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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08
1. 무료 병원 앞 ( 새벽 )
청소부가 휴지와 담배 꽁초를 길가 한쪽으로 쓸어낸다.
빗자루를 피해 지나오는 태호, 병원 앞에 선다. 시계를 본다. 아직 이른 시각.
태호, 건물 앞에 대충 걸터 앉는다. 생각에 잠기는 표정 위로.
흥삼 : (소리) 쉬운 길하고 어려운 길이 있다.
/ 7부 56씬.
현금 더미 앞에 압도당한 태호, 흥삼을 돌아본다.
흥삼 : 날 쳐서, 이걸 전부 빼앗던가... 내가 너한테 이 금고를 물려줄 수 있게, 내 일을 돕던가... 선택은 너한테 달렸어.
(의미심장한) 니가 보기엔... 어느 쪽이 쉽겠니?
태호 :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 ...
/ 병원 앞.
물끄러미 생각에 잠긴 태호. 건물 입구에 기척이 들리자 돌아본다.
당직 근무 마친 나라가 하품하면서 나온다. 그러다 태호를 발견하고 멈칫, 입 가린다.
일어나는 태호, 웃으며.
태호 : 꼬박 밤 샌 거에요? 당직이라두 잠깐씩 눈 붙이지 않나?
나라 : (표정 고치고) 뭐해요, 여기서?
태호 : 나라씨 기다렸죠.
나라 : (뜨악하게 보는) 왜요?
태호 : 전화하다 끊었잖아요. 다시 하려구 했는데, 갑자기 일이 생겨서...
나라 : 됐어요. 별로 안궁금하니까. (지나쳐 가는)
태호 : (얼른 따라가며) 아침 먹어야죠?
나라 : 집에 가서 먹으면 돼요.
태호 : 난 배고픈데.
나라 : (쳐다보는) ...
태호 : 할매 식당은 나라씨가 오지 말라고 했구... 이 시간에 문 여는 식당 좀 가르쳐줘요. 서울역은 눈 감고도 훤하다면서요?
나라 : (정색하는) 장태호씨... 나하구 장난쳐요? 그쪽은 어떨지 몰라두, 난 별로 재미없거든요?
태호 : (웃음기 지우고) 간밤에... 한숨도 못잤어요. 누구랑 아무 얘기나 하고 싶었는데... 나라씨 생각이 나서... 미안해요.
씁쓸히 웃어 보이고 돌아서는 태호. 찌푸리며 바라보는 나라.
나라 : 저기요!
태호 : (돌아보는) ...?
나라 : (시큰둥) 따라와요. 그러다 또 밥때 놓치지 말구.
태호 : (뜻밖이지만 반가운) ...
2. 할매 식당 앞 ( 아침 )
아직 가게문을 열지 않은 시각. 출근길의 행인이 지나가고...
3. 할매 식당 ( 아침 )
주방에서 달그락거리며 식사 준비하는 나라, 흘끔 내다본다.
오랜 만에 들른 식당을 그리운 듯 둘러보는 태호.
나라, 쟁반 들고 나와서 상을 차려준다. 밥공기를 하나만 내려놓는 나라.
태호 : 나라씨는요?
나라 : 전 따로 먹을게요.
태호 : 같이 먹죠. 뭐하러 두 번 차려요?
나라 : (망설이며 보는) ...
태호 : (자기 얼굴 만지며) 내가 그렇게 식욕이 떨어지는 마스크는 아닌데.
피식 웃는 나라, 밥공기를 하나 더 가져와서 맞은 편에 앉는다.
나라 : 얼른 먹고 가세요. 할머니한테 걸리면 제삿날이에요.
태호 : (밥 뜨려다가 멈칫) 저 땜에... 화 많이 나셨죠?
나라 : 등짝 스파이크는 각오해야 될 걸요.
태호 : (짐짓 겁 먹은) ...!
4. 식당 / 마당 ( 아침 )
수건을 목에 두른 오십장, 하품하며 쪽방에서 나오다가 갸우뚱.
식당 출입문에 붙어선 할매, 안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오십장 : (내려서며) 거서 뭣허요?
할매 : (화들짝 놀라더니 다가오며 손사레, 목소리 낮춘) 들어가! 들어가!
오십장 : 음머? 낯짝에 물칠헐라구 나왔는디...
할매 : (빨래 방망이 찾아서 들고, 부릅뜨는) 싸게 못들어가냐?
어리둥절한 오십장, 쫓기듯 방에 올라선다.
그때 옆방에서 머리 북북 긁으며 나오는 영칠, 방망이 든 할매 서슬에 놀라서 주춤!
쉿~ 조용히 하라는 할매, 식당을 돌아본다.
쪽방 앞에 오십장과 영칠, 미어캣처럼 나란히 서서 뭔일인가 싶고.
5. 할매 식당 ( 아침 )
마주 앉은 태호와 나라, 묵묵히 밥과 국을 뜬다.
흘끔, 나라 표정을 살피는 태호. 나라, 일부러 의식하지 않으려는 듯 밥알만 고른다.
태호 : (수저 내려놓고) 서울역 오기 전에...
나라 : (멈추고 보는) ...?
태호 : 주식 사고파는 일을 했어요. 우량주, 급등주... 그런 거 들어봤죠?
나라 : (끄덕) ...
태호 : 요령이 생기면 큰 돈이 보여요. 한번 욕심나니까 주가 조작같은 짓두 거리낌없이 했구요.
내 또래 샐러리맨에 비하면 적어두 열 배는 벌었을 걸요.
나라 : 반성하는 거에요, 아니면 자랑이에요?
태호 : 후회라고 해두죠. 돌이켜보면... 정말 대책없이 오만했거든요.
나라 : 지금두 별로 겸손해보이진 않아요.
태호 : (피식) 그러니까 그땐 얼마나 더 한심했겠어요? 그걸... 서울역 와서야 깨달은 거죠.
(웃음이 씁쓸해지며) 알록달록한 포장지 다 뜯고 봤더니, 알맹이는 보잘 것 없더라...
나라 : 저기... 나한테 미안해서 그러는 거면, 그럴 필요 없어요. 장태호씨 고해성사 들어줄 만큼 대단한 사람도 아니구요.
태호 : (진지하게 보는) 내가 어떤 인간이고, 무슨 일을 하다 여기까지 흘러 왔는지... 한번은 털어놓구 싶었어요.
나라 : ...저한테요?
태호 : (끄덕) ...
나라 : (눈빛으로 묻는) ...?
태호 : (잠시 말을 고른 뒤) 서울역 왔을 때... 처음으로 절 걱정해준 사람이거든요, 나라씨가.
나라 : (멋적은) 아... 뭐, 그거는... 제가 타고난 오지라퍼니까...
태호 : ...고마워요.
나라 : (멈칫, 새삼 보는) ...
태호 : (따뜻하게 보는) ...
나라 : (용기내서) 그럼... 하나만 부탁해도 돼요?
태호 : ...?
나라 : 앞으론 위험한 일에 끼어들지 마세요. 태호씨가 다치거나, 다른 사람 다치게 하는 일두 없게...
태호 : (담담히 보는) ...
나라 : (조심스러운) ...안되겠어요?
태호 : 아뇨. 나라씨 말대로 할께요. 대신...
나라 : (긴장) ...?
태호 : 여기 출입 금지부터 풀어줘요. 다른 식당은 너무 맛이 없어서.
나라 : (표정 풀리며 웃는) 벌써 먹구 있잖아요.
태호 : (다행이라는 듯, 빙긋) 그러네요.
태호, 다시 수저 들더니 맛나게 먹는다. 미소로 보다가 먹기 시작하는 나라.
마주 앉아 식사하는 두 사람 위로, 아침 볕이 환하게 비추고...
6. 교도소 / 감방 ( 낮 )
가느다란 빛줄기가 비추는 곳, 정좌하고 성경책을 읽는 작두의 뒷모습. 목덜미까지 그려진 문신이 선명하다.
철컹, 문이 열린다. 천천히 교도관을 돌아보는 작두, 인자하고 평온한 미소를 머금고 있다.
7. 교도소 앞 ( 낮 )
작은 출입구가 열린다. 가방을 둘러매고 나오는 작두, 교도관에게 인사한다. 어깨를 쳐주고 들어가는 교도관.
문이 닫히자 고개를 드는 작두, 바깥 공기를 심호흡한다.
그때 잰 걸음으로 뛰어오는 독사와 악어, 허리 굽혀 인사한다.
독사 : 어서 오십시오! 형님!
악어 : 이게 월매만이래유! 고생 많으셨쥬?
작두 : (미소로 끄덕이며 보는) ...
악어 : (가방 넘겨 받고, 주머니에서 담배갑 꺼내는) 거두절미하고... 싸제 담 배 한 대, 태우셔유.
작두 : (고개 젓는) ...끊었다.
독사, 악어 : (놀라서 보는) ...?
작두 : 니들두 끊어. 그거 뭐 좋다고.
독사, 악어 : (어리둥절한데) ...
작두 : (둘러보며) 배중사는?
독사, 악어 : (멈칫, 표정 굳는) ...
작두 : 뱀눈도 안보이네?
독사 :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악어 : 성님 안기시는 동안, 복장 터지는 일이 월매나 많았는지 몰러유. 서울역 분위기두 예전같지 않구유.
독사 : (나무라듯) 얼른 가서 시동 걸어.
악어 : (입을 삐죽 하더니, 차로 앞장 서는)
작두 : 무슨 일이야?
