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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경계 타고 든 ‘혼합 전형’ , '수시는 더 복잡해졌다'
빌미 준 교육부도 문제지만 일부 대학 ‘꼼수’ 기승 2015 전형계획은 당초 교육부가 예고한 간소화에 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의 치밀하지 못한 정책운용과 일부 대학의 ‘꼼수’가 합작한 덕분이다. 학생부교과전형이라 해놓고도 논술에 변별력을 싣는가 하면, 특기자전형 성격이 분명한데도 자기소개서보다 논술 비중을 더 둬 논술전형으로 운영하겠다고 나선 대학까지 등장했다. 각 ‘논술전형을 축소하고 학생부중심전형을 늘려라’ ‘특기자전형을 축소하라’는 교육부 지침은 지키되 ‘위주’전형의 틈새를 파고든 꼼수다. 교육부가 2015학년에 도입한 위주전형의 특징상 50%를 넘기는 전형요소 중심의 전형유형으로 분류되는 탓이다. 모호한 전형경계를 타고 특기자전형을 전면 폐지하거나 축소했다고 발표한 대학 일부가 여전히 다른 전형을 통해 특기자전형을 운영하고 있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결국 피해는 모두 수험생에게 돌아간다. 일부 대학의 알고도 모른 척, ‘눈 가리고 아웅’ 식 백태를 소개한다. ▲ 성균관대의 논술전형인 과학인재전형은 위주전형의 틈새를 제대로 짚어낸 전형적 사례다. 특기자전형의 성격이 분명함에도 논술을 50% 넘게 들이고 나머지 평가는 자소서를 포함한 서류로 진행함으로써 논술전형과 사정관전형을 혼합한 새로운 유형의 전형을 2015학년에 선보였다. 정부의 ‘전형 간소화’ 취지에 역행하는 차원을 넘어선, ‘전형 갈아엎기’로 현장혼선을 가중시키는 대표적 사례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성균관대, 논술전형에 웬 자소서? 성균관대는 2015학년 새로운 전형을 선보였다. 바로 자기소개서를 평가해 반영하는 논술전형이다. 논술전형은 수능최저학력기준(수능최저)을 두긴 하지만 논술과 학생부교과 성적을 합산해 합격자를 정하는 게 일반의 상식이다. 수능최저 없이 논술60+서류40을 반영하는 성균관대의 2015 논술전형은 상식을 깨는 대표적 전형이라 하겠다. 해당 전형의 명칭은 과학인재전형이다. 분류는 일반전형>일반학생이지만, 사실상 이과계열 특기자전형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2015학년엔 논술전형에 속하게 된다. 수능최저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데 있어서 여전한 특기자전형의 특성을 갖고 있으며 평가서류에 속하는 학생부와 자기소개서를 준비하기 위해 교과는 물론 ‘과학인재’다운 비교과활동을 갖추고 자소서를 미리 써 준비해야 한다는 데 특기자전형의 성격은 여전하다. 여기에 수/과학논술까지 봐야 한다. 모집단위는 공학계열 60명, 물리학과 12명, 반도체시스템공학과 30명, 생명과학과 12명, 소프트웨어학과 20명, 수학과 12명, 의예과 5명, 전자전기컴퓨터공학계열 20명, 화학과 12명으로 총 9개 학과 183명의 모집인원이다. 물론 특기자전형이라면 이해되는 전형요소다. 종전의 특기자전형은 서류100%로 평가하거나 서류와 함께 전공관련 특정 시험을 치러 합격자를 선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균관대가 2015학년에 실기전형에 포함되어야 할 수학/과학/어학 특기자전형을 없앤 상황에서 이런 논술전형이라면 문제가 다르다. 시행 이후 논술전형에서 자기소개서를 평가한 적은 없다. 위주전형 덕분에 논술전형과 사정관전형이 혼합된 신종 전형이 탄생한 셈이다. 논술비중이 높아 논술위주전형이 되었는데, 논술뿐 아니라 학생부종합전형 성격까지 깊게 관여되어 있어 수험생들은 꼼짝 없이 논술전형과 사정관전형을 한꺼번에 준비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숭실대 SSU미래인재에 특기자전형? 숭실대의 특기자전형은 대부분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대교협 사이트 공시에 따르면 숭실대는 2015학년에 특기자전형을 폐지한 것처럼 비친다. 예체능우수인재전형을 통해 예술창작학부(문예5명/영화20명) 스포츠학부(18명)만 자리할 뿐이다. 숭실대는 2014학년만 해도 수시에서 특기자특별전형을 운영했다. 특히 영어/중국어/일본어 등 어학특기자는 수능최저 없이 영어는 토플과 토익 텝스, 중국어는 HSK, 일본어는 JLPT 등 어학인증에서 일정 점수 이상의 취득을 지원자격으로 내걸고 총 126명을 모집했었다. IT특기자로는 11명을 모집했었다. 한국정보올림피아드와 전국컴퓨터경시대회에서의 입상실적을 지원자격으로 걸었었다. 역시 수능최저는 걸지 않았다. 두 전형 모두 전형적인 특기자전형이다. 내신과 수능성적을 전혀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전형점수/입상실적과 면접만으로 합격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전형을 노리고 준비해온 수험생들이 만만치 않을 텐데, 이 전형들은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 혐의는 학생부종합전형인 SSU미래인재전형에 실린다. 2015학년에 SSU미래인재전형으로 모집하는 인원은 2014학년 374명보다 73명 늘어난 447명이다. 