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집백연경 제6권
6. 제천내하공양품(諸天來下供養品)
53) 꽃을 꺾어 부처님께 공양하여 천상에 태어난 인연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시었다.
당시 성중의 호부(豪富)한 장자들이 함께 모여 샘물[泉水]로 나아가 기악(伎樂)을 베풀어 함께 즐겨하였으니 사라화회(娑羅花會)라 하였다. 그 모임에서 한 사람을 시켜서 저 숲속에 나아가 사라꽃을 꺾어서 여러 화만(花鬘)을 만들게 하였는데, 꽃 꺾으러 간 사람이 돌아오는 도중에 마침 세존의 그 32상과 80종호로부터 백천의 해 같은 광명이 널리 비춤을 보고 곧 환희심을 내어서 부처님 앞에 엎드려 예배함과 동시에 그 꺾은 꽃을 다 부처님께 받들어 공양하였다.
그런 다음 다시 나무 위에 올라가서 꽃을 꺾으려 하다가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바람에 땅에 떨어져서 그는 곧 목숨이 끝났다.
그는 즉시 도리천(忉利天)에 왕생하여 단정하고도 뛰어난 미묘한 몸을 얻었으며, 사라꽃으로 궁전을 만들고 나자 제석천이 이렇게 물었다.
“그대는 어느 곳에서 복업을 닦았기에 이 천상에 태어났는가?”
천자가 대답하였다.
“제가 염부제(閻浮提)에서 사라꽃을 꺾다가 세존을 만나 뵙고 그 꽃을 받들어 공양한 일이 있었는데, 그 공덕으로 말미암아 여기에 태어났습니다.”
제석천은 이 천자의 몸매가 빼어나고 단정함을 보고 게송을 읊어 찬탄하였다.
몸은 참된 금 빛깔같이
매우 선명하게 두루 비추고
얼굴은 아주 단정하니
모든 천자 가운데 제일이로다.
그러자 천자도 곧 제석에게 게송을 읊어 대답하였다.
내가 부처님 은혜의 덕을 입어
사라꽃으로 공양하였던
그 선한 인연으로 말미암아
이제 이 과보를 얻었습니다.
천자는 이 게송을 읊고 나서 곧 제석천과 함께 부처님 처소에 가서 엎드려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 있었다.
부처님께서 곧 갖가지 법을 설해 주시자 그들은 마음이 열리고 뜻을 이해하게 되어 20억의 삿된 소견과 업장을 깨뜨리고 수다원과를 얻음으로써 마음에 기쁨이 넘쳐 다시 부처님 앞에 게송을 읊어 찬탄하였다.
거룩하옵신 큰 성인이시여
가장 높아 견줄 데 없으시어
부모와 사장(師長)을 비롯한
그 누구의 공덕도 미칠 수 없나니
사방의 바닷물을 고갈시키고
백골산(白骨山)을 초월하여서
나쁜 세 갈래의 길을 막고
선한 세 문을 널리 열어 주시네.
천자는 이 게송을 읊은 뒤 부처님께 엎드려 예배하고 세 번 부처님을 돌고서 도로 천상으로 올라갔다.
이때 여러 비구들이 이 광경을 보고 그 이튿날 아침에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젯밤 이 기환동산을 두루 비춘 그 광명이 혹시 제석천ㆍ범천왕ㆍ사천왕들이 한 것이옵니까, 28부(部) 신장들이 한 것이옵니까?”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것은 제석ㆍ범천이나 귀신, 사천왕 등이 한 것이 아니라 옛날 사라꽃을 꺾어 나에게 공양한 자가 이제 천상에 태어나서 향ㆍ꽃을 가지고 다시 나에게 공양하기 위해 비춘 광명일 뿐이니라.”
그때 다른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다 환희심을 내어서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