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자인 전쟁은 창공에서도 치열하다. 안정성과 속도로 경쟁하던 시대는 이미 끝났기 때문이다. 비행기 산업은 1914년에 발발한 제1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크게 성장했다. 비행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항공기의 성능도 대폭 개선됐다. 제1차 세계대전 후 민간항공 여행 시대가 열리면서 비행기와 비행장이 대도시에 들어섰고, 파일럿도 양산됐다. 벌써 100년 전 얘기다. 이제 항공사들은 서비스로 경쟁한다. 안락한 의자를 제공하고, 맛있는 음식을 개발하고, 우아하고 세련된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이 중요한 승부수가 된 거다. 그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가입한 회원사는 현재 230개. 1945년 국제항공운송협회가 처음 설립되었을 때의 회원사가 약 57개였으니 173개의 경쟁자가 새로 시장에 진입한 것이다. 그간 10여 개 항공사는 날개를 접었다.
국적기냐 외래 항공사냐, 비즈니스석이냐 이코노미 클래스냐가 더 중요하지만 항공사의 이미지 역시 경제학에서 말하는 ‘보이지 않는 손’처럼 적잖은 영향을 끼친다. 소비자 입장에서 이왕이면 서비스가 훌륭하고, 이미지가 세련된 항공사를 선택하리란 건 자명하다. 광고 비주얼은 물론이고, 유니폼 디자인, 식기 디자인, 기업 디자인CI 등은 무의식중에 소비자의 뇌리에 남아 ‘결정의 순간’에 영향을 미친다. 항공 산업은 거의 모든 종류의 디자인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기체, 로고, 탑승권, 수하물표, 유니폼, 식기, 조명, 광고, 의자…. 소비자에게 안락함과 환상을 심어줘야 하는 공간인 만큼 당대 최고의 디자이너, 건축가와 협업하는 사례도 많다. 그 역사도 길다. 1920~1930년대는 상업적 비행이 막 시작되는 때였는데 자사의 로고와 광고 포스터를 사람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키기 위해 각 항공사는 노먼 벨 게디스Norman Bell Geddes, 헨리 드레이퍼스Henry Dreyfuss, 월터 도윈 티그Walter Dorwin Teague 등 당대 최고의 산업디자이너에게 로고 디자인을 맡겼다. 항공 산업이 점차 성장하면서 디자인의 대상이 유니폼까지 확대되었다. 크리스찬 라크르와는 에어프랑스, 이브 생 로랑은 호주 콴타스 항공, 랄프 로렌은 미국 TWA 항공의 유니폼을 디자인했다. ‘하늘 위의 레스토랑’을 표방하며 메뉴는 물론 식기까지 신경을 쓰는 곳도 점점 늘어났다. 동체 자체가 디자인 실험실이 된 것이다. 장시간의 비행이 생각만 해도 고욕인 많은 사람에게 항공사의 디자인 전략은 솔깃한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디자인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알면 비행이 조금은 덜 지루하지 않을까? 어쩌면 비행의 재미를 느낄지도 모르겠다. “비행기와 공항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서비스와 오락, 최고의 그래픽과 색채, 최고의 전망과 종업원, 그리고 낙천주의가 있다”라고 한껏 부푼 음성으로 말한 앤디 워홀처럼.
