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해일륜_51. 화두참구(話頭參究)하는 모양을 말함(제6)
어떤 사람이 묻기를,
“화두를 의심하라고 하니, 어떻게 의심하여야 될까요?”
용성이 대답하기를,
“어떤 사람이 귀중한 보배를 몸에 깊이 간직하여 애지중지하다가 홀연히 잃어버렸다(遺失). 그 사람이 모르고 있다가 손으로 보배를 둔 곳을 만져 보니 보배가 간데없거늘 그 사람이 의심이 나서, ‘보배를 어디에다 두었는가?’ 하고 찾는 것과 같이 해야 할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이 날이 훨쩍 새기 전에 이상한 물건을 주는데, 자세히 보니 날은 아직 밝지 못하여서 알 것도 같고 모르는 것도 같아서, 그 사람이 의심이 바짝 나는 것과 같이 화두 하는 모양이 이와 같은 것이다.
혹 화두를 할 때에 어떤 때에는 나귀를 끌고 우물에 들어가는 것과 같소. 어떤 때에는 뜨거운 불과 같이 번뇌가 끓고, 어떤 때에는 찬 얼음과 같아서 마음이 일어나지 아니하며, 어떤 때에는 순풍에 돛을 단 배와 같아서 술술 잘된다. 그러나 공부가 잘되는지 못되는지, 좋거나 언짢은 마음을 두지 말고 다만 화두만 하여야 할 것이다.
또 고요히 앉아 맑고 맑은 것을 취하여 공부를 삼지 말며, 또 운동運動하고 말할 수 있고 움직일 수 있으며, 고요히 할 수 있는 것으로 공부를 삼지 말며, 또 생각을 허공과 같이 하든지, 또 마음을 담벼락과 같이 하여 공부를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니, 공망空亡에 떨어진 외도外道이며, 혼魂이 흩어지지 아니하여도 죽은 사람인 것이다. 다만 이 한 물건 모른 것을 의심할 것이다.
공부를 일심一心으로 하여 가면, 보고 듣는 경계가 자연히 고요하고, 물건과 내가 함께 저 산하대지山河大地가 없어지고 허공이 녹아지는 것이니, 이러한 지경에 이르면 자연히 칠통漆桶을 타파打破할 것이다.”
또 묻기를,
“망상이 자꾸 일어나는데, 그 망상을 어떻게 제거할까요?”
용성이 말하기를,
“망상이 일어나든지 안 일어나든지 가만히 두어 망상을 제거하려고 말라. 망상을 제거하려고 하면 망상이 더 일어나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소가 달아나거든 소고삐를 단단히 잡아당기면 소가 스스로 사람을 쫓아오는 것과 같아서, 망상이 일어나든지 안 일어나든지 상관하지 말고 화두만 들어 의심하면, 망상은 스스로 없어지는 것이다.
또 화두로 망상을 제하려고 하지 말며, 또 다만 화두만 들어서 의심하여도 망상을 잡지 못하거든 화두를 즉시 놓아 버리고 마음도 쉬어 예전과 같이(如前) 한 뒤에 다시 화두를 들면 새롭게 다시 깨끗해진다.
또 화두를 들어 의심할 때에 몸과 마음을 다 놓아 한결같이(如常) 편안히 하고 화두를 또렷이 의심하여야 할 것이다. 화두를 너무 급하게 들면, 육단심肉團心이 동動하여 가슴도 답답하고 머리도 아프며 코에서 피도 나는 것이다. 이 병은 마음을 너무 조급히 한 탓이다.
또 마음을 너무 방심하면 화두를 저버리기 쉬운 것이니, 부디 화두를 너무 극도로 하지 말고 너무 방심으로도 하지 말라. 거문고 줄이 느슨해도 소리가 나지 아니하고, 팽팽해도 소리가 나지 않으니 공부하는 것도 이와 같이 하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어떤 사람이 죽장망혜竹杖芒鞋로 첩첩한 산중에 들어가다가 홀연히 산이 다하고 물이 다하여 진퇴進退할 곳이 없게 되면, 이런 때를 당하여 용단력勇斷力을 다하여 한걸음 더 나아가면 꽃이 불긋불긋하고 버들이 푸릇푸릇한 곳에 별천지가 있는 것이다.
세상의 다른 공부는 다 아는 마음으로 헤아려 궁구하는 것이지만, 이 공부는 단지 알지 못할 이 한 물건을 일심으로 의심하여 참구하는 것이다. 헤아려 알고자 하면 만 년을 궁구하여도 알지 못하는 것이다. 화두를 참구할 때에 무슨 재미를 찾지 말고, 모기가 쇠로 만든 소 위에 앉아 부리를 내리지 못할 곳을 향하여 신명身命을 돌아보지 아니하고 한번에 뚫어 들어가면, 몸까지 쑥 들어갈 것이다.
화두만 일심으로 의심하여 궁구하고 추호라도 아는 마음과 구하는 마음을 두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날씨가 따뜻하고 바람이 부드러운(日暖風和) 봄철(春節)이 돌아오면 꽃피고 잎이 돋듯이 공부가 익으면 자연히 이같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