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방동리 무궁화
우리나라에는 옛날부터 무궁화가 많았다.
생울타리로 키우거나 거리 한 켠에 거의 방치 상태로 재배되었기 때문에
보존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1960년대 후반기부터 서울대 농과대에서 우리나라 재래종이거나 도입된 외래종과
수분이 이루어져 탄생한 품종에 우리식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다.
꽃모양에 따라 고요로,눈뫼,산처녀,늘사랑,사임당,단심,소월 같은 이름을 붙였다.
무궁화라는 이름은 '끝없이 꽃 피는 나무'라는 뜻이다.
꽃 한 송이가 아침에 피어나서 저녁에 지고 나면,
다음 날은 더 예쁜 꽃이 새롭게 피어난다.
이렇게 나무 한 그루에서 피는 꽃은 무려 1000~3000송이나 된다.
강릉시 사천면 방동리에는
천연기념물 제 520호로 지정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나라꽃 무궁화가 있다.
강릉 박 씨 종중 재실에 있는 '방동리 무궁화'는 나무 둘레가 146cm로
현재 알려진 우리나라 무궁화 중 가장 나무 기둥이 굵다.
꽃잎이 붉거나 분홍색이고 가운데 꽃술 부분이 붉은 빛깔이라 홍단심 계통으로
순수 재래종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
보통 무궁화 수명은 40~50년 정도다.
그런데 '방동리 무궁화'는 2011년 천연기념물로 지정 당시 수령 110년으로 추정했다.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무궁화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보존 가치가 매우 높다.
무궁화는 겨울 추위에 강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뚜렷한 곳에서 잘 자란다.
추위에 강해 목련이나 개나리 같은 봄맞이 꽃들이 앞다투어 꽃망울을 터뜨리는 동안
꿈적도 않는다.
싹눈조차 내밀지 않는다.
햇빛이 알맞고 물 빠짐만 좋으면, 가뭄이나 장마에도 끄떡없다.
또 가지를 꺾어서 땅에 꽂아도 웬만한 조건에서도 잘 자란다.
무궁화는 벌레가 많이 낀다.
어릴 때는 어린 가지에 새까맣게 달라붙은 검은 진딧물이 징그러웠다.
왜? 이런 무궁화를 나라꽃으로 지정했을까 의문이었다.
그런데 무궁화에는 곤충에게 필요한 영양분이 많았다.
무궁황의 뿌리,줄기,잎,꽃, 열매 모두가 귀한 약재로 쓰인다.
현대의학에서도 무궁화의 줄기와 뿌리에 들어 있는 성분으로
이질,탈항,백대하,옴,치질,무좀을 치료한다.
일제 강점기에는 무궁화가 우리나라를 상징한다는 까닭에 탄압을 받았다.
심지어 보기만 해도 눈에 핏발이 선다고 해서 '눈에 피꽃', 손에 닿기만 해도 부스럼이 생긴다고 '부스럼꽃'이라는 식으로 이름까지 바꾸었다.
한마디로 '가까이하지 말아야 할 꽃'의 대명사였다.
그래도 우리 선조들은 일제 탄압에 맞서 남몰래 무궁화에 대한 애정을 키워왔다.
일제강점기에 은밀하게 독립자금을 대 준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김구 선생님이 보낸
태극기가 발견된 강릉선교장 활래정 연못의 울타리도 무궁화다.
이제 며칠 있으면 광복절이다.
아이들과 함께 무궁화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다.
강릉 '방동리무궁화'를 만나러 가는 방법은 강릉아산병원에서 강릉농업기술텐터 쪽으로 가
다보면 약국도 있고 김밥 집도 있고 모텔 안내표지판도 보인다.
바로 그 지점에 우측으로 진입하는 좁은 길 입구에 '방동리 무궁화 '를 만나러 갈 수 있는
이정표가 있다.
좁은 숲 터널 같은 길을 쭉 따라 들어가면 이정표가 계속 이어진다.
이정표를 믿고 따라가면 방동리 무궁화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또 특별한 점은 무궁화가 있는 재실 건물 왼쪽에 하얀 배롱나무가 하얀 팝콘을 뒤집어 쓴 듯 활짝 피어있다.
자홍색 배롱나무는 흔하지만 '하얀 배롱'나무는 정말 드물다.
재실 옆이라 일부러 하얀 배롱나무를 심은 듯하다.
무궁화에 대한 글을 쓰다보니 어릴 때 동네 공터에서 아이들과 바락바락 소리지르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치며 술래잡기를 하던 생각이 난다.
서로 손을 꼭 잡고 절대로 들키지 않을 태세로 긴장하며 한 걸음씩 걷던 기억이 새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