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낭독- 조명선 시조시인
저 새빨간 대추 하나
작년 가을 텃밭에 심은 쉰 그루 대추낭게
봄 돌자 꽃이 피고 아기 대추 달렸더라
하나도 둘도 아니고 무려 모두 세 개더라
그 세 개가 하 귀여워 대추밭에 살았는데
제기랄! 그 가운데 제일 굵고 튼실턴 놈
비바람 천둥을 맞고 똑 떨어져 버리더라
그래도 남은 둘이 무럭무럭 자라나서
따가운 가을볕에 볼이 붉게 익었는데
아뿔싸! 그중에 하나 벌레 먹은 놈이더라
마지막 남은 하나를 차례상에 올려놓고
액자 속 아버님께 두 번 절을 올리는데
아버님 애틋한 눈길, 저 새빨간 대추 하나!
시 낭독- 서하 시인
후네끼고 엉기난다
불쑥불쑥 돋는 니가 무슨 독초인 줄 알고
봄마다 새순 날 때 돋는 족족 꺾어낸 뒤
큰 돌로 내리눌러도 돌 비집고 올라왔제
내 아무리 꺾어내도 니 우지끈 다시 솟아
정말로 도분이 났다, 후네낐다, 엉기났다
그런데 내 알고 보니 니가 땅두릅이었네
땅두릅아, 땅두릅아, 니 그동안 억울했제
서러웠제, 분노했제, 땅을 치며, 통곡했제
참말로 도분이 났제, 후네낐제, 엉기났제
알아주니 고맙다만 니카 상종 안 할란다
기를 쓰고 올라가면 꺾어 먹고 꺾어 먹고
정말로 도분이 난다, 후네끼고, 엉기난다
시 낭독- 김혜경
야자가 자살하다
누가 스승의 날에 큰 화분을 보내왔다
먼 나라 야자라는데, 딱 보니 가짜 같다
진짜는 저리 가라는 그런 가짜 말이다
그런데 다시 보니 잎새 끝이 말라 있어
혹시 진짠가 싶어 손톱으로 째비봤다
그래도 알 수가 없어 더러 물을 주곤 했다
일 년을 물을 줘도 새 잎새도 아니 나고
말랐던 잎새 끝이 더 마르는 법도 없어
가짜야, 가짜일 거야, 하면서도 물을 줬다
하지만 삼 년 뒤에 진짜임이 드러났다
석 달 열흘 바다 밖을 떠돌다가 돌아오니
그 사이 혀를 깨물고 자살을 한 것이다
시 낭독- 김금주 낭송가
내 고향 땅 애벌레야
어머니가 보내주신
채소들을 다듬는데
애벌레 한 마리가
그냥 툭, 떨어졌다
온몸을 둥글게 말고
시치미를 딱 뗀다
아무리 벌레라도
내 고향 땅 애벌렌데
쓰레기통에다가
내동댕이칠 순 없고
벌레와 한 이불 덮고
같이 살 순 더욱 없고
애벌레야~ 애벌레야~
내 참말로 미안타만
풀밭에 놓아 주꾸마
제발 부디 죽지 말고
나비 돼 고향 가거라
출처: 시하늘 원문보기 글쓴이: 뚜버기/박종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