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우리나라는 스승의 날이 5월 15일인데 공휴일도 아니고 극히 일부 선생이 사도를 망각하고 본연의 사명에서 일탈한 것을 마치 대부분의 스승이 그러한 것인 양 하는 풍토가 형성되어 학교에 따라서는 스승의 날을 아예 효도방학이라 이름하여 스승과 제자가 만나지 않게 하는 헤프닝도 있었다.
파라과이도 스승의 날이 있는데 5월 30일이다.
2015년은 5월30일이 토요일이라 29일(금)에 스승의 날 행사를 가졌다.
행사준비라야 별게 있는 게 아니다. 각 학급에서 수업 시간에 담임 재량에 따라 적당한 것을 준비하여 선생들과 같이 즐기면 되는 것이다.
물론 이날은 수업은 안하고 오후반 학생도 오전에 나오는데 직접 공연에 참가하지 않는 오후반 학생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평상시와 똑 같이 아침도 안 먹고 7시에 눈비비고 나와 국가를 힘없이 부르고
교실에 들어가 한 시간 정도를 준비하고 8시부터 자기의 의자를 들고 나와 자기가 앉고 싶은 곳에 앉아서 기다리다가 공연이 시작 되었다.
간부 학생2명이 나와 사회를 보는데 대사도 없이 즉흥적으로 하다 실수를 하여도 누가 탓하는 일도 없다. 국가를 제창하고 스승의 날 노래를 다 같이 하고 공연이 시작되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공연순서는 대체로 학년 순서대로 한다고 한다.
맨 먼저 1학년들의 <스승의 날 축하해요>(Feliz Dia de Maestro)노래인데 이런 노래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내용의 대부분이 스승의 날 축하해요이다.
서투르기는 하지만 그래도 귀엽다.
다음은 유치원 학생들의 전통무용 Salito이다. 살리또는 파라과이에 처음 와서 아메리카대학에서 현지적응연수를 할 때 배워보았는데 쉬우면서도 율동감이 있었다.
또 다른 유치원생들이 나와 스승의 날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유치원 선생과 함께 만든 선물을 참석한 모든 선생에게 유치원 학생이 직접 전달하였다.
2학년 학생들은 출연은 모두하고 그 중 3명의 어린이가 스승에게 감사의 편지를 쓴 것을 읽는 것이다.
3학년이 준비하는 동안 4학년 어린이들의 스승에 대한 감사의 글을 외워서 발표를 하였다. 20여명의 학생이 간단하게는 <선생님, 감사합니다.>에서 제법 긴 장문을 외워 실력을 뽐내는 사람도 있었다.
이후부터는 준비가 되는 대로 사회자에게 와서 자기학년이 하겠다고 하면 공연이 시작 되었다.
8학년(Octabo Grado)는 중학교 2학년 수준에 맞게 <El arpa y la danza>라는 전통무용을 희망자 8명이 하였는데 스스로 하여서 그런지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 온 것 같았다.
5학년(Quinto) 전체 학생들은 <스승의 감사> 노래를 합창하였다.
6학년(Sexto) 자기가 좋아하는 선생님에게 글을 쓰고 그것을 발표하고 그 선생에게 전달하는 것인데 나도 다행이 한 어린이가 편지를 쓰고 나에게 와서 전달해 주었다.
9학년(Noveno)은 학년대표가 나와서 자기가 쓴 스승에 대한 소회를 적고 읽기를 하였으며
7학년(Sepdimo)은 전통춤 <Golopera>을 6명의 여학생이 추어 많은 박수를 받았다.
마지막은 일라리아 사나브리아학교에는 오전반에 4학년 선생, 오후반에 컴퓨터선생이 남자인데 행사가 오전에 취루어지니 4학년 남자선생만 있으니
4학년 선생과 무용강사 여선생의 춤 순서이다.
무용선생이 미리 준비하였는지 음악 USB를 틀어 놓고 춤을 추니 지금까지
어린이들 춤만 보다가 선생의 춤을 보니 학생들의 함성이 학교가 떨어져 나갈 것 같다.
이렇게 하여 스승의 날 행사가 끝나니 9시가 조금 지났다.
학생들은 자기가 앉았던 의자를 들고 교실에 들어가고 선생들은 도서관에 간식이 준비되어 있다고 한다.
