쏠트밀님이 저 아래 게시글로 올려주셨던 인도 정통 요리법에 따라 만들어 본 탄두리 치킨입니다.
한 번 실패를 하고 두번째 성공한 기록입니다.
닭은 껍질을 벗기고
가슴에 두개, 북채와 넓적다리에 안팎으로 각각 두 개씩 깊은 칼집을 넣습니다.
닭이 들어 있는 상태에서 250℃ 까지 내부 온도가 올라가는 인도의 탄두르 화덕만큼
바비큐 그릴에서는 고온을 내기가 어렵습니다.
인도에서는 쐬꼬챙이를 닭의 등뼈 속으로 관통시켜 탄두리 내부에 꼬치를 세워서 굽지만
지난 번 웨버 꼬치구이용 꼬치로 그렇게 끼워봤더니...
굽는 도중에 닭이 조금씩 미끄러져 내려 난감했습니다.
그래서 마련한 버티칼 로스트 랙.
한 조 15,400 원이면 조금 빡세지만... 이 번에 제 값어치는 한 것 같습니다.^^
아래의 레시피대로 1차 마리네이드에 한시간 재운 뒤
2차 마리네이드에 6 시간 동안 재우는 모습입니다.
지난 번 대충~했다가 실패하는 바람에 이번에는 꼬박꼬박 제대로 했습니다.
웨버 브리켓을 쓰면 화력의 안정성이나 지속성은 뛰어나지만
고열에 단시간 굽는 탄두리 치킨의 속성상
고열을 얻기 위해 브리켓을 많이 투입하면 잔불이 속수무책인지라
웨버브리켓에 비해 빨리 타고 빨리 꺼지는 차코 브리켓 35 ~36 개를 썼습니다.
(10개 정도 더 넣으면 탄두르 내부 온도 이상으로 올라갈 것 같았습니다)
빅에그의 문제점인 고열에 기름이 타는 걸 막기 위해 밭에서 찾은 주발을 기름받이로 썼습니다.
10분뒤 온도가 250 도...
280도가 될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마리네이드에 제대로 재운 닭을 빅에그에 세팅.
닭을 넣었는데도 온도는 230 도까지 오릅니다.
지난 번에는 기름 타는 걸 막으려고 드립팬에 물을 넣었더니
온도도 잘 안올라가서 고생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물을 넣지 않았습니다.
닭을 넣은 뒤 화롯대의 숯불에 버터를 녹입니다.
깜찍한 소스팬...요즘 대세를 이루는 5인치 더치가 전혀, 하나도, 진짜 안 부럽습니다 ^^
20 분 구운 뒤의 닭 모습.
껍질을 벗겼더니 겉이 조금도 안타서 기분이 흡족...
좋은 예감이 살~짝 들기 시작했습니다.
넣은 지 20분 만에 닭을 꺼내서 10 분간 기름을 빼면서 식혔습니다.
닭을 쉬게 내어 놓은 동안
그릴 내부 온도를 조금 더 올릴까 싶어 화롯대의 숯불을 보충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만큼 온도가 많이 올라가지는 않더군요.
겨우 거기서 거기였습니다.
식힌 닭에 녹여 둔 버터를 베이스팅 했습니다.
장엄한 소신공양의 한 장면 같죠?
어디서 목탁소리라도 들릴 것 같습니다.^^
닭을 다시 넣었더니 온도는 180~190 도에서 주춤거립니다.
그래서 레시피보다 좀 더 길게, 30 여분을 구웠습니다.
꺼낸 모습. 초점이 흔들렸군요.
(하우스 안은 어두워서 노출시간을 길게 잡으면 똑딱이 카메라는 흔들립니다 ^^)
탄 부위가 거의 없죠?
우선 날개와 다리를 (안주로) 뜯어 먹고 나머지는 다시 그릴 속에 넣어 두었습니다.
허벅지 관절에서 아주 미량의 핏물이 비쳤기 때문입니다.
고열에서 장시간, 그것도 흉강속까지 열이 잘 전달될 수 있는 로스트 랙을 썼는데도 이러니
다음에는 시간을 좀 더 길게 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탄두르 화덕이 아닌 바비큐 그릴 안에서는 아무래도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걸 새삼 확인합니다.
다리와 날개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습니다.
저야 이래 저래 벌써 비슷한 양념으로 너댓번 을 구워
양념이 어느 정도 입에 익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처음 드시는 장모님과 누나도 맛있다고 연신 탄성입니다.
누나에게는 아무 말도 안했는데 이 때까지 구웠던 닭 양념 중 젤 났다는군요.
막내 동생 체면 세워주려고 하는 말은 아닌 것 같고 옆에 있던 아내도 맛있다고 하니...
이번에는 제대로 하긴 한 것 같습니다. ^^
장비를 챙겨 돌아오는 길
까치는 아직 둥지로 돌아오지 않았는데
찬 겨울 하늘에는 벌써
초저녁달이 언 빛을 뿌립니다.
이 것으로 두 종류의 탄두리 치킨에 대한 레시피 검증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