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짝퉁' 문화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블로터>와 KBS '차정인의T타임'이 함께 하는 테크쑤다가 '아이폰6플러스' 짝퉁 제품을 구했습니다.
저도 짝퉁 제품이라면 셀 수 없이 많이 봤습니다. 특히 아이폰의 짝퉁은 여러가지를 봤지만 요즘 짝퉁 제품은 그 수준이 다르더군요. “짝퉁도 이 정도면 예술”이라고 할 정도입니다. 자, 이 아이폰인 듯 아이폰 아닌 아이폰 같은 휴대폰을 살펴볼까요.
▲이건 무슨 스마트폰일까요?
https://www.youtube.com/watch?v=8eZZA8xDwwU ☞테크쑤다 영상 유튜브로 보기 일단 겉모습부터 기가 막힙니다. 차가운 알루미늄 재질과 손에 쥐는 느낌까지 아이폰6플러스를 그대로 빼다 박았습니다. 금색이 조금 진한 것을 빼고는 이리저리 뒤집어봐도 차이를 잘 모르겠습니다. 애플 정품 케이스를 씌워봐도 딱 들어맞습니다.
심지어 애플만 쓴다는 라이트닝 단자도 그대로 있습니다. 라이트닝 케이블로 충전도 하고 PC 동기화도 합니다. 그리고 이 제품에 들어 있는 라이트닝 케이블로 아이폰을 충전하고 동기화할 수도 있습니다.
▲왼쪽은 짝퉁 아이폰6플러스, 오른쪽은 실제 아이폰6입니다.
가장 놀란 부분은 운영체제입니다. 이 가짜 아이폰에는 iOS와 아주 닮은 운영체제가 들어가 있습니다. 한글이 어색한 것을 빼고는 눈으로 봐서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짝퉁폰의 운영체제는 진짜 iOS가 아니라 iOS처럼 보이는 안드로이드입니다. 그 위에 iOS처럼 보이는 테마를 씌운 것이지요. 하지만 각 앱을 열면 그 화면이 iOS의 그것과 매우 비슷합니다.
설정도 안드로이드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앱스토어도 가짜가 들어가 있습니다. 불법복제 앱이 그득한 가짜 안드로이드 스토어입니다. 그런데 이 가짜투성이 기기를 실제 쓰는 데 별로 문제가 없습니다. 물론 실제 아이폰에 비해 속도는 엄청나게 느리지만 각종 서비스는 다 이용할 수 있습니다. 기가 막힐 뿐입니다. 과거 껍데기만 짝퉁같던 제품이 아닙니다. 이 제품이 특별한 짝퉁은 아닙니다. 일단 작동만 하도록 만들면 제 역할을 하는 제품들이 많습니다. 안드로이드가 짝퉁 업계에 준 가장 큰 선물이 이 평준화입니다.
더 놀랄 것은 가격입니다. 애플은 아이폰의 일체형 알루미늄 케이스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가공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는 설명도 돌려서 이야기하곤 합니다. 그런데 그걸 베껴서 만든 이 짝퉁폰은 값이 약 8만원 정도밖에 나가지 않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xLr2K4zEwc ▲터치아이디도 비슷하게 작동합니다. 실제 지문을 읽어내는 건 아니고, 홈 버튼에 손을 대고 있다는 것을 읽어들여 잠금을 풉니다. 아무나 다 풀 수 있다는 얘기지요. 복제, 짝퉁을 만드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입니다. 교과서적으로 보자면 베낀 회사는 벌을 받아야 하고, 사회적으로도 손가락질을 받아야 맞습니다. 그런데 법적이나 사회적 분위기는 또 그렇게만 돌아가지는 않습니다.
중국 스마트폰 업계의 급부상은 국내 기업들에게 위협 요소로 꼽힙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중국 제품들 대부분이 특허를 무시하고 만들기 때문에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애플바라기로 커 온 샤오미가 요즘 특허를 열심히 모으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아무리 열심히 특허를 꾸린다고 해도 이미 각종 특허들을 회피하기에는 늦었다는 분석들도 나옵니다. 샤오미가 가진 특허 포트폴리오가 어떻게 꾸며지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제품의 외형입니다. 짝퉁도 결국 제품의 껍데기가 닮았다는 것이 우리가 가장 눈여겨보는 부분이지요. 외형 빼고만 따져볼까요. 중국은 그 자체로 이미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공장입니다. 그리고 가장 품질을 엄격하게 따지는 기업들이 중국 공장에서 중국 근로자들을 통해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핵심 기술까지 전해주진 않았겠지만 좋은 제품을 만들어본 경험이 중국 노동자들 손에 익어 있습니다.
