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바른교회아카데미가 주최한 연구위원회 세미나에 참석한 신학자와 목회자, 평신도들은 ‘예배’의 본질에 대해 발표하며, 한국 교회가 추구해야 할 예배의 방향성을 논의했다. |
예배는 무엇일까. 매우 원론적인 것 같지만 교회와 성도들에게 신앙생활의 근본을 묻는 질문이다. 혹자는 ‘하나님나라에 대한 미리 맛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예배는 우리가 사는 21세기의 상황과 어떻게 접목이 될 수 있을까. 최근 예배는 사적인 영역으로 움츠러들 것이 아니라 사회 윤리적 도덕형성과 ‘깨어진 생명공동체’ 회복을 위해 공적인 영역으로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바른교회아카데미(원장:김동호 목사)가 최근 ‘예배’를 주제로 제11회 연구위원회 세미나를 개최했다. 예배학자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신학자와 목회자, 평신도가 함께 예배의 본질에 대해 발표하며 한국 교회가 추구해야 할 예배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편집자 주>
# 감격 없어도 예배를 드려라 예배자들은 하나님에 대한 지식의 깊이와 높이, 넓이에 따라 예배를 드린다. 하나님을 아는 만큼 예배드리는 것이다. 때문에 호세아가 말씀하고 있듯이 하나님을 알되 힘써 알아야 한다. 하나님을 알 때 사랑할 수 있고, 경외할 수 있어서 자발적으로 예배하고 찬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예배하는 만큼 하나님을 알 수 있다. 하나님을 모르고서 예배할 수 없지만 예배를 통해 하나님을 알아간다.
오늘날 예배는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자신들이 속한 예배만이 성서적이라든지, 혹은 더 성서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편파적이고 편협한 해석이다. 예배의 모든 순서는 쌍방향성, 즉 하나님을 향하고, 이웃(회중)을 향한다. 기도와 찬송은 하나님께 향할 뿐 아니라 회중에게도 향한다. 회중에게 향하는 설교는 하나님께 드리는 곡조 없는 감사와 영광의 찬양이 된다. 감격 없어도 지속적으로 예배드릴 수 있는 예배자가 되라. 무덤덤한 예배자는 열등한 예배자가 아니다. 기질적으로 다르게 반응할 뿐이다.
예배를 예배되게 하는 것은 회중의 경험이나 노력이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과 약속이다. 하나님의 임재는 경험과 느낌보다 약속을 믿는 믿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배를 신학의 한 분야로 이해하기보다 모든 신학을 예배적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예배자가 건강하다. (김세광 교수, 서울장신대)
# 예배는 ‘자기만족’ 아니다 예배를 통해 하나님을 만나지 못하기 때문에 삶이 변화되지 않는 것이다. 예배만 드리고 예배자로서의 삶을 살아가지 않는 이들에 의해 교회의 문제가 발생한다. 기도하지 않고, 예배도 건성으로 드리는 사람들이 교회 문제를 놓고 왈가왈부하거나 투표한다.
참된 교회는 예배하는 자들에 의해 움직여져야 한다. 분명한 예배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예배는 자신을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만족시키려는 의식이다. 예배는 제사다. 자신의 만족과 유익을 위해, 자신의 편리한 방식대로 드리는 것이 아니다. 예배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기 위해 자신이 죽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꺾어야 하는 상황, 자신의 유익을 접어야 하는 순간이야 말로 하나님 앞에 진정한 예배로 나아가는 길이다.
예배하는 자가 하는 모든 일이 ‘사역’이다. 예배하지 않는 자의 일은 ‘활동’은 될 수 있지만 ‘사역’이 되지 못한다. 예배를 더 아름답게 하기 위해 헌신할 일이 있는지 생각하라. 예배 사역에 동참한다는 것은 예배자의 삶을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나님의 기쁨이 되기 위해 헌신하고 사역하라. 주일마다 드리는 예배 시간이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는 감격의 장이 되도록 하라. (김병삼 목사, 만나교회)
# 예배인도자의 외부영입 안돼 하나님의 현현을 맛보는 예배를 소망한다면 목회자는 예배의 각 순서자들과 늘 지난 예배에 대해 돌아보고 다음 예배를 위해 준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교회 공동체의 체질과 필요를 아는 자원들이 예배를 위한 인력으로 성장하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결국 성도 각 개인의 영혼을 하나님과 직면하도록 인도하는 최초의 책임은 교역자들과 예배위원들에게 있음을 주지하고, 이를 위해 시간과 재정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성숙한 예배자를 길러내는 생태계로서의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예배훈련을 제자훈련의 과정으로, 예배인도훈련을 리더훈련의 과정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예배인도자의 외부영입을 지양하고, 교회 안에서 길러낸 일꾼을 중용해야 한다.
