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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76극단의 다시 만나는 프랑스 명작 베르나르-마리 콜테스 작 / 유효숙 번역 / 박정석 연출 로베르토 쥬코 2003년 9월 12일(金)∼14일(日) 오후 4시 극단 76단 서울시 종로구 연건동178-1 동마루빌딩5층 Tel 02-766-7657
공연명 : 로베르토 쥬코 Roberto Zucco S t a f f 예술감독 | 기국서 C a s t 김영민 : 로베르토 쥬코 이지연 : 여자아이 장용철 : 간수2, 우울한 형사, 형사, 포주, 남자 이용근 : 노신사, 경찰서장, 경관 박승희 : 쥬코의 어머니, 우아한 부인 최영환 : 큰여자아이의 아버지, 건장한 남자, 부인의 아들 정가이 : 여자아이의 어머니, 여주인 정승길 여자아이의 오빠, 남자 최반야 : 여자아이의 언니, 창녀, 여자 2. 공연소개 <로베르토 쥬코>는 현대의 고전이라 할 만큼 훌륭한 작품이다. 배우들을 위한, 배우들에 의한, 배우들의 Text로 불릴 수 있을 정도로 작품의 인물들은 비주류의 개성 있고 매력적인 인물들의 향연으로 가득 차 있다.
9명의 배우가 펼쳐내는 앙상블 <로베르토 쥬코>는 약 30명이 넘는 인물이 등장한다. 성격이 규정된 20명의 인물과 남자들, 여자들, 창녀들, 포주들 등으로 등장하는 주변의 인물들까지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이 많은 캐릭터들이 남.녀 주인공을 제외한 7명의 배우가 각 장에서 번갈아 가며 소화한다. 이 익명의 인물들은 때로 닮아 있고, 때로 고유의 성질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장면이 진행될 수록 변신을 거듭하는 배우들의 연기 변신에 또 한 번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총 15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형식은 작품의 내용만큼이나 서로 만나거나 연결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단절적으로 전개되고 전환된다. 공간과 시간은 생략과 비약을 거듭하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다. 이 시간과 공간이 만나고 충돌하는 사이에 시·청각적인 무대미학이 연출될 것이다. 미니멀하고 초현실적인 공간창조와 함께 빛과 사운드의 조화로움은 대사 고유의 울림을 더욱더 의미 있게 만들 것이다. ◆ 2003년 새롭게 태어난 문제작 <로베르토 쥬코> 작년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호평을 받으며 성공리에 무대에 올려졌던 <로베르토 쥬코>가 의욕적인 연출가를 다시 만나 76극단의 2003년 문제작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로베르토 쥬코>는 현실 속에 잠자고 있는 미치광이 살인마를 주인공으로 하여 2003년 9월 12일(金) ∼ 9월 14일(日) 오후 4시 국립극장 달오름 무대에 그 막을 연다. 2002년 <로베르코 쥬코>를 조연출하는 등 이 작품에 대한 애정과 열정으로 똘똘 뭉친 연출가 박정석씨가 맡아 정적이면서도 차가움이 강한 작품의 분위기와 함께 로베르토 쥬코가 가진 카리스마를 연극적으로 맛깔 나게 표현해 낼 것이다. ◆ 로베르토 쥬코란 누구인가? 이 극의 주인공인 로베르토 쥬코는 아버지, 어머니, 형사, 어린아이를 살해한 살인자이다. 그는 두 번의 투옥과 두 번의 탈옥을 감행할 만큼 괴기스러운 사나이이며 또한 신화 속의 이카루스이다. 로베르코 쥬코는 태양에도 성기가 있고, 그 성기 안에 바람의 근원이 있다고 믿고 사는 사람이다. 그는 우리와는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이다. 표면상으로는 우리와 다른 살인자이다. 그러나 로베르코 쥬코가 우리와 아주 별개의 사람일까? 요즘 언론매체를 보면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들이 살인과 자살이야기이다. 이렇듯 로베르코 쥬코는 연극에만 존재하는 미치광이 살인마가 아니라 현대인의 고독과 폭력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또 다른 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 연극적 인물인 "Roberto Zucco"를 만들어낸 실제 살인마 "수코" 주인공 로베르토 쥬코의 모델이 된 수코는 14세에 부모를 살해하였고 정신병자로 판명되어 정신 병원에서 오래 치료를 받았다. 