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범죄행위가 아니더라도, 옳은 것과 옳지 않은 것을 구분하고 인지함에도, 좋고 나쁜 기분이나 즉각적인 호불호 반응에 더 민감한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마약에 손대는 사람들도 그렇고, 화난다고 즉각적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도 빈번하고, 갖고 싶은 욕망이 생기면 훔치는 행위도 그렇고, 음주운전이나 금사빠 부류도 좀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사회적 상식선이라는 것의 기준은 명확합니다. 타인에게 해를 주거나 민폐를 끼치는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 사회적 상식선입니다. 범죄행위는 사회적 해악행위이고 눈쌀찌푸리게 하는 자잘한 비상식 행위도 타인의 감정을 공격하는 민폐행위입니다.
옳은 것과 옳지않은 것을 구분하고 비상식적 행위를 피하려는 상식적 삶에는 기본전제들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나의 행동이 사회적 규범이나 질서를 거스르고, 더 나아가 민폐를 주지않을까 하는 사회적 통증기능이 가동해야만 가능합니다.
사회적 통증 기능은 내 입장만 내세우고 내가 하고싶은대로 하는 사람에게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사회적 통증 기능은 공감능력이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사회적 통증 기능도 그렇지만 타인과의 공감능력은 철저하게 전두엽 영역입니다.
공감능력은 아래에서 설명하듯이 기본적으로 타인의 감정을 읽고 똑같이 느껴주는 것을 말합니다.
-타인의 감정에 적절한 반응 행동을 하는 정서적 공감 (예: 우는 사람에게서 슬픈 감정을 읽음)
-타인이 느낀 것을 느끼는 신체적 공감 (같이 울어줌)
-타인의 특정상황에서의 대응을 인지하는 인지적 공감 (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하고 수용함)
이런 공감능력을 가동하는 것에는 기본적인 전제 조건들이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사회적 감정의 다양성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사회적 감정이란 정말 다양한 측면을 포함하는데 혼자서 괜히 사로잡히는 감정보다는 특정 사회적 상황과 주변사람들의 피드백에 의해 형성되는 감정이 주를 이룹니다.
-부끄럽다, 창피하다, 남사스럽다 등
-부럽다, 샘난다, 갖고싶다, 질투난다 등
-슬프다/기쁘다, 신난다, 흥분된다, 기분 좋다/나쁘다
-골치아프다, 복잡하다, 혼란스럽다 등
-화난다, 밉다, 증오한다 등
-외롭다, 괴롭다, 고민된다, 걱정된다 등
위의 간단한 몇 가지로 규정하기 어려운 훨씬 복잡하고 미묘한 사회적 감정이란 너무 많이 있습니다. 이런 복잡미묘한 감정들의 정체는 분명 내 안에서 일어나는 것이지만 그 시발점은 대부분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발생합니다.
사회적 통증이란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혹은 남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에 대해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것도 있지만 타인으로부터 질타를 당하거나 배제당하거나 소외당할 때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사회 속에서 거절의 경험이 많게 되면 슬프고 외롭고 괴롭고 위축되는 부정적 감정이 깊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이런 사회적 통증과 공감 기능의 가동은 전두엽이 살아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두엽이 손상되었거나 미성숙하면 복잡미묘한 무수한 감정들, 특히 다양한 상황과 인간관계에서 오는 다양한 감정들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오로지 좋고 싫은 감정만 갖게 됩니다.
자기가 잘못해서 꾸지람을 듣거나 질타를 당할 때도, 자기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화나게한 원인제공자였기에 비롯된 일인데도 꾸지람을 듣거나 질타당하는 것에 대한 싫은 감정 밖에 들지않게 됩니다. 싫은 감정에 휩싸일 때 드러내는 행동은 양육환경과 뇌상태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자폐증 단계에서는 좋다 싫다 라는 감정조차 전혀 사회적 동기가 작동되지 않는 자신 내부의 감각적 문제에 따라 달라질 뿐입니다. 사회적으로 아주 좋고 꼭 하면 좋은 것들도 싫은 감정 (본질은 불안)이 들면 그냥 거부해 버리게 되고 주변상황과 거의 관계없이 울거나 웃게 됩니다.
