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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 운
《 한 강문학》(2018) 시조부문 등단, 평론부문 등단(30호, 2023, 신년호),
《한강문학》 편집위원, 한강문학회 총무이사
단장시조의 부활 및 세계화
서론
단장 시조는 시조의 3장 중에 종장만 남겨 놓은 시조를 의미한다. 근대 이후 행해져 온 형식 실험을 통해 탄생한 주요 양식으로 우리 선배들이 시조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많은 고민의 산물이라 생각된다. 변영호 시인이 “퇴화의 날개”라는 시집으로 단장 시조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그러나, 단장 시조는 아직까지 여러 시인들에 의해 실험으로 시도되고 있는 상황이며 아직 시작 분야에서 전반적으로 널리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기존에 시도되었던 단장 시조의 부활과 세계화, 그리고 다른 시 형식과 비교했을 때의 경쟁력을 논해 보고자 한다.
1. 스마트폰 시대 추세에 적합한 시 형식
현대의 많은 사람들은 지하철을 타거나, 잠시 시간을 보낼 때면 스마트폰을 만지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 기존의 책을 통한 시를 읽기보다는 스마트 폰을 이용해서 사진과 함께 시를 읽는 경향이 많아졌다. 그래서, 스마트폰으로도 읽기 편하게 한 句의 구성이 짧아지고, 전체적인 라인 수가 짧아지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녹아 있는 시 보다는 한가지 관점에 포커스를 맞추고 짧은 시간 내에 소화 할 수 있는 그런 시를 찾는 경향이 많아지고 있다.
현대인들이 시를 읽지 않는 다고 푸념하기 보다는 현대인들이 선호하는 시 분야를 개척할 필요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단장 시조는 현대 한국인들의 구미에 맞는 시조의 형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은 시 분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 시와 사진을 결합한 시에 적합한 정형시
요즘은 디카시라는 형태로 사진과 함께 짧은 시가 유행하기도 한다. 아니면 사진의 상단이나 하단에 사진 작가의 짧은 자기 생각을 쓰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그런데, 사진에 붙이는 시를 단장시조를 쓸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짧은 글이 좋은 글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이 있겠지만, 이를 정형화된 시의 한 형태로 짧은 글 귀를 쓸 수 있는 경우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디카시에 편하게 자유시를 써서 하나의 디카시를 쓸 수도 있겠지만, 정형화된 시로 단장 시조를 디카시로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재 국내의 현황으로는 강원 시조시인협회에서 2024년 1월에 디카-단장 시조 문학상 접수를 진행하기도 했다.
단장시조에 디카시를 결합시킨 형태는 추후 단장시의 발전을 위해 고무적인 현상이라 생각된다.
3. 단장 시조의 다른 분야로 활용 가능성 측면
일본인들은 하이쿠를 사랑한다. 음식점에 들어갈 때도, 수저를 싼 종이에 하이쿠가 쓰여 있는 경우도 있고, 오래된 음식점에 그림 속에 하이쿠 문구가 들어가 있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 족자로 하이쿠를 걸어 놓은 식당도 있었고, 일본 전통 과자의 포장지에 하이쿠를 쓴 경우도 보았다. 우리는 많은 경우, 서예인들이 한시의 일부 귀절을 쓰기도 하고, 또 한국화에 간단히 쓰는 경우도 있고, 또 시의 일부 귀절을 쓰는 경우도 있지만, 안타깝게 우리 글의 우리 시조를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국화에 쓰는 경우는 좋은 한문 귀절을 차용하거나, 서예에서도 漢詩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우리 시조를 쓰는 경우는 많지 않다. 아무래도 단시조의 경우에도 45자 정도 되는 글자를 쓴다는 것이 서예인들에게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을 것 같다.
한시의 경우 오언으로 20개 글자가 들어간 경우가 서예인들에게 가장 선호되는 것 같다. 사용될 수 있는 글자가, 10자에서 20자 정도 되는 정도가 좋아 보인다. 그 이상 글자가 많아지면 복잡해지고, 적으면 성기어 보이는 경우가 많다. 15자 정도의 한글 글자를 이용한 시라면, 서예에 사용할 때도 잘 활용할 수 있는 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4. 촌철살인의 정치적인 싯구로 활용할 수 있는 시 형식
세상이 점점 삭막해지다 보니, 정치인에 대해서도 서로 욕을 하고, 그 이상 위협을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또 다른 분야에서도 삿대질하고 싸우며, 소송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럴 때 단장시조로 촌철 살인적인 글을 싯구로 날려 준다면, 많은 경우 싸움을 냉각시킬 수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단순한 욕설이 아닌 싯구를 찾아내야 하고, 이 싯구를 이용해서 비유적인 표현을 하기 위해서는 눈앞에서 싸우기 보다는 한 단계 물러나서 생각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질 것이다. 단장시조를 이용해서 정치의 품격을 높일 수도 있을 것이다.
