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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黑風令 제2권 제14장 天世夜皇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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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경에서 북동쪽으로 오십리(五十里).
흙(土)이 기이하게도 칙칙하게 흑갈색을 띠고 있는 이 황무지(荒
蕪地)는 풀 한 포기 자랄 수 없는 사방 백여 리에 달하는 허허벌
판이었다.
황사평(荒沙坪)-
이 황무지가 더욱 음산하게 느껴지는 까닭은 황사평이 바로 당금
대명황조(大明皇朝)의 사형장(死刑場)으로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 아침 황사평을 휘돌아가는 늦가을 바람이 차가움에도 불구하
고 웅성거리며 삼삼오오 짝을 지어 모여든 실로 수십만을 헤아리
는 수많은 인파(人波)가 드넓은 허허벌판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장내는 지극히 고요한 가운데 왠지 모를 숙연한 분위기가 무겁게
맴돌고 있었다.
휘이이……
메마른 삭풍(朔風)이 볼 때마다 흑토가 분분히 흩날리고 황사평
중앙에는 삼 장 높이의 사형대(死刑臺)가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한 순간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한결같이 사형대로 집중된
가운데 역겨운 마찰음이 바람을 타고 공허하게 흩어지고 있었다.
철그덕! 철컥……
사형대 열 여섯 계단을 묵묵히 오르는 노인(老人).
삭발된 머리, 전신을 칭칭 동여맨 쇠사슬,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
목에 채워진 족쇄가 덜그덕거렸다.
그러나 허리를 꼿꼿이 편 채 계단을 오르는 노인의 전신에서는 생
노병사(生老病死)를 초월한 성인(聖人)처럼 숭고함이 서리서리 감
돌고 있었다.
-천세야황(天世夜皇) 환유담(環柔潭)!
지난 오십여 년 간 그림자 없는 밤(夜)의 황제(皇帝)라고 불리워
왔던 전설같은 인물. 한 마디로 밤이 되면 모든 기진이보(奇珍異
寶)가 그의 것이나 다름 없었다.
해서 고관대작이나 거호부상들은 천세야황을 악귀처럼 싫어했고
원수보다 증오한다. 그러나 빈민(貧民)들의 아버지라고 불리우며
천하만인들에게 하늘(天)처럼 추앙받는 신비노인(神秘老人).
천세야황은 전날 밤 천만금(千萬金)을 훔쳐도 다음 날 아침이면
어김없이 빈털털이가 되고 만다.
훔친 금은보화(金銀寶貨)를 모두 빈민들에게 나누어 주기 때문이
었다.
결심만 굳힌다면 천하제일의 거부(巨富)가 될 수도 있건만 천세야
황은 언제나 무일푼으로 중원각처를 유랑(流浪)하는 모든 사람들
의 진실한 친구였다.
사형대를 중심으로 황사평을 철통같이 에워싸고 있는 인물들이 있
었다.
무릎까지 덮이는 화려한 전포(戰袍)를 걸치고 빛나는 금검(金劍)
을 찬 그들은 자금성(紫禁城) 밖으로는 절대로 나가지 않는다는
황궁근위대장군(皇宮近尉隊將軍) 관자추(官慈秋) 이하 황궁근위군
삼만 명이 오늘 사형집행(死刑執行)을 주관하고 있었다.
이 한 가지 만으로도 당금 관부(官府)에서 천세야황을 얼마나 중
요하게 다루고 있는지 능히 짐작되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 외에도 생활고에 찌들어 초라한 몰골을 하고 있는 수많은 빈민
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들의 침통한 표정 뒤에는 한결같이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었다.
하늘(天)이여, 부디 저 분을 살려주소서.
십 팔 년 전, 황하(黃河)가 범람하여 모든 곡식을 쌀 한 톨 남기
지 않고 휩쓸어 갔을 때 우리 식구는 저 분이 아니었다면 이미 죽
은 목숨이었다. 헌데 나는 어찌하여 저분을 위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단 말인가!
내가 저분을 대신하여 사형대에 오를 수 있다면 백번이라도 마다
하지 않으리라.
허나 그것은 그저 소리없이 가슴으로 외치는 절규일 뿐이다.
현실은 언제나 그들의 마음과는 정반대로 빗나가고 있었다.
수십만의 빈민들은 자신들의 우상(偶像)이 바로 눈 앞에서 죽음
(死)을 향해 걸어가고 있건만 아무런 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운명보다 비정한 권력(權力)과 국법(國法) 앞에 자신들의 무기력
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것이다.
