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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 당신은 정말 아름다워요. 그렇게 인상 쓰지 말아요. 사실대로 말한 거니까. 아름다움도 천재성의 한 형태예요. 아니, 설명할 필요도 없으니 천재성을 능가한다고 봐야겠죠. 햇빛이 청명한 봄날, 우리가 달이라고 이름 붙인 저 은빛 조개가 검은 물 위에 비쳐 반사되는 것처럼 아름다움은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하나의 사실이에요. 의문을 가질 필요도 없지요. 아름다움은 신성한 주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니까.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왕자가 되지요.
당신, 웃고 있나요? 아! 아름다움을 잃고 나면 그렇게 웃지도 못할 거예요. 사람들은 가끔씩 아름다움은 껍데기일 뿐이라고 말하곤 하는데 어쩌면 그게 맞는 말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적어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 피상적이지는 않아요. 나에게 최고로 경이로운 것은 아름다움이에요. 외모로 판단하지 않는 사람은 깊이가 없는 사람이죠. 세상의 진정한 신비는 눈에 안 보이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것이거든요.
-오스카 와일드 作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더 클래식-
어디까지나 미소년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헨리 워튼경의 궤변일 뿐입니다. 그런데.......궤변이긴한데 꽤 설득력은 있습니다.
외적인 아름다움 보단 내적 아름다움을 중시해야 한다고 배워온 우리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봅시다!!실상 상대방의 외모가 깔끔하고 단아하면...게다가 대단한 미인 미남이라면... 아마도 벌써부터 그에게 은근한 호감을 갖게 되는 우리 자신을 발견하게 되겠지요. 이렇게 보면 외양도 일종의 권력을 가진다 할 수 있겠지요.
(대표적인 예가 연예인이나 모델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외적인 미에 대한 절대 불변의 기준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지요. 시대에 따라서 그리고 동시대라도 서양과 동양이 생각하는 미남 미녀의 기준은 다르며, 소수의 유목민 토착민들이 생각하는 미의 기준도 판이하게 다르니까요. 이렇게 볼 때 외적인 미는 상대적일 수밖에요.
(물론 오드리헵번처럼 영원한 클래식의 대명사로 남는 극히 드문 경우도 있지만) 오늘은 어찌 보면 좀 그로테스크할 정도로 독특한 기준이 미인의 기준이 되었던 시대에 대해 얘기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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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이야기 모나리자~피렌체의 대 부호의 아내 프란체스코 델 조콘다 부인의 초상
1500년 초의 이 미인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세요. 눈가 입가에서 잔잔히 흐르는 미소, 그 수수께끼 같은 매혹적인 미소를 보실 수 있지요? 그런데 이 여인에게 눈썹이 없다는 거 아시나요? 다빈치가 원래 눈썹을 그렸었는데, 자주 복원하다보니 눈썹이 지워졌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로 알려져 있지만, 르네상스 시절엔 눈썹이 없는 여인이 미인이었데요. 요즘은 초승달처럼 자연스러우면서도 청순한 눈썹을 갖고자, 눈썹이 자유분방하게 흩어져 있는 여인네는 반영구 눈썹 문신을 돈 주고도 하는데 말이죠.
아무튼 이 여인은 빼어난 미모 덕분에 (딱 르네상스 시기에 걸맞는 미모)나이 차이는 쫌 많이 나지만 (20살 정도?)당대 최고의 부자랑 결혼해 그야말로 팔자 핀 삶을 살았다고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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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이야기~개미보다도 가녀린 허리를 위한 코르셋
대학시절 서양복식사란 강의를 들은적 있어요. 서양복식사에서 빠질 수 없는 옷이 있으니 바로 코르셋! “16세기의 프랑스의 왕 앙리2세의 부인, 케서린 드 메디치의 ‘결코 두꺼운 허리로 무도회나 연회에 참석할 수 없다!’는 엄격한 궁중 법도 때문에 코르셋은 1550년대까지 상류층 여성들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핫 아이템이 되고요. 실상 마드무아젤 코코샤넬이 허리의 잔인한 쇠고랑으로부터 여성을 해방시키기전까지, 코르셋은 수세기 서양 여성들의 허리를 옥죄었습니다. 남성이 한 손으로 여성의 허리를 휘어잡을 수 있을 정도로 가녀린 허리가 미인의 전제조건이다보니... 여성들은 어릴 때부터 코르셋을 착용하였다하네요.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스페인의 어느 왕녀는 허리가 무척 가늘어서 성인 남자의 양 손가락 끝을 맞대면 그 안에 허리가 충분히 들어갈 정도였다는군요.