완이도 세월이 흐르면 좀 나아지겠지만 지금은 함께 살아가는 것에 참으로 힘든 점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베개하며 이불솜에 대한 집착(촉각자극 욕구의 변질)이 커서 자꾸 뜯어놓고 솜을 꺼냅니다. 그러고는 그 솜을 입에 넣곤 하니 솜뜯어 놓은 것 지켜보는 것도 감정적으로 버거운데 그걸 또 입에까지 넣으니 참으로 환장할 노릇입니다.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설명한다고 알아듣는 것도 아니고 민감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어쩔 수 없이 솜을 입으로 가져가는 행동에 소리를 질러 화를 내면 그 감정을 전혀 모르니 움찔할 때도 있지만 자주 깔깔대고 웃어댑니다. 전두엽이 안될 때 가장 힘든 것은 이런 때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창피하고 부끄러운 감정을 전혀 모르니 타인의 분노나 지적에도 깔깔거리고 웃는 상황이 너무 괴로움을 줍니다.
자기가 배고프거나 불리한 상황에서는 울어제끼면서 그대로 싫은 감정을 드러내니 감정폭력적 모습의 끝판이 바로 자폐증 단계입니다.
자폐증보다는 낫지만 전두엽 성장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의 분노조절장애, 극단적 이기주의적 모습 등을 보면 세상에 오로지 자기만이 존재하기에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자기기분이 좋다 싫다만 중요하게 됩니다. 살아가면서 부딪치게 되는 수많은 사안에 대해 좋다 싫다 감정만 앞세우면 옳은것(주변으로부터 칭찬을 받거나 용납되는 것들)과 옳지않은것(주변으로부터 질타를 받게 되거나 용납받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관심과 내재적 누적훈련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기분이 좋은 것만 적극 추진하고 기분이 싫은 것은 적극 회피하거나 몇 배로 되갚음을 하는 것은 결코 인간방식이 아닙니다. 물론 아예 기분좋고 나쁨에 대한 구분조차 원초적인 자폐증이란 극단의 상황도 있지만 자폐증을 갖고 있다고 해서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훈련이 되지 않는다고 여기는 것도 큰 오산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좋고 싫고의 감정구분을 떠나 옳고 그르고의 사안에 대해 명확한 반응태도를 구분되게 해주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아무리 감각추구 측면이 있어도 결코 해서는 안될 행동을 그냥 넘어간다든가 원래 그러려니 하고 방치하는 것은 전두엽성장에 얼마나 큰 걸림돌이 되는지 아이가 커보면 절감하게 됩니다.
하지말아야 할 행동을 해놓고도 혼내는데 깔깔 웃는 이런 행동 하나에도 옳지않은 행동을 묵인한 세월이 얼마나 길었는지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자폐증이라 해도 한 아이가 예의를 보이는 행동을 했다면 그런 행동 하나가 발현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세월동안 아이를 가르쳐왔는지의 반영입니다.
아이가 아직도 그저 좋고 싫은 감정으로 많을 사안을 대하고 있다면 그건 전두엽 가동 0%입니다. 남의 감정에까지 공감하는 능력은 부족할지라도 상황판단만이라도 할 수 있는 전두엽 가동은 부모가 노력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특정행동에 대해 일관되게 긍정적 혹은 부정적 대응을 해주어야 하고 부정적 대응에는 때로 혹독한 것도 포함되어야 합니다.
이런 노력없이는 남들이 우는 슬픈 상황에서 혼자 깔깔대고 웃고있거나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화풀이 폭력을 가하는 일은 불가피할 것입니다. 이건 사회적 일탈행위를 넘어 결코 인간방식이 아닙니다. 인간방식이 아닌 행위는 상식적인 주변사람에게는 혹독한 고문이자 고통이라는 것을 우리는 꼭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첫댓글 태균씨가 증거하기 때문에 대표님 말씀에 토 달 수 없네요.
그림이는 요즘 좀 독하게 훈련 받습니다. 아직은 9할 이상이 좋다 싫다로 표현되지만 하나하나 제동이 걸리고 조금씩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다만 타고난 자존심이 강해서 여유를 갖고 대하고 있습니다.
완이가 본가로 돌아간 다음 단호한 훈육을 받기를 저도 바라게 되네요. 본격적인 사춘기가 오기 전에 기본 행동의 정착이 필수니까요.
오늘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