파라과이는 학교에 교무실이 따로 없어 선생들 회의는 거의 하지 않지만 꼭 필요한 경우는 도서실에 의자를 모아 놓고 하거나 둥근 탁자 두 개를 가운데 두고 한다. 오늘은 탁자위에 하얀 찻잔과 간단한 음식이 준비되어 있다.
어디가 상석이고 좋은 자리의 구별이 없이 자기가 앉고 싶은 곳에 앉아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교장이 오늘 선생들을 위해서 음식을 준비 했다고 한다. 따뜻한 단물과 함께 먹으니 제법 맛이 있다.
오늘은 스승의 날이니 지금부터는 수업도 없이 10시 40분경 까지 먹고 마시고 이야기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평일보다 한 20분 빨리 마치고 집으로 갈려고 하는데 일요일 (2015.5.31.)에 모임에 나와 달라는 이야기하고 헤어졌다.
5월31일(일) 아침을 먹고 인터넷으로 연속극을 보고 있는데 1층에 사는 부교장이 모임에 가자고 데리려 왔다. 시계를 보니 10시 30분정도 되었는데 벌써 가자고 하나하고 조금 기다려 달라고 해서 옷을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가니 차를 타고 가자고 한다. 나는 스승의 날 모임이니 비야리까에서 가장 좋은 곳인 에레로(Herrero/ 대장장이라는 뜻) 뷔폐식당에 가는 줄 알았는데
차를 몰고 시외로 한참을 달려 좁은 길로 들어가 잔디가 잘 다듬어진 축구장으로 차를 몰고 들어갔다. 축구장 한쪽에는 그야말로 커다란 망고나무가
있는데 일라리아 사나브리아 선생들이 모두 차를 가지고 와서 망고그늘에 차를 두고 그 그늘에서 테레레를 마시고 있었다.
망고나무가 얼마나 큰지 선생들 차가 그늘에 다 들어가고 오전, 오후반 선생
20여명 선생이 다 앉아도 그늘이 남는다. 선생들 가까이 있는 차 한 대는 뒤 드렁크카 열려 있고 거기서 음악이 빵빵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오전반 남자선생이 저쪽에서 무엇인가를 하고 있어 가보니 아사도를 굽고 있었다. 소갈비를 아사도 하는 것은 많이 보았지만 오늘은 한 4,50 kg는 되어 보이는 통 돼지를 아사도 하고 있었다. 통돼지를 아사도 하니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은 당연, 자연 점심시간도 늦어졌다.
보통 11시에 점심을 먹는데 12시가 넘어도 통돼지가 다 굽히지 않아 다들 기다리기 지친 듯하다.
12시 반이 넘어서야 아사도가 준비되었다고 하니 옆에 있는 사람에게 가자는 말도 없이 우르르 몰려가서 그야 말로 자기 앉고 싶은 곳에 앉는다. 에스텔라만이 나를 가자고 하면서 자기 옆에 앉으라고 한다. 식사시간이 늦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선생들은 체격에 비례하는지 고기를 잘도 먹는다.
나는 왼손에 포크로 고기를 누르고 오른손의 칼로 고기를 자르는데 상당히 힘들어 고기가 심줄이 많은가 하고 보니 내가 먹는 고기가 힘줄이 제일 적어 보인다. 돼지 한 마리와 어린애 팔뚝만한 소세지를 다 먹고 콜라를 몇 잔씩 마시고 다시 망고나무그늘로 모이니 부교장인 에스텔라가 커다란 비닐봉지에서 손을 넣어 제비뽑기하듯이 하며 한 사람씩 이름을 부르고 뭔가를 주고 있었다. 받은 사람은 모두 고맙다고 부교장에게 볼 인사를 하고 자기자리로 돌아 가는 데 보니 아크릴판 안에 사진을 넣고 스페인어로 스승의 날 축하해요.라고 쓰여 있었다. 나는 매달 내는 친목회비도 안 내고 안 주는 줄 알고 있는데 나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다. 얼떨결에 나가 파라과이식으로 볼인사를 하고 받아 보니 기분이 좋았다. 우리말에 찬물도 상이라고 하면 좋다는 말이 생각났다. 나같은 이방인까지 신경써준 에스텔라에게 고맙다.
