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옥(靑玉)바다, 장사도(長蛇島)를 가다
전주꽃밭정이
수필창작반
신아문예대학
금요 수필반 문 광 섭
선혈이
낭자한 동백꽃, 시린 얼굴을 들지 못하는 동백꽃이 어우러진 섬, 장사도에서 그대는 푸른 바다를 본 적이 있는가? 청옥처럼 맑고 고운 바다,
비단결 같은 파도를 그대는 보았는가? 파도의 하얀 거품 위로 외롭게 나는 갈매기의 목멘 노래를 들어는 보았는가? (2013. 03.
04.)
작년
세모(歲暮) 무렵이다. 해남 땅끝마을에서 칠십 넘긴 죽마고우(竹馬故友)들이 파도 소리 고요한 밤바다를 즐기다가 누군가 내년 봄엔 통영을 가자고
했다. 재작년에 서산 천리포와 만리포를 다녀왔고, 작년 봄에는 진해 군항제 벚꽃도 구경했다. 이제는 마음이 바쁜 건지 서둘러 봄 행사까지 챙긴
것이다. 이때 내가 꽃섬 장사도 이야기를 꺼냈다. 동백꽃을 보려면 1~2월이 딱 좋은데, 형편상 곧바로 갈 수 없으니 5월에나 가자고 했다.
빨간
장미꽃이 흐드러지게 핀 5월 하순, 장계초등학교 35회 동창생인 우리는 스타렉스 승합차를 빌려 타고서 장사도 선착장인 거제도 저구항을 향해서
신나게 달렸다. 마치 초등학교 시절 소풍가는 기분이었다.
저구항은
작은 어촌이었다. 지도에서 본대로 수평선 왼쪽에 장사도가 보였다. 승선시간은 오후 2시 30분, 나를 뺀 친구들은 처음이라 기대가 되는지 설레는
듯 보였다. 잠시 후, 뱃고동을 울리며 장사도 유람선 선경호가 선착장으로 들어왔다. 평일 오후라서 승객이 많지 않아 호젓했다. 손님들이 승선을
마치자 유람선은 잔잔한 파도를 가르며 떠나갔다. 갈매기들이 배웅이라도 하려는지 선미를 따라왔다. 먹이를 받아먹는 모양이었다. 2층 선실에서
내다보이는 한려수도는 언제나 아름다웠다. 모두가 잘 왔다는 생각에 빠져들 무렵, 배는 장사도 입구 선착장에 닿았다.
장사도에
오르니 정면에까멜리아(CAMELLIA)-장사도 해상공원’이라는 대형 표지가 눈에 띄었다. 일행 중 하나가
“까멜리아가
무슨 말이야? 우리 말 두고…….”
“스페인
말인데, 우리말로는 ‘동백꽃’이고, 이 섬을 상징하는 꽃이야!”
라고
설명해주었다.
해발
100M 정도지만, S자 형태 가파른 길을 오르려니 다들 힘든 눈치였다. 산책길 옆으로 동백나무, 후박나무 군락이 있고 언덕바지엔 거대한 구실
잣 밤나무가 내려다보고 있었다. 또한, 길가에선 붉은 잎 홍 가시나무가 늘어서서 반겨주었다. 갈림길이 있는 중앙광장까지는 10여 분이 걸렸다.
나무 숲 사이로 거제도 앞바다가 시원스레 다가왔다.
중앙광장의
여러 조형물들이 시선을 끌었다. 그중에 ‘바다, 섬, 여인’을 주제로 반쯤 누워서 손님을 반기는 여인상에 매료되었다. 일행들이 꽃과 조각품에
열중하는 사이, C와 나는 무지개다리를 건너서 승리전망대로 곧장 갔다. 멀리 통영시가지와 미륵산을 보면서 한산도를 비롯한 한려수도의 다도해를
가슴 가득히 안아 보았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옥포해전을 승리로 이끈 바다가 바로 내 눈앞에 펼쳐졌다. 그날 수군을 독려하는 이순신
장군의 고함소리가 귓전을 울리는 듯했다. 바다는 한마디 내색도 하지 않고 출렁거렸다.
