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상변호사, 가상계좌 관련 혐의를 받았다면 경찰조사 전 확인할 사항
경찰 연락을 받았다면 먼저 “내가 무엇을 했는지”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가상계좌가 사기나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이용됐다는 이유로 경찰에서 연락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본인 입장에서는 직접 피해자를 속인 것도 아니고, 범죄조직에 들어가 활동한 것도 아닌데 왜 조사를 받아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사기관에서 바라보는 핵심은 단순히 누가 피해자를 직접 속였는지만은 아닙니다.
계좌를 누가 개설했는지, 누가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는지, 인증수단이나 관련 정보를 누구에게 넘겼는지, 계좌를 통해 이동한 자금의 성격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는지 등이 함께 확인될 수 있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은 접근매체를 양도하거나, 대가를 전제로 대여·보관·전달·유통하는 일정한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접근매체를 대여하거나 전달하는 행위 역시 규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가상계좌 관련 혐의로 경찰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저는 아무것도 몰랐습니다”라는 말을 준비하는 것보다 먼저 실제 본인의 행동을 거래기록과 대화자료를 기준으로 다시 구성해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1|계좌번호만 제공한 것인지, 사용 권한까지 넘긴 것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가상계좌 사건은 겉으로 보면 모두 비슷해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 법률관계를 살펴보면 피의자가 어디까지 관여했는지에 따라 판단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단순히 계좌번호를 알려준 것인지, 카드나 비밀번호 등 금융거래에 필요한 접근매체를 함께 전달했는지, 타인이 계좌를 사실상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합니다.
특히 전자금융거래법상 문제가 되는 것은 단순히 ‘계좌가 다른 사람에게 알려졌다’는 사실 하나만은 아닙니다.
대법원 역시 접근매체의 점유가 타인에게 이전됐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관리 관계와 전달 경위 등을 살펴야 한다고 보고 있으며, 반대로 타인이 실질적으로 해당 접근매체를 이용·관리할 수 있게 된 경우에는 법에서 말하는 ‘전달’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경찰조사 전에 다음과 같은 부분을 구체적으로 기억해낼 필요가 있습니다.
누구의 제안으로 계좌를 만들었는지, 계좌 개설 목적에 대해 어떤 설명을 들었는지, 통장·카드·비밀번호·OTP 등 무엇을 제공했는지, 상대방이 실제로 계좌를 직접 사용할 수 있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합니다.
여기에 돈을 받았다면 그것이 급여인지, 수수료인지, 계좌 제공에 대한 대가인지도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사기관에서는 결국 ‘계좌를 빌려줬다’는 짧은 표현보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전달했고 상대방이 어떤 권한을 가지게 됐는지를 확인하게 됩니다.
이 부분을 조사 전에 명확하게 정리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2|정상적인 업무라고 믿었다면 그 믿음에 근거가 있었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가상계좌 관련 사건에서 자주 나오는 설명 중 하나가 “정상적인 일인 줄 알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구직 과정이나 온라인 아르바이트 제안을 통해 사건에 연루되는 경우라면 본인은 처음부터 사기범행에 가담하려 했던 것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수사에서는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들어갑니다.
왜 정상적인 업무라고 생각했는가를 확인하게 되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회사명을 알려줬는지, 실제 계약서가 있었는지, 업무 내용이 일반적인 직무라고 생각할 만했는지, 지급받은 돈의 액수가 업무 내용과 비교해 비정상적으로 크지는 않았는지 등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계좌를 여러 개 만들어 달라는 요구를 받았거나, 정확한 업무 설명 없이 계좌와 인증수단만 넘기라는 요구를 받았다면 해당 정황이 문제될 가능성도 생각해야 합니다.
특히 계좌를 이용한 범죄에서 사기방조가 함께 문제되는 경우에는 범죄에 대한 인식이나 예견 가능성이 있었는지가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판례에서도 방조범의 고의는 피고인이 범죄의 모든 세부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는지만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주변 사정을 통해 범행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이를 용인했는지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몰랐다”는 말을 반복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당시 받은 채용 안내, 업무지시 메시지, 계약자료, 상대방의 신원이나 업체정보, 급여 명목의 송금내역 등이 있다면 이를 통해 실제로 어떤 설명을 믿고 행동했는지를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가 이런 사건을 검토한다면 피의자의 현재 설명보다 먼저 당시 남아 있는 대화자료부터 볼 것 같습니다.