독사 : 가면서... 천천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작두 : (서늘하게 보다가) ...흥삼이는 여전하냐?
독사 : 예.
작두 : 내가 나오는 거 알지?
독사 : 알구... 있을 겁니다.
작두 : (묘한 눈빛으로) ...보구 싶네. 그 자식.
8. 펜트하우스 ( 오전 )
'들장미' 가곡이 흐르며... 턴테이블에서 돌아가는 LP.
흥삼, 거울 앞에서 옷매무새를 다듬고 있다. 다가오는 사마귀.
사마귀 : 김의원은 11시 반에 여의도, 2시엔 삼청동에서 문차관입니다.
흥삼 : 장태호가 정리해 둔 서류도 필요할 거야.
사마귀 : 챙겨 놨습니다.
흥삼 : (끄덕) ...
사마귀 : (잠시 보다가) 작두 형님, 오늘 출감합니다.
흥삼 : (멈칫, 거울로 보는) ...
사마귀 : 배중사가 사라진 거 알면... 찾으려고 나설 겁니다.
흥삼 : (코웃음) 그렇겠지. 의리에 죽고 사는 위인이니까... (문득) 독사하고 악어는?
사마귀 : 아직 별다른 낌새는 없습니다. 의심은 들겠지만 목격자도, 사체도 없으니까요.
흥삼 : (다시 옷맵시 추리며) 한 20년 썩다 나오면 좋았을걸. 그 성격에 모범수라...
그때 틱틱! LP가 튀면서 같은 소리가 되풀이된다.
흥삼, 다가가서 LP를 들고 살핀다. 펜트하우스 습격때 긁힌 듯, 스크래치가 선명한 표면.
찌푸리는 흥삼, 어떤 전조처럼 불길하고 언짢아지는.
9. 윤회장 저택 / 서재 ( 오전 )
노크 소리 나고 다급히 들어서는 정민, 멈칫 선다.
책상 너머 앉아 있던 윤회장과 그 옆에서 뭔가를 보고 중이던 윤재성(30대 중반, 윤회장 차남)이 돌아본다.
재성 : (입꼬리만 미소) 오랜 만이다, 너?
정민 : (뜻밖인) 작은 오빠... 아직 뉴욕에 있는 줄 알았어요.
재성 : 회사에 기둥 하나가 뽑혔는데, 받치러 와야지. 최이사님 솎아낼 때 너두 한 몫했다며?
정민 : (표정) ...!
윤회장 : 쫓겨난 사람 얘기할 거 없다. 무슨 일이냐?
정민 : (슬쩍 재성을 보는) ...
재성 : (느긋한) 난 신경쓰지 마. 회사도 아니고 가족끼린데 뭐.
정민 : 그룹 인사구조 개혁안... 중단하라는 연락을 받았어요.
윤회장 : 내가 시켰다.
정민 : (표정) 기전실에서 준비하고 있던 사안인데...
윤회장 : (말 자르는) 재성이가 할 게다.
정민 : (놀라서 윤회장과 재성을 번갈아보는) ...!
윤회장 : (서류철을 재성에게 돌려주고 일어나는) 인사 개혁을 하려면 그룹 속 사정을 알아야지.
그 부분은 강실장보다 재성이가 나을 게야.
정민 : 아빠!
윤회장 : 미래도시 사업이나 차질없게 추진해.
딱딱하게 끊고, 서재를 나가는 윤회장. 서운하고, 분한 정민이 못박힌 듯 서 있는데...
흐물거리는 미소로 다가서는 재성.
재성 : 강세훈이... 꽤 똘똘하다며? 그 줄, 매달려봤자 썩은 줄이다.
우리 어머니 돌아가셨다구, 죽은 느이 엄마가 본처되지 않는 것처럼...
정민 : (꿈틀! 노려보는) ...!
10. 한중그룹 / 세훈의 사무실 ( 낮 )
소파에 깊게 묻힌 채, 생각에 잠긴 세훈. 그 앞에 앉아있는 정민, 초조하게 기다린다.
이마를 꾹꾹 누르며 고심 중인 세훈.
정민 : (참다 못해) 언제까지 고민만 하고 있을 거에요? 회장님 설득해서 인사 개혁안부터 찾아와야죠!
세훈 : (여전히 생각 중) ...
정민 : 제 말, 듣구 있어요?
세훈 : (시선 들어, 정민을 보는) 정민씨 예전 남자친구 말이에요.
정민 : 네?
세훈 : 어떤 남자였어요?
정민 : 갑자기 그게 무슨... (표정 식으며) 그걸 왜 묻는데요?
세훈 : (태연하게) 같은 실수하지 않으려구요. 그 남자처럼... 정민씨한테 차이면 무척 괴로울 거 같거든요.
정민 : (정색하고) 작은 오빠가 그룹에 복귀했어요. 한가하게 연애 고민할 때가 아닐 텐데요?
세훈 : 나한테는 그게 더 심각한데...
정민 : (벌떡 일어나는) 실장님!!
세훈 : (천천히 일어나는) 회장님이 이쯤해서 윤재성 부사장, 불러들일 거라구 예상했습니다.
마라톤에 페이스 메이커... 혼자 달리는 것보다 기록 단축에 효과적이죠.
정민 : 자칫하면 실장님이 페이스 메이커가 될 수도 있어요. 우승 메달은 작은 오빠 차지가 되구요.
세훈 : 천만에요. 그 메달, 내가 직접 정민씨 목에 걸어줄 겁니다. (정민 어깨에 손을 얹고) 내 말... 믿어요.
정민 : (불안하지만 믿고 싶은) ...
11. 상가 사무실 ( 낮 )
휘파람 불면서 서류 챙기는 태호. 뜨악한 눈빛을 주고 받으며 태호를 쳐다보는 영칠과 오십장.
관심없는 듯, 영문 잡지를 읽고 있는 조회장.
해진은 굳은 표정으로 태호를 본다.
오십장 : (태호에게 다가와서, 흐물흐물 웃는) 그려. 고것이 사는 낙인겨.
태호 : 네?
오십장 : 곱디 고운 애기씨가 채려준 아침밥 든든히 먹응게, 사타구니에 방울 소리나게 일헐 기운도 넘치구...
고것이 사내의 낙 아니것는가?
영칠 : (키보드 세게 두드리며) 식당이니까 밥 먹지, 그게 뭐 대단하다구...
오십장 : 음마? 너 시방 질투허냐? 뱁새 가랑이 찢어질라고?
영칠 : (괜히 모니터 탕탕 치는) 바이러스 먹었나! 왜 이래, 이거!
해진 : (다가와서 조용히) 태호씨. 나 좀 봐.
태호 : ...?
12. 상가 사무실 / 복도 ( 낮 )
태호와 해진, 한쪽에 마주 선다. 해진은 평소답지 않게 진지한 표정..
해진 : 대체 어쩔 생각이야?
태호 : (웃으며) 다들 오바 심하네. 나라씨하군 그냥 화해한 거에요.
해진 : 그거 말구... 진짜 곽흥삼 쫄따구 되기루 결심한 거야?
태호 : (표정) ...
해진 : 정사장 털어먹는 작전이야, 우리가 살아야 되니까 그랬다 치구, 사실 미래도시니 뭐니... 난 좀 불안해.
태호씨나 우리가 끼어들 건수도 아니다 싶구.
태호 : 기다려봐요. 일만 잘되면 다들 두둑하게 챙겨줄 테니까.
해진 : (찌푸리는) 그런 뜻이 아니잖아. 넘버원까지 치고 올라가겠다는 결심은 어따 팔아 먹었어?
요샌 복싱 배우는 것도 관뒀다며?
태호 : 쉬운 길로 가려구요.
해진 : 뭐?
태호 : 어려운 길만 고집하다 이 모양, 이 꼴 됐거든. 이젠 무료 급식도 못먹겠구, 지하도 맨 바닥에서도 자기 싫어요.
그 생활이 그리우면 언제든 돌아가요. 가겠다는 사람은 안잡을께.
해진 : (서운한) 누가 간댔나? 말이 그렇다는 거지... (빈정 상해서 툭 던지는) 종구 형님이 들으면 서운하겠다.
태호 : (멈칫, 그러나 담담하게) ...그 사람 서운하지 말라구, 내 인생 서운하게 만들 순 없죠.
13. 복싱 체육관 앞 ( 낮 )
종구, 낡은 상가 건물에서 나온다. 고개 돌려 건물을 올려다 보면 복싱 체육관 간판.
우울한 종구의 표정 위로...
관장 : (50대 남자-소리) 니 나이에 현역은 무리다. 괜한 욕심 부리지 말구, 여기 나와서 애들이나 가르쳐.
종구, 주머니에서 메모지를 꺼내서 본다.
‘##체육관-경식이형’ ‘**복싱-영규’ 등등, 체육관과 지인들 이름이 대 여섯 줄 적혀 있는데 모두 줄이 죽죽 그어져 있다.
메모지 구겨서 버리는 종구, 휘적휘적 간다.
14. 더 클럽 / 홀 ( 오후 )
들어서는 미주. 영업 준비하던 종업원들이 인사한다. 구석자리를 흘끔거리는 종업원들.
미주, 그쪽을 보면 홀 구석 자리, 종구가 우두커니 앉아 있다.
미주, 언뜻 흔들리는 눈빛. 그러나 표정 고치고 다가가는.