철그덕…… 철컥……
쇠사슬소리는 장송곡처럼 음산하게 울려퍼지고 있었다.
천세야황 황보의 신형이 사형대 위로 우뚝 올라섰다.
일순, 울긋불긋한 망나니 옷을 걸친 사형집행인이 다가섰다.
"노야…… 쓰시겠습니까……?"
침울한 음성과 함께 그가 황보 앞에 내민 것은 사형수들에게 씌우
는 흰 복면이었다.
황보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번져갔다.
"눈을 가리기에는 하늘이 너무 맑지 않은가."
오늘 따라 하늘이 왜 이리 푸르른지 베면 청수(靑水)가 와르르 쏟
아져 내릴 것만 같았다.
사형집행인의 눈가에 파르르 경련이 일었다.
"노야의 목에 올가미를 씌워야 하는 이 못난 놈의 직업이 원망스
럽군요. 노야, 부디 편안히 가시기를……"
심하게 떨리는 음성은 다 이어지질 못했다.
사형집행인은 오늘처럼 자신의 직업을 원망스럽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뒤이어 황보의 목에 굵은 밧줄로 엮은 올가미가 씌워지고 사형집
행인은 고개를 떨군 채 힘없이 물러섰다.
황보는 그의 등에 대고 나직한 음성을 흘렸다.
"친구, 괴로워 말게.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 않은가."
사형집행인의 주름진 볼을 타고 한 방울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
다.
성인(聖人)!
수천만 빈민들의 아버지이며 진실로 존경할 만한 이 시대 최고의
성인(聖人)이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사형집행인이 기관을 작동시키면 황보가 딛고 있는 부분의
사형대가 바닥으로 움푹 꺼진다. 그의 신형이 밑으로 떨어짐과 동
시에 올가미가 황보의 목을 조여드는 것이다.
그리고는 질식할 것 같은 침묵이 무겁게 황사평을 휘감았다.
한 순간, 황궁근위대장군 관자추의 웅휘한 명령이 황사평을 뒤흔
들었다.
"집행하라."
사형집행인의 가늘게 떨리는 손이 기관의 손잡이를 움켜 잡았다.
(노야…… 저를 용서하십시오!)
그 순간 모든 사람들의 가슴을 쥐어 뜯는 황궁근위대장군의 싸늘
한 음성이 터졌다.
"당겨라!"
바로 그때였다. 돌연한 굉음이 황사평 허허벌판을 뒤흔들었다.
두두두---- 두두두두----
지축을 뒤흔드는 굉음과 함께 황사평을 향해 성난 파도처럼 짓쳐
드는 무리가 있었다.
황소!
황토를 분분히 휘날리며 지평선을 가득 메우고 질풍처럼 달려오는
것은 수만 마리를 헤아리는 소떼였다.
"이…… 럴 수가?"
황궁근위대장군 광자추의 호안(虎眼)이 부릅떠지는 순간, 성난 황
소떼는 운집한 군중들을 깔아 뭉갤 듯 순식간에 들이 닥쳤다.
"피…… 해라!"
"밟히면 으스러진다!"
수십만의 사람들이 어찌할 바를 몰라 우왕좌왕하며 사형장은 삽시
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때 황궁근위대장군의 입에서 우뢰와 같은 폭갈이 터졌다.
"어서 당겨라! 어서!"
그의 음성은 소발굽 소리를 뚫고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허나, 사형집행인은 몽롱한 시선으로 달려오는 소 떼만 주시할 뿐
그의 명령을 귀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나는 할 수 없어!)
"죽일 놈의 늙은이!"
화려한 금포를 걸친 근위무사 한 명이 그의 곁으로 빛살처럼 다가
서자 예리한 검광(劍光)이 사형집행인의 목줄기를 스쳐갔다.
그러나 목은 달아났으되 몸은 여전히 빳빳이 선 채 기관작동의 손
잡이 앞을 가로막은 상태라 기관은 작동할 수 없었다. 그의 몸을
산산이 찢어내기 전에는 말이다.
두두두…… 두두두……
수십만의 군중들은 소 떼를 피해 양쪽으로 썰물 빠지듯 갈라졌다.
성난 황소 떼는 찰나간에 사형대 근처까지 짓쳐들고 있었다.
황궁근위대장군의 명령이 떨어졌다.
"활! 활을 쏴라!"
피잉----!
순식간에 허공을 뒤덮는 핏빛 화살떼!
