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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흠뻑 내려 도시를 덮은 겨울의 포근함과 신비로움 대신 여름의 북해도는 무엇보다 청량한 시원함이 전해진다. 여름의 북해도 여행은 시리도록 푸른 호수와 향기로운 꽃밭을 지나 여름 밤 공원의 벤치에 앉아 마시는 시원한 캔 맥주 같은 상쾌한 여행이다. 목을 타고 내리는 싸한 삿포로 맥주와 주변으로 펼쳐진 색다른 일본의 풍경들, 여름 일본여행의 화두는 북해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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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해도에서 이곳처럼 아름다운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또 있을까. 보고 있으면 이곳이 일본인가 싶을 정도로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만발한 꽃을 보고 이곳이 네덜란드가 아닐까, 초록의 평원을 보고 혹시 스위스는 아닐까 자꾸만 의심하게 된다. 북해도 섬 중앙의 아시히가와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면 형용하기 어려운 자연을 품은 비에이와 후라노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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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이는 외국인 여행객보다 일본인들 사이에 더 유명하다. 몇 년 전 일본에서 인기를 탄 CF 때문인데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한 촬영지들이 비에이 곳곳에 있다. 그래서 유명한 촬영지에는 당시의 CF 이름을 딴 나무와 지명이 새로 생길 정도다. 자동차 광고에 등장했던 커다란 나무가 한 그루 서 있는 스카이라인의 풍경, 스낵 CF가 촬영된 흰 꽃이 만발한 완만한 곡선의 언덕, 감자 꽃이 피었다 지면 바로 보라 빛 라벤더가 만발하는 비에이 곳곳의 평원들… 어느 곳을 카메라 앵글에 담은 들 평화로운 풍경을 선사하지 않을 곳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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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이에서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있는 후라노는 향기까지 전해진다. 후라노라는 이름 자체도 북해도의 원주민인 아이누족의 언어로 향기 나는 불꽃이라니 라벤더를 비롯한 허브류가 많은 이곳의 특징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이다. 비에이가 한가로움과 여유로움이 전해지는 자연 풍경이라면 후라노는 화려함과 번화함, 분주함이 함께 하는 지역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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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라노에서는 개인이 운영하는 팜 토미타 라는 곳을 방문할 수 있는데, 토미타라는 사람의 개인 소유지만 넓이와 아름다움이 여느 국립공원 못지 않다. 시기별로 색깔 별로 대지를 수 놓은 꽃밭에서는 감탄을 멈추지 못한다. 후라노에서는 매년 여름 7월 20일을 전후해 라벤더 축제가 열리니 그때는 만발한 꽃과 향기만큼 많은 인파가 만드는 흥겨운 분위기를 함께 만끽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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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일색의 여행에서 벗어나 도시를 만나는 곳이 삿포로다. 삿포로 맥주, 삿포로 눈 축제 등으로 유명한 삿포로는 여름이면 눈으로 뒤 덮인 포근한 풍경이 아닌 북해도의 자연과 도시, 인간이 잘 어우러진 모습을 보여준다. 삿포로 여행은 JR 삿포로 역에서 출발한다. 삿포로 역과 오도리 역을 지나는 길에 삿포로의 명물들이 다 몰려 있기 때문이다. 삿포로의 랜드 마크가 되는 붉은 벽돌건물인 북해도 구 본청사, 시계탑, TV타워, 오도리 공원, 그리고 조금 더 걸으면 나타나는 라면 골목까지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면 이곳을 우선적으로 여행하는 것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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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벽돌이라는 뜻의 아카렝카로 불리는 구 본청사는 미국의 메사추세츠주의 의사당을 모델로 세워졌다고 한다. 1888년에 만들어졌다니 벌써 100년이 훨씬 지난 건물이다. 북해도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이 건물은 봄, 여름이면 녹음과 만발한 꽃, 가을의 단풍, 겨울의 눈 내린 풍경을 보여준다. 조금 더 걸으면 목조 건물의 시계탑이 나오는데 크지는 않지만 역시 120년이 넘은 건물로 삿포로를 대표하는 이미지다. 오도리 역에 닿기 전 147m의 철탑이 눈에 들어오는데 도심의 랜드마크인 TV타워다. 지상에서 90m 높이에 전망대가 있으니 시간이 넉넉하면 한 번쯤 올라가 깨끗한 도시 삿포로의 정경을 둘러 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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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리 역에서 시작되는 오도리 공원은 도심에 자리잡은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좌우로 늘어선 가로수와 정원의 꽃들, 분수, 조각상 등 1.5km에 걸쳐 늘어서 있다. 여행자나 주변의 사무실에서 나온 회사원들, 공원을 찾은 시민들의 휴식처가 된다. 또한 오도리 공원이 바로 2월에 눈 축제가 벌어지는 곳으로 시간을 잘 맞춰서 온다면 설국을 구경할 수 있다. 여름에는 맥주축제도 열리고 겨울이면 낙엽을 떨군 나무에 네온과 전구를 달아 화이트일루미네이션을 연출하는 곳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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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던 영화 러브레터 촬영지인 오타루는 그 영화가 아니더라도 이국적인 정서가 넘치는 곳이라 일본인은 오타루를 특별하게 생각한다. 막상 앞에 서고 보면 작은 운하 주변으로 낮은 건물이 늘어선 것이 전부일지 모른다. 하지만 눈이 내린 겨울이나 가로등이 불을 밝히는 시간이 되면 낮의 황량함 보다는 따사로움이 젖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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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청어 잡이로 부를 쌓은 오타루에서는 금융업이 발달해 북해도의 중심지가 될 정도로 부흥했으며, 한때 월스트리트로 불리기도 했었다. 영화와 낭만을 찾아 오타루에 온 여행객들이 들르는 운하 주변은 1890년대 말, 1900년대 초에 지어진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벽돌로 지어진 창고 건물이 늘어서 있고 밤이면 운하 주변의 가스등이 은은하게 불을 밝혀 운치를 더한다. 흔들리는 불빛을 받은 잔잔한 물결 위로는 산책하는 인파들의 그림자가 하나 둘 어른거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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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루에서 또 하나 볼거리는 오르골과 유리 공예인데, 증기시계가 있는 곳에 오르골 박물관과 유리공예를 볼 수 있는 곳이 몰려 있다. 자동으로 음악이 연주되는 오르골은 오타루로 들어오는 외국 문물을 따라 왔는데 모양도 소리도 앙증맞고 다양하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영화처럼 지난 일이 떠오르는 오르골을 모아놓은 박물관은 오타루를 찾은 여행객들이 빠트리지 않고 찾는 곳이다. 유리 공예는 입으로 불어 만드는 수공예로 만들어진 공예품도 예쁘지만 공방에서 만드는 과정도 생소하니 구경할만 하다. 오타루의 유리공예는 선명하고 다양한 색깔과 모양으로 유명한데, 세상에 하나뿐인 기념품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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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해도는 일본의 다른 곳에 비해 호수가 많은 편이다. 멀리 동부의 마슈호, 아칸호, 누카비라호, 시가리베츠호 등 위치와 크기, 모양, 호수의 빛깔까지 다양하다. 그 중 노보리베츠 부근에 있는 도야호는 화산의 활동으로 생긴 칼데라 호수가 있고 그 안에 다시 네 개의 섬이 있는 북해도 최대 규모의 호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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