미주 : 여기서 뭐해요, 술도 끊은 사람이...
종구 : (묵묵히 허공만 보는) ...
미주 : 아저씨?
종구 : 이빨 빠진 호랑이는 굶어 죽겠냐... 채식을 하겠냐?
미주 : 선문답은 절에 가서 하셔야죠. 여긴 술집이에요.
종구 : 세상 사는 요령은 나같은 놈보다 미주 니가 빠끔이잖어. 한마디 가르침 좀 달라 이거다.
미주 : 비아냥거리지 마세요. (돌아서려는데)
종구 : 미주야.
미주 : (보는) ...?
종구 : (일어나서, 다가오는) 심부름 센터 말이다. 은지 찾아달라구 일 맡긴데... 요즘은 연락 없냐?
미주 : 없어요.
종구 : 전화해서 닦달해봐. 돈 더 달라구 하면 내가 구해볼께.
미주 : (물끄러미 보는) ...
종구 : 은지 그 녀석, 잘 살구 있는 거만 내 눈으로 확인하려구... 그 담엔 어디 산 속에 들어가 약초나 캐구 살란다.
뭐, 것두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미주 : (담담히) ...채식하는 호랑이가 되겠네요.
쓰게 웃고 미주를 지나치는 종구.
그 뒷모습이 안스러운 미주, 그러나 표정을 단단히 고치고.
미주 : 아저씨.
종구 : (돌아보는) 어.
미주 : 은지는... 앞으로 직접 찾으세요. 심부름 센터 연락처 줄게요.
종구 : (표정) ...!
미주 : (애써 무표정하게) 어쨌든... 아저씨 딸이잖아요.
종구 : (실망, 허탈해지고) ...안다. 너한테는 남의 일이지.
꼿꼿하게 서서 응시하는 미주. 그때 전화벨 울리자 돌아서서 받는 미주.
종구는 아픈 눈빛으로 바라보는데...
미주 : 네... 몇 명이나? ...알았어요. 준비할께요 (듣다가 표정 굳는) ...!!
종구 : (힘없이 돌아서는) ...
미주 : (전화 끊고, 불안한) 들었어요?
종구 : (돌아보는) ...?
미주 : ...출감했대요.
종구 : (알아듣고 표정) ...!
15. 공원 일각 ( 오후 )
작두가 독사, 악어와 함께 걸어온다. 낯익은 고참 노숙자들과 아는 척하고, 어깨도 쳐주고, 볼도 두들겨 주고...
황송하게 인사하는 양씨, 웃고 있지만 못내 불안한 표정.
독사와 악어는 따분하고 귀찮지만 대놓고 티를 못낸다.
오랜 만에 돌아온 서울역 주변을 고향인 듯 감개무량하게 둘러보는 작두. 그 푸근한 얼굴 위로.
해진 : (소리) 5년 전에 노숙자 하나를 죽였대.
16. 상가 사무실 ( 오후 )
둘러 앉아 짜장면, 짬뽕을 먹는 태호와 해진, 조회장, 영칠, 오십장.
해진 : 별 거 아닌 걸루 시비가 붙었는데 그 자리에서 눈이 뒤집혀갖구, 야구 빠따로 얼굴을 아주 뭉개놨다드만!
영칠 : (면발 삼키다 진저리) 어이구... 밥 먹는데, 진짜...
태호 : (생각에 잠기는) ...
조회장 : (태호를 흘끔 보는) ...
해진 : 한번 폭주하면 브레이크가 안걸리는 또라이래. (둘러보며) 다들 조심 해!
오십장 : 고런 잡것은 가막소가 아니라 정신병원에 처넣어야제!
조회장 : 이거 봐, 차이사.
해진 : 예?
조회장 : 자네가 그 친구에 대해서 좀 더 알아봐.
해진 : (당황) 제... 제가요?
조회장 : (냅킨으로 우아하게 입 닦으며) 인사가 만사라고 하지 않나?
우리 장이사가 업무에 매진하려면 애꿎은 걸림돌이 없어야지.
태호 : 괜찮습니다, 회장님.
조회장 : 회장이 지시하면, 분부대로 따르는 게 아랫 사람들 도리야. (해진에게 다짐받듯) 알아보도록 하게.
해진 : (울상이지만) ...네.
해진, 어떡해야 되나 싶어 돌아보면 태호는 혼자 생각에 잠겨 있고...
17. 지하철역 / 코인로커 ( 오후 )
코인로커를 여는 작두, 안주머니에서 낡은 편지봉투를 꺼낸다.
의미심장하게 내려다보는 작두. 이내, 주위를 둘러보더니 봉투를 넣고 문을 잠근다.
18. 더 클럽 / 내실 ( 저녁 )
거나하게 차려진 술상.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
상석에 흥삼, 그 옆에 미주. 독사와 악어 등은 여자를 하나씩 끼고 앉아있고 말석엔 태호가 혼자 있다.
슬그머니 시계를 보는 독사, 초조하다. 작두를 위해 비워놓은 옆자리.
입을 굳게 다문 흥삼, 심기가 불편하고...
사마귀가 들어선다. 귓속말을 듣고, 꿈틀! 눈썹 일그러지는 흥삼, 자리에서 일어난다.
황급히 따라 일어나는 태호와, 독사, 악어등.
독사 : 작두 형님, 곧 올 겁니다.
흥삼 : (무시하고, 사마귀에게) 펜트 하우스로 데려와.
사마귀 : 예.
나가는 흥삼을 뒤따라가는 미주. 사마귀도 내실을 나가려는데.
악어 : (태호와 사마귀 들으라는 듯) 든 자리는 몰러두, 난 자리는 안다구... 배중사가 없응게 썰렁하구먼.
(넌지시 쳐다보는) 대관절 워디루 갔을까나... 우리 배중사...
사마귀 : (냉랭한) 회장님두 걱정하구 계십니다.
악어 : (태호에게) 동상은 뭐 아는 거 읎어?
태호 : (표정 관리하며) 글쎄요.
악어 : 허기사... (독사를 돌아보며) 우리 남바 쎄븐이는 요새 넥타이 매구 고급진 사업헌다구 바쁠규.
독사 : (태호에게 다가서는) 만에 하나... 배중사한테 무슨 일 생겼으면... (사마귀도 돌아보고) 느이들도 무사하지 못한다.
태호 : (싸늘하게 마주 보는) ...
19. 더 클럽 / 홀 ( 저녁 )
굳은 표정의 흥삼, 출구로 향한다. 서둘러 따라붙는 미주.
미주 : 조심하세요.
흥삼 : (돌아보는) ...?
미주 : 배중사 실종된 거... 회장님 지시라는 소문이 돌구 있어요.
흥삼 : (차가운 미소) 소문은 힘이 없어. 중요한 건 팩트지.
미주 : 감옥에서 나온 사람도... 그렇게 생각할까요?
흥삼 : (멈칫, 이내 표정 느긋해지며) 니가 신경쓸 문제 아니다. 넌, 가끔씩 류씨나 챙겨줘.
늘그막에 실연당했다구 다시 약쟁이 돼버리면 손해보는 건 나거든.
미주 : 은지 있는 곳은... 언제 알려줄 거에요?
흥삼, 대답 대신 미주의 뺨을 스치듯 만지고 돌아선다. 불안하게 바라보는 미주.
20. 지하도 일각 ( 저녁 )
종이컵에 채워지는 사이다. 작두가 소주와 과자 부스러기로 술추렴하는 노숙자 대 여섯과 둘러 앉아 음료수를 마신다.
해진과 영칠, 양씨와 최군도 동석했다. 평온한 작두의 표정을 몰래 흘끔거리는 해진.
양씨 : (송구하고 불편하고) 어쩐대요? 변변히 대접할 것두 없는데...
작두 : 과자두 맛나고, 사이다도 시원하구... 딱 좋아.
최군 : (조심스레) 술 한잔 받으시겠어요?
작두 : (고개 젓는) 아니. 이젠 술 안해.
양씨 : 모범수로 나오셨다드만... 참말루 많이 변하셨네요.
작두 : (인자한 미소) 죄를 지었으니 반성을 해야지. (둘러보며) 자네들은 죄 짓지 말구 살어. 그래야 사람 대접 받어.
영칠 : (해진에게, 나즈막히) 걸리면 다 썰어버리는 상또라이라면서요? (흘끔 작두를 보고) 파리 한마리 못죽이겠구만.
해진 : (계속 작두를 탐색 중) ...
작두 : (양씨에게) 그래서... 배중사 봤다는 사람은 못찾았나?
양씨 : (콧등을 긁는) 영등포역까지 수소문해봤는데... 죄다 모르겠대요.
작두 : (시무룩, 생각에 잠기는) ...
해진 : (잔을 권하며) 저기, 형님. 시원하게 한잔 드시죠.
작두 : (쳐다보는) ...
해진 : (변죽좋게) 차해진이라구 합니다. 작두 형님 명성만 듣다가 이렇게 뵙게 돼서 지인~짜 영광입니다.
작두 : (멋적게 웃는) 명성은 무슨...
해진 : 아유, 겸손하시긴... 그때 무용담 얘기나 해주세요. 대단하셨다구 들었는데...
작두 : (일순, 표정 서늘해지는) 뭐가?
해진 : 네?
작두 : 뭐가 대단해?
해진 : 아, 그러니까... 형님만 떳다하면 노숙자들이 벌벌 떨었다고...
작두 : 그게 대단하냐?
