
클럽 안팎에서 들려오는 자네에 대한 불만의 소리들도 적지 않았어. 하지만 자네는 해냈어. 시련의 시기를 견뎌내고 마침내 PSV에서 가장 특별한 선수, 가장 사랑받는 선수 가운데 하나로 우뚝 섰어. PSV서포터들과 에인트호벤 시민들도 열광했지 자네가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가 되어 PSV를 떠날때 팀의 동료들과 팬들은 그동안 온몸을 던져 보여준 투혼과 헌신에 뜨거운 신뢰와 박수를 아끼지 않았네 앞으로도 묵묵히 아무런 불평없이 최선을 다해 뒤는 그 박지성을 기대하겠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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