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기자회견문]
학교 줄 세우기로 입시‧경쟁교육 부추기는
수능 점수 공개 방침, 즉각 철회하라!
○ 지난 5월 28일, 교육부는 전국 고등학교와 학생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을 시군구 단위까지 100% 공개하는 내용을 담은 교육데이터 전면 개방을 선언하였다. 교육부가 ‘교실 혁명 선도 교사’ 연수 과정에서 소속 교원 1만여 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낸 지 1주일 만이다.
○ 교육부는 교육데이터 개방 및 활용 확대로 정책 연구가 활성화되면 정책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향후 합리적 제도 개선 방향을 도출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학생 맞춤 공교육 서비스를 제공하여 누구나 쉽게 진로·진학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궁극적으로는 사교육비 경감에 기여한다고 주장한다. 데이터 제공 범위를 확대하면서도 데이터가 안전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조치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 하지만 우리는 이명박 정부 시절 교육부가 서약서를 작성한 국회의원에 한 해 수험생 개인정보와 학교명은 삭제한 채 232개 시군구별 5년간 수능 성적 자료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한 뒤에 일어났던 일들을 기억하고 있다. 당시 정부 여당 소속의 국회의원은 교육과학기술부를 통해 전국 2,200여 개 고교의 수능 성적 자료를 입수하였고, 한 일간지는 이 자료를 토대로 고교별 수능 성적 상위 100곳의 명단을 서열 순으로 공개하였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수능 원자료가 고교 서열이라는 대중적 호기심과 만났을 때 보여질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이미 경험하였다.
○ 학교 서열화로 인해 개별 학생에게 가해질 권리 침해와 지역 서열화에 따른 지역 쏠림 및 공동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쏟아졌지만, 격차의 원인을 찾고 해소 방안을 제시해야 할 교육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데이터의 안전한 활용’은 말뿐이었다는 사실만 확인되었을 뿐이다.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1차관으로 이 모든 과정에 지켜보았던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다시 “정책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합리적 제도 개선 방안 도출”, “데이터가 안전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조치”를 말하는 것은 소가 웃을 일이다.
○ 이번 조치는 외국어고, 자율형사립고 등 특권 학교를 부활시킨 윤석열 정부 정책과 함께 고교 서열화를 가속화 할 것이다. 이주호 장관은 개인정보 유출 및 학교 서열화 방지를 위해 개인·민감 정보는 비식별 처리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시군구의 몇 개 되지 않는 고교에서 이들 정보를 조합해 개별 학교를 식별해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학업성취도평가 결과 공개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 또한 학교 경쟁력 강화를 빌미로 한 줄 세우기 교육을 초·중학교까지 확대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학력 격차에 따른 진단과 대책 없이 성적 정보만 공개하는 것은 성적이 낮은 지역 학교에 대한 기피 현상만 심화시켜 결국 저출생과 지역소멸 문제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반면 개방된 데이터가 사교육 및 에듀테크 업체를 통하여 상업적으로 재가공되어 악용되는 가능성을 막기 위한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 이와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데이터 개방 및 활용 촉진을 위한 법령 정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교육부는 관련 법 개정으로 학술 연구는 물론 에듀테크 활성화 및 학생 개별 맞춤형 교육 교육을 위해 학생 정보를 적극 제공·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부가 제시한 데이터 가명 정보 결합 예시에는 직업계고 졸업생의 교육 성과 분석, 꿈 사다리 장학생의 진학 및 취업 현황 분석 등이 있을 뿐이다. 수능 성적 공개에 따른 지역 격차 해소를 위한 연구, 학생 맞춤형 교육을 통한 사교육비 경감 방안 등 교육부가 제시한 장밋빛 기대 효과를 얻기 위한 아무런 계획도 찾을 수 없다.
○ 교육부가 수능 정보 공개와 데이터 개방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학력 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 방안 마련을 위해서라면 현재의 표본 조사로도 충분하다. OECD의 국제 학업성취도평가 결과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력 수준은 늘 최상위를 유지하고 있다. 교육부가 해야 할 일은 무분별한 학생·학교 데이터 공개를 통한 경쟁 교육 강화가 아닌 공교육 정상화이다. 교육부는 지금 당장 수능 데이터 공개 방침을 철회하고 공교육 정상화 방안 마련을 위해 나서라.
< 우리의 요구 >
하나, 학교 줄 세우기로 입시 경쟁 교육 부추기는 수능 점수 공개 중단하라!
하나, 과정이 아닌 결과만을 연구하는 교육데이터 개방 반대한다!
하나, 학생 맞춤형 교육 앞세워 사교육 조장하는 교육정책 즉각 철회하라!
하나, 교육 불평등 강화하는 입시제도 전면 개편하라!
2024년 6월 24일
학교 줄 세우기로 입시‧경쟁교육 부추기는 수능 점수 공개 절대 반대!
331개 교육‧시민사회단체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