해진 : (긴장하는) 어... 제가 무슨 실수라도...
작두 : (초점없이 싸늘한 눈빛) 아니, 내가 묻고 있잖아. 대단하다며? 그럼 뭐가 대단한지 니가 말해줘야지.
말문이 막힌 해진, 마른 침을 삼킨다. 겁에 질려 눈알만 굴리는 영칠, 양씨, 최군 등.
작두는 여전히 해진을 뚫어지게 노려보면서...
작두 : 말해 봐. 대단한 게 뭔데?
해진 : (더듬으며, 겨우 주워 섬기는) 싸움도 잘하시고... 또... 카리스마도 넘치시구...
작두 : 그게 다야? 그거면 대단해?
해진 : 저기... 형님.
작두 : (천천히 손을 뻗어 해진 멱살을 틀어쥐는)
해진 : (켁! 숨이 막히는) ...!
작두 : (바짝 끌어당기며) 아까부터 내 눈치 살살 봤잖아. 그럼 뭐 더 할 말이 있어야지.
(광기서린 묘한 눈빛, 말투는 차가운) 말해봐, 새꺄... 뭐가 대단한 건데?
해진 : (공포에 질린 채) ...
작두 : (더욱 조이며) 응? 뭐냐구?
사마귀 : (소리) ...형님.
쓰윽 돌아보는 작두. 사마귀가 표정없이 서 있다.
작두 : (미소) 여어... 사마귀. 그동안 키 많이 컸다?
사마귀 : 회장님이 따로 보자구 하십니다.
작두 : 누구? 흥삼이?
사마귀 : (꿈틀) ...회장님입니다.
작두 : (피식) 어, 그래. 다 먹었어. (문득 해진을 돌아보고, 멱살을 푼다. 다정하게 옷 털어주며) 미안해, 형씨. 응? 기분 풀어.
해진 : (긴장 풀리며 멍한) ...
21. 펜트 하우스 ( 밤 )
흥삼이 서류를 검토 중이다. 맞은 편에 앉아 있는 태호.
태호 : 이번 주 안에 강세훈 실장 만나기로 했습니다. 디테일한 내용은 그때 다시 조율할 겁니다.
흥삼 : (끄덕, 서류 돌려주며) 고생했다. 그럼 나두 선물 하나 줘야지.
태호 : ...?
흥삼 : (씩 웃고) 떡대가 자수했어.
태호 : (표정) ...!
흥삼 : 느이 선배 사건, 정사장 명령으로 저질렀다고 자백할 거다. 그쪽 식구들 챙겨주는 조건으로 혼자 독박쓰기로 했어.
(태호 표정 보더니) 반응이 미지근하다? 태호 너, 살인누명 벗은 거야 임마.
태호 : 그럼 정사장은...
흥삼 : 해외 도피한 걸로 입 맞췄다. (코웃음) 지금쯤... 염라대왕 상대로 돈 놀이하구 있겠지만.
(생각난 듯) 아, 그래도 대동 바이오건은 여전히 수배중이다. 검찰하고 금감원에 줄은 대고 있는데,
수배 풀려면 시간이 좀 걸릴 거야.
태호 : (얼떨떨한) ...감사합니다.
흥삼 : (미더운 웃음) 감사해야지. 내 덕분에 탄탄대로 타게 됐는데.
태호 : (따라 웃어보는데, 자연스럽지 않고) ...
22. 펜트 하우스 / 복도 ( 밤 )
안에서 나오는 태호. 때마침 엘리베이터 열리고 사마귀와 작두가 내린다.
작두의 포스에 멈칫, 긴장해서 보는 태호.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다가오는 작두, 태호 앞에 멈춘다.
작두 : 니가 장태호냐? 뱀눈 제낀 넘버 세븐?
태호 : (살짝 목례) ...
작두 : 나... 넘버3 작두다.
태호 : 예...
작두 : 독사랑 악어한테 니 얘기 많이 들었다. 재미있더라.
태호 : 그렇... 습니까?
작두 : 또 보자.
어깨를 툭 쳐주고 지나가는 작두.
돌아보는 태호, 만만치 않은 느낌...
23. 펜트 하우스 ( 밤 )
실내를 둘러보며 벌쭘하게 서 있는 작두.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흥삼이 침실에서 내려온다.
흥삼 : (환한 미소로) 어서 오슈. 고생 많았어.
다가온 흥삼, 조금 과장되게 포옹하고 두드려준다.
심드렁히 서 있는 작두. 사마귀는 문가에서 긴장 풀지 않고 지켜보고.
흥삼 : 환영파티 거하게 준비했는데, 바람이나 맞히구... 섭섭하네.
작두 : 바빴어. (간보듯 던지는) ...배중사 찾느라구.
흥삼 : (표정 변화 없는) 앉읍시다. (사마귀 보는) 뭐 좀 마시자.
사마귀 : (움직이려는데)
작두 : 됐구, 쟨 좀 내보내라. 우리끼리 묵은 얘기나 하게.
사마귀 : (멈칫, 흥삼을 보는)
흥삼 : 부르면 들어와.
사마귀 : (불안한) 회장님...
흥삼 : 나가 있으라니까.
24. 펜트 하우스 / 복도 ( 밤 )
밖으로 나온 사마귀, 팔목에 가볍게 스냅을 준다. 소매에서 미끄러져나온 나이프가 손에 잡힌다.
칼을 쥔 사마귀, 닫힌 문에 붙어선다. 여차하면 뛰어들 눈빛으로 귀를 기울이는.
25. 펜트 하우스 ( 밤 )
소파에 마주 앉은 흥삼과 작두, 담담한 눈빛으로 서로를 응시하지만 떠도는 공기는 팽팽한...
작두 : 말두 안되는 소문을 들었어.
흥삼 : (담담히 보는) ...
작두 : 흥삼이 니가... 배중사를 담궜네 어쨌네...
흥삼 : (어이없이 웃는) 이 바닥에 안좋은 소문은 다 내가 한 짓이랍디다. 유명세같은 거지.
작두 : 확실히... 아닌 거지?
흥삼 : (웃음기 담은 채 끄덕) ...
작두 : (그제야 안도하며) 그래. 나도 아닐 거라구 생각했다. 우리가 어떻게 서울역을 접수했냐?
별의별 건달패에 양아치 상대해가면서... 의리 하나로 여기까지 온 거 아니냐?
니가 아무리 넘버원이라두, 독사나 악어, 배중사... 그 녀석들 고생한 거 잊으면 안된다.
흥삼 : (미소) 여전하시구랴.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 성격...
작두 : 배중사부터 찾아. 만약 누가 해꼬지했으면, 그 놈도 찾아내고... 뒷처리는 내가 할 거다.
흥삼 : 찾아보긴 하겠지만... 너무 기대는 마슈.
작두 : (표정) ...?
흥삼 : 워낙 뜨내기들이 들락거리는 동네 아뇨? 담근 놈도, 담긴 놈도... 흔적없이 사라지는 거야 일도 아니지.
작두 : (쌔하게 노려보며) 5년 전에 니가 제낀 그 자식처럼?
흥삼 : (표정) ...!
작두 : (쓰윽 몸을 기울이고) 이제 와서 생색내긴 싫은데... 어쨌든 흥삼이 니 대신 다섯 바퀴 돌구 나왔다.
이정도 부탁할 자격은 있잖아? (나즈막히, 위압적으로) 빨리 배중사 찾아내. 그래야 진짜 넘버원이지.
흥삼 : (미동없이 보는) 기다려보쇼. 모범수답게 모범적으로 지내시면서...
작두 : (씨익 웃더니, 문쪽을 향해) 얘기 끝났으니까 들어와. 거, 손에 든 장난감은 치우고.
조용히 들어서는 사마귀, 나이프는 이미 소매 속에 감췄다.
작두 : (일어나다가, 생각난 듯) 종구는 아직두 버스에 처박혀 사냐?
흥삼 : (냉소적인) 감옥살이로 치면 그쪽이 더 고참일 걸? 류씨야 자발적 무기징역 아뇨?
26. 폐차장 ( 밤 )
조명 아래서 샌드백 두드리는 종구. 퍽퍽, 주먹 날리다가 통증 느끼며 샌드백을 끌어 안는다.
옷을 걷어서 본다. 드레싱해놓은 옆구리에 피가 번져 있다. 찡그리는 종구.
작두 : (소리) 살살 해라. 살살...
돌아보는 종구. 가방 둘러멘 작두가 히죽히죽 웃으면서 다가온다.
작두 : 벼락치기 해봤자 몸만 상해요.
종구 : (긴장 감추고 덤덤한) 나왔다는 얘기, 들었어.
작두 : 며칠 신세 좀 져야겠다.
종구 : (표정) 여기서?
작두 : 지하도에 가면 애들이 불편하잖아.
종구 : 잘 데 필요하면 흥삼이한테 말하지.
작두 : (고개 젓는) 돈 냄새 때문에 코 썩겠더라구. 이젠 사업가 다 됐어, 그 자식. 예전엔 정두 넘치고, 의리도 제법 있었는데...
종구 : 것두 다 옛날 얘기다.
작두 : 넌, 서마담하구 아직두 그 타령이냐?
종구 : (멈칫 했다가) 남는 매트리스 하나 있을 거야. 깔구 자라.
작두 : 니들두 참 어지간하다. 응?
종구 : (못들은 척 돌아서는데)
작두 : 우리 파티는... 뒤로 좀 미뤄야겠다.
