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도동본당 초등부 첫영성체 가정교리는 가정을 변화시키는 일등공신이다.
부모와 자녀가 가정에서 함께 첫영성체 교리를 나누며 서로를 신앙의 길로 이끈다.
사진은 지난 11월 10일 첫영성체 축하식 현장. 사진제공=상도동본당 첫영성체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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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선(베로니카, 44)씨는 요즘 아들(도광윤 요한 세례자, 초5)을 볼 때마다 흐뭇하다. 마냥 철부지인 것 같던 아들이 1년간 첫영성체 교리를 받고 나서 부쩍 의젓해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종교 선택의 자유가 있다"며 첫영성체반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했던 아들이었는데 첫영성체를 하더니 스스로 복사단에 들겠다고 해서 엄마를 놀라게 했다. 어느 날인가 새벽미사 복사를 서고 오더니 "나 때문에 엄마도 새벽에 일어나고…,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고 말해 엄마를 감동시키기까지 했다.
장선정(레지나, 40)씨는 딸(심예원 사비나, 초4)이 첫영성체를 하면서 다시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결혼하느라 세례를 받았지만 결혼 후엔 성당을 잊고 살았다. 하지만 본당에서 초등부 첫영성체 교리를 가정교리로 진행하는 바람에 엄마 장씨도 교리를 받으러 성당에 나와야 했다. 일요일이면 늦잠을 자고 싶어도 딸과 함께 가야 하는 주일 오전 8시 30분 미사에 빠질 수 없었다. 성당에 다녀오면 활기가 넘치고 성당 가는 걸 즐거워하는 아이를 보면서 어느새 장씨에겐 미사와 기도가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서울대교구 상도동본당(주임 정의덕 신부)의 초등부 첫영성체 가정교리는 가정을 변화시키는 '일등공신'이다. 벌써 10년 넘게 첫영성체 교리를 가정교리로 진행해 온 본당 사목자와 교사들은 "뭐니뭐니해도 신앙교육의 못자리는 가정"이라면서 "첫영성체 가정교리는 부모는 자녀를 통해 자녀는 부모를 통해 서로의 신앙을 보고 배우도록 이끌어 준다"고 입을 모았다.
본당은 인보성체수도회에서 만든 가정교리교재 「살아계신 하느님을 만나러」를 바탕으로 첫영성체 교리를 꾸려간다. 해마다 2월이면 교리를 시작해 11월에 첫영성체 미사로 마무리한다.
교육은 교사→부모→자녀로 이어지는 순환구조다. 평일에는 부모 교육(주 1회)이 있다. 교육을 받은 부모들은 집에 가서 자신이 배운 교리 내용을 자녀에게 알려 준다. 부모에게 교리를 배운 아이들은 주일날 성당에 와서 교리 시간에 교사를 통해 집에서 배운 교리를 복습하고 확인하는 식이다. 이러니 교사도 부모도 교리공부에 소홀할 수 없다.
특히 부모들은 자녀와 함께 기도하기, 성경 읽기 등 '숙제'를 하려면 자기 자신부터 모범 신앙인으로 변해야만 했다. 엄마 아빠가 평소 기도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데 아이한테만 강요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아들(김진건 토마스 아퀴나스, 초3)이 첫영성체를 받은 엄마 이민지(실비아, 39)씨는 "단기간 교육이 아니라 1년 정도 부모와 아이가 함께하니 나도 아이도 달라지는 모습을 느끼게 된다"면서 "아이에게 교리를 가르치면서 내 신앙심도 깊어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첫영성체반 부모들은 이구동성으로 집안 분위기도 달라졌다고 했다. 가족이 대화하는 시간이 많아져서다. 자녀와 부모가 함께 기도문을 외우고 기도를 바치고 나면,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분위기로 이어지게 됐고 부모는 자녀를, 자녀는 부모를 좀 더 이해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가족성지순례, 가족피정, 부모 ME교육처럼 가족이 함께하도록 자리를 마련해주는 교육 프로그램도 가정 변화에 큰 도움이 됐다.
김경선씨는 "부모 교육을 통해 교리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녀 교육법도 함께 배우고 또래 부모들과 자녀 문제 고민을 나눌 수 있어 더 좋았다"면서 "예전보다 아이들에게 화도 덜 내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첫영성체 가정교리는 그동안 본당 활동에 무관심했던 부모들이 본당 행사에 적극 참여하도록 이끌었다. 교리 때문에 성당에 오다 보니 아는 사람도 생기고 본당 소식도 자주 접하게 돼, 본당 공동체 활동이 눈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이민지씨는 "아이만 첫영성체 교리를 받았다면, 아이만 성당에 보내놓고 나 몰라라 했을 텐데 부모가 함께하는 교리다 보니 본당 행사에 빠지지 않게 되고 활동도 많이 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모 교사 최미현(클라우디아, 49)씨는 "예전 같으면 성당에 와서도 말 붙일 사람이 없어 미사만 참례하고 집에 가기 바빴던 부모들이 이젠 아는 사람들이 있으니 더 편하게 성당에 오는 것 같다"고 했다.
첫영성체 교리 담당 김한국 신부는 "가정교리에 헌신하는 선생님들이 있기에 부모도 자녀도 모두 기쁘게 교리를 배우며 신앙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면서 교리교사에 대한 격려를 잊지 않았다. 김 신부는 또 "첫영성체 가정교리가 가정은 물론 본당 공동체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원동력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