소프트웨어도 잘 만듭니다. 이 아이폰6플러스 짝퉁처럼 안드로이드를 손대 특정 제품을 따라 만드는 것은 중국 기업들에게 식은 죽 먹기입니다. 중요한 것은 플랫폼인데 중국은 각 기업들이 스스로 의도했는지 모르겠지만 독자적인 플랫폼과 서비스, 소프트웨어가 잘 갖춰져 있습니다. 저는 중국이 플랫폼 자생력을 갖게 된 가장 큰 이유로 ‘중국에 구글이 없다’는 걸 꼽습니다. 네, 중국에는 페이스북과 트위터도 없지요. 중국 정부는 정치적인 이유를 들어서 미국의 일부 서비스를 차단하고 있습니다. 대신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기업들부터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작은 기업들까지 나서서 비슷한 서비스를 만듭니다. QQ메신저, 타오바오, 웨이보, 바이두만으로 우리가 쓰는 모든 서비스가 대체됩니다. 애플도 중국에 아이폰을 팔 때 기본 검색엔진을 바이두로 깔아 둡니다.
▲전화 앱의 모양도 아이폰과 거의 닮았습니다. 보조 터치도 실제 작동합니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이 제품은 아이폰이 아닙니다.
중국 짝퉁폰이나 저가폰을 보면 대부분 생전 처음 보는 희한한 안드로이드 앱 장터가 깔려 있습니다. 대부분은 앱 장터라기보다 불법복제 앱이 유통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개별 앱 장터가 셀 수 없이 많이 운영됩니다. 아직 플랫폼의 수익을 보장해주는 저작권 개념은 약하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겠지요.
하드웨어에 대한 특허는 대부분 퀄컴이나 삼성, 소니, 브로드컴 등에서 칩을 구입하면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미 중국 기업들은 저가 칩 외에 고성능 칩을 엄청나게 많이 사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미디어텍, 록칩 같은 기업들도 고성능 프로세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점점 스마트폰은 조립PC처럼 하드웨어가 모듈화되고 상향 평준화되고 있습니다. 구글도 제조사들이 안드로이드를 복잡하게 만지지 않아도 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지금도 놀랍지만 올해 말이나 내년 초가 되면 이제 성능까지 뛰어난 짝퉁폰들이 세상에 쏟아져 나올 겁니다.
이제 남은 건 디자인만 따라가면 된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하나씩 가만히 짚어보다보니 중국 스마트폰, 특히 짝퉁폰에 대해 경계해야 할 것은 디자인이 우선은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디자인은 천천히 자기의 것으로 가져가도 될 겁니다. 이미 중국 기업들에게는 ‘아이폰과 닮았다’, ‘갤럭시와 닮았다’는 이야기가 그 자체로 굉장한 마케팅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디자인도 쉽게 가져오고, 세상이 지켜봐주기까지 하니 작고 영세한 중국 짝퉁 제조사들로서는 일석이조입니다. 해외로 나와야 할 뚜렷한 목적이 없다면 이 자체가 하나의 시장으로 자리잡아버릴까 하는 걱정도 됩니다.
중국의 스마트폰 그리고 짝퉁 제품이 어제 오늘 처음 나온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점점 제품을 하나씩 볼 때마다 새삼스레 제품의 마감, 품질에 놀라고, 소프트웨어에 놀랍니다. 아마 조너선 아이브 애플 디자인 수석부사장도 이 아이폰6플러스를 보면 깜짝 놀랄 겁니다.
최호섭 기자 allove@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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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ul****
와 8만원이면 나도 당장 사고싶다
2015.02.13 오후 10:41 모바일에서 작성 |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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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p****
양덕들이 골판지랑 석고가루랑 led로 똑같이 생긴 번쩍번쩍한 아이언맨 슈트 만든게 수십개지만 그거 입는다고 리펄서빔 쏘고 날수있는건 아니지
2015.02.13 오후 10:35 모바일에서 작성 |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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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ct****
어디서 파는지 알려줘!
2015.02.13 오후 10:34 모바일에서 작성 |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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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bd****
세계최고 짝퉁 카피로 유명한 삼성을 자국기업이라 빠는 한국이 중국을 짝퉁제품가지고 까다니....똥묻은 개가 겨묻은개 나무란다는게 이런거군.
2015.02.13 오후 10:28 모바일에서 작성 |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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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저걸로 사치 부려도 될듯하네요..; 엠피용 카메라용 전화용
2015.02.13 오후 10:24 모바일에서 작성 |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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