수코는 정신과 치료를 통해 정상의 생활이 가능하다고 판단되어 사회에 복귀하나 다시 연쇄 살인을 저지르고 감옥에 수감된 후, 비닐 봉지를 뒤집어쓰고 자신의 감방에서 자살하였다. 수코의 자살 방식은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한 방식, 즉 비닐 봉지에 의한 질식사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콜테스는 우연히 지하철역에서 연쇄 살해범을 찾는 수코의 몽타주를 보게 되었고 이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지하철역에는 각기 다른 4장의 수코의 몽타주가 붙어 있었는데, 이 4장의 몽타주는 한 인물이 아닌 각기 다른 인물이라고 생각될 만큼 다른 면모의 수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고, 콜테스는 수코라는 인물에 관심을 갖게 된다. 수코는 이탈리아에서 체포된 후 하루만에 탈옥을 시도하며 감옥의 지붕에 올라가 난동을 부리다 지붕 위에서 떨어지며, 이 장면은 TV에 생중계 되었다. 이를 우연히 시청한 콜테스는 수코라는 살인범에 강한 관심을 표명하며 자신의 마지막 작품의 주인공으로 수코를 채택하게 된다. ◆ 철학적 언어 속에 잠겨있는 즐거움을 느껴볼 수 있는 <로베르토 쥬코> 살아있는 언어를 살려내는 일도 무척이나 중요하다. 그렇다고 희곡을 배우가 말하기 편한 상태로 바꾸는 일을 무턱대고 옹호할 수만은 없다. 이에 이번 작품에서는 원작에 충실한 언어의 묘미를 살려내려는 의미 깊은 도전을 한다. 이 도전으로 인해 우리는 프랑스에 가서 보지 않아도 될 만큼의 원작 그대로가 지닌 색다른 공연의 맛을 느끼게 될 것이다. ◆ 익명화된 등장인물들의 독백!! 로베르토 쥬코를 제외한 그 외의 등장인물들은 이름이 없다. 다만 "쥬코의 어머니, 여자아이, 여자아이의 언니, 늙은 신사, 우아한 부인, 조급한 포주, 겁에 질린 창녀, 우울한 형사 등의 이름으로 등장한다. 이 희곡의 인물들은 "그냥 있고, 말을 할 뿐"이다. 그래서 이 극에는 인물들의 아주 긴 독백이 자주 나온다. 말을 끝까지 들어주지 않는 사회,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기 힘든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로베르토 쥬코>라는 작품은 익명 화된 등장인물들의 독백을 통해 사람과 사람사이의 단절로 인해 드러나는 고독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절실히 느껴볼 수 있게 해준다. 3. 작품줄거리 아버지를 살해하고 투옥중인 쥬코는 다시 탈옥하여 집으로 돌아가 어머니마저 살해한다. 복잡하고도 어두운 가정에 한 소녀와 사랑을 나누고 난 후, 쥬코는 또 한차례의 살인, 우울한 형사를 죽이게 된다. 쥬코에게 순결을 잃은 소녀의 오빠는 사실을 알게되어 더 이상의 정절은 필요 없다며 소동을 일으킨다. 한편 쥬코는 통행시간이 지난 지하철역에서 열차를 놓친 노신사와 대화를 나누게 되고 불안에 떨고있는노신사를 지극히 정상적인 상태로 안심시키며 아침을 맞는다. 쥬코를 찾아 떠나려는 소녀와 그녀를 설득하는 언니사이에 작은 의견차이가 생기게 되고 언니의 걱정에도 소녀는 집을 나간다. 그 주위의 모든 상황과 현실에서 떠나고 싶은 쥬코는 그의 이상세계인 눈오는 아프리카를 꿈꾸며 방황하게 되고 그런 그를 보는 사람들은 쥬코를 미친 사람 취급하게 된다. 대낮의 공원에서 쥬코는 우아한 부인을 만나게 되고 그녀와의 대화 속에서 순간 떠나려는 욕구와 살인의 충동으로 그녀의 아들을 죽이고 부인을 인질로 그곳을 떠난다. 쥬코를 찾겠다는 일념 하에 소녀는 쁘띠 시카고의 창녀촌으로 그녀를 팔려는 오빠에게 순순히 응한다. 기차역에서 쥬코는 떠나려 하고 그 모습만은 순수했기에 그를 사랑한 부인을 남긴 채 쥬코는 멀어져 간다. 쁘띠 시카고의 거리에서는 창녀들과 그 속의 소녀가 있고 순경들의 순찰이 계속되고 있다. 그 와중에 나타난 쥬코는 소녀를 만나 그녀의 사랑을 확인하고 경찰에게 순순히 체포당한다. 감옥에서 쥬코는 또 탈옥하게 되지만 이제는 세상 속으로가 아닌 태양 앞에 서게 되고 그 곳으로 날아가는 이카루스처럼 그는 날지만 떨어지게 된다. 4. 연출소개 박정석 연출의도 <로베르토 쥬코>를 무대화하는 작업은 매우 차갑고 정적이다. 세기말의 음산한 분위기를 발산하는 이 작품은 AIDS에 걸려 죽음과 맞서 싸우며 집필하던 작가 베르나르-마리 콜테즈의 치열한 정신과 강렬하게 조우하게 된다. 