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들의 일본투어
둘째날
드디어 시모노세키항이다...!!.
밤새 거친 대한해협을 달려 이른 아침 성희호는 일본의 시모노세키항에 도착한다. 접안이 시작되고 선내에선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6시부터 아침식사. 7시 40분부터 하역작업이 시작되니 바이크를 타고 오신 손님들은 하선준비를 하라고 한다. 엄청 큰 부관페리의 지하에 있는 차량용 화물데크까지는 엘리베이터로 내려간다. 한쪽으로 치워지듯 결속되어 있는 오토바이들과 달리 자동차들과 같이 정차된 스파이더들의 모습이 왠지 대접을 받는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스파이더 때문에 뒷편에 있는 자동차들이 하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투어에는 텐덤이 다섯팀이다. 그 중 스파이더 두팀이 초등학생 아들과 딸을 데려왔다. 특히 딸래미 민서양을 데려오신 한사장님은 라이딩 준비에 민서양의 뒷치닥거리까지 항상 시간에 쫓기는 듯 하다.
고래 뱃속에서 요나가 토해져 나오듯 성희호의 뱃속에서 자동차들이 쏟아져 나온다. 드디어 대한민국 최초로 일본땅에 스파이더가 상육했다. 일본 정복작전에 투입될 전투장비처럼 만화영화에서나 나올법한 독특한 외모에 전투적으로 생긴 스파이더들이 시모노세키항을 빠져나와 고속도로에 진입한다. 관문대교를 건너 혼슈에서 큐슈로 접어들어 신나게 고속도로를 달린다. 대한민국 라이더들의 간절한 소망인 고속도로 주행... 하지만 일본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륜자동차든 삼륜자동차든 사륜자동차든 차별이 없다. 한시간 가량을 달려 후쿠오카를 지나 다이자후에 도착했다. 오토바이들과 함께 들어오는 스파이더들 때문에 주차관리원들이 잠시 혼돈에 빠진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생전 처음보는 듯한 모습은 아닌듯 이내 정리를 한다. 오토바이들은 역시 한 쪽 귀퉁이로 인도되고 스파이더들은 정식 자동차 주차라인으로 유도된다. 그러나 요금은 두 배다. 이런 점에서는 역시 두바퀴가 유리한것도 있다.
일본 최대의 학문의 신을 모신다는 다이자후에는 신학기를 앞두고 일본 전역에서 엄청난 학생들이 모여들었다. 건우와 민서도 그들 중 한 자리를 차지하며 규동(일본식 소고기덮밥)으로 점심을 먹고 아소로 향한다. 대관봉에서 바라본 아소산의 분화구에선 옛날 시골집 굴뚝에서 나는 저녁밥 짓는 듯한 연기가 올라온다. 불과 몇 달 전 큰 폭팔이 있었다는 활화산이라고는 도저지 믿기지 않는 평온한 장면이다. 해발고도 1000미터의 대관봉 고원에는 규슈에서 좀처럼 보기힘든 잔설이 남아있다. 쌀쌀한 날씨에 단단히 무장을하고 우리는 아소 스카이라인을 타고 황혼의 찬란한 햇볕을 안고 숙소로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