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위에 세워진 도시 충칭
충칭북역이다. 이제 한 시간 후면 충칭을 떠나 청두로 들어간다.
충칭에 온 것은 단지 강선생님이 운영하는 양생관을 구경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청두로 가는 길목이니까 그렇게 결정을 한 것이었다.
웨이팡에서 충칭까지는 고속열차로도 거의 이틀이 걸린다고 했다. 물론 비용 역시 만만찮다. 영수니 언니가 주고 간 1000위안이 있어 그냥 비행기표를 질렀다. 요즘 내게 지름신이 요동을 치고 있다. 1040위안(우리 돈 20만원 가량이다), 큰 돈이다. 비행기로 세 시간 걸린다고 하니 장거리 여행임이 틀림없다.
웨이팡을 떠나기 전 그동안 한 달 넘게 살았던 강샘 아파트를 깨끗이 청소하고 김치도 담가 냉장고에 넣어두고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했다,
웨이팡 공항은 조그만 도시의 터미널 같은 곳이었다. 아니 어쩌면 내 고향 버스터미널만큼이나 작아보였다. 그곳에서 한 시간 넘게 시간을 보내다 비행기 장 안으로 들어갔다. 비행기장과 로비는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다. 날씨가 흐릿해서 걱정도 많았다. ‘과연 비행기가 제 시간에 출발할까’,가 가장 큰 관심이었다. 역시 날씨 덕분에 10분 늦게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같은 좌석에 앉은 상하이 총각 유양이 전해준 이야기에 따르면 우리가 탄 이 비행기는 상하이에서 출발해서 지금 막 웨이팡에 도착했고 충칭으로 떠난다고 했다. 낮 한 시가 넘은 시간, 아침 아홉시부터 서둘러 나와서 배가 몹시 고팠다. 하지만 세 시간의 비행을 하는 비행기가 달랑 200리터짜리 물 한 병 뿐이다. 지난번 연태를 다녀올 때 고속버스에서도 빵과 간식을 주었는데 도대체 이넘의 서비스는 가름을 할 수가 없다.
세 시간 걸린다던 비행기는 두 시간 반 만에 충칭에 도착했다. 인구 3500만의 도시 충칭(실제 훨씬 많은 인구가 살 거라는 비밀 아닌 비밀이 있었다), 커다란 위용의 비행장이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모르게 만들었다. 우선 안내센터로 달려가서 블라블라~~~, 아직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지하철은 개통이 안 되었고(불행히도 다음날인 1월 1일부터 개통되었다) 장거리 버스(공항버스)를 이용하라고 했다. 오우케이, 버스승강장을 찾아 표를 사니 1인당 15위안, 택시비는 아꼈다. 아낀 택시비 덕분에 공항버스로, 지하철로 그날 우리는 녹초가 되어버렸다.
두 시간에 걸쳐 2호선 신산촌 역에 도착했다. 다시 길을 물어물어 산무후아원 아파트를 찾아갔다. 그 짧은 길(20킬로그램의 짐을 지고 끌고 가기에는 엄청 먼 길이었다)을 거의 일곱 여덟 사람에게 물어 찾아갔다. 중국 사람들, 정말 친절하고 착하다.
전화한번 하지 않고 집까지 찾아가니 이선생님이 정말 놀랜다. 우리 그 정도야^^
이선생 식구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러 나갔다. 중국인이 운영하는 한국식 식당, 그곳에서 돌솥비빔밥을 먹었다. 15위안, 웨이팡에 있는 한국식당보다 훨씬 싸다. 싸면 다 용서가 된다^^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와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잠을 잤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장강구경과 양생관 구경을 나섰다. 충칭은 장강과 또 다른 한 개의 강이 도심을 관통하고 있다고 했다. 장강, 그 유명한 황하강이란다. 인류문명의 역사가 이 장강에서 시작되었다고 하지 않던가. 우리는 골목골목을 헤집고 다니면서 선착장으로 찾아갔다. 가는 길에 배가 고파서 거리에서 파는 국수를 사서 먹었다. 쌀국수, 중국국수, 칼국수 세 가지를 시켰더니 한상이다. 맛? 기가 막히게 좋았다. 나, 중국 국수 맛에 반할 것 같다. 값은 다해서 겨우 12위안^^ 지금은 거의 폐항이 되어버린 항구와 장강을 구경하고 오는 길에 양생관에 들러 구경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튿날 아침 역시 우리는 또 충칭의 시내로 구경을 나갔다. 홍야동이라고 중국 정부가 포스타(별 네개짜리)로 지정한 여행지란다. 강 위의 계곡을 잘 이용해서 만들어진 건물들을 지금은 호텔과 식당, 그리고 카페와 기념품 상점들로 만들어서 장사를 하고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는 홍야동의 거리를 헤매고 다니면서 구경을 했다. 역시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배가 고파서 중국식당으로 들어갔다. 중국말을 잘하는 이샘이 메뉴를 보고 음식을 시켰다. 돼지고기볶음에 두부볶음 말간 푸성가리 국과 밥이었다. 돼지고기는 패스, 두부볶음도 음~~ 말간 푸성가리가 내 유일한 반찬이 되었다. 어제는 12위안에 세 사람이 포식을 했는데 오늘은 49위안을 내고도 아무도 만족스런 점심이 되지 못했다. 밥을 먹고 다시 시내를 싸돌아 다녔다. 불행히도 이샘이 충칭에 이사 온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아서 길을 전혀 몰랐다. 덕분에 온 거리를 싸돌아 다녔다. 그리고 다리가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만큼 아플 쯤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서울에서는 지하철과 별로 친하지 않았는데 이곳에서는 지하철이 벌써 친숙해져서 참 좋았다. 집으로 들어와서 잠깐 쉰 다음 저녁을 해서 먹었고 우리는 1층에 있는 맹인안마소에 가서 안마를 받았다. 웨이팡에서 충칭으로 오면서 20킬로그램이 넘는 무거운 짐을 나르느라 어깨가 거의 움직일 수 없을 만큼 아팠기 때문이었다. 35위안을 내고 한 시간을 받았다. 덕분에 조금 편하게 잠을 잘 수가 있었다.
