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보협에서 부산 금정산을 산행 간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요즘 갈 곳 없는 외로운
백조라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인데 뭐라고 대답하기가 곤란했습니다.
그 날 저녁 작년 산보협산행에 데리고 간 사장님께서 전화를 하셨습니다.
" 산보협에서 산행 가자는 연락 없었니? " " 왔던데예" ...
" 나는 외국 나가는 며느리 손자 대구공항 배웅하고 와야하니 내 도시락 싸 가지고
따라갈리...." 하셨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베란다 문을 열어보니 날씨가 장난이 아니네요. 바람은 얼마나 부는지.....
옷을 좀 더 두텀게 입고 모자도 하나 더 챙겼서 집을 나서는데....
아뿔싸 엘리베이트가 고장이 났습니다. 엘리베이트에서 혼자 고쳐 보겠다고 노력하다
포기하고 10층에서 숨도 안쉬고 1층까지 뛰었습니다
어린이 대공원 주차장에 차를 대고 있니 10분이 늦었네요.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죄송합니다" 며 차에 오르니 허태조 회장님 반겨 주시네요.
아~~ 작년에 한번 뵌 낯익은 얼굴들도 보이시네요.
성서 홈플러스를 들러 예쁜, 글고 멋있는 선남선녀를 태우고 출발 청도 휴계소에서
산보협에서 준비한 국밥을 먹는데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덜덜 몸도 떨리는데 바람까지
어찌나 부는지 일회용 밥그릇이 날아다녔습니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 는데 뭘 못 먹겠습니까? 세찬 바람속에서도 우린 용감하게
한그릇을 훌쩍 비우고 커피로 마무리 까징 거뜬하게 했습니다.
금정산 도착 ...바람이 센 관계로 주의할 점을 듣고 체조를 했습니다.
범어사- 내원암- 금정산- 북문- 원효봉- 의상복-산성고개 왕복 4시간 입니다.
전 조금 앞서 출발했습니다. 늘 산행을 하시는 분들과 전 차이가 있을것 같아서 말입니다.
작년 첫 산행에서 정상까지 함께 하지 못한 전과가 있는지라... *^^*
빠르게 올라가 쉬는 대신 조금 천천히 꾸준하게 한결같이 오르리라 다짐하고 혼자와의
싸움에 들어 갔습니다.
몸안으로 흘러내리는 땀을 느끼며 걷는데 입안에서 흘러 나오는 뜨거운 숨가쁜 소리를 들으신
한 남자회원님 왈
" 어디서 워낭소리 난다 " 는 말에
" 무슨 원한 소리.... "
" 뭘 원하는 소리 " 갑자기 여기저기서 ㅋㅋㅋ 웃음소리가 납니다.
역시 조선말은 끝까지 들어야겠습니다.
정상에 본 아름다운 절경에 탄성이 나오고 마음이 즐거워졌습니다. 감동을 느끼기 무섭게
날려 갈듯한 바람땜에 내려서야 했습니다.
몸을 낮추라는 산대장님 소리가 바람따라 온 산에 울렸거든요.
북문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흘린 땀에 한기가 들어 얼마나 춥던지 준비했던 엷은 비닐로 몸을 쌌습니다.
소주 반잔과 뜨거운 된장국 한모금이 목에 넘어 가면서 움추렸던 몸이 녹여졌습니다.
그때였슴다.
"고추 한개만 도" 라는 소리에
"저는 고추 한개밖에 안 갖고 왔는데요"
" ?????????????????? "
주고 받는 대화에 웃어야 하는지 내숭을 떨어야하는지 짧은 순간에 긴 생각을 해야 했습니다.
즐거운 점심시간을 뒤로하고 .... 다시 능선을 타고 산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술기운인지 몸이 한결 나아졌습니다.
하산길.... 추운 날씨에 할머니가 구운밤을 팔고 계셨습니다.
아침에 남편이 커피 사먹으라며 준 돈 만원이 잠바 주머니에 있어서 샀습니다.
군밤이 맛있다며 먹는 우리를 보고 다른분들이 군밤을 사는 바람에 할머니 군밤이 다
팔렸습니다.
날 바라보던 할머니의 따스한 눈빛이 아직도 아른거립니다.
양산 휴계소에서 하산주를 나누었습니다.
부산 산보협 준비 해 주신 싱싱한 회를 안주 삼아 말입니다. 술잔이 비면 바람에 종이컵이
날아간다며 잔을 채워 주시고, 회를 먹을때는 소주를 곁들어야 탈이 없다며 권하시던 맘 좋은
회원님도 생각이 나네요.
두번째 따라간 산행이였지만 즐겁고 행복한 산행이였습니다. 늘 수고하시는 분이 계셔서 편한
산행길이 였다고 생각합니다.
회장님 비롯해 수고하신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개업한 회원님의 노래방은 개인 사정으로 참석치 못하고 대신 산행 후기로 죄송한 마음 올립니다
첫댓글 이 글을 읽으면서 금정산을 다시 느껴봅니다. 정산에서 본 낙동강의 삼각주도 장관이었습니다. 교과서에서 있는 내용을 체험하는 것에서오는 경이로움, 아직도 우리에게는 배워야 할 것들이 너무 많죠? 다시 금정산에 젖어들게 해서 감사합니다....
글을 잘 읽었읍니다. 부산 금정산의 금정산성은 우리 선조분들의 지혜로 만들어져 역사를 기록하는 현장입니다. 앞으로 (사)전국산림보호협회를 사랑하고 아껴주시기를 바라며 다음 산행때 뵙겠습니다. 건강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