예배인도자, 찬양인도자, 성가대 지휘자, 반주자 등 영입성 인사의 반복은 예배공동체로서의 정체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다 줄 수 있다. 행사기획 전문회사에서 레크리에이션 지도자가 출장 나와서 전교인 체육대회를 돈 받고 인도해주는 경우와 우리의 예배를 동일시해서는 안된다. 교회 가족의 일원으로서 구성원들의 희노애락을 이해하고 있고, 인격적인 교류가 가능한 이들이 예배를 인도하는 자리에 서 있어야 한다. (황병구 본부장, 한빛누리재단)
# 표적과 은사의 수용 필요 일 년에 두세 번 갖는 성만찬 예배, 그것도 또 한 번의 긴 설교를 동반하는 지루한 성만찬을 통해 혹은 그에 반발해 지나치게 간소화된 성만찬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기 힘들다. 철저하게 성례전을 준비하며 참여해야 한다. 육신의 삶에서 날마다 양식이 필요하듯, 영적생활에서 날마다의 양식처럼 필요한 은혜를 공급받기 위해 성만찬을 자주하는 것이 좋다.
성만찬을 앞두고 일정기간 동안 신자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죄를 회개하며, 기도로 준비하는 개혁교회의 전통을 회복하라. 말씀선포와 기도와 찬송 이외에도 표적과 은사를 올바른 자세로 수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20세기 초 오순절운동이 일어나면서 은사들과 표적들은 적극적으로 예배 안에 수용되기 시작했다. 영적으로 목마르고, 냉혹한 경쟁사회에 내몰린 현대인들, 세속화된 문명사회에서 무엇인가 초월적인 의미를 찾으려는 현대인들에게 오순절운동은 새로운 영적 임재의 경험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물론 맹목적으로 표적과 기사를 쫒아가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 아니다. 표적과 은사를 복음의 메시지에 집중한다면 오늘날에도 표적과 은사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하나님의 임재를 생생하게 경험하고 깨닫게 하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상생활 속에서 사랑의 삶을 삶으로써 하나님과 함께하는 것이다. (현요한 교수, 장신대)
# 낡은 신학적 사상과 감성에서 탈피 예배는 신앙의 신비와 삶의 체험을 통합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중요한 교육적 장이 된다. 예배는 기독교의 이야기가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될 뿐만 아니라 그것이 성도들의 삶에서 재해석되는 시간이다. 성서의 마스터 스토리를 성도 개개인의 삶의 이야기와 접속해야 하고, 또한 공동체의 이야기 속에서 다시 결연돼야 한다.
이를 위해 오늘날의 위기와 변화된 사회의 특징을 담지하지 못하는 낡은 신학적 상상력과 감수성, 그리고 종교적 언어의 한계를 해체하고, 새로운 언어로 하나님과 인간, 자연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교회에서 사용되는 언어나 커뮤니케이션의 방식이 설득적이며 공감적인지, 아니면 선언적이고 선포적인 유형인지 비판적으로 성찰해 쌍방향적 커뮤니케이션의 방식들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참여하고 소통하며 변화를 추구하는 예배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관계가 살아있는 공동체를 경험하는 장이 되도록 해야 한다. 예배를 통해 개별 교회와 교파를 넘어서는 연합정신, 공적시민으로서의 역할 및 책무, 인류 공동체로서의 연대감 및 책임감을 자각하고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공공사회를 살아가는 공적 시민으로서의 역할 및 책무에 대한 의례들을 강화해야 한다.
이것은 모든 인류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구현할 하나님의 파트너로서의 역할에 대한 의식이다. 개인과 공동체, 교회와 사회, 그리고 인류와의 연대의례들은 성서적인 앎의 문제들을 기독교적인 삶으로 풀어가도록 돕는 주요한 의례가 될 것이다. (조은하 교수, 목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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