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더 쉬운 문제에 답하기
정신세계의 놀라운 면은 여간해서 막히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더러는 '17x24=?'처럼 답이 얼른 떠올지 않는 문제를 만나기도 하지만
그런 당혹스러운 순간은 흔치 않다.
평범한 정신 상테에서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일에 직관에서 나온 느낌과 의견으로 반응한다.
우리는 상대를 잘 알기도 전에 그를 좋아하거나 싫어하고,
딱히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낯선 사람을 신뢰하거나 불신하며,
어떤 사업을 분석도 하지 않고 그것이 성공할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문제의 답을 겉으로 말하든 말하지 않든,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도 않은 채,
설명할 수도 옹호할 수도 없는 증거를 기초로 답을 내놓는 때가 종종 있다.
문제 바꿔치기
사람들이 복잡한 문제에 어떤 식으로 직관적 의견을 내는지,
아주 간단히 설명할 법법이 있다.
어려운 문제에 만족스러운 답을 재빨리 찾을 수 없으면,
시스템1이 그 문제와 관련 있는 더 쉬운 문제를 찾아 답을 한다.
이처럼 문제를 바꿔서 대답하는 것을 나는 '바꿔치기substitution'라 부른다.
그리고 앞으로 아래와 같은 용어도 사용할 것이다.
'표적 문제'란 애초에 답을 하려는 문제댜.
'어림짐작 문제'란 대답하기가 더 쉬운 다른 문제다
'어림 짐작 heuristic'을 엄밀히 정의하자면,
어려운 문제에 불완전하더라도 적절한 답을 찾는 데 도움이 되는 간결한 절차다.
이 말은 '유레카(eureka:바로 이거야!)'와 어원이 같다.
바꿔치기는 내가 아모스와 함께 연구하던 초기에 떠올린 생각인데
이후 어림짐작과 편향 연구의 핵심 개념이 되었다.
우리는 사람들이 확률이 무엇인지도 정확히 모른 채 어떻게 확률과 관련한 판단을 내리는지 의문을 품었다.
결국 불가능한 문제를 단순화하는 게 분명하다고 결론 내리고,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단순화하는지 찾아보기로 했다.
우리가 찾은 답은, 사람들은 확률을 판단해야 할 때면
실제로는 뭔가 다른 것을 판단해놓고 확률을 판단했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시스템 1이 어려운 표적 문제를 만났을 때,
그 문제와 관련이 있으면서 더 쉬운 어림짐작 문제의 답이 머릿속에 떠오르면 곧잘 이런 반응을 보인다.
문제 바궈치기는 어려운 묹 해결에 훌륭한 전략이 될 수 있는데,
포여죄르지Polya Gyougy는 고전이 된 저서 《어떻게 문제를 풀 것인가 How to Solve It》에서
바꿔치기를 다루며 이렇게 말한다.
"문제를 풀 수 없다면, 훌 수 있는 더 쉬운 문제가 있으니 그것을 찾아라."
포여 죄르지의 어림짐작은 시스템2가 의도적으로 실행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번 9장에서 다루는 어림짐작은 의도적 선택이 아니다.
머릿속 산탄총이 문제에 대한 우리 반응을 엉터리로 조준한 결과다.
〈표 1〉에서 왼쪽에 나열된 문제를 보자
어려운 문제라 제대로 답을 하려면 다른 어려운 주제를 다워야 한다.
행복의 의미는 무엇인가?
앞으로 6개월 동안 정치가 어떻게 전개될까?
금융 범죄에 적절한 형량은 무엇인가?
선거 후보들이 직면하는 경쟁은 얼마나 치열한가?
고려해야 할 환경 요인이나 기타 요인은 또 무엇이 있 을까?
이런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은 현실과 거리가 한참 멀다.
하지만 완벽한 답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
신중한 추론의 대안으로, 더러는 문제를 제법 잘 해결하고
더러는 심각한 오류를 저지르는 어림짐작이 있다.
머릿속 산탄총은 어려운 문제가 나왔을때 게으론 시스템2에 부담을 주지 않고 빠르게 답을 찾는다.
이를 테면 〈표 1〉처럼 왼쪽 문제와 짝을 이루는 오른쪽 문제를 생각해내고 쉽게 대답할 공산이 크다.
돌고래와 금융 사기꾼을 보며 느끼는 감정, 현재 내 기분, 예비선거 후보의 정치 능력 추측,
대통령에 대한 현재 평판은 머릿 속에 쉽게 떠로를 것이다.
어림짐작 문제는 표적 문제가 어려울 때 준비된 답을 내놓는다.
그런데 아직 해결할 일이 남았다.
쉽게 내놓은 답은 원래 문제에 맞아야 한다.
예를 들어 죽어가는 돌고래를 보며 느끼는 감정을 돈으로 표시해야 한다.
바로 이때 시스템1의 또 다른 능력인 세기 짝짓기가 동원된다.
감정과 기부금을 둘 다 세기 또는 크기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가
돌고래를 생각할 때 느끼는 감정은 세기가 있고, 그 세기에 어울리는 기부금 액수가 있다.
곧 머릿속에 떠오를 액수, 그 액수가 바로 짝이 되는 액수다.
이런 식의 짝짓기는 모든 문제에서 가능하다.
이를테면 어떤 후보의 정치적 수완은 '한심한 수준'부터 '탁울한 수준' 사이에 놓일 테고,
정치적 성공의 크기는 '예비선거에서 패할 것이다'라는 낮은 수준부터
'언젠가는 미국 대통령이 될 것이다.'라는 높은 수준 사이에 놓일 것이다.
머릿속 산탄총이 자동으로 작동하고 세기를 찍짓다 보면
표전 문제에 대응하는 쉬운 문제에 하나 이상의 답을 찾을 수 있다.
이런 바궈치기가 일어나면 시스템2는 어림짐작으로 나온 답을 곧잘 인정해준다.
물론 직관적답을 거부하기도 하고, 다른정보를 끌어들여 직관적 답을 수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시스템2는 게을러서 최소의 노력만 들인 채
어림짐작 답의 진위 여부를 깊이 고민하지 않고 인정해버린다.
그러면 막히는 법도 없고 , 힘들여 고민할 필요도 없으며,
심지어 원래 문제에는 대답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다.
게다가 지관적 답이 재빨리 떠오른 탓에 표적 문제가 어려웠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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