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제14번 올림다단조(Op.27 No.2)」, 일명 '월광소나타(Moonlight Sonata)'
「비창」이 인간이 운명과 싸우는 모습을 그렸다면, 「월광」은 인간의 마음속 깊은 고독과 사랑, 그리고 운명을 조용히 응시하는 음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 '월광소나타'라는 부제는 어떻게 붙었을까
루트비히 판 베토벤은 이 곡에 "월광"이라는 이름을 붙인 적이 없습니다. 그가 붙인 제목은
"환상곡풍의 소나타(Sonata quasi una fantasia)"
였습니다.
'월광'이라는 이름은 베토벤이 세상을 떠난 뒤, 독일의 시인이자 음악평론가인 루트비히 렐슈타프가 이 곡의 첫 악장을 듣고
"달빛이 비치는 스위스의 루체른 호수 위를 작은 배가 미끄러져 가는 모습이 떠오른다."
라고 표현한 데서 유래했습니다.
그 후 사람들은 이 작품을 자연스럽게 "월광소나타"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2. 작곡 당시의 베토벤
비창을 작곡한지 3년이 지난 1801년.
베토벤은 서른 살을 갓 넘긴 젊은 작곡가였습니다.
그러나 그의 삶에는 이미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었습니다.
바로 청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음악가에게 귀는 생명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그런데 자신의 귀가 점점 닫혀 간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먼저 베토벤 자신이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친구들에게조차 이 사실을 숨긴 채 홀로 괴로워했습니다.
이 무렵 그는 귀족 집안의 젊은 제자인 줄리에타 귀차르디에게 특별한 호감을 품었습니다.
줄리에타 귀차르디는 아름답고 총명한 여인이었고, 베토벤은 그녀에게 이 소나타를 헌정했습니다.
다만 오늘날의 연구에서는 그녀가 이 곡의 직접적인 영감이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봅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작품이 사랑과 고독, 그리고 자신의 운명 앞에서 흔들리던 시기에 태어난 것은 분명합니다.
3. 세 개의 악장이 들려주는 이야기
제1악장 – Adagio sostenuto
이 악장은 클래식 역사상 가장 유명한 첫 악장 가운데 하나입니다. 잔잔하게 반복되는 반주 위로 선율이 천천히 떠오릅니다.
마치 깊은 밤,
호수 위에 달빛이 내려앉은 듯한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이 음악은 단순히 아름답지만은 않습니다.
가만히 듣고 있으면 말하지 못한 슬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홀로 견뎌야 하는 고독이 서려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이 악장을
"자신의 운명을 조용히 받아들이는 기도"
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제2악장 – Allegretto
첫 악장의 무거움을 잠시 잊게 해 주는 악장입니다.
베토벤은 이 악장을 마치 꽃이 잠깐 피어나는 봄날처럼 가볍게 만들었습니다. 짧지만 미소가 번지는 음악입니다.
리스트는 이 악장을
"두 심연 사이에 핀 한 송이 꽃"
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첫 악장의 깊은 밤과 마지막 악장의 폭풍 사이에서
잠시 쉬어 가는 평화입니다.
제3악장 – Presto agitato
갑자기 세상이 뒤집힙니다.
폭풍이 몰아칩니다.
피아노가 불꽃처럼 타오릅니다.
격렬한 분노, 절망, 운명과의 싸움, 베토벤은 이 악장에서 자신의 모든 감정을 쏟아붓습니다.
많은 피아니스트들이 가장 연주하기 어려운 악장 가운데 하나로 꼽을 만큼 강렬합니다.
이 곡은 첫 악장만 듣고 끝내기에는 너무 아까운 작품입니다. 세 악장을 하나의 인생 이야기처럼 들어 보십시오.
첫 악장은 깊은 밤의 명상입니다.
둘째 악장은 삶이 잠시 우리에게 허락한 미소입니다.
셋째 악장은 다시 현실과 맞서는 인간의 용기입니다.
♬「비창」과 「월광」의 차이
어제 함께 감상하신 「비창」과 비교하면 더욱 흥미롭습니다.
................비창...........................월광
밖으로 터져 나오는 감정...마음속 깊이 스며드는 감정
운명과의 정면 승부...........운명을 바라보는 명상
영웅적인 힘..................... 고독한 아름다움
불꽃........................................ 달빛
그래서 「비창」은 낮의 음악이고, 「월광」은 밤의 음악이라고 표현합니다
달빛은 언제나 조용합니다.
햇빛처럼 세상을 환하게 밝히지는 않지만,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에게는 그 은은한 빛만으로도 충분한 위로가 됩니다.
베토벤의 「월광소나타」도 그렇습니다.
이 음악은 "힘내라"고 외치지 않습니다.
"울지 마라"고 다그치지도 않습니다.
그저 우리 곁에 조용히 앉아 함께 침묵할 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침묵 속에서 오히려 가장 많은 위로를 받습니다.
인생에는 말로 해결되지 않는 슬픔이 있습니다.
그럴 때는 설명보다 음악이 먼저 다가옵니다.
첫 악장의 잔잔한 선율을 듣고 있으면, 마치 달빛이 상처 난 마음 위에 천천히 내려앉는 듯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악장이 끝났을 때 우리는 깨닫습니다.
고통은 우리를 무너뜨리기 위해 오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기 위해 찾아오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마지막으로 베토벤은 다음과 같은 말을 했습니다
"고난을 통해 기쁨으로."
(Per aspera ad astra와 비슷한 정신을 담은 베토벤의 삶을 상징하는 표현으로 자주 인용됩니다.)
이 말은 베토벤의 음악 전체를 관통하는 정신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