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안방 극장의 영원한 히트메이커' 작가 김수현과 방송사 MBC의 15년 앙숙관계가 화해 분위기를 타면서 KBS , SBS 등 방송사와 외주제작사가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요지인 즉, 김수현 원작의 드라마 <겨울새> 가 MBC 를 통해 방영된다는 것.
MBC 라면 치를 떠는 김수현에게 있어 <겨울새> 의 MBC 방영은 파격적인 선택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게다가 <겨울새> 의 극본을 이금림이 맡고 김수현이 직접 감수한다는 점에서도 파격적이다. 그 만큼 김수현의 입김이 충분히 들어갈 것이라는 것은 분명히 보이는 일이니 방영 방송국이 MBC 라는 것은 MBC 와 김수현이 어느 정도의 화해 분위기에 접어들어 갔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MBC 와 김수현, 15년 앙숙관계의 역사.
김수현의 40년 작가인생 중 MBC 와의 인연은 25년여에 이른다. 출세작 <새엄마> 부터 시작하여 <강남가족><신부일기><청춘의 덫><모래성><사랑과 진실><사랑과 야망><사랑이 뭐길래> 등 시대를 대표하는 김수현의 드라마는 모조리 MBC 에서 쏟아져 나왔으며 단막극과 몇몇 작품을 제외하곤 MBC와 김수현의 관계는 철옹성 그 자체였다.
MBC가 김수현 이라는 작가를 처음 발굴해 냄으로써 한국 드라마 역사에 새로운 획을 그었을 뿐 아니라 '드라마 왕국' 이라는 칭호까지 얻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80년대 중반부터, "김수현이 한번 쓰면 MBC 는 물론 MBC 재단인 경향신문사 전 직원이 1년 동안 먹고 산다" 는 이야기가 들릴 정도로 MBC 가 김수현으로 부터 창출해 낸 재산도 천문학적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렇듯 '절대' 떨어질 것 같지 않았던 김수현과 MBC 의 관계는 91년 <사랑이 뭐길래> 를 끝으로 파국을 맞게 된다. 일각에서는 이미 커질대로 커져버린 김수현의 권력과 MBC 의 보수 세력간의 다툼 끝에 김수현이 MBC 에 일방적인 '이별통보' 를 했다는 분석을 내 놓았지만 정작 당사자인 김수현과 MBC는 일언반구 해명없이 25년 '공생관계' 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 이후, 15년이야 말로 '방송 작가 협회' 를 좌지우지 하며 방송가 최대 권력을 자랑하는 김수현과 '드라마 왕국' MBC 의 불꽃 튀는 설전과 자존심 싸움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먼저 포문을 연 것은 MBC다. 좋지 않은 이별로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을만큼 날카로워져 있을 때 MBC 의 '김수현 폭격발언' 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완전히 앙숙관계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시작은 당시 최고의 인기 드라마였던 <신데렐라> 의 PD 의 입에서 시작된다.
"작가에만 모든 것을 의존하는 드라마는 라디오 드라마다. TV 드라마가 라디오의 문법을 따른다면 도대체 연출가가 하는 일이란 뭐냐. 대사로 드라마를 이끌어 나가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 라는 발언이 바로 그 것. 이 발언이 겨냥하고 있는 것이 김수현표 대사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을 정도였다.
이 발언을 듣자마자 김수현은,
"자매가 한 남자를 놓고 싸우는 패륜까지도 등장하는게 요즘 드라마다. 최소한의 도덕률도 망각한 채 시청률 사냥에만 나서는 드라마가 좋은 드라마냐." 며 응수했고, 한 공식석상에서 "내가 다시 MBC 와 일하면 사람이 아니다." 라며 MBC 를 맹비난 했다.
한 쪽은 방송 작가 협회를 치맛폭에 두르고 휘두르고 있는 최대 권력자요, 한 쪽은 '드라마 왕국' 이라는 칭호까지 들으며 승승장구 하는 최대 방송사였으니 이 만한 신경전은 그야말로 일촉즉발 이었던 상황. 김수현의 날카로운 대응에 MBC 는 "한 PD의 발언일 뿐, 방송국의 입장과는 상관이 없다" 며 마무리 졌고, 김수현도 더 이상 이에 대해 대꾸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틀어질대로 틀어진 관계가 쉽사리 회복될리 있을까.
1995년 50%가 넘는 높은 시청률로 인기리에 종여되었던 <목욕탕집 남자들> 에서도 김수현과 MBC의 다툼이 이어진다. 당시 남성훈-윤여정 커플의 아들로 나왔던 이진우가 같은 시간, MBC 주말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캐스팅 된 것. 그러니까 한 배우가 같은 시간에 다른 방송국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배우 관리에 남다른 철학이 있는 김수현으로서는 절대로 있어서는 안될 일. 김수현은 이진우를 '인도 발령' 으로 처리하면서 극 중에서 빼 버리면서 이러한 일침을 가한다. "젊은 배우가 한다고 해도 막아야 할 방송국이 이렇게 남의 드라마에 상처를 주다니. 대체 MBC 는 윤리 도덕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이 댓가는 반드시 치루게 해 주겠다."
