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마케팅사업부 박명숙고문> 먼저 읽었던 사람들이 한결같이 한말들이 ‘책을 손에 놓을 수 없이 재미있어서 한번에 다 읽었다. 그런데 다 읽고 나니 허무하다’였다. 그 말뜻을 알 듯 말 듯 했는데 다 읽고 나니 그 마음 알 것 같았다. 독일에서만 350만부가 팔렸고 11개국어로 번역되었다는데 그 독자들은 뭣 때문에 이 책을 좋아한 것일까 하는 궁금 증이 생겼다. 책 내용을 우선 간단하게 정리하면, 조그만 마을에 2명의 소녀를 살해하는 살인사건이 일어났고, 그 범인이라고 잡혀 10년 형을 받아 복역하고 나온 주인공 토비아스는 사실 진짜 범인이 아니고, 남의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추악한 욕망과 남의 불행을 아랑곳하지 않는 인간들이 만들어낸 덫에 걸린 나약한 인간이었다는 것이 밝혀지 면서 진짜 범인을 찾아가는 내용의 추리소설이다. 주인공 토비아스가 살인자로서 재판을 받고 10년간 감옥살이를 하는 동안 그의 집안은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피폐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속에 오랫동안 친하게 지낸 이웃사촌들조차, 아니 그들이 더 주축이 되어 토비아스 와 그의 가족을 괴롭힌다. 안다는 것이 더 무서운 순간이다. 그들은 한결같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아니면 자신의 잘못을 덮기위해 무관심과 거짓으로 서로 뭉친다. 즉, 한쪽에서는 하나의 거짓을 덮기 위해 또 하나의 거짓을 만들어내고, 한쪽 에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의 고통을 무시하고 또 남에게 자신의 죄를 덮어씌운다. 하지만 그렇게 견고할 것이라 생각했던 이러한 악마적 구조는 토비아스가 10년 형기를 마치고 출소 하면서 서서히 무너진다. 그들은 토비아스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토비아스는 자기의 집에 돌아와 엉망이 되어져 버린 집안을 정리하는 날들을 보낸다. 그러한 그의 모습에 마을 구성원들은 진실이 밝혀져 자신의 죄가 드러나고 자신의 이익이 줄어들까봐 불안해하고 위협을 느낀다. 그리고 이러한 불안은 신뢰하지 않은 사람들 간에 당연히 생기는 불신에 의해 더 빨리 그 원천적 악마의 모습을 드러낸다. 거기에 우연일수도 있겠지만 10년동안 찾아지지 않은 희생자들의 시신이 발견되어지고, 타지에서 들어온 10대 소녀 아멜리가 이 사건이 가지고 있는 모순들을 단순하게 드러내면서 이러한 무너짐에 촉매제 역할을 하게 된다. 이 책에 나오는 성인들은 거의 제대로 된 가정을 꾸리지 못하고 이혼하거나 지금 외도하고 있는 중으로 그려진다. 특히 부인의 외도를 알게 된 형사반장 보덴슈타인의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공감하고, 그러다 그 보덴슈타인도 찾아온 외도의 기회를 잡고 외도를 하는 것을 보면서, 거기다가 보덴슈타인이 그러한 자신의 모습에서 자유를 느꼈다는 장면에서 인간의 또 다른 나약한 자기 합리화를 보게 된다. 이 소설의 마지막 장까지 악착같이 읽게 될 정도로 재미있었다. 그리고 다 읽은 후, 나는 우리가 이 책에 대해 들었던 허무함은 아마도 ‘사람간의 신뢰관계’에 대한 의문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우리가 믿는다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를 깨닫게 되고 그것과 동시에 그렇기에 때문에 더 믿을 수 있는 관계를 얻고 싶은 마음 말이다. 우리의 이러한 욕구를 채우는 방법은 아마도 이 소설에서 나온 마을사람들이 빠졌던 함정인 가식과 잔인성에 빠지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인데 아마도 그 방법은 내안에 있을지도 모르는 악을 항상 점검하며 용기를 가지고 대항하며, 좋은 사람들과 더 진실하고 순수한 관계를 가지며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 소설이 어떻게 진실을 찾아가는지, 또 얼마나 밀도있게 사람들의 심리를 묘사하는지 알고 싶은 사람은 한번 이 책을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