5. 초보 시인을 대상으로 트레이닝이 가능한 시 형식
시는 시인의 생각이나 감정을 함축시켜 짧은 문장으로 표현해야 한다. 그런데, 의외로 우리 시인들은 함축한다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시를 쓴다면서, 자신의 감정을 넋두리 하듯이 주저리주저리 써내려 가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그렇게 써 놓은 글을 보기 좋게 줄 가름만 하면 시가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시인들이 의외로 많다.
단장 시조를 쓰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을 한 줄로 표현할 수 밖에 없다. 즉, 단장시조를 쓰면서 자신의 감정을 단 한 줄로 표현하는 훈련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6. 세계에서 제일 짧은 정형시 형식
영시 교과서에서 자주 다루는 짧은 시 중 하나는 Ezra Pound의 ‘In a nastation of the Metropolitan’ 일 일것이다.
The apparition of these faces in the crowd:
Petals on a wet, black bough.
난데없이 나타난 뭇사람 속의 얼굴 모습,
검게 젖은 가지 위의 꽃잎들
(번역 김재현)
이 시는 2행 19음절로 아침에 러시아워에 지하철에서 몰려 나오는 사람들의 이미지를 잘 표현하고 있다. 현재 우리 언어로는 27음절로 구성된다. 좀 더 축약한다면, 뜻은 다소 모호하겠지만, “군중 속에 유령 같은 얼굴들/검게 젖은 가지 위의 꽃잎들.” 짧은 시 속에 여러 색깔들이 이미지로 드러나고 있다. 하이쿠보다는 다소 길지만 단가보다는 짧은 음절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하이쿠가 세계에서 제일 짧은 정형시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래서 많은 해외의 시인들이 하이쿠 형식을 빌어 자기의 언어로 시를 쓰는 경우가 많다. 17음절의 짧은 정형시를 쓰지만, 우리 단장시조로 창작을 한다면, 15음절을 이용한 시를 더 짧은 정형시를 창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시조는 다소 음절의 융통성을 가지고 있기에, 3, 5 음의 2줄만 정확히 준수하는 것으로 해서 끝의 구에는 다소 융통성을 주는 시로 응용될 수 있다. 하이쿠가 음절 수에 타이트하지만, 영어로 하이쿠를 쓸 때는 다소 융통성 있게 음절 수를 조정하려는 시되도 많이 하고있다. 이 경우 단장시조는 자연스럽게 글자 수 또는 음절 수를 조절할 수 있는 정형시로 활용되고, 또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영어 하이쿠는 전세계적으로 많은 시인들이 쓰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영어를 모국어로 시작하지 않은 사람들이 영시의 정형시로 쓰는 경향이 많은 것 같다.
7. 단장시조 및 영역 예
<초여름 더위>
한 낮에 시달린 꽃이 그늘 속에 숨었네.
(單章時調, 2024. 6. 18. 상곡)
<Early Summer Heat>1안
The flower,
Which is tormented
By the midday sun, hides in the shade.
(Monostich Sijo Jun., 2024, Kinsley Lee)
<Early Summer Heat>2안
The flower,
Which is tormented
By the midday sun,
Hides in the shade.
<잘못된 자리>
도로가 더러워진다 불평 듣는 살구나무.
(單章時調, 2024. 6. 18. 상곡)
<Wrong Place> 1안
They're grumbling,
The apricot tree,
That the fruits're dirtying the sidewalk.
(Monostich Sijo Jun., 2024, Kinsley Lee)
<Wrong Place> 2안
They're grumbling,
The apricot tree,
That the fruits're dirtying
The sidewalk.
영시로 번역할 때는 3음절, 5음절, 7음절(3행은 음절의 융통성을 두고)로 할 것인지? 아니면 3음절, 5음절, 4음절, 3음절의 4행으로 구성할 것인지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하이쿠도 일어로 쓸 경우는 1행에 붙여서 쓰는 경우가 많으나, 영역을 하거나 외국어로 하이쿠를 창작할 경우에는 5, 7, 5음으로 3행으로 창작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는 일어 시의 리듬 잡는 법과, 영시 또는 타 언어 시의 리듬 잡는 법이 다르기에 줄 가름하여 작성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단장시조를 영역할 경우 Monostich Sijo하고 한다면 단장시조를 그대로 번역했다 하지만, 영역한 경우에 3 행 또는 4행으로 구성하게 될 경우Monostich Sijo라고 표현하는 것도 어폐가 있다. 그래서, 차라리 Short Form Sijo 또는 Sijo Shorts 등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래는 하이쿠 영역의 예를 들어본다.