 2조 원의 투자, 대한항공 2005년, 이탈리아의 세계적 디자이너 지안프랑코 페레가 디자인한 유니폼을 선보이면서 대한항공은 디자인을 통한 명품 이미지 확립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항공기 시트 색상 변경, 기내 인테리어 개선, 새로운 비즈니스 석 출시,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지면・영상 광고 등 거의 모든 영역에 혁신적 ‘디자인’을 가미하고 있다. 올해에도 항공기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2조 원 가까운 금액을 투자할 예정. 투자의 핵심 키워드는 물론 디자인이다. 로고 대한항공의 로고를 보면 태극 문양이 떠오른다. 나라 살림이 부강하지 못하던 때나 지금이나 이 문양은 우리에게 자긍심을 안겨준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적색과 청색 사이의 흰색 무늬도 유심히 볼 것. 프로펠러의 회전 이미지를 형상화한 것으로 무한한 창공에 도전하는 대한민국 항공사를 상징하는 것이라니 몰라주면 서운하다. 유니폼 조르지오 아르마니, 지아니 베르사체와 함께 이탈리아 3대 패션 거장으로 불리는 지안프랑코 페레가 디자인한 유니폼은 어느새 대한항공의 아이콘이 되었다. 잠자리 날개처럼 투명해 보이면서도 풀을 먹인 것처럼 꼿꼿한 스카프, 신체의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상하의, 독특한 모양의 머리핀은 승무원 한 명 한 명을 비행업계의 모델로 만들었다. 이국적이면서도 어딘가 한국적인 느낌이 든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면에는 역시 ‘코리아’가 있었다. 홍보팀 구은경 차장은 “흰색과 함께 블라우스 색상으로 채택한 청자색은 고려청자에서, 빳빳하게 선 헤어 장식은 비녀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며 “우리 고유의 전통적 아름다움을 세련된 감각으로 녹여내는 데 역점을 두었다”고 했다. 피팅과 생산은 국내에서 이뤄졌는데 꼼꼼한 성격의 페레는 디자이너를 파견, 전 과정을 관리, 감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느질과 끝단 처리가 마음에 안 든다”며 수차례 재작업을 지시했는데 그 덕에 언제 봐도 멋스러운 대한항공의 상징이 탄생했으니 성공한 프로젝트라 할 만하다. 대한항공이 유명 디자이너에게 유니폼 디자인을 의뢰한 것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금의 유니폼으로 대체되기 전, 태극 문양의 스카프가 인상적인 정장 스타일의 의상은 디자이너 김동순의 작품. 1991년부터 2004년까지 무려 14년간 대항항공의 얼굴 역할을 톡톡히 했다. 1986년부터 1990년까지는 미국 출신의 디자이너 조이스 딕슨이 유니폼을 디자인했다. 빨간색 주름 치마와 재킷이 인상적이지만 대항항공 특유의 ‘블루’가 가미되지 않아 왠지 어색하다. 이제껏 제작된 유니폼은 총 11벌인데 모두 당시의 트렌드를 반영해 재미있다. 1970~1971년의 유니폼은 1970년대 가수 윤복희가 일으킨 미니스커트 열풍을 증거하듯 치마의 길이가 짧고, 중동 시장 개척이 한창이던 1978년의 유니폼은 감색 재킷과 스커트로 보수적 느낌이 강하다.
 식기 대한항공은 새로운 유니폼을 선보이면서 식기에도 변화를 주었다. 한국의 대표적 명품 도자 브랜드인 광주요 측에 디자인을, 영국 왕실에 도자기를 납품하는 영국의 웨지우드wedgwood 측에 제작을 맡겼다. 키워드는 역시 ‘코리안’! 식기 모양을 자세히 보면 우리 고유의 사발이 연상되는데 측면과 바닥에 잔잔한 물결무늬를 넣어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만든 수제품임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일등석에 들어가는 식기에는 나무가 그려져 있는데 이는 전 세계에서 한반도에만 자생하는 천연기념물 미선나무를 모티프로 삼은 것. 은은한 농담을 살려 한국 고유의 전통미를 느낄 수 있다. 프레스티지석 식기는 버드나무를 영감의 원천으로 삼았다. 버드나무 아래 평상에 있는 것처럼 편안한 여행을 기원한다는 속뜻이 담긴 것으로 한시까지 넣으니 마음이 정연해지는 것 같다. 좌석 일등석에 장착한 코스모 스위트Kosmo Suites는 좌석당 가격이 2억 5000만 원에 이르는 명품으로 영국의 항공기 좌석 디자인 회사인 아큐멘Acumen의 작품이다. 프레스티지석에 들어가는 프레스티지 슬리퍼Prestige Sleeper의 디자인도 훌륭하다. 180 로 젖히는 것은 물론이고 AVOD 화면도 영화관의 스크린과 똑같은 16:9의 비율로 디자인해 안락한 비행을 돕는다. 프레스티지 좌석은 올해 1월 비즈니스 전문지인 <비즈니스 트래블러>로부터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 디자인상’을 받았다.