나중에 만든 설명보다 범행이 이루어진 시점에 실제로 주고받은 메시지가 당시의 인식을 판단하는 데 더 직접적인 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3|첫 조사 전에 자금 흐름을 직접 확인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상계좌 사건은 다른 형사사건과 비교해 금융자료가 많이 남는 편입니다.
계좌에 언제 돈이 들어왔고, 어느 계좌로 빠져나갔는지, 본인이 직접 출금했는지, 다른 사람의 지시에 따라 송금했는지 등이 기록으로 확인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작 조사받는 당사자가 자신의 거래내역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출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경찰이 특정 송금내역을 보여주면서 질문했을 때 당황해서 정확하지 않은 답변을 하게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본인은 한두 번만 송금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거래내역에는 여러 차례 이체기록이 존재할 수도 있습니다.
또 자신은 아무런 금전적 이익을 받지 않았다고 기억했지만 거래 과정에서 일정 금액이 남거나 별도로 입금된 사실이 확인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경찰조사 전에는 계좌 거래내역과 메신저 대화를 날짜별로 맞춰보는 작업을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어떤 지시를 받은 직후 어떤 돈이 입금됐는지, 그 뒤 누구에게 얼마를 보냈는지, 본인의 계좌에 남은 돈은 있었는지를 하나씩 연결해보는 것입니다.
이 과정은 불리한 내용을 숨기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수사기관이 이미 확보했거나 확보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와 자신의 기억이 다른 부분을 미리 확인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특히 모르는 내용을 억지로 기억해내거나 사실과 다른 설명을 맞춰가는 방식은 피해야 합니다.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은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할 수 있고, 객관적인 자료를 확인한 뒤 설명해야 하는 부분도 있을 수 있습니다.
조사를 준비한다는 것은 답변을 외우는 일이 아니라 내 진술이 실제 기록과 충돌하지 않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가상계좌 사건은 결과보다 ‘과정’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내 명의 또는 내가 관여한 가상계좌가 범죄에 이용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대부분 결과부터 보게 됩니다.
피해금이 얼마인지, 몇 명이 피해를 입었는지, 자신의 계좌를 거쳐간 돈이 얼마나 되는지부터 확인하게 됩니다.
물론 중요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형사책임을 판단할 때는 그것만 보는 것이 아닙니다.
계좌를 만들게 된 경위, 계좌 또는 접근매체를 제공한 방법, 그 과정에서 받은 대가, 상대방에게 들었던 설명, 입금된 돈을 처리한 방식, 범죄 가능성을 인식할 만한 정황이 있었는지 등을 함께 살펴보게 됩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역시 접근매체의 양도나 대가를 수반한 대여·전달 등을 제한하고 있으며, 판례에서는 접근매체가 실질적으로 누구의 관리 아래 놓였는지와 제공 당시의 인식 등을 구체적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반가상변호사 또는 가상계좌 관련 사건의 변호사를 알아보고 있다면 경찰조사 날짜만 확인하고 바로 출석하기보다는 현재 가지고 있는 자료를 먼저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계좌 거래내역,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 대화기록, 업무를 제안받은 과정, 상대방에게 전달한 정보나 물건, 지급받은 금액 등이 있다면 각각 시간순으로 맞춰보는 편이 좋습니다.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조사 직전에 메시지나 금융 관련 자료를 임의로 삭제하지 않는 것입니다.
당장 불리하게 보일 것 같다는 이유로 자료를 없애면 오히려 사건의 실제 경위를 설명하는 데 필요한 자료까지 사라질 수 있습니다.
가상계좌 사건은 “내 계좌가 범죄에 쓰였다”는 결과만으로 모든 책임이 결정되는 사건도 아니지만, “나는 직접 사기를 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별다른 검토 없이 대응해도 되는 사건 역시 아닙니다.
경찰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어떤 법률상 혐의가 문제되고 있는지, 본인이 실제로 수행한 역할이 무엇인지, 당시 범죄 가능성을 인식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는지를 객관적인 기록과 함께 검토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제가 이 유형의 사건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입니다.
잘 만들어진 해명을 준비하는 것보다 실제 거래 과정과 기록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렇게 해야 경찰조사에서도 단순한 주장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관여 범위와 당시의 인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 광고책임변호사 : 김범식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