<떠는 나비여>
떠는 나비여, 바위 위에 떨어진 야매(野梅) 한 송이.
<한상철 하이쿠집 一枝春 #30>
<Shaking Butterfly!>
Shaking Butterfly!
A wild Ume flower, fallen
On the rock's surface!
<해거름 개펄>
해거름 개펄 조개 캐는 소녀의 붉은 그림자.
<한상철 하이쿠집 一枝春 #167>
<On the muddy flat>
On the muddy flat,
At dusk, a girl digs out clams,
And her red shadow.
霜枯に 咲くは辛氣の 花野哉
(しもがれに さくはしんきの はなの かな)
서리 맞은 채 울적하게 피었네 갈 들꽃이야!
(마쓰오 바쇼, 류시화 옮김)
It is fall frosted,
Gloomy the flowers're blooming,
The wild fall flowers!
한상철 시인의 한글 하이쿠와 바쇼의 하이쿠를 영어로 번역하여 보았다. 일본의 하이쿠를 한글로 번역할 때도, 한글로 번역하면서도 한글음으로도 가급적 5, 7, 5의 음절을 맞추어 번역해 주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한글 하이쿠는 띄어쓰기가 된 상태로 5, 7, 5의 음절을 유지하지만, 영역한 경우에는 5, 7, 5 음절로 3행으로 번역하였다. 영어 하이쿠는 일반적으로 3행의 5, 7, 5 음절로 작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서리 맞은 들판에 홀로 피어 있는 꽃을 바쇼가 읊은 하이쿠이다. 하이쿠는 번역할 때도 가급적 번역하는 언어로도 음절 수를 5, 7, 5 음절을 맞추어 주려고 번역자들이 노력을 한다. 그래서 번역을 한 것을 읽더라도, 그 언어로 창작되었거나, 번역되었음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쓰는 경우가 많다.
단장시조를 영역하거나, 영시로 창작했을 때, 하이쿠와 비교했을 때 어떤 차별성과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5, 7, 5 음절의 3행의 하이쿠와, 3, 5, 7 음절의 단장시조의 경우 제 3자 입장에서 1행의 음절 수를 2개를 줄여 놓은 것으로만 인식될 수도 있을 것이다. 세계 시장에 단행시로 하이쿠가 선발 주자로 자리잡고 있기에 그들과 차별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하이쿠의 국제화 성공 사례가 있기에 차별성으로 다른 시라는 점을 부각시켜서 성공한다면 단장 시조의 국제화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
단장시조는 다시 부활시켜야 한다. 또 부활되어야 한다. 몇 십 년 전에 실험적으로 시도되었지만, 지금은 스마트 폰이 등장했기에, 과거보다는 단장시조의 부활을 위한 좋은 환경도 갖추어져 있다.
우리의 오랜 정서를 표현한 향가에서 시조로 발전되고 시조의 다양한 시도 중 평시조에서 종장만 남아서 단장시조가 되었다.
과거에는 일본에 대한 반감으로 단장시조를 기피하려는 경향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하이쿠와 상호 보완하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하이쿠가 17자의 철저한 음절 제한을 가지고 있다면, 단장시조는 15자로, 3, 5음절만 준수한다면, 전체적인 음절은 다소 융통성있게 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하이쿠를 쓰려다 음절 수를 맞추기 어려운 환경에 처하게 된다면, 단장시조를 대안으로 창작할 수도 있다. 자국어로 짧은 정형시를 창작하려는 사람들에게 단장시조의 등장은 또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또 디카시에서 짧은 글을 포함하는 것 보다 이왕이면 짧은 정형시를 추가함으로 사진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게다가 다른 상품에도 하나의 문화 상품으로 단장시조를 추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다.
또. 지금은 좀 더 짧은 시를 찾는 사람들 욕구에 부응할 수 있고, 또 사진과 함께 사용될 수 있는 한 줄짜리 시라는 형태로, 또 이 시들 중에서도 정형시를 표방하는 시로 단장시조가 발전할 가능성이 많이 있다.
현재 하이쿠는 세계에서 제일 짧은 정형시로 알려지고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래서, 단장 시조의 차별성을 어필한다면, 세계화가 가능할 것이다. 또, 세계화가 된다면, 세계에서 제일 짧은 정형시로 자리 매김이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영역을 하더라도, 우리의 방식과 다른 영시의 리듬 방식 때문에 제대로 시로 번역되기 어렵지만, 이 단장시조는 음절을 기본으로 하는 정형시로 쉽게 영역도 가능하다. 이미 이런 시의 방식은 하이쿠가 성공의 가능성을 이미 열어 놓았다.
그리고,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편리한 영시 창작의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단장시조가 하나의 문화 상품으로 자리 매김할 때, 전반적인 우리의 시조, 시도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