비취색
청옥(靑玉) 물빛이 일렁이는 바다! 하얀 분말이 파도를 타며 여울지는 바다! 동백꽃의 사연을 애절하게 전하는 갈매기 울음에 내가 반해버린 바다!
누비 하우스 전망대에 섰다. 우리나라 곳곳을 다녀도 이렇게 맑고 고운 바다를 본 적이 없었다. 2013년 3월, 두 번째 왔을 때 머리글을
시처럼 지어서 노래했었다. 천연기념물 팔색조, 풍란, 석란도 있지만, 추운 겨울을 나면서 빨간 선혈로 붉히는 동백은 장사도의 얼굴이다. 이곳
동백 숲 터널은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촬영했기에 널리 알려졌다. 때가 늦어 동백을 보지 못한 아쉬움은 바람에 실려 보냈다. 다음엔
1월 하순쯤 와야겠다. 그때 동백은 겨울 해풍에 이마가 시려도 여린 입술을 붉게 칠하고 흰 눈을 뒤집어쓴 채, 수줍은 신부처럼 얼굴을 붉히며
나를 반기리니! 오늘은 그날을 기약하며 작별을 고했다.
야외
갤러리는 원형 계단식 누비 하우스 앞 언덕바지에 있다. 상단의 좌석에 앉으니 섬을 둘러싼 사면의 바다를 다 볼 수 있어 좋았다. 마치 장사도
성주(城主)라도 된 듯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밤은 허락하지 않는다. 오늘 저녁은 거제시 일운면에 자리한‘씨엔 스카이리조트’에서 잘 예정이다.
그곳도 내도, 외도, 해금강 쪽의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자리하고 있다. 이렇게 좋은 세상에 살면서 즐거움을 만끽하는 현실에 자부심이 들었다.
우린 6~70년대 산업화시대부터 국가발전을 위해 온몸을 바친 주역인 70~80세대가 아니던가! 그 수혜를 누릴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국가경쟁력과 경제규모에 걸맞은 문화시민으로서 준법정신과 행복지수를 높이는데 모든 국민이 나서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2015.
05. 20.)
첫댓글 서정의 노시인의 글 메무세가 넘처나는 수필같아 감명입니다.
덕산 선생님은 고희를 넘겼어도 친구분과 어울리는데도 청소ㅕㄴ처럼 힘이 넘처있읍니다.
항상 살아 있는 글을쓰시고 조금 일직 문단에 오르셨드라면 아쉬움이 큽니다.
잘 읽고 갑니다. 유천 ***
장사도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 주시어 마치 제가 간것 같습니다.
쬐끔 죄송한 말씀을 드리자면 결말이 본 글하고 맞지 않는 느낌이 듭니다.
제 생각으로는 아름다운 우리 강토를 잘 가꾸고 보존하여 영원히 지키어 나갔으면 한다는 말로 결론을 내렸으면
어땠을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부족한 제가 잘못 생각 할수도 있으니 너그러히 이해 바랍니다. 윤동현 올림.
장수시골 동생은 너무도 바쁜날을 보내는것 같아 건강에도 누님은 걱정이 됩니다.
글의 표현은 어찌도 그리도 정적이고 아름답게 쓰는지 누님은 부럽땅게
청옥바다 장사도 를 가다 두번 읽었습니다.
문 회장님 서정적인 글을 쓰셨습니다.70대의 소년 같에요.
항상 건강하시고 다음에 뵈요.
대망의 푸른바다를 가슴에안고., 펄처오는 망망대해를 한숨에 걷어들이는듯 사나이들의 포부! 멋진 나들이군요. 옥처럼 맑대맑은 바다, 그리고 뱀처럼 길게늘어진 장사도 곳곳의 동백꽃의 향연 속에서 부드러운 여인의 가슴을 안은듯 했군요.방콕속에있던 나는 참이 아닌듯 들리는구려. 나는지금 청옥의 장사도에서 감상문을 쓰고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