지원자격을 내걸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교육부가 어학인증점수 및 올림피아드실적을 자격조건으로 걸거나 명시할 수 없게 했기 때문이다. 대신 SSU미래인재에는 수능최저를 적용하지 않는다. 1단계 서류평가에선 자기소개서와 함께 학생부도 평가하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자기소개서에 강점이 있다면 충분히 도전해 볼만하다. 2단계에선 1단계성적60+면접40으로 최종 합격처리한다. 여러 면모에서 특기자전형이 깃들기에 손색 없는 전형이다. 고려대 학생부교과전형, 사실상 논술전형 고려대의 학생부교과전형은 사실상 논술전형이다. 학생부 반영비율이 55%라 학생부교과전형으로 분류되지만, 나머지 45%는 논술성적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학생부 비중이 높지만 논술에 변별력이 있다는 것은 입시를 조금이라도 더듬어본 자라면 알만한 사실이다. 해당 전형의 명칭은 수시 일반전형이다. 분류는 학생부위주(교과)>일반전형>일반학생>일반전형이다. 특정한 자격조건 제한 없이 수능최저를 적용하고, 대부분의 학과에서 모집한다. 문제는 학생부교과전형에 출제유형이 기재됐다는 것. 일반 상식으론 학생부교과전형은 학생부교과 점수만을 가지고 선발한다. 연세대의 학생부교과전형만 해도 1단계에서 학생부100%로 3배수를 통과시키고 2단계에서 다시 1단계성적70+학생부30을 합산하는 방식으로 선발한다. 반면 고려대의 학생부교과전형은 출제유형에 ‘통합교과형논술’이라 기재되어 있고, 선발방식도 학생부55+논술45다. 학생부성적은 다른 전형요소와 합산되는 상황에서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고려대가 학생부성적의 급간점수를 얼마나 띄울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논술점수로 학생부 등급 몇 개 정도는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상황일 것은 자명하다. 성격상 논술전형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굳이 학생부교과전형으로 편입한 이유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꼼수’의 배경.. 대학평가와 인재흡수 사이에서 줄 타기 교육부가 2015학년에 전형 간소화 과정에서 선보인 ‘위주’전형은 사실 발표 당시부터 부작용 소지를 안고 있었다. 학생부교과 반영비율이 50%를 넘으면 학생부교과전형, 논술 반영비율이 50%를 넘기면 논술전형 식이다. 때문에 성균관대처럼 실기위주전형에 편입되어야 할 특기자전형의 행방을 찾아보니 논술위주전형에 깃들기도 한다. 동일한 전형임에도 수능최저를 두지 않는 것으로 학생부종합전형에 편입시키기도 한다. 고려대처럼 논술전형을 축소하고 학생부교과전형을 확대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논술전형이 유지되고 있기도 하다. 숭실대처럼 특기자전형에 죄다 사라진 듯하지만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흘러 들었을 가능성이 강하게 풍기기도 한다. 때문에 대교협이 지난달 19일 발표한 ‘2015학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에 따른 전형별 축소/확대 추이는 ‘믿을 수 없는 자료’라 볼 수 있다. 대교협은 당시 학생부위주(교과/종합)전형이 늘어난 가운데 논술/적성고사 시행대학 및 모집인원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학생부위주전형으로 2015 전체 모집인원 37만9107명의 54.5%인 20만6764명을 선발, 2014 전체 모집인원 37만9512명의 44.4%인 16만8524명을 선발한 데 비해 학생부위주전형이 10.1%p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중 수시에선 모집인원 24만3333명 중 84.2%에 해당하는 20만4860명을 학생부위주전형으로 모집한다. 학생부교과전형이 14만5576명으로 수시 모집인원의 59.8%를, 학생부종합전형이 5만9284명으로 수시 모집인원의 24.4%를 차지한다. 발표에 따르면 학생부위주전형이 크게 늘고 특히 수시 학생부교과전형의 비중이 60%에 육박, 마치 고교에 틀 안에서 내신 위주로 준비를 하면 대입도 문제 없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학생부전형을 중심으로 상당 비중의 논술전형과 특기자전형 적성전형이 타고 들어간 정황이 포착된다. 학생부전형을 순수한 학생부전형이라 믿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일부 대학이 일으키는 파행의 배경은 ‘대학평가’와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서울시내 주요대학의 경우 큰 영향은 없겠지만, 정부가 대학평가를 통해 공교육 정상화 기여도를 판단, 사업비 지급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나선 때문이다. 출범 당시부터 대입 간소화를 외쳐온 정부 입장에선 교육부를 통한 선전포고나 다름 없었다. 대기업을 안고 있는 일부 대학들에 사업비가 얼마나 의미 있겠느냐는 의문도 들겠지만, 현실은 다르다. 