한마디로 수세기 동안 서양 미인의 기준은 풍만한 가슴, 가는 허리!!요컨데 모래시계같은 몸매의 여성이 미인이었답니다. 서양화 속의 여인들보면 핏기 없이 창백하죠? 그럴 수밖에요! 코르셋이 하도 허리를 죄니까 자연히 피가 통하지 않았겠죠.......무도회에서 폴카나 왈츠에 맞추어 몇 차례 돌다보면 숨이 찰 텐데 허리는 꽉 조여오고 .....제대로 숨 쉬지도 못하고 부채질 하다가 혼미하는 여성들도 종종 있었다하네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도 여주인공 스칼렛 오하라가 침대 기둥을 붙들고 있으면 그녀의 하녀이자 유모가 그녀의 가는 허리를 가차없이 조이잖아요?! 잔인하고 무자비한 코르셋!! 아마도 평생 코르셋을 착용한 여인들의 내장 구조는 평생 전족한 여인들의 발 구조만큼 기형적으로 변형 되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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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이야기-낭만주의 시대, 서양 미인의 조건은 창백한 피부와 다크서클
1861년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남편 엘버트 공이 죽고 나서 무척 상심한 나머지 한 몇 개월간은 화장하지 않고 지냈는데, 그만 그 모습이 대유행이 되어버린 거예요. 많은 여인들이 여왕처럼 창백한 피부를 얻고자 고대로 두면 혈색 있고 건강할 피부를 수은과 납이 많이 함유된 화장품으로 죽였다는군요. (참고로 수은과 납은 예전부터 서양에선 여성 화장품으로 많이 쓰였나봐요. 그때는 수은이나 납 중독에 대해 무지했던 시절이고, 일단은 바르면 설화 석고 같이 새하예져서 애용했다는군요. 헨리 8세와 그의 두 번째 부인 엔 볼레인 사이에서 낳은 딸 엘리자베스 여왕도 아마 수은과 납 중독으로 말년에 고생깨나 했을 거예요. 여왕의 초상화를 보면 정말이지 얼굴이 밀가루처럼 하예요.) 그리고 낭만주의 시대 여성들은 현대여성이라면 기피할 다크서클을 만들기 위해서 일부로 밤늦게까지 책을 읽었다는군요. 그리고 동공을 최대한 확대시키기 위해서 풀에서 추출한 독액을 눈에 안약처럼 넣었다는군요. 뭐.......현대식 서클렌즈 비슷한 효과 아닐까요. 오~!!정말 여성들은 무서운 존재예요. 예뻐지기 위해선 못하는 짓이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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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이야기~딸아이를 좋은 데 시집보내기 위한 어머니의 무시무시한 사랑(?)전족!
10세기부터~20세기 초반까지 작은 발이 미인의 기준이 되었던 터라 유아기부터 발을 꽁꽁 묶어놔 발이 자라지 못하도록 만드는 전족.(최고의 미인으로 평가받는 성인여성의 모범적 발 크기는 10cm도 채 안 되었다네요.ㅠㅠ)당연히 발이 자라지 못하니까 걸음걸이도 뒤뚱뒤뚱! 잘 걷지 못하니까 허리도 다소 굽게 된다는군요. 게다가 그 동여맨 발에서 나는 악취하며!