종구 : (돌아보는) ...?
작두 : 배중사 일부터 해결보구, 그 담에 붙자. (종구 표정에) 설마... 잊어 버렸냐? 5년 전에 파티 붙기로 했던 거.
그때 내가 빵에만 안갔어도..
종구 : (말 자르는) 넘버 투 자리 탐나면 그냥 가져. 난 관심없다.
작두 : (코웃음) 에헤이, 엄연히 규칙이 있는데... 규칙대로 해야지. (한발 다가서서) 1381승, 425패다.
종구 : (굳은 표정으로 보는) ...
작두 : (싱글거리며) 빵에 있는 동안... 매일 너랑 붙었거든. (자기 머리 톡톡 건드리며) 요 안에서...
종구 : 미친 놈...
작두 : (눈빛 매서워지며) 아직 덜 미쳤어. 그러니까... 파티 피하지 마라, 종구야.
종구 : (입을 굳게 다무는) ...
27. 폐버스 안 ( 밤 )
매트리스에 누운 작두, 태평하게 코 골며 잔다.
종구, 군용 침대에 걸터 앉은 채, 작두를 물끄러미 보고 있다.
그러다 자기 주먹을 내려다본다. 쥐었다폈다 하는 종구. 작두를 상대할 수 있을까...
배를 긁으며 뒤척이는 작두. 종구, 그 모습 보며 떠오르는...
종구, 작두 : (헉헉, 가쁜 숨소리)
28. 거리 일각 ( 과거, 낮 )
숨이 턱에 닿도록 뛰어오는 종구와 작두. 자막 ‘5년 전’
29. 뒷골목 ( 과거, 낮 )
툭! 피 묻은 야구 배트가 땅바닥에 떨어져 구른다.
양복이며 얼굴에 핏방울이 튄 흥삼, 무표정하게 어딘가를 본다. 피투성이가 돼서 엎어져 있는 어떤 남자.
골목에 들어선 종구와 작두, 눈 앞의 광경에 얼어붙는다.
황급히 다가앉는 종구, 사내의 경동맥에 손을 대보는데, 이미 숨졌다.
작두, 어이없는 듯 흥삼을 돌아본다.
흥삼 : (싸늘한) 누군지, 왜 죽였는지... 알려구 들지 마.
시체로 다가가는 흥삼, 사내의 지갑이며 소지품을 꺼내더니 준비해둔 비닐 봉투에 담는다.
기가 막혀서 서로를 쳐다보는 종구와 작두.
그때 멀리서 순찰차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멈칫, 고개 들었던 흥삼, 손길이 빨라진다.
묵묵히 보던 작두, 천 쪼가리를 주워서 야구 배트에 묻은 지문을 닦기 시작한다.
멈추고 돌아보는 흥삼.
흥삼 : 뭐하는 거야?
작두 : 짭새들 금방 올 거다. 어서 피해.
흥삼 : 작두!!
작두 : (흥삼의 어깨를 짚고, 진지한) 이제 겨우 서울역에 자리 잡았어. 이럴 때 넘버원이 빵에 가면 조직은 파토나는 거야!
흥삼 : ...!!
작두 : (종구를 돌아보는) 뭐해, 임마! 데리구 가!
종구 : (망설이는) 너... 진짜...
작두 : 파티는 나중에 붙자. 죽어라 연습해 둬.
작두, 시체에 다가가더니 손에 피를 묻힌다. 그 피를 다시 자기 얼굴과 목덜미에 바르는 작두.
말문이 막힌 채 바라보는 흥삼과 종구.
작두 : (피칠갑이 된 얼굴로 씨익 웃는) 가진 거 쥐뿔도 없는 노숙자, 거지 새끼들인데... 의리 하나라두 챙겨야지. 안그래?
흥삼, 종구 : (섬뜩한 느낌) ...
30. 뒷골목 ( 현재, 낮 )
씬이 바뀌면, 5년 전과 같은 장소.
대충 걸터앉은 흥삼, 그날을 떠올리며 착잡한 표정이다. 다가와 서는 사마귀.
사마귀 : 독사 형님하고 악어 형님... 배중사 건으로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는 모양입니다.
흥삼 : 작두 출감하는 날만 기다린 놈들이야. 원님 덕에 나발 부는 거지.
사마귀 : 제가... 작두 형님한테 털어 놓겠습니다.
흥삼 : (흘끔 보는) ...?
사마귀 : 앞뒤 상황을 설명하면 형님도 이해하실 겁니다.
흥삼 : (차가운 미소) 마귀야.
사마귀 : 예, 회장님.
흥삼 : (털고 일어나는) 그럼 너... 작두 손에 죽는다.
사마귀 : (표정) ...!
흥삼 : 그 다음엔 장태호가 박살나고... 마지막은 내 차례가 되겠지. 작두가 미쳐 날뛰면 서울역에 피바람이 불 거야.
사마귀 : (잠시 보다가) 아니면... 조용히 처리하겠습니다.
흥삼 : (싸늘해지는) ...말 조심해.
사마귀 : (멈칫) ...!
흥삼 : 내 대신... 살인죄까지 뒤집어쓴 남자다.
31. 폐버스 ( 낮 )
정좌한 작두, 성경책을 읽고 있다. 그 차분한 표정 위로.
흥삼 : (소리) 천사 놀이에 푹 빠져 있는데... 굳이 악마를 깨울 필요는 없어.
성경 구절에 감동받은 작두, 눈가가 촉촉해진다. 훌쩍, 눈물과 콧물 닦아내고...
32. 무료 병원 앞 ( 낮 )
서둘러 걸어오는 태호, 표정이 밝다. 손목시계를 확인하고 얼른 병원 입구로 들어선다.
33. 무료 병원 / 접수대 ( 낮 )
안쪽에서 나오는 종구, 드레싱을 마친 듯 상의 단추를 잠근다.
나라 : (따라나오며 종알종알) 아저씬 터미네이터두 안봤어요? 그런 인조인간두 다치면 수리를 하거든요?
사람 몸두요, 상처가 아물 때까진 무리 하면 안되는 거에요. 자꾸 상처가 덧나잖아요!
종구 : 일절만 하자, 일절만.
나라 : 아저씨가 4절까지 부르게 만드니깐 하는 소리죠.
종구 : 어째 너, 갈수록 니네 할매 잔소리를 닮아가냐?
나라 : (질색하며) 우와, 이 아저씨... 말씀 막 하시네!
태호 : (들어서는) 나라씨... (하다가 종구를 보고 멈칫) ...!
종구 : (텁텁하게 보는) ...
나라 : (번갈아보며) 두 사람, 싸웠어요?
태호 : 싸우긴요... (화제 돌리는) 교대 시간 아니에요?
나라 : 금방 옷 갈아입구 나올게요. (의아해하는 종구와 시선 마주치자) 데이트하기로 했거든요.
태호 : (당황하며) 저기, 나라씨...
나라 : (태연한) 아차, 비밀루 해야 되나?
히힛 웃고 안으로 들어가는 나라. 태호와 종구, 벌쭘하게 서 있다.
태호 : (종구의 배를 흘끔 보는) 아직두... 안좋아요?
종구 : 니 걱정부터 해.
태호 : ...?
종구 : 작두라고... 서열 3위, 출감했다.
태호 : (표정) 잠깐 봤습니다.
종구 : 배중사 찾겠다구 독이 바짝 올랐더라. (넌지시) 너하군... 관계 없냐?
태호 : ...예.
종구 : 그럼 다행이구... (문으로 가며) 혹시라두 엮이지 않게 조심해. 작두한테 걸리면 흥삼이두 너, 카바 못쳐준다.
태호 : (병원 나가는 종구를 묵묵히 보는) ...
34. 폐건물 / 수술실 ( 오후 )
쿵! 악어를 벽으로 밀어붙이는 독사, 멱살을 틀어쥔다.
독사 : 너 이 새끼... 지금 뭐라구 했어! 다시 말해 봐!
악어 : 켁.. 켁! 숨 넘어가겄네... 이거 놔유... (확 뿌리치며) 놓으라니께!
독사 : (이글거리며 보는) 배중사 등 떠밀어서 장태호 담그라구 했어? 엉?
악어 : (목을 만지며) 누가 등을 떠밀어유? (슬그머니 둘러대는) 장가 놈이 하두 설쳐대니께 한따까리해야되지 않겄느냐,
걍 지나가는 말은 했쥬.
독사 : (수술대를 짚고 고개 숙이는) ...
악어 : 성님?
독사 : (침통한) 배중사... 실종 아니다. 벌써 어디 파묻혔어.
악어 : (믿기지 않는) 장태호헌티... 당했다구유?
독사 : (돌아보며 버럭) 멍청한 새꺄! 사마귀가 처리한 거야! 큰형님 오다 받아서!
악어 : ...!!
분노가 치미는 독사, 수술대를 쾅! 내리친다.
멍해서 보던 악어, 서서히 살기가 피어 오른다.
악어 : 그러믄... 복수해야쥬.
독사 : (멈칫, 돌아보는) 너 이 새끼... 큰형님한테 맞서겠다구?
악어 : (고개 젓는) 우덜이 누구 땜에 이러케 됐슈?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자꾸 빼내구 있잖유.
(다가선다, 의뭉스러운 눈빛) 장태호가 쥐두새두 모르게 배중사를 제꼈다더라...
그 소문 한마디만 작두 성님 귀에 들어가면... 장태호는 그날루 송장되는규.