 비행은 예술이다, 에어 프랑스 에어 프랑스에서 만드는 모든 비주얼은 예술품을 연상시킬 만큼 우아하다. 유럽이나 미국에 가면 자주 볼 수 있는 TV 광고는 물론이고, 새로운 서비스나 기기 론칭을 알리는 브로셔까지! ‘이왕 만들 거면 극도로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이 프랑스 사람들의 생각이니 항공기에서도 에어 프랑스의 디자인은 탁월하다. 로고 작년 에어 프랑스는 창립 75주년을 맞아 로고 디자인 교체 작업을 진행했다. 세계적 디자인 회사인 ‘브랜드이미지Brandimage’가 교체 작업을 맡았다. 군청색과 흰색을 메인으로 하고, 붉은색으로 포인트를 주었는데 유니폼과도 잘 어울린다. 탁월함excellence, 인간적인 감동the human touch, 여행의 예술화the art of travel 등 총 3가지의 가치를 극대화했다는데 가장 프랑스다운 것은 역시 여행의 예술화! 유니폼 항공기 유니폼을 제작하며 오트 쿠튀르 디자이너를 찾는 나라는 아마 프랑스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 2005년 4월 선을 보인 에어 프랑스의 새 유니폼은 귀족적이고 화려한 디자인으로 유명한 크리스찬 라크르와의 작품이다. 크리스찬 라크르와는 1967년 패션 오스카상, 1986년과 1988년 오트 쿠튀르 황금골무상을 수상한 프랑스 패션계의 거장이다. 우아한 재단으로 유명한 그는 유니폼에서도 제대로 실력 발휘를 했다. 네이비 블루가 기본 색인 간결한 라인의 원피스에 새빨간 허리 리본을 매치했는데 리본의 너비가 넓고 붉은 색상도 선연해 첫눈에 시선을 붙잡는다. 완결미 넘치는 이런 디자인의 의상과 아이템이 100여 점에 이른다. 17개의 각기 다른 직능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들을 위해 각각의 유니폼을 별도로 제작했다니 전 직원이 캣워킹을 해도 꽤 재미난 볼거리가 될 것 같다. 크리스찬 라크루와는 2003년 기자회견에서 “나의 도전은 비행과 오트 쿠튀르라는 두 세계가 만나는 꿈의 세계를 창조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에어 프랑스의 CEO 장 시릴 스피네타는 “유명 디자이너와 함께 유니폼을 만든 그간의 역사를 계승하기 위해 이번에도 최고의 디자이너를 섭외했다. 최고의 작품이 나올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라고 화답했다. 실제 에어 프랑스의 유니폼을 만든 디자이너의 면면은 화려하다. 앙드레 쿠레주, 니나 리치, 크리스찬 디올, 크리스토퍼 발렌시아가…. 단서 없이 이 이름만 나열해놨을 때 공통 분모로 에어 프랑스의 유니폼을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식기 에어 프랑스는 식기 부문에서도 최고의 디자이너와 협력했다. 바로 필립 스탁! 혁신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면서도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한 그는 한눈에도 감각적으로 보이는 기내식 트레이를 디자인했다. 2003년 유로스타 기차 디자인을 맡는 등 큰 프로젝트의 디자인도 여럿 맡았으니 왠지 쉬운 작업이었을 것 같은 생각도 든다.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요 키워드 중 하나가 ‘재미fun’! 불룩한 배와 곱슬머리의 디자이너는 트레이의 색상을 계절마다 바꾸는 센스를 발휘했다. 봄에는 라일락, 여름에는 라벤더 블루, 가을에는 체스넛 브라운, 겨울에는 더스키 핑크 베이지. 시각적으로 무척 발랄한 느낌이 들어 식사 동안 기분이 좋아진다. 보통 디자이너의 제품은 비즈니스 이상의 좌석에만 들어가는 데 반해 에어 프랑스는 비즈니스와 퍼스트 클래스는 물론 이코노미 클래스에도 이 트레이에 음식을 담아 서비스한다. 필립 스탁과 함께하는 에어 프랑스의 기내 서비스 공식 명칭은 ‘스탁 위드 IPI Starck With IPI’. 프랑스에서 출발하는 약 2시간 거리의 중거리 노선에서 만날 수 있다. 좌석 지난 4월 중순, 에어 프랑스는 기자회견을 열고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말하면 비즈니스석과 이코노미 클래스의 중간. 비즈니스석을 타고 싶은데 가격이 부담돼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수요층을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에는 디자인의 기능성을 한껏 발휘했다. 고정된 등받이를 장착해 좌석을 123 가량 젖힐 수 있음에도 뒤에 앉은 승객에게 불편함을 전혀 주지 않으며 발과 다리, 머리 받침대의 기울기도 조절이 가능하도록 했다. 85편의 최신 영화를 볼 수 있는 AVOD는 초창기 비즈니스석의 스크린과 맞먹는 10.4인치며 아이폰이나 노트북 연결도 가능하다.

