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에 등재된 기지시 줄다리기
충청남도 당진시 송악읍 기지시리에는 줄다리기를 하는 풍습이 있다. 500여 년 전 당진의 한진 일대가 바다의 큰 물결로 인해 물에 잠기는 재난을 겪으면서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줄다리기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지네처럼 생긴 지형의 나쁜 기운을 없애기 위해 긴 줄을 만들어 수만 명의 사람들이 시장에서 줄을 당겼다. 줄의 재료인 볏짚은 농업, 줄을 꼬는 방식은 어업, 줄다리기 행사에 필요한 비용을 상인들이 마련한 점은 상업의 특성을 보여주어 모든 생계 활동의 특성을 두루 갖춘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1973년 충청남도 민속문화재 제35호, 1982년 중요무형문화재 제75호로 지정되었으며 2011년에는 기지시 줄다리기 박물관이 세워졌다. 그전까지는 윤년마다 줄다리기를 해오다 2014년부터는 매년 4월 기지시 줄다리기 민속축제를 개최해 활발히 전승되고 있으며, 2015년에는 유네스코 인류 무형 문화유산 대표 목록에 등재되었다.
재앙을 부른 지네의 기운을 누르는 방법
조선 중기에 항상 열심히 학문에 전념하였지만 과거 시험만 치르면 번번이 낙방하는 한 선비가 있었다. 그 선비는 과거를 포기하고 고향인 당진시 송악읍 기지시리로 돌아왔다. 마을은 한바탕 바닷물에 휩쓸리고 돌림병을 앓고 나서 겨우 제자리를 찾아갈 즈음이었다. 선비는 답답한 마음에 국수봉에 올라 씁쓸한 표정으로 마을을 살폈다. 그렇게 생각에 잠겨있다가 어느 순간 깜짝 놀라게 되었다. 산의 형상이 지네의 모양이었기 때문이었다. 선비는 ‘마을에 재난이 일어나고 내가 낙방했던 것이 오래 묵은 지네의 심술 때문이었구나!’라고 깨달았다.
그날 밤 꿈에 한 노인이 나타나 ‘정월 대보름날 자정에 마른 나무에서 꽃이 필 것이다. 그 꽃에서 여인이 나오면 그 꽃에 불을 질러서 여인의 입에 집어넣고 도망쳐야 한다.’라고 하였다. 정월 대보름날, 선비는 국수봉에 올라 자정이 되기를 기다렸다. 보름달이 마른 나무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꽃이 피기 시작하더니 과연 한 여인이 꽃에서 나왔다. 선비는 냉큼 꽃에 불을 지르고 여인의 입에 넣은 뒤 재빨리 숨었다. 그러자 어디서인지 구렁이와 지네가 나타나 서로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다. 한바탕 엎치락뒤치락하다 결국 지네가 죽고 말았다.
선비는 이 광경을 지켜보고 지네가 죽었으니 이제 재앙은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매우 기뻐하였다. 얼마 후 선비의 꿈에 또 노인이 나타나 ‘죽은 지네의 암컷과 새끼들이 원수를 갚기 위해 보복하려고 한다. 그것을 막으려면 줄다리기를 해야 한다. 지네처럼 긴 모양으로 밧줄을 만들고 윤년마다 꼭 잊지 말고 줄다리기를 해야 한다. 명심하거라.’라고 하였다. 선비는 마을 사람들에게 그 동안의 사정을 알리고 긴 밧줄을 만들어 국수봉 산등성이를 따라 늘여놓고 줄다리기를 하였다. 그 후 선비는 그토록 바라던 과거 합격을 하였고, 기지시 마을도 평화로웠다고 한다.
줄다리기로 마을의 평안 염원
이 이야기는 기지시의 줄다리기를 더욱 특별한 사건으로 여기게 한다. 풍수지리상 지네의 모양을 하고 있는 산의 형상을 토대로 지네의 기운을 누르기 위해 기지시 지역에서 만들어진 줄다리기 유래담이다. 지네 모양의 줄을 만들어 줄다리기를 해서 마을을 평안하게 하려던 염원이 담긴 이야기이다. 지역의 자연 환경을 대상으로 해서 재난을 대비하는 방편으로 줄다리기를 끌어들인 새로운 형태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