독사 : (표정) ...!!
악어 : 알잖아유. 작두 성님, 한번 헤까닥하믄 큰성님두 손 못대는 거.
독사 : (그 말을 곱씹듯 악어를 응시하는) ...
35. 산동네 일각 ( 오후 )
카트에 실린 보온 박스. 그 안에 도시락이 들어 있다.
약간 한심한 기분으로 기다리는 태호. 배달 마친 나라가 쪽문을 열고 나온다.
나라 : (박스에서 도시락을 꺼내며) 이제 다섯 집만 더 돌면 돼요.
태호 : 나라씨.
나라 : 네?
태호 : 오늘 나라씨하구 공연이든, 영화든... 뭐 그런 거 볼까 했거든요.
나라 : 아휴. 난 극장같이 깜깜한 데 들어가면 금방 코 골아요.
태호 : 근사한 데서 저녁두 먹구요.
나라 : 뭐하러 돈 써요? 도시락 2인분 남으니까, 그거 먹으면 되죠.
태호 : 그래두 우리, 첫데이트 아닙니까?
나라 : 하구 있잖아요. 재미없어요?
태호 : (어이없는) 데이트는 핑계고, 첨부터 부려먹을 생각이었죠?
나라 : 봉사는 자발적으로! 기쁜 마음으로! (생긋 웃고) 저기 전봇대 보이죠? 오늘의 마지막 난코스니까... (주먹 으쌰하며) 화이팅!
다람쥐처럼 뽀르르 앞장서서 가는 나라. 태호, 기가 막혀 픽 웃더니 카트를 끌고 따라간다.
36. 산동네 / 정자 ( 오후 )
산동네와 빌딩숲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위치. (서울역이 보이면 더 좋고)
정자에 걸터앉은 태호와 나라가 도시락을 까먹고 있다.
나라 : (어딘가를 가리키며) 저쪽 빌딩 있는 데가 원래 쌀집이었어요. 그집 쌀이 좋아서 우리 식당두 단골이었는데...
(다른 곳 가리키며) 저기 저 건물은 고물상 자리였구요. 공터가 넓었거든요.
학교 끝나면 애들하고 고무줄 놀이하구, 줄넘기도 하구 그랬어요.
태호 : (따뜻하게 보는) 나라씨는... 이 동네가 좋은가봐요?
나라 : 고향 싫어하는 사람두 있어요?
태호 : 서울역이 고향이라고 하면 좀 이상하게 들릴 걸요.
나라 : ...그런가? (혼자 생각에 씁쓸히 웃는)
태호 : (가만히 보다가) 병원 일에 봉사활동까지... 힘들죠?
나라 : 이젠 습관이 돼서 괜찮아요.
태호 : 힘들면 좀 놀아두 돼요.
나라 : (고개 돌려 보는) ...?
태호 : 나라씨 또래 여자들은 쇼핑도 하구, 클럽도 다니구, 여행도 가고... 훨씬 재미나게 살거든요.
나라 : 그런 게 재밌어요? 난 잘 모르겠던데.
태호 : 제대로 안해봐서 그래요.
나라 : ...?
태호 : 여우가 그러잖아요. 저 포도는 분명히 시어서 맛이 없을 거라구...
나라씨도 비슷해요. 한번도 해본 적 없고, 손에 넣을 수도 없으니까 미리 짐작해버리는 거죠.
나라 : (살짝 빈정 상하는) 장태호씨는 그 좋은 것들, 다 즐겨 봤겠네요?
그래서 그렇게 죽어라 싸우는 거에요? 옛날 그 생활로 다시 돌아가구 싶어서?
쓰게 웃는 태호, 일어나서 몇 걸음 가더니 도심을 내려다본다. 새초롬히 지켜보는 나라.
태호 : 난... 악당이 될 겁니다.
나라 : (표정) ...!
태호 :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는 악당이 돼서 저 아래 흘러 넘치는 돈과 힘, 전부 가질 거에요.
(돌아본다, 나라를 똑바로 보며) 나라씨는 천사가 돼요. 나라씨가 하구 싶은 거, 다 할 수 있게... 내가 도와 줄께요.
물끄러미 보던 나라, 갑자기 도시락을 주섬주섬 치운다.
다가오는 태호. 나라, 짐을 챙겨서 일어난다.
나라 : (냉랭한) 따라와요.
태호 : 나라씨?
나라 : 가요. 보여줄 게 있으니까.
태호 : ...?
37. 골목 일각 ( 오후 )
화단에 쪼그리고 앉은 나라. 그 옆에서 내려다보는 태호, 의아하고.
나라 : (흙을 다독이며) 이 꽃밭이... 내 고향이에요.
태호 : ...네?
풀꽃들 보며 아련해지는 나라. 그 표정 위로... 갓난아이 울음.
38. 골목 일각 ( 과거, 아침 )
칼바람이 분다. 몸을 움츠린 장군할매(50대 전후), 종종걸음으로 오다가 갓난애 울음 소리에 멈춘다.
골목 한쪽(현재 화단이 있는 위치), 포대기를 꼭 끌어안고 웅크린 채, 얼어있는 노숙女.
할매 : (놀라서 흔드는) 여봐, 색시! 색시! 눈 떠보드라고!
미동없는 노숙女. 할매, 이미 동사했음을 깨닫고 사색이 된다.
차가워진 품 안에서 얼굴이 빨갛게 울어대는 젖먹이.
할매, 포대기를 안고 아이를 어른다. 애처럽고 안스러운 할매 표정 위로.
나라 : (소리) 아빠는 누군지도 모르고... 노숙자였던 엄마는 그해 겨울에... 바로 이 골목에서 돌아가셨어요.
39. 할매 식당 ( 현재, 오후 )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철지난 트로트. 양반다리로 앉은 할매가 노래를 흥얼거리며 파를 다듬고 있다.
나라 : (소리) 할머니는... 피 한방울 안섞인 저를 입양해서 지금까지 키워 주셨구요.
누가 내 얘기를 하나... 찡그리며 귀지를 파는 할매.
40. 골목 일각 ( 오후 )
태호 앞에 마주 서는 나라, 담담하게 바라본다.
나라 : 엄마 품에서 얼어죽을 뻔 했던 아이가... 이렇게 자랐구, 살아가고 있어요. 누군가 베풀어준 호의 덕분에요.
태호 : ...몰랐어요, 전혀.
나라 : 숨길 것두 아니지만, 자랑도 아니라서요.
태호 : (먹먹하게 보다가) ...나라씨하구 나, 닮은 점은 하나 찾았네요.
나라 : ...?
태호 : 죽을 고비 넘기구, 여기 서울역에서 덤으로 살게 됐다는 거...
나라 :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태호 : (표정) ...?
나라 : 사람은 누구나 행복해지고 싶어해요. 장태호씨가 그런 돈이나 힘으로 행복해진다면... (끄덕) 그렇게 살아야겠죠.
근데 난... 오지랖이 심한 여우라서 신포도같은 건 탐내지두 않아요.
다른 사람들하고 다같이 행복해지면 그걸루 충분하거든요.
태호 : 그건 알구 있어요.
나라 : ...?
태호 : (화단을 내려다보는) 이 꽃들도 그런 마음으로 돌보구 있잖아요. (다시 나라를 응시하며) ...아닙니까?
태호의 눈빛이 서늘하게 와닿는 나라, 저도 모르게 몸을 돌리는데...
순간, 나라의 손목을 잡는 태호. 멈칫! 놀라서 보는 나라.
태호 : (한발 다가서는) 난... 어쩔 수 없는 속물이에요. 그래서 나라씨가 하는 얘기, 다는 이해 못해요.
하지만 내가 모르는 나라씨 마음, 어떻게 해서든 지켜주고 싶어요.
나라 : (눈빛이 떨리는) ...
태호 : 내가 도울 수 있게... 날 도와줘요.
서로의 숨결이 느껴질 듯, 가까이 마주 서 있는 태호와 나라. 이제 막 시작되는 남자와 여자, 그 설레고 따뜻한 눈빛에서...
41. 주차 빌딩 / 경사로 ( 밤 )
흥삼의 차가 경사로를 따라 올라온다. 직접 핸들을 잡고 있는 흥삼.
42. 주차 빌딩 / 옥상 ( 밤 )
늦은 시각인데다 옥상이라 주차된 차가 별로 없다.
저만치에 보이는 세훈의 차. 흥삼, 그 옆에 차를 세운다. 거의 동시에 차에서 내리는 흥삼과 세훈, 난간에 나란히 선다.
흥삼 : 무슨 일이야? 전화로 못할 용건이...
세훈 : 그냥... 형 보구 싶어서요.
흥삼 : (엄격해지는 눈빛) 어리광 피울 나이는 지났어.
세훈 : (쓰게 웃는) 혼날 거 같더라니... (여전히 딱딱한 흥삼 눈빛에, 표정 고치고) 윤회장이 작은 아들을 불러 들였어요.
흥삼 : (표정) 윤재성... 미국으로 귀양간 그 망나니?
세훈 : (끄덕) 최이사 라인이 쥐고 있던 칼자루도 몇 개 넘겨 줬구요.
흥삼 : (짐작이 가는) 널... 견제하겠다는 뜻이구나.
세훈 : (피식) 심심하진 않겠죠.
흥삼 : 윤회장 딸내미는? 확실하게 니 편 만든 거냐?
세훈 : 배다른 오빠한테 물 먹을까봐, 저만 믿구 있어요.