유머 넘치는 디자인, 에미레이트 항공 1985년 첫 취항한 ‘영건’답게 에미레이트 항공의 디자인 전략은 신선하기로 유명하다. 이 같은 마케팅 덕분일까? 아랍에미리트의 국적기는 설립 이래 매년 2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2003년 6월에는 에어버스와 보잉 등 총 71대의 항공기를 주문하며 항공업계를 놀래기도 했다. 로고 에미레이트 항공의 로고는 무척 강렬하다. 영어와 아랍어가 병기된 로고는 한 번 보면 잊히지 않는다. 1999년에는 로고에 약간 변화를 주었다. 아랍어보다 영어 표기를 크게 해 ‘세계 속의 항공사’임을 강조했다. 최근 에어버스 A380을 도입한 뒤로는 동체 바닥에 로고를 새겨 비행 시 노출 효과를 높였다. 창공을 나르는 로고는 거대한 미술 작품처럼 보인다. 자체 홍보 제작물 에미레이트 항공은 자체 홍보물 제작에도 많은 신경을 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탑승 손님들에게 나누어주는 선물. 인상파 화가들에게 사랑받았던 프랑스 니스로 취항할 때는 10×10cm 크기의 캔버스와 유화물감, 붓이 들어 있는 드로잉 세트를 나무 박스에 담아 탑승객에게 선물한다. 아이용으로 좋을 앙증맞은 크기지만 그 아이디어와 정성이 사랑스러운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이탈리아에 취항할 때는 스파게티 요리를 할 때 필요한 계량 도구와 테이블 보를, 영국 뉴캐슬 취항 때는 얼 그레이 차 세트를 고급스러운 박스에 담아 제공한다. 로스앤젤레스로 갈 때는 캘리포니아가 와인 산지로 유명하다는 점에 착안해 와인 마개를 준다. 초대형 항공기 A380에 처음 탑승한 런던 노선의 승객에게는 A380의 미니어처를 선물하기도 했다. 다른 항공사와 비슷한 전략을 써서는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없음을 꿰뚫고 있는 것이다. 디자인이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한 명 한 명에게 맞춤 서비스를 해야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안다는 것이 왠지 기분 좋다.
 기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컵에도 색다른 디자인을 가미했다. A380이 샤워 스파 시설까지 탑재한 최신 기종임을 알리기 위해 고심하던 항공사 측은 ‘행복한 눈물’로 유명한 로이 리히테슈타인의 그림을 이용해 멋진 디자인을 선보였다. 한 남자 승객이 콧노래를 부르며 샤워를 하는데 여성 승무원이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스파실을 노크하며 말한다. “미스터 브라운, 항공기가 30분 뒤에 착륙한답니다.” 상황이 웃긴 건 아니지만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화풍을 그대로 이용해 빈티지 만화처럼 밝은 분위기, 말 풍선을 달아 그 안에 대사를 넣은 디자인 등이 보는 이의 기분을 좋게 한다. 이 같은 ‘상황극’ 일러스트는 티셔츠, 머그, 마우스패드 등에도 활용했는데 하이힐 때문에 고통스러우면서도 어쩔 수 없이 미소를 짓는 승무원 등 재미있는 내용이 많다. 이런 아이디어 상품은 에미레이트 항공의 온라인 스토어(www.emiratesofficialstore.com)에서도 판매한다. 심플하게 디자인한 웹 공간에서 150여 개 이상의 물건을 고를 수 있다. 유니폼 한 번 보면 잊히지 않는 강렬한 디자인이 에미레이트 항공의 유니폼이다. 붉은 색 모자는 뜨거운 태양의 열기를 상징하며 모자의 한쪽 밑의 베이지색 가두리 장식은 모래 언덕을 지나는 사막의 바람을 형상화했다. 2008년 A380을 처음 운항하면서부터 에미레이트 항공은 전략적으로 유니폼 디자인에 변화를 주었다. 영국의 유명한 유니폼 업체인 사이먼 저지Simon Jersey plc에서 디자인한 것으로 스커트의 경우 통을 좀 더 좁히고 주름을 넣어 세련미를 더했고, 흰색 블라우스에도 붉은색 줄무늬를 추가했다. 유니폼의 전체적 디자인 컨셉트는 태양과 사막 바람이 공존하는 두바이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럭셔리 라운지 무려 517명이 탑승할 수 있는 초대형 여객기 A380을 58대나 운항하는 에미레이트 항공은 두바이, 방콩, 홍콩, 싱가포르, 런던, 멜버른, 파리, 뉴욕 등 전 세계 15개 공항에서 프리미엄 라운지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해 4월 1일 오픈한 브리즈번 국제 공항 내의 라운지는 A380을 포함한 모든 항공기에 직접 보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탈리아 대리석, 스코틀랜드산 가죽 소파, 롤렉스 벽시계 등으로 꾸민 공간은 두바이식 인테리어답게 반짝반짝 호화롭다. 이런 류의 ‘블링블링’ 인테리어를 좋아하지 않는 이도 있겠지만 에미레이트의 국적기임을 상징하는 측면에서는 탁월한 디자인이라 할 수 있을 듯.