밤새 비가 오셨다. 아침이면 그치겠지 생각했는데 여름장마처럼 정말로 하루 종일 내렸다. 몸이 뻐끈하고 아팠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종일 누워서 지냈다. 밖에는 비가 오시지, 방은 춥지 몸은 피곤하지 도저히 일어나고 쉽지가 않았다.
하루 종일 밥을 먹고 자고 또 일어나서 밥을 먹고 자고...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다음 날은 김샘이 양평으로 돌아가는 날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한 달을 함께 생활을 했다. 초등학교 선생님을 하시다 재작년에 은퇴하신 김샘은 본인 표현에 의하면 ‘하고 싶은 말 다하고 절대 뒤끝이 없단다’.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은 누가 뭐래도 꼭 하고 만다. 그 말을 한 달 동안 듣고 산 나는 정말이지 힘들었다. 끊임없이 하는 말을 대꾸해야 하는데 늘 그러지 못하는 나, 대답하지 않는다고 그러면 안된다고 또 이야기하고. 그 얘기는 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면 나 혼자 하는 얘긴데 말도 못하게 하냐며 그러면 안된다고 또 이야기 한다...
충칭 국제공항은 국내공항보다 훨씬 규모가 작았다. 국내공항은 인천공항만큼 컸던 것 같은데 국제공항은 김포공항보다 훨씬 작은 것 같다.
모든 출국 수속을 마치고 김샘을 비행장 안으로 보낸 다음 집으로 돌아왔다. 사람을 보내놓고 홀가분한 느낌은 정말이지 미안할 정도였다. 오는 길에 청두로 가는 고속열차를 예매했다. 나도 이틀 후면 충칭을 떠나 청두로 간다. 배낭여행자들이 몰린다는 그 도시 청두로 말이다.
청두로 떠나기 바로 전날 이샘과 함께 다시 충칭시내로 나갔다. 우선 중경임시정부 건물을 찾아보기로 했다. 실패, 다음에 인민대례당을 찾아 헤맸다. 물어물어 찾아갔더니 호텔 같은 곳이다. 그래서 바로 앞에 있는 삼협박물관으로 갔다. 충칭을 가로지르는 세개의 협곡을 나타내주는 곳이 있었고 충칭의 역사를 담은 모든 것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박물관도 크고 사람도 많고^^ 참, 박물관에 들어가기 전에 우리는 길거리에서 쌀국수를 사먹었다. 요넘의 쌀국수 맛이 진짜 좋다.
박물관에서 두 시간쯤을 보낸 다음 집으로 갔다. 충칭에서 버스와 전철을 탔으니 택시를 한번 타보라며 이샘이 택시를 잡았다. 집까지 28위안, 역시 택시비도 비싸다. 집앞 빵집에서 아이들을 줄 빵을 사가지고 들어갔다.
저녁을 먹은 후 이샘식구들과 함께 따두코 광장(홍콩성 앞)으로 산책을 나갔다. 따두코 광장은 서울광장보다 더 넓은 것 같다. 그곳에서 춤을 추는 사람, 운동을 하는 사람... 곳곳에서 소규모로 진행중이다. 말이 소규모지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은 1~200여명이 모여서 춤을 추고 운동을 한다.
음악을 틀어놓고 부르스를 추는 100여 명의 사람들, 그냥 느릿느릿한 손체조를 하는 200여명의 사람들, 중국 전통무술 같은 것을 하는 50여 명의 사람들 등등이다.
소심하고 까탈스러운 나는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다 느릿느릿한 손 체조를 따라했다. 사실은 부르스를 추는 것이 무척 부러웠지만^^
중국사람들의 일상이 무척 부럽기도 했다. 만일 우리나라에서도 아침운동 시간에 또 저녁 운동시간에 곳곳의 넓은광장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운동을 하거나 춤을 춘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충칭에서의 마지막 날이 그렇게 지나갔다. 웨이팡에서 한없이 편하고 따뜻하게 지냈던 우리는 난방도 없는 방에서 춥고 배고픈 일주일을 보냈다. 여행이란 다양한 경험을 하게 만들고 늘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해주고 또 헤어지게 만든다. 아는 사람 하나 없고,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청두에서는 또 어떤 경험이 나를 설레이게 만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