(물론 굉장히 아프겠죠. 엄지발가락 외에 다른 발가락을 접어서 동여맸으니......)정말 현대의 심미안과는 거리가 멀죠. 하지만 아무튼 고대 중국의 미적 기준은 작은 발이었고 그 작은 발로 여인들이 벽을 붙잡고 뒤둥뒤뚱 걷는 자태가 섹쉬하게 어필 되었더군요. 전족이 나왔으니 한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중국의 4대 전설적 미녀로서 몸매가 풍만했다던 양귀비의 발은 10cm 이하였다는군요. (성인 여성의 발 크기가 10cm 이하)시아버지였다가 후에 애인이 된 당 현종의 두 손 위에서 춤출 수 있을 정도로 앙증맞은(?)발을 가지고 있었나봐요. 양귀비의 무덤은 원래 주위에 담장이 없었데요. 그런데 양귀비의 무덤의 흙을 파먹으면 미인이 된다는 근거 없는 소문으로 양귀비 무덤이 자꾸 손상되니까 무덤 주위에 높은 담을 설치했다는군요. 정말 동양 여성들도 서양 여성들 만만치 않게 예뻐지기 위해서는 갖은 수단을 다 쓰는 군요.
참~!!배우 전지현씨가 중국배우 장쯔이씨와 미국배우 휴잭맨과 함께 출연한 영화 설화와 비밀의 부채(2011년작) 영화 트레일러 잠시 보고 가세요........청나라때 전족한 여인의 일상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담은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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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이야기~백조처럼 우아한 긴 목이 바로 미녀! 카이렌 부족
사실.......발레리나처럼 우아하고 가녀린 긴 목을 여자라면 누구나 다 하나같이....
‘아~~!! 나도 저렇게 미끈하고 섬세하며 가녀린 긴 목을 가졌으면.......’ 이렇게 동경하게 되지요.
세상에서 가장 긴 목을 가진 여인들은 어느나라 사람일까요??놀랍게도!! 서양인이 아닌 동양인인 태국 카이렌 부족이라는군요. 이들은 5살만 되면 여자 아이의 목에 링을 하나씩 걸기 시작한데요. (아그~ 딱 보기만 해도 한번 목에 걸면 절대 뺄 수 없게 생긴 링이예요...)
아무튼 이 부족 여성들의 목은 동양인 치고는 정말 길어요. 물론 인위적으로 목만 늘린 감은 없잖아 있지만........최대 10개의 링을 목에 걸 수 있어요. 가장 많은 개수의 링을 목에 건 자가 아마도 최고 미녀가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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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시대에 따라서, 동서양에 따라서, 인종에 따라서 미인의 기준은 판이하게 다르지요.
비록 외적인 아름다움은 상대적이지만, 오늘의 이야기를 맺으면서 영원한 클래식한 패션 아이콘 오드리 헵번의 명언을 실어드릴게요.......전 오드리헵번이 참 좋아요. 외면으로 보나 내면으로 보나 참 아름다웠던 배우인거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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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헵번의 명언
아름다운 입술을 가지고 싶으면 친절한 말을 하라
사랑스런 눈을 갖고 싶으면 사람들에게서 좋은 점을 봐라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으면 너의 음식을 배고픈 사람과 나누어라
아름다운 자태를 갖고 싶으면 옆에 누군가와 같이 걷고 있다고 생각해라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갖고 싶으면 하루에 한번 어린이가 손가락으로 너의 머리를 쓰다듬게 하라
사람들은 상처로부터 복구되어야 하며, 낡은 것으로부터 새로워져야하고,
병으로부터 회복되어져야 하고, 무지함으로부터 교화되어야 하며,
고통으로부터 구원받고 또 구원받아야 한다. 결코 누구도 버려져서는 안된다.
기억하라.
만약 도움의 손이 필요하다면 너의 팔 끝에 있는 손을 이용하면 된다.
네가 더 나이가 들면 손이 두 개라는 걸 발견하게 된다.
한 손은 너 자신을 돕는 손이고 다른 한 손은 다른 사람을 돕는 손이다.
첫댓글 내적 외적 아름다움이 50:50
다 중요한거 같아요^^~~
퍼센트까진 장담못해도...왜냐면 상황에따라 이 사회가 요구하는 비율이 다르며, 우리 자신들도 지향하고픈 욕구가 다를테니까요...
여하튼 어느 한쪽만으로만 고집한다는건 무모한 거 같아요
^^댓글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