폭우가 쏟아지듯 헤아릴 수 없는 화살들이 황소 떼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허나 등과 옆구리에 화살이 박힌 황소 떼는 더욱 성이 나서 더 거
칠게 달려들 뿐이었다.
황궁근위대장의 얼굴이 보기 흉하게 일그러졌다.
"감히 미물들 주제에 황제의 명을 거행하는 자리를 숙밭으로 만들
다니……"
그러나 한낱 황소가 어찌 황제의 황명을 알랴?
황궁근위대장은 힐끗 사형대 위의 황보를 바라보았다.
"죄인을 처형하라."
"존명!"
휙-!
바로 이때 사형대 부근에 있던 십여 명의 근위무사들이 금검을 뽑
아들고 황보를 죽이기 위해 사형대 위로 신형을 날렸다.
때를 같이 해서 사형대 밑으로 다가간 근위무사가 사형집행인의
목없는 시신을 갈가리 베어낸 후 간신히 기관의 손잡이를 잡았다.
그는 힘껏 잡아 당겼다.
덜컹----!
바닥이 밑으로 꺼지고 허공에 매달리는 황보의 목을 굵은 밧줄이
팽팽하게 조이는 순간이었다.
정녕 이 시대의 성인인 천세야황의 종말이란 말인가?
헌데 그 순간이다.
팟-!
돌연 사형대 앞까지 짓쳐드는 소 떼 속에서 한 인영이 빛살처럼
날아 올랐다. 그의 신형이 기이하게 허공에서 움직였다.
슈슈슈슉----
"크아악!"
"아아아악----"
사형대 위로 신형을 날리던 십여 명의 근위무사들이 거의 동시에
사방으로 피를 뿜으며 사방으로 퉁겨져 나갔다.
찰나 한 줄기 은빛 검광이 허공에 매달려 있는 황보의 머리 위를
스쳤다.
스각!
순간 팽팽하던 밧줄이 썩은 새끼줄처럼 끊어지고 황보의 신형은
급속도로 떨어져 내렸다.
"……"
근위무사들을 일장에 물리친 괴인영이 제비처럼 유연하게 날아
황보의 신형을 받음과 동시에 수만 마리의 황소 떼가 사형대를 짓
밟았다.
꽈지직! 우지직----!
두두두…… 두두…… 두두두두……
통나무로 튼튼하게 만들어 놓은 사형대였건만 성난 황소들의 뿔과
발굽에 짓밟히며 썩은 짚단처럼 무너져 내렸다.
뒤이어 황보의 신형을 낚아챈 괴인영은 바닷물에 모래알 스며들
듯 황소 떼 속으로 감쪽같이 모습을 감추었다.
황궁근위대장군 관자추의 짙은 눈썹이 칼날처럼 곤두섰다.
"죄인이 없어졌다! 소떼를 막아라, 어서!"
그러나 속수무책이었다. 수십만 군중들이 고의적으로 황궁근위대
를 방해할 뿐만 아니라 더러는 목숨을 걸고 신형을 날렸으나 황소
떼에 접근하는 순간 더 빠른 속도로 퉁겨져 나가고 있었다.
"크아악!"
"으아악!"
두두두…… 두두두두……
황소떼는 폭풍처럼 무시무시하게 사형장을 휩쓸고 지나갔다.
그 순간 황궁근위대장군이 쾌속하게 용마(龍馬)를 집어타고 소 떼
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지옥 끝까지라도 쫓아가서 네놈들을 반드시 사로잡고야 말겠다."
두 눈 크게 뜨고도 코 앞에서 중죄인을 탈취당했으니 황궁근위대
장군의 찬란한 위명에 먹물을 끼얹는 일생일대의 치욕이었다.
그의 뒤를 따라 삼만에 달하는 황궁근위대가 번개처럼 말을 타고
달렸다.
"감히 황궁의 사형수를 탈취해 가다니!"
"네놈들의 목을 베지 못하면 돌아오지 않으리라."
두두두…… 두두두두……
수만 마리의 황소 떼와 질풍처럼 말을 몰아 그 뒤를 쫓는 삼만의
황궁근위무사들.
늦가을 삭풍이 휘돌아 가는 황사평에 쫓고, 쫓기는 숨막히는 추격
전(追擊戰)이 벌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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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보고갑니다..~~
즐감!
ㅈ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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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게 잘보고 있어요~~~
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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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 재밌네요^^
즐감,,,
즐감요
즐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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ㄳㄳ
,
항상 감사드리면서

,독,하고 있읍니다 
싸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ㅈ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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