자본력이 막강한 대학은 사실 몇몇에 지나지 않는다. 대부분 등록금 수입이 가장 클 수밖에 없다. 문제는 정부가 등록금에도 손을 뻗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회적으로 ‘반값 등록금’이 회자되는 상황에서 등록금 인상은 더 이상 힘들다. 오히려 줄여야 할 판이다. 여기에 특히 수시전형의 경우 전형료를 일부 반환해야 한다. 원서는 넣었지만 실제 전형을 치르지 않는 학생에게 전액, 단계별 전형에서 조기 탈락해 후반기 전형을 밟지 않은 학생에겐 일부의 전형료를 반환해야 한다. 재정상황이 예전만 못할 게 분명한 미래가 펼쳐져 있는 것. 사업비도 사업비지만, 사회적 시선도 무시할 수 없다. 공교육 정상화를 외치고 있는 정부의 방침에 반하는 입시정책을 펼친다면, 대학의 최전선에 있는 입학처가 대학 전체의 이미지까지 하락시키는 주범이 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공교육 정상화를 저해하는 주범으로 낙인 찍히지 않기 위해선 정부의 지침에 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부 따르자니 그것도 무리가 따른다.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르자니 학생부위주전형을 늘리고 논술/적성전형과 특기자전형을 축소해야 한다. 20년 가까이 시행하며 수시 대표전형으로 자리한 논술전형을 쉽게 축소할 수는 없다. 하지만 위주전형의 특성상 학생부비중을 늘리면 간편하게 논술은 축소하면서 학생부는 확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적성전형은 중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논술 대신 수시에서 변별력을 내온 대표전형이다. 역시 학생부비중을 적성보다 높게 두면 적성전형은 폐지되고 학생부교과전형이 확대되는 효과를 얻는다. 가장 큰 문제는 특기자전형이다. 특목고 출신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특기자전형은 그간 사회적 지탄을 받아온 대표전형이지만, 일부 대학 입장에선 포기할 수 없는 ‘금맥’이다. 실기위주전형에서 아예 빼두고 특기자전형의 명칭마저 포기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알 수 있는 특기자전형 요소를 살려 논술전형이나 학생부종합전형에 편입시키는 빌미를 위주전형이 제공한 셈이다. 특히 충격을 안기는 성균관대의 전형은 위주전형의 틈새를 제대로 짚어낸 전형적 사례다. 특기자전형의 경우 서류-면접으로 국한되어 있지만, 이를 논술위주전형으로 가져갈 경우 논술을 50% 넘게 들이고 나머지 비중을 사정관제 형식을 따올 수 있었다. 예체능 외에는 특기자전형을 운영하지 않는다며 교육부의 칼날에서도 비켜가면서도 면접을 보는 상황은 아니라서 자소서에 기재될 학교외활동을 조장한다는 혐의까지 받을 수 있다. 정부의 ‘전형 간소화’ 취지에 역행하는 차원을 넘어선, ‘전형 갈아엎기’로 현장혼선을 가중시키는 대표적 사례다. 모호한 전형경계로 현장혼란만 가중 학부모들은 분통을 터트린다. 올해 고3이 되는 자녀에 특기자전형 준비시켜온 한 학부모는 “해외생활을 오래 한 터라 공략할 건 어학특기자전형뿐인데 준비해온 대학이 어학특기자전형을 폐지한다 해서 대교협 발표 이후 홈페이지를 다 뒤져 일일이 찾아봤다”며 “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인 나조차도 쉬운 일은 아니었던 전형 찾기를 일반 학부모와 수험생이 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찾아보니 일부 어학특기자전형이 학생부종합전형과 논술전형으로 흘러 들어가 있는데, 전형유형 자체를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이런 정보를 찾으려면 앞으론 시간당 페이를 들여야 하는 컨설팅업체를 찾으라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 한 전문가는 “수시4개를 맞추느라 정교하지 못한 위주전형을 등장시켜 일부 대학이 전형요소가 섞인 새로운 세부전형까지 만들어내는 참사를 일으켰다”며 “예비 입학생이 처음으로 대면하는 대학의 얼굴을 담당하는 입학처가 할 일인가, 교육부가 위주전형의 폐해를 지금이라도 알았다면, 앞으로 있을 대학평가에 해당 꼼수를 낱낱이 반영,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학원가 한 관계자는 “간소화 이전인 지난해보다 오히려 더 복잡해져 수험생들의 하소연이 빗발친다”고 동향을 알렸다. 최근 학원가에는 연거푸 설명회가 개최되며 ‘올해 학생부종합전형이 바로 특기자전형이므로 특기자전형을 준비하던 수험생은 학생부종합전형을 공략하라’는 정보가 횡행한다는 것이다. 논술전형의 비중을 가늠해보던 대치동 논술학원들은 위주전형의 폐해를 포착, 같은 전형유형이더라도 학교별로 학과별로 다른 전형요소를 안내하기 위한 컨설팅업체로 간판을 갈아 끼우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대치동의 한 논술학원 원장은 “대치동 논술학원들이 대거 컨설팅업체로 종목을 바꾸고 있다”며 “수익을 따져 컨설팅업체로 전환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기사출처:베리타스알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