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너무 예쁜 척 하는데… 크크." "어머머, 너야말로 얼어있는 거 아냐?" 친구간 대화같다.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한 유혜정이 딸 서규원과 토닥토닥 대화를 나눈다. 매니저가 옆에서 말을 거들었다. "두 사람이 항상 저런다. 친구인지 모녀인지 헷갈릴 정도"라는 설명이다. 요즘 규원이 인기가 대단하다. '스타 주니어쇼 붕어빵'(SBS)에서 엄마 유혜정의 만행(?)을 폭로하는 등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점쟁이 말을 듣고 엄마가 빨간 속옷을 입기 시작했다"는 규원이의 깜짝 고백에 시청자들이 배꼽을 잡기 수차례. 이제 웬만한 아역스타 뺨치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학교 성적도 최상위권이다. 세종초등학교 3학년인 규원인 반에서 1, 2등을 다툰다. 학교 영어대회에서 1등도 했다. "밝고 건강하게 자라달라"는 엄마의 기도 그대로, 규원인 주위를 환하게 만들어주는 '살인미소'를 자랑한다.
▶손은 벌릴 때 잡아줘라
규원이는 한글을 다 떼지도 못한 채 입학했다. 그 흔한 학습지도 초등학교 2학년때 시작했다. 요즘도 오후 9시 반쯤이면 잠자리에 든다. 방과후 놀이식 영어 학원을 다니는 게 전부다.
보통 1학년때부터 이 학원에서 저 학원으로 애들을 돌려도 마음이 불안해지는 엄마들에게 비하면 대단한 배짱인 셈이다.
"애를 찬찬히 보고 있으면, 엄마한테 손을 내밀 때가 있어요. 그 전에 억지로 손을 벌려서 무언가를 쥐어주면 금방 달아나버려요."
이를 위해 유혜정은 규원이와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눈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아주 사소한 일에도 애보다 더 과장된 반응을 보인다. '그 예쁜 지우개를 짝이 가져 갖다고? 어머머머머'라는 엄마의 수다는 규원이를 '무장해제'시킨다. '엄마는 항상 내 이야기를 즐겁게 들어주는 사람'이라는 믿음을 심어준 것은 물론이다.
'TV를 보면 안된다'는 등의 잔소리도 안한다. 스스로 만들어낸 규칙들이 의미 있다는 생각에서다.
"지나간 일은 절대 들춰내지 않고요. 아니다 싶은 순간이 있으면 열번을 참다가 따끔하게 혼내요."
규원이가 초등학교 1학년때 남자 아이들을 때리는 버릇이 생겼다. 경고를 몇번해도 고쳐지지 않자, 유혜정은 똑같이 규원이를 때려줬다. 어느 선을 넘는 순간엔 아주 엄격하게 대하는 것. "엄마를 제일 만만하게 봐요. 그러면서도 제일 무서워하죠. 제 눈빛만 봐도 '아 위험수위를 넘어섰구나' 하면서 조심을 해요."
▲ 친구같은 유혜정과 딸 서규원. 엄마의 믿음 속에서 자란 규원이는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도 웃음을 선사할 줄 아는 밝은 성격을 자랑한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노 스트레스 환경' 만들기
규원이가 방송에서 '팔랑귀'라고 말한 유혜정. 한때 마음이 다급해져 문법 위주의 영어 개인 교습을 시킨 적이 있다. 그런데 여섯살때부터 즐겁게 영어를 익히던 규원이가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두달 만에 딱 그만뒀어요. 이 길이 아니다 싶었죠."
유혜정은 학교 성적을 엄마가 만들어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의 상태를 정확히 살펴 스트레스를 최소화해주는 것이 엄마 몫이라는 이야기다.
"여섯살 때 처음 유치원에 보냈어요. 네살 때부터 같은 반이었던 다른 친구들 사이에서 규원이가 왕따가 되더라고요."
그 순간 '탤런트 유혜정'은 버렸다. '규원이 엄마'라는 생각만 했다. 유치원 엄마들이 모이는 자리에 불쑥 과일을 사들고 찾아갔다. 친구들과 어울릴 기회를 만들어주면서 규원이가 새 환경에 적응하도록 도왔다.
또 반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도 수차례. 요즘 규원이 친구들은 '유혜정 아줌마랑 놀 때가 제일 재밌다'는 말을 종종 한다. 엄마의 조용한 서포트로, 규원이 인기가 자연스럽게 올라간 것이다.
"우리 애가 지금 어떤지 정확히 알아야해요. 아무리 최고의 선생님, 학원이라도 규원이에게 그 '최고'를 전달해 줄 수 없다면 의미가 없잖아요."
규원이의 성적 관리 비결은 다름아닌 엄마의 섬세한 마음 씀씀이인 셈. 일상의 작은 부분을 챙기다보면, 오히려 큰 일들은 저절로 해결되더라는 이야기다. ▶엄마가 믿는 만큼 아이는 성장한다
학기 초에 규원이는 단원평가에서 충격적인 점수를 받아왔다. 65점과 75점이 딱 찍힌 점수표를 보고 처음엔 화가 났다. 간신히 마음을 가라앉힌 뒤 곰곰히 살펴보니 방송때문에 빠진 수업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이었다. '좋아, 이번엔 어쩔수 없었다고 인정할게. 그러나 다음엔 또 이런 일이 없겠지'라는 유혜정의 말에 규원인 조용히 고개를 꼬덕였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약속을 잘 지켜왔다.
"'넌 원래 똑똑하잖아' '네가 잘 할거라 믿는다'는 등의 말을 참 자주해요."
엄마의 믿음이 아이들에게 그 어떤 채찍질보다 강력한 효과가 있다는 생각에서다.
학기 초 반장선거에서 규원인 선생님의 이름으로 삼행시를 지었다. '최고의 믿음반을 만들겠습니다/영원히 기억될 반을 만들겠습니다/옥동자가 필요없을 만큼 재밌는 반을 만들겠습니다'라는 공약에 몰표가 쏟아졌다.
"제 딸이지만 너무 자랑스러워요. 하하. 커서 연예인이 된다면요? 음 안말려요. 우리 규원이를 믿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