흥삼 : 윤일중이네 더러운 피, 어디 안간다. 계산이 달라지면 그 마음, 언제구 변할 수 있어.
세훈 : (정민 험담에 살짝 언짢은) 그 정도는 저두 알아요.
흥삼 : (미간 찌푸리며 보는) ...?
세훈 : (화제 돌리며) 복귀한 부사장이 미래도시 프로젝트에 딴지를 걸 수도 있어요. 형 오른 팔 장태호, 준비 단단히 시키세요.
흥삼 : 남들보다 두 세 수는 앞서 보는 놈이야. 걱정할 거 없다.
세훈 : (쓰게 웃는) 질투나는데요? 장태호가 얼마나 대단한지, 점점 더 궁금해지네.
세훈의 비아냥을 못들은 척, 시선 돌리는 흥삼, 수심에 잠겨 멀리 바라본다. 의아해지는 세훈.
세훈 : 무슨... 다른 문제 있어요?
흥삼 : (묵묵히) ...
세훈 : 형?
흥삼 : (표정 바꾸고, 돌아보는) 캐나다 입양아 강세훈... 니 이름 석자, 그 신분 만드는데 시간도, 돈도 많이 들었다.
넌, 그 이름으로 양지 바른 곳에서 니 할 일만 하면 돼. (쐐기를 박듯) 그늘지고 냄새나는 쪽은 쳐다보지도 말구,
궁금해하지두 마. 그건... 내가 맡는다.
흥삼의 위압감에 고개 끄덕이는 세훈. 그제야 슬며시 형으로서의 미소를 머금는 흥삼.
두 형제의 실루엣 위로 ‘들장미’가 흐르고.
43. 편집화면
/ 달리는 차 안. 운전하는 흥삼, 생각에 잠겨 있다. 흥삼의 굳은 표정 위로 휙휙 스쳐가는 불빛들.
/ 지하도 일각, 으슥한 곳. 악어가 양씨와 최군에게 나즈막한 소리로 뭔가 얘기 중이다.
난처한 표정의 양씨, 최군. 고무줄로 말은 만원뭉치를 슬쩍 건네는 악어, 은밀한 눈빛...
/ 지하철역 코인로커. 로커를 여는 작두. 낡은 편지봉투가 그대로 들어있다.
안도하는 작두, 추가 보관을 위해 다시 동전을 넣고 잠근다.
/ 클럽 앞. 영업을 마친 미주가 종업원들과 나온다. 길 건너에서 바라보는 종구. 미주, 종구와 시선 마주친다.
못본 척, 차에 오르는 미주. 종구 앞을 지나쳐서 멀어진다. 우두커니 선 채 바라보는 종구.
/ 다른 멤버들은 쪽방으로 돌아가고, 태호 혼자 숙식하는 상가 사무실.
소파에 기대 앉은 태호, 핸드폰을 만지작거린다. 나라 번호를 띄워놓고, 전화해볼까 망설이는 중... 그때 문자 알람이 뜬다.
세훈 : (문자 내용-소리) 강세훈입니다. 내일 1시, 제 사무실에서.
나라일까 기대했던 태호, 맥이 빠진다. 핸드폰 툭 던져놓고, 소파에 길게 드러눕는다.
문득 무거워지는 눈빛. 정민과 마주칠 수도 있는데... 태호의 착잡한 표정에서 화면 어두워지고.
44. 공터 일각 ( 낮 )
우당탕! 바닥에 나동그라지는 최군. 작두, 그대로 최군의 목울대를 찍어 밟는다.
버둥거리는 최군. 양씨는 어쩔줄 몰라 발을 동동거리고.
작두 : (싸늘하고 차분한) 배중사 마지막으로 본 날... 장태호랑 파티하러 간다고 했다구?
최군 : (꿈틀대며 괴로운) 예... 예...
작두 : 그 얘길 왜 이제 해? 어?
양씨 : (안절부절 못하며) 이 눔이 워낙 새가슴이라서요...
작두 : (쓰윽 돌아보는) ...?
양씨 : (그 눈빛에 찔끔, 지릴 듯하지만) 배중사하구 장태호, 첨부터 앙숙이었어요.
예전에 둘이 파티 붙었을 때, 배중사가 거의 이겼는데, 회장님 때문에 승부를 못냈걸랑요.
작두 : 그거 끝내러 간다고 했는데, 그 담날 사라졌다 이거지?
양씨 : 예, 즈이들은 거기까지 밖에 몰라요.
작두, 최군의 목에서 발을 뗀다. 켁켁대며 정신차리는 최군.
작두 : (양씨에게 다가서는, 이글거리며) 그 놈... 어디 처박혀 있냐?
45. 한중그룹 / 사옥 앞 ( 낮 )
‘한중그룹’ 명판이 박힌 입구. 서류가방을 든 태호, 다소 긴장한 표정이다.
심호흡을 하는 태호, 회전문으로 향한다.
46. 상가 사무실 ( 낮 )
쾅! 문을 박차고 들어서는 작두. 흠칫 놀라 돌아보는 해진과 영칠, 오십장, 조회장.
작두 : (서늘한) 장태호, 어디 갔냐?
오십장 : (눈을 부라리며) 뭐여, 시방...
기세좋게 다가서는 오십장.
작두, 순간 오십장의 낭심을 걷어찬 뒤, 머리채를 잡고 책상에 찍어 버린다.
눈 깜짝할 사이, 피 흘리며 바닥에 뒹구는 오십장. 왈칵 겁에 질리는 해진 등등.
오십장의 피가 묻은 책상에 태연하게 걸터앉는 작두.
작두 : 어디 갔냐고, 장태호...
47. 한중그룹 / 세훈의 사무실 ( 낮 )
마주 앉아 서류를 검토하는 태호와 세훈.
태호의 핸드폰이 울린다. ‘사무실’ 번호 뜬 걸 보더니 밀어서 잠그는 태호.
세훈 : 전화... 받으시죠?
태호 : (핸드폰을 가방에 넣으며) 괜찮습니다.
세훈 : 이 내용대로면, 그룹이 요구하는 조건은 대부분 채워지겠네요.
(서류 내려놓고, 웃으며) 기대 이상입니다. 시간이 부족했을 텐데.
태호 : 사업 주체는 곽흥삼 회장님이지만, 서류상 대표 이사는 다른 분이 대신 할 겁니다.
세훈 : (보는) ...?
태호 : 아무래도 그룹 내부에서 말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노숙자 관련 사업이나, 사채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두 있을 테구.
세훈 : (어깨 으쓱) 그러네요. 알아 들었어요.
태호 : 최종 확정은 이번 달에 나는 걸루 알고 있습니다만...
세훈 : 그 전에 저하고 몇 번 더 만나야 될 거에요. 투자금 운용 계획도 조율해야 되구.
태호 : (표정) ...
세훈 : (미소) 왜요? 제가 별로 맘에 안듭니까?
태호 : (쓴웃음) 아뇨. 오히려 절 재미없어 하는 사람은 실장님 같은데요?
팽팽한 미소로 서로를 보는 태호와 세훈. 그때 노크 소리.
세훈 : (기다렸던) ...네.
문이 열리고 정민이 들어선다. 서류 가방 챙겨서 일어나던 태호, 정민과 시선 마주치자 얼어붙는다.
정민 역시 충격으로 굳는!!
세훈 : (태연하게) 인사해요. 이쪽은 새서울 개발연대 장태호 과장. (태호를 돌아보며) 여긴 저하구 일하는 윤정민 대립니다.
태호 : (표정 고치고, 목례하는) ...
정민 : (당황스럽지만, 애써 침착하게 인사) ...
세훈 : (태호에게) 우리 윤대리, 앞으로 자주 보게 될 겁니다. 제가 바쁠 땐, 윤대리가 실무 책임자거든요.
태호 : (표정 관리하며) 잘... 부탁드립니다.
정민 : (목소리 겨우 가누면서) ...네.
태호 : (세훈 돌아보는) 그럼...
태호, 세훈에게 목례하고 서둘러 방을 나간다.
못박힌 듯 멍하게 서 있는 정민. 그 표정을 놓치지 않고 살피는 세훈.
세훈 : 정민씨?
정민 : (정신 차리고) 죄송합니다. 서류를 책상에 두고 왔어요.
세훈 : 보기보다 덜렁댄다니까... 빨리 갖구 와요.
황급히 나가는 정민.
소파에 몸을 묻는 세훈,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정민이 나간 문을 응시한다. 질투, 승부욕, 호기심이 뒤섞인...
48. 한중그룹 / 엘리베이터 앞 ( 낮 )
황급히 뛰어오는 정민. 저만치 태호가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있다. 부르려는 순간, 문이 닫힌다.
초조한 정민, 다른 엘리베이터 버튼을 신경질적으로 누른다.
49. 한중그룹 / 사옥 앞 - 달리는 차 안 ( 낮 )
총총히 걸어나오는 태호, 낭패감에 표정이 쓰다.
가방 안에서 울리는 핸드폰. 멈춰서는 태호, ‘곽회장’ 확인하고 전화를 받는다.
태호 : 네, 접니다.
흥삼 : (소리-다급한) 지금 어디냐?
태호 : 한중에서 미팅 끝내고 나오는 길입니다.
/ 사마귀가 운전하고, 뒷좌석의 흥삼이 굳은 표정으로 통화 중.
흥삼 : 작두가 널 찾구 있다!