 아시아나 항공 아시아나 항공은 지난 2006년 붉은 화살표가 비상하는 느낌의 새로운 CI를 선보이면서 동체 디자인도 바꾸었다. 바탕에는 흰색에 가까운 쿨 그레이Cool Gray, 꼬리에는 색동의 컬러를 입혔다. 예전보다 선과 선, 색과 색의 교차가 세련돼 색색의 천이 나부끼는 듯한 모습이다. 지난해 7월에는 퍼스트 클래스 라운지에도 변화를 주었는데 미술관을 컨셉트로 유럽풍의 중후한 분위기를 가미했다. 기내 식기는 독일 로젠탈Rosenthal사에서 디자인했다. 조약돌이나 모시조개를 닮은 듯한 백색의 심플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아시아나 항공의 상징처럼 느껴지는 유니폼은 지난 2003년 디자이너 진태옥과 협력해 선보인 것이다. 회색과 브라운 컬러를 기본 색으로 삼고 색동 무늬로 포인트를 주었다. 울 등 편안하고 안락한 소재를 써 보디 라인을 자연스럽게 강조하는 한편 실용성에도 신경을 썼다.
 핀에어 디자인 강국인 핀란드의 국적기답게 세세한 부분에까지 신경을 썼다. 비즈니스 클래스에서 볼 수 있는 각종 컵은 핀란드 디자이너 타피워 워칼라가 디자인한 것이고, 헬싱키 공항 비아 라운지Via Lounge에 있는 전구 역시 핀란드의 유명 디자이너인 이에로 아르니오의 작품이다. 크기가 다른 2개의 풍선이 나뭇가지에 매달린 듯한 모습의 전구와 백조의 목을 연상시키는 전구는 라운지의 포인트 역할을 한다. 볼 체어Ball Chair도 그의 작품이다. 동그란 공을 닮은 모습인데 옆면과 뒷면이 구 형태로 막혀 있어 조용하고 아늑한 수면실에 앉는 느낌이다. 유니폼은 안나 카이사 휴튜넨이 디자인했다. 프랑스의 유명 여행 잡지인 <본 보야지Bon Voyage>가 뽑은 ‘가장 스타일리시한 승무원 유니폼’에서 5위를 차지할 만큼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으로 짙은 푸른색과 옅은 하늘색이 주요 색상이다. 목의 스카프가 포인트! 핀에어 숍(www.finairshop.com)에서는 알바 알토가 디자인한 이딸라 꽃병, 마리메코사의 식탁보와 앞치마, 일러스트레이터 토베 얀슨이 만든 침구류와 타월 등을 판매하니 들러보시길.
 싱가포르 항공 싱가포르 항공은 새 모양의 로고를 항상 오른쪽에 배치한다. 어떤 장애물도 쾌적하고 안전한 비행을 가로막을 수 없다는 뜻에서다. 커다란 날개의 노란색 새는 싱가포르 항공의 상징처럼 인식된다. 한 번 보면 잊히지 않는 독특한 문양의 유니폼은 싱가포르 항공 디자인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다.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 피에르 발망의 작품으로 사롱 케바야Sarong Kevaya라 불리는 전통 의상을 현란하면서도 개성적인 디자인으로 재해석했다. 본 차이나 식기와 크리스털 식기 등은 프랑스의 패션 하우스 지방시의 작품이다. 싱가포르 항공사는 업계 최초로 A380을 선보여 화제가 됐는데 12개뿐인 최고급 스위트 좌석은 프랑스의 유명 프리미엄 요트 디자이너 장 자크 코스트Jean-Jacques Coste가 디자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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