그리고 '연장방영' 을 하라고 해도 끝낼 선에서 무조건 마무리 짓던 김수현이 <목욕탕집 남자들>은 예외적으로 50회에서 80회로 대폭 연장결정을 내리면서 MBC 의 주말드라마를 초토화 시켰을 뿐만 아니라 5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김수현 신화' 의 또 다른 기둥을 세워 놓았다.
이렇게 당하고만 있을 김수현인가. 이번에는 2000년 김수현이 MBC 에 포문을 열면서 다시 한번 앙숙관계가 지속되고 있음을 여실히 증명한다.
바로 시청률 40%를 넘나들었던 히트 드라마 <불꽃> 의 장서희와 이영애의 대사가 바로 그것. 장서희와 이영애가 TV 를 보면서 대화하는 장면에서 "저런 콩쥐팥쥐 드라마 안 쓰면 안되나. 쓰는 작가나 내 보내는 방송국이나. 저게 사람사는 세상 맞기는 한거니?" 하면서 MBC <이브의 모든 것> 에 간접적으로 비판 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서막에 불과했다. MBC 와 김수현의 감정의 극이 절정을 맞이 한 것은 바로 <사랑이 뭐길래> 를 표절사건 이었다. 한 때 최고의 인기 드라마의 반열에 올랐던 <여우와 솜사탕> 이 <사랑이 뭐길래> 의 표절작이라며 김수현이 MBC 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그 댓가가 '방영 금지' 와 '40억' 손해배상이라는 어마어마한 것이라서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그 당시 언론에서는 '김수현이었기에 망정이지 김수현이 아니었다면 MBC 에 뼈도 못 추렸을 것' 이라며 대서특필했고 결국 긴 소송 끝에 김수현이 승리함으로써 MBC 의 도덕성에 상당한 타격을 줬다. 물론 <여우와 솜사탕> 의 작가 김보영은 '방송 작가 협회' 에서 완전히 제명당함으로써 작가 인생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 뿐인가. 한창 <인어아가씨> 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을 때, 한 인터뷰에서
"요즘 드라마는 너무 무섭다. 세상에 어떻게 그런 사람같지 않은 사람만 있는 줄 모르겠다. 복수극은 드라마의 단골 소재라지만... 어떻게 드라마에 인간미 까지 없을 수 있는가." 라며 MBC 에 대한 비판의 칼날을 숨기지 않았으니 15년 앙숙의 역사는 크고 작은 신경전과 설전, 권력 VS 권력의 끊임없는 갈등의 연속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화해무드?
이렇듯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관계가 어떻게 화해 무드로 급 반전할 수 있었던 것일까. 대부분의 의견은 SBS 단막극 <홍소장의 가을> 에서 부터 시작됐다고 본다. <홍소장의 가을> 의 두 주인공이었던 김혜자와 최불암은 MBC 전속 탤런트. 다시 말해서, MBC 의 양해 없이는 절대로 SBS 모습을 드러낼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수현의 '대출요청' 에 MBC 가 흔쾌히 응했고 김혜자와 최불암이라는 든든한 중견배우가 <홍소장의 가을> 에 출연하게 되면서 김수현과 MBC 의 날카로운 신경전이 조금은 누그러 졌단는 것. 게다가 이 드라마가 작품성 뿐 아니라 흥행면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자 김수현의 마음이 더욱 풀어졌다는 것은 쉽게 알 일이다.
게다가 <부모님 전 상서> 와 <한강수 타령> 이 동시 스타트를 했을 때에도 김수현과 MBC 의 관계는 이미 화해 분위기를 타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좋은 작가가 좋은 드라마를 쓰니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라며 MBC 드라마인 <한강수 타령> 을 김수현이 직접적으로 칭찬하고 나선 것. 절친한 후배인 김정수의 작품이기 때문이었겠지만 MBC 로서는 싫지만은 않은 일이 아닌가.
게다가 김수현은 몇 년 전 홈페이지에 " 왜 <변호사들> 안 보고 딴 드라마 보는거야. 세상이 틀린거야, 내가 틀린거야" 라며 MBC <변호사들> 에 대해서 든든한 응원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니 MBC 로서는 예전의 앙숙관계고 뭐고 참으로 반갑고 기쁜 일이었던 것은 사실인 모양이다.
이런 상황에서 MBC 가 김수현 원작의 <겨울새> 를 방영하겠다고 나섰고, 김수현의 허락만을 기다리고 있던 차에 흔쾌히 '방영 가능' 네 글자가 떴으니 급격한 화해무드를 탈 수 밖에. 게다가 이금림이 직접 쓰고 감수까지 들어 왔으니 보통일은 아닌 모양이다. 최문순 사장 취임 이 후, 수 차례 가졌던 김수현과의 회동이 직접적으로 결과물을 맺게 된 것이다.
항간에서는 '이제 김수현이 MBC로 컴백하면 방송 3사의 판도가 다시 쓰여질 것' 이라며 김수현의 MBC 컴백을 섣부르게 예측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수현과 MBC 의 이러한 화해 무드가 단순히 '호의에 따른 보답용 제스추어' 였는지 아니면 '컴백을 위한 예고편' 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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