차 드렁크를 열어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자리에 앉아 마시고 싶은 사람은 마시고 아야기하고 싶은 사람은 옆 사람과 이야기하고 음악에 맞추어 춤추고 싶은 사람은 춤을 추는 그야말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초가을의 해는 저물어 갔다. 이 장소는 우리의 교원총연합회에서 운영하는 기관으로 교원에게 우선적으로 빌려주고 일반인에게도 임대하는 시설이라고 한다.
그렇게 하여 스승의 날은 끝나나하고 한 주일이 바쁘게 지나가는데 6월 일 오후에 비야리까에 있는 실내 체육관에서 비야리까에 있는 선생님들이 모여 학교대항 배구시합을 한다고 한다.
그것도 업무시간에 하고 내가 또 운동을 좋아하는데다가 파라과이 선생들의 배구실력을 보고 싶어 점심을 일찌감치 먹고 갈려고 하니 1층 부교장이 같이 가자고 한다. 체육관까지 거리가 있어 차를 얻어 타고 가게 되어 다행이다 싶었는데 운동화 끈을 묶더니 차를 가져가지 않고 걸어서 가잔다.
걷는 거야 나도 한 걸음하니 돌을 깐 도로를 걸어가니 실내 체육관에는 다른 학교선생들이 와 있는지 북소리가 요란하게 나고 있었다. 체육관은 까르삔쵸가 있는 공원 옆에 있는데 작년에 나 혼자 학교행사가 있다고 오고 10월 12일 콜럼부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날을 기념하는 페스티발을 보기위하여 온 기억이 난다.
체육관에 입장하려고 하니 입장료 2,000과라니를 내란다. 에스텔라가 대신 내고 들어가니 내가 근무하는 일라리아 사나브리아 선생님들도 상당히 와 있었고 많은 학교에서 학생들이 응원 차 나왔는지 북을 치고 괴성을 질러 실내는 매우 시끄러웠다. 기수를 맡을 학생 몇 명을 보니 선생님의 딸,3명이
와서 기수를 할 모양이다. 오후반에는 컴퓨터 강사가 남자라서 조 추첨을 하였는데 두 번째 게임이란다.
경기에 앞서 식전 행사로 어떤 학교 선생들의 무용이 있었는데 현대무용인지 전통무용인지 구별이 되 않는 무용을 선 보였다.
입구 쪽에서 학교별로 모여 실내체육관을 한 바퀴 돌아 입장하였는데 자유스런 분위기에서 입장하였다. 올림픽 폐회식 때 선수들 입장하는 모습과 비슷하였다. 옆 사람과 이야기하고 사진 찍고....
퇴장하니 진행을 맡은 선생들이 배구대를 세우고 첫 대진하는 두 학교 선생들이 모여 11점 한 세트로 하여 토나멘트로 6인제 경기를 진행했다.
평지에서 심판이 보고 스코어보드가 없어 관중은 스코어가 몇 대 몇인지를 알 수가 없는 캄캄이 배구를 하였다.
첫 대진이 끝나고 두 번째 시합은 내가 봉사하는 일라리아 사나브리아와 어던 학교와의 대진이라 남자선생과 먼저 내려가서 몸을 풀기위해 토스연습을 하고 있는데 상대방 학교에는 남자가 오늘 안 나왔으니 우리 학교도 남자 없이 팀을 만들라는 요청이 왔다고 한다. 내가 배구연습하는 모습을 보고 상대학교에서 실력 차이가 날 것 같아 은근 슬쩍 남자가 빠지고 여선생만으로 팀을 만들자고 진행하는 사람에게 이야기 한 모양이다.
첫 세트를 보니 한 팀 6명중 2,3명이 서브가 들어가고 나머지는 서브도 들어가지 않고 들어 온 서브는 한 번에 상대방 진영으로 보내는 정도이니 파라과이 사람들이 내 배구 연습하는 모습을 보고 겁을 낸 모양이다.
이렇게 하여 기대했던 배구도 한 번 못하고 구경만 하였는데 아깝게 상대방학교에 지고 말았다.
배구가 지니 우리학교 선생들은 간다는 이야기도 없이 하나,둘 가버리고
나만 혼자 남아 배구시합을 구경하다가 해질 무렵에 집으로 돌아 왔다.
이렇게 스승의 날 행사는 모두 끝난 것이다.
Felis dia de Maestro!(스승의 날 축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