몇 년이, 겨우 몇 백일이 지났을 뿐인데, 이 만남을, 이 세기말의 풍경을 세기가 바뀌었다고 해서 철지난 유행처럼 치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오히려 뜨겁게 인간의 삶과 존재에 대해 고민했던 작가의 혼과 작가가 탄생시킨 등장인물들의 절실함에 우리는 여전히 진지하게 이 작품을 보듬어 안아야하며 우리의 연민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분신이자 전부인 것 같은 <로베르토 쥬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아무런 동기나 이유 없이 펼쳐지는 카리스마 넘치는 미친 살인마 이야기에게서 우리는 무엇을 느끼게 되는 것일까? 우리는 현대인들의 도덕과 윤리의식, 인간성과 인간의 본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결코 친절하지가 않다. 어떤 결말이나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누군가 어떤 주제를 말하려고 한다면 그건 극히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단어로 포장될 것이며, 그렇게 포장되어진 주제는 이 작품을 볼품 없이 시들게 만들 것이 틀림없다. 해결책을 말하기보다는 차라리, 쥬코의 말과 행동을 따라가며 명명할 수 없는 거대한 에너지와 현대인들의 고독한 내면 풍경을 보고 듣고 느껴 보라고 한다. 그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죽음과 만나게 되는 사람들을 통해 우리는 상처를 치유 받게 되며, 강한 생명력을 부여받게 될 것이다. 5. 작가소개 콜테스의 <로베르토 쥬코> - 베르나르-마리 콜테스는 1948년 4월 9일 Metz의 bourgeoise의 카톨릭 가정에서 태어난다. 41세의 젊은 나이로 1989년 사망한 프랑스 작가이며, 그가 남긴 10여편의 작품들은 프랑스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공연되고 있다. 사무엘 베케트 다음으로 21세기에 이름을 남길 극작가로 이름이 거론되며 제 2의 뷔히너라고 평가되는 콜테스의 연극은 작가 사후에 세계 각국의 언어로 상연되면서 작가의 생전에 누리지 못한 세계적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다. 일상극 작가들이 사용한 실생활의 언어와 유사한 연극 언어와는 달리 콜테스는 정제된 문학적 연극 언어를 사용하여, 그의 연극속 등장인물의 대사에는 시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독백의 형태로 나타난다. 에이즈를 앓고 있었던 콜테스는 <로베르토 쥬코>를 저술하면서 죽음이 자신에게 다가오며 <로베르토 쥬코>가 자신의 마지막 작품이 될 것을 알고 있었다. 극의 모델이 된 실재 연쇄 살인범 수코와 콜테스가 죽음을 대면하는 방식도 죽음에 이르는 이유도 비슷했지만 죽음을 눈앞에 둔 콜테스는 지하철역의 범인 수배 포스터에서 본 수코의 사진에서 큰 흥미를 느꼈고 실재적으로 일어난 살인 사건들과 살인범은 <로베르토 쥬코>라는 한 텍스트의 소재로 채택된다. 뚜렷한 동기 없이 죽음으로 질주하는 쥬코가 광기에 사로잡힌 인물인지 혹은 정상적인 인물인지에 대한 판단을 콜테스는 내리지 않는다. <로베르토 쥬코>에서 냉혹하게 죽이는 쥬코의 살인 행위는 극의 진행을 통해 보여질 뿐이며 등장 인물로서의 쥬코의 살인 동기는 극을 통하여 밝혀지지 않는다. 콜테스는 극에서 주인공 쥬코의 행위에 대한 윤리적 판단을 내리지 않으며 등장 인물로서의 쥬코의 성격은 때로는 광기에 사로잡힌 인물로, 때로는 이성적인 인물로 모호하게 표현되고 있다. <로베르토 쥬코>는 콜테스가 죽기 직전 집필한 마지막 작품이면서, 논란의 여지를 가장 많이 남긴 작품이기도 하다. 6. 극단소개 1976년에 출발하여 신촌문화형성의 교두보 역할을 했던 70년대 전위연극의 산실 극단 '76단' 열린 의식을 향하여 연극의 고정관념을 깨고 극장과 관객의 관계를 재정립하여 감동과 충격을 안겨준 <관객모독>, 80년대를 관통하는 <햄릿씨리즈>로 본격 정치극을 선보인 극단<76단>. 그들의 이미지는 기존 연극계에 '자유로운 실험정신'과 '가난과 저항의 미학'이라는 성격을 심어주었다. 90년대에 들어서면서 젊은 극작가, 연출가들의 출현에 의해 <지피족>,<미아리 텍사스>,<아스피린>,<말똥가리>,<쥐>,<만두>,<훼미리 바게트> 등의 창작극이 잇달아 발표되어 극단이 어떤 시선을 가지고 세계를 반영하는가 하는 구체적인 방향성을 갖게 되었다. 이제 <로베르토 쥬코>라는 작품으로 창단이후 꾸준히 사회와 인간의 모습을 반영해온 27년 간의 작업의 연장선상의 작품을 선보이려 한다. 극단<76단>은 연극이 사람들에게 오락 이상의 어떤 무엇을 준다는 사실을 굳게 믿고 있으며 예술의 총체적 장이라는 목표를 갖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