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過恭非禮 (과공비례)
【한자】지날 과 / 공손할 공 / 아닐 비 / 예의 례
【의미】 지나치게 공손한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뜻으로, 정도를 넘어선 공손(恭遜)은 오히려 타인에게
폐가 된다는 의미.
【字義】
⊙ 過(과) 오른쪽 모양은 '骨(골)'의 변형으로, 발음으로도 사용되면서, '뼈'의 의미에 '과거'나 '
후회'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지나가다'는 의미에서 '지나치다', '잘못', '과거' 등의 의미를 파생함.
⊙ 恭(공)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공손함'의 의미. '共(공)'은 발음. '敬(경)'은 본질적인 의미
인 '공경'이고, '恭(공)'은 실천적인 의미의 '공손'임.
지나친 공손함은 예가 아니다[과공비례(過恭非禮)]
《맹자(孟子)》 이루장(離婁章)에
“비례지례(非禮之禮)와 비의지의(非義之義)를 대인(大人)은 하지 않는다.”
고 하고 있다. 대인은 예(禮) 아닌 예와 의(義) 아닌 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그렇
다면 예 아닌 예와 의 아닌 의란 무엇인가?
위의 맹자의 말에 대해 송대(宋代)의 정자(程子)는 이렇게 풀었다. 공손한 것은 본래
예지만 지나친 공손, 즉 과공(過恭)과 같은 따위가 바로 예 아닌 예라고 하고 있다.
또한 물건을 남에게 주는 것은 의라 할 수 있지만 지나치게 주는 따위를 역시 의 아닌
의라고 해석하였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예와 의는 반드시 필요하다. 사람들이 예와 의를 지키면서 살아
가기 때문에 여타 뭇짐승과 구분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종종 남에게 차마
하지 못할 짓을 하는 사람을 일컬어 인면수심(人面獸心)이라 하여 사람 모습을 하고
있어도 짐승과 같다고 하였던 것이다. 송강(松江) 정철(鄭澈)이 그의 훈민가 중 ‘마을
사람들아 옳은 일 하자스라/ 사람이 되어나서 옳지옷 못하면/ 마소를 갓 고깔 씌어
밥 먹이나 다르랴’고 읊었던 것도 그런 의미를 지닌다 하겠다.
그런데 그러한 예나 의일지라도 지나치면 본래의 예나 의에서 벗어나게 된다. 지나
치게 공손하면 오히려 비굴하게 보이거나 미덥지 못하게 여겨지기 십상이다. 의도
너무 강조하다 보면 구태여 그럴 필요가 없는 것 마저 심하게 하게 되어 의의 본래
정신을 훼손할 수가 있다. 따라서 예나 의, 모두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과유불급(過猶不及), 곧 중용을 필요로 한다.
과공비례와 관련하여 직접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한때 버스 기사 가운데 인사도 잘 하고
친절하게 하는 분이 있다고 하여 장안의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내가 타고 다니던 버스에도
그런 기사님 한 분이 계셨다. 승차하는 사람마다 인사를 하는 매우 친절한 기사였다.
이런 식이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행복하고 즐거운 하루가 되시기 바랍니다.”
사실 이것보다도 조금 더 긴 멘트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내릴 때도 비슷한 어조로 하였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이러한 친절에 나는 은근히 짜증이 났다. 그 이유는 다른데 있지 않고 내가 타고 가는 몇 정거장
내내 똑 같은 소리를 계속 반복적으로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말에 같은 말도 두세 번 하면 듣기
싫다고 하지 않던가? 그 기사 분은 나름대로 손님들에게 친절하게 하고자 한다고 하는 것이니 뭐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내 생각엔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저 간단히 눈인사 정도만 해도 우리는 충분히
기분 좋게 소통이 될 수 있다. 그야말로 내겐 과공비례란 말이 절실히 느껴졌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실 건강과 관련된 문제들도 이와 대동소이하다 할 수 있다. 아무리 음식물이 우리 몸에
좋다고 해도 이를 지나치게 먹으면 오히려 독이 된다. 옛날에는 식량 자체가 부족하여 기아에 허덕였다면
지금은 너무 지나치게 음식물을 섭취하여 과체중이 문제로 대두된 지 이미 오래 되었다.
운동을 해야 건강에 좋다고 하니까 그야말로 갖가지 스포츠가 각광을 받으며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그것도
너무 심하여 운동을 과하게 함으로써 몸에 무리가 생기는 경우도 없지 않다. 사람마다 각자 자신의 신체 조건에
맞는 적당한 운동이 좋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사람들이 혹사에 가까울 정도로 심하게 운동을
함으로써 오히려 건강을 해치기도 한다고 한다.
사람이 건강을 잃는다는 것은 신체의 조화랄까 균형을 잃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음식
물을 섭취한다든가, 운동을 한다든가, 그 외에 건강과 관련된 모든 것들 하나하나가
그런 조화와 일련의 상관관계를 이룬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것들을 어떻게 해야 가
장 조화롭게 할 수 있을까를 염두에 두고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 적합한 경지를
유지할 수 있도록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건강도 대개는 그에 상응하는
노력에 의해 보다 더 잘 유지될 것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하겠다.
<건강과 행복> 2011년 10월호(단국대학교 병원 잡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