태호 : (의아한) 네?
흥삼 : 니가 배중사를 제꼈다고 오해한 모양이야. 지금 너 잡으려고 서울역을 뒤지고 있어!
태호 : (표정) ...!
흥삼 : 사무실로 가지 말고, 곧장 펜트하우스로 와. 작두 문제는 와서 얘기하자. (대답이 없자) ...듣고 있냐?
태호 : 알겠습니다. (전화 끊는다, 어떻게 된 일인지 답답한) ...
정민 : (소리) 태호씨!
태호 : (멈칫, 그리고 천천히 돌아보는) ...
정민 : (헉헉대며 다가와 선다, 노려보는) 이게 다... 뭐하는 짓이야?
태호 : (굳은 채) 뭐가?
정민 : 뉴욕 간다며? 거기서 새출발 한다구 했잖아. 근데... 여기서 뭐하구 있는 거냐구?
태호 : 계획이 변했어.
정민 : 그걸 지금 말이라구 해?
태호 : 말이 안될 건 뭔데? 내 인생, 내 계획을 너한테 일일이 설명하구 허락받아야 되냐?
정민 : (꿈틀) 태호씨!
태호 : 아니면... 느이 실장, 아니... 남자친구 때문에 불편해서 그래?
정민 : (멈칫) ...!!
태호 : 어떻게 알았냐고 묻지 마. 어떻게 알게 됐으니까... 아무튼, 서로 모르는 척하구, 각자 비지니스에만 충실하면 돼.
정민 : (어이없는) 그게... 가능하다구 생각해?
태호 : (똑바로 서서 뚫어지게 응시하는) ...말했잖아. 어떻게 해서든 재기할 거라구. 이게 유일한 방법이구, 여기에 올인할 거야.
정민 : 태호씨!
태호 : (냉담한) 정민이 너 아니라두 골치아픈 숙제가 한트럭이야. 니 묵은 감정이 불편하다구 내 앞길, 가로막을 생각 마.
경고하듯 쏘아 붙이고 돌아서는 태호. 한방 맞은 듯 멍하게 서서 바라보는 정민.
태호, 성큼성큼 멀어져간다.
50. 펜트 하우스 / 전용 엘리베이터 안 ( 낮 )
소음없이 조용하게 움직이는 흥삼의 전용 엘리베이터.
심각한 표정으로 서 있는 흥삼. 그 앞에 사마귀도 입을 굳게 다문 채...
51. 펜트 하우스 ( 낮 )
엘리베이터가 열린다. 내려서던 흥삼과 사마귀, 흠칫 놀란다.
오디오 앞에 서서 LP를 뒤적이고 있던 작두, 느긋하게 돌아본다. 한바탕 붙었는지 핏방울이 튄 얼굴.
작두 : 이제 오냐?
사마귀 : (일전 각오하고, 소매 속 나이프를 의식하는) ...
작두 : (복도쪽 출입문을 흘끔 보며) 좋게 얘기해두 안열어주길래, 몇 마리 밟아놨다. 아직 숨은 붙어 있을 거야.
흥삼 : (팽팽한 긴장, 천천히 중앙으로 걸어오며) 시차 적응을 못하시네. 이젠 예전하구 달라서 함부로 피 보구 그럼 다쳐요.
작두 : (코웃음) 옛날 생각에 빠져 사는 건 흥삼이 너지. (들장미 LP를 보이며) 이거 노래 제목이 뭐였더라?
전부터 이 노래, 흥삼이 너한테 애국가였잖어. (판의 상태를 보더니) 야, 이거 못쓰겠다. 죄다 긁혀서...
작두, LP 알맹이를 쓰레기처럼 바닥에 내던진다. 꿈틀! 노려보는 흥삼.
소파로 와서 털썩 앉는 작두, 피곤한 듯 마른 세수를 한다.
작두 : (고개 드는) 지금 어디 있냐, 장태호? 니 오른 팔이라며?
흥삼 : (천천히 마주 앉는) 내가 수족이 아주 많아요.
작두 : 그럼 하나 잘라가두 되겠네.
흥삼 : 되긴 되는데... 지금은 안돼.
작두 : (표정) ...!
흥삼 : 아직 쓸모가 많거든, 그 녀석.
작두 : (일그러지는) 의리보다 사업이 중하다 이거냐? 배중사를 담궜는데두?
흥삼 : 서울역 소문, 다 믿을 거 못된다니까.
작두 : 그래서 앉혀놓구 차근차근 물어 보려구... 알잖어? 나하구 얘기하면 다들 솔직해지는 거.
흥삼 : (피식) 그 담엔 과묵해지지. 전부 시체가 돼버리니까.
작두 : (매서워지며) ...내놔라, 장태호.
흥삼 : 들어줄 수 있는 부탁을 하슈. 그럼 들어줄께.
맹수 두 마리가 으르렁대는 분위기. 사마귀는 여차하면 쇄도할 기세로 신경을 곤두세우는데...
문득 자세 풀어지며 소파에 기대는 작두.
작두 : (느긋해진) 니 대신 빵에 들어간 담에... 뭐가 제일 궁금했는줄 아냐?
흥삼 : ...?
작두 : 대체 그 놈이 누구였을까, 경찰에서두 신원파악을 못한 그 노숙자... 정체가 뭐길래
서울역 넘버원 곽흥삼이 야구 빠따로 짓이겨 놨을까...
흥삼 : (표정 굳는) ...
작두 : 기도하구 또 기도했더니 말이다... (일부러 감격적인 표정) 짜잔! 위에서 응답을 주셨어! 기적을 내리신 거지!
52. 교도소 / 감방 ( 과거, 낮 )
정좌하고 성경 읽는 작두. 30대 사내 하나가 조심스레 무릎 걸음으로 오더니 뭐라고 말을 건다.
흥미로워진 작두, 성경을 덮고 사내의 얘기에 귀를 기울인다. 일련의 화면 위로 이어지는.
작두 : (소리) 사기 전과 12범이 들어왔는데, 내가 서울역 넘버3라는 거 알구 그 놈이 그러는 거야.
자기 아는 형님이 미국 교폰데 한국에 들어왔다가 사라졌다구.
사내의 얘기가 고조되는 듯, 작두의 표정이 진지해진다.
작두 : (소리) 근데 실종되기 전에 했던 말이... 큰 돈을 챙길 껀수가 있다 그러면서... 서울역 넘버원 얘기가 언뜻 나왔다는 거야.
53. 펜트 하우스 ( 현재, 낮 )
표정 변화 없이 듣고 있는 흥삼. 옛날 얘기라도 하듯 구수하게 말하는 작두.
작두 : 그래서 내가 물어봤지. 그 형님이 뭐하는 작자냐... (뜸 들이듯 흥삼을 보는) ...맞춰 봐. 뭐하던 놈일 거 같어?
흥삼 : (지긋이 보기만) ...
작두 : (대단한 정보인 듯) 브로커였대, 브로커! 해외로 입양된 한국 애들, 신분이나 명의 몰래 팔아치우는 전문 업자!
흥삼 : (냉랭한) 지루하네. 결론만 말하지?
작두 : 그냥 추측이야. 빵에서는 남아도는 게 시간이거든.
54. 뒷골목 ( 과거, 낮 )
씬 29의 사내, 건들거리는 태도로 말한다. 무표정하게 듣는 흥삼.
작두 : (소리) 우리 넘버원께서 예전에 그 브로커하고 뭔가 거래가 있었던 거야.
근데 돈이 궁해진 놈이 찾아와서 그 약점으로 협박하니까...
천천히 벽으로 다가가는 흥삼, 기대놓은 야구 배트를 쥔다.
사내, 돌아서는 흥삼의 눈빛과 그 손에 배트를 보자 경악하는데!
작두 : (소리) 에라 모르겠다, 야구 빠따로 콱!!
55. 펜트 하우스 ( 낮 )
파안대소하는 흥삼.
말이 끊긴 작두, 불쾌한 듯 노려보는데...
흥삼 : (일어나서 바를 향해 가는, 여전히 웃음기) 끝이 재미있구만. 목 마를 텐데 한잔 하구 가쇼.
작두 : (일어나는) 지금이라두 경찰에 찔러볼까? 5년 전에 입국했다 실종된 재미교포가 누군지 찾아보라구?
흥삼 : (술 따르다가 멈칫) ...!
작두 : ...장태호 내놔. 그럼 이 비밀은 무덤까지 갖구 갈 테니까.
흥삼 : (그대로 굳은 채, 흘끔 사마귀를 보는) ...
사마귀 : (알아 들었다, 소매를 움직여 나이프를 쥐는) ...
작두 : (모를 리 없다, 눈빛으로 양쪽 살피며) 내가 워낙 돌머리거든. 그래서 이 재밌는 얘기, 까먹을까봐 다 적어놨어.
흥삼 : (꿈틀, 돌아보는) ...!
작두 : (서늘한 미소로) 언제 어디서 객사할지 모르는데, 나두 보험 하나는 들어놔야지.
(일순 미소 사라지며) 어떡할래, 흥삼아? 장태호 넘기든가, 전부 파토내든가... 니가 골라봐.
이글이글, 불타는 흥삼의 눈빛. 매섭게 노려보는 작두.
그때, 문이 열리고 태호가 들어선다. 동시에 돌아보는 흥삼과 작두.
방 안에 가득한 살기와 긴장에 멈칫! 굳는 태호. 팽팽한 세 사람의 표정이 엇갈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