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백광현 뒷이야기 52 - 사암침법과 소장정격
세자의 종기 절개 부위의 출혈을 소장정격으로 지혈시키는 장면이 나왔다.
지금까지 드라마 진행 과정에서 사암침법의 방법이 가장 구체적으로 보여진 장면이다.
그렇다면 소장정격은 뭘 어떻게 놓는 침법일까?
먼저 사암침법의 원리에 대해서는 이미 포스팅을 한 번 했다.
▶▶▶ http://blog.daum.net/shbang98/98
사람의 몸에는 12개의 경락이 있다.
그리고 각 경락의 한열허실(寒熱虛實, 차갑고 뜨겁고 약하고 쎄고)에 따라
열격(熱格), 한격(寒格), 정격(正格), 승격(勝)의
4가지 격이 있다.
그러므로 12개의 경락 X 한열허실의 4개의 격 = 48개의 격이 있는 셈이다.
그 중 하나가 소장정격이다.
소장정격은 드라마에서 나온 것처럼
후계(後谿) 임읍(臨泣) 통곡(通谷) 전곡(前谷) 이 네 곳의 혈자리를 취하는 것이다.
이 네 곳의 혈자리를 똑같은 방법으로 찌르는 것이 아니다.
보(補)하느냐 사(瀉)하느냐에 따라서 침을 놓는 방식이 다르다.
보할 때에는 경락의 방향을 따라서 침을 기울여 꽂고
또 침을 9번 돌려준다.
사할 때에는 경락의 방향을 거슬러서 침을 기울여 꽂고
또 침을 6번 돌려준다.
요기까지는 사암침법 초급편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고급편으로 올라가면 48개의 격으로 끝나지 않는다.
48개의 격이 반으로 쪼개져서 이리저리 만나게 된다.
그래서 엄청 많은 경우의 수가 생긴다.
어떤 격의 보하는 혈자리 2개 + 다른 격의 사하는 혈자리 2개
이렇게 만나게 되어서 48개의 격에는 없던
새로운 4개의 혈자리 조합이 생긴다는 것이다.
또 보하고 사하는 방법도 남녀나 시간에 따라서 다르게 하기도 한다.
여기서 이런 의문이 들 수 있다.
겨우 혈자리 4개에 침을 꽂았는데 정말로 효과가 있느냐고?
그래, 그런 의문이 당연히 들 것이다.
그래서 아무데나 푹푹 찌른다고 다 정확한 혈자리가 아닌 것이다.
아픈 곳과 가까운 곳의 혈자리를 취하는 침법을 근위취혈법이라고 하고 (가까울 근)
아픈 곳에서 먼 곳의 혈자리를 취하는 침법을 원위취혈법이라고 한다. (멀 원)
사암침법처럼 원위취혈법을 활용하는 침법은 정확한 혈자리에 침을 찔러야 한다.
혈자리 위치의 정확도가 목적하는 효과를 내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침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더 강한 자극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아주 가는 호침을 쓰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굵은, 정말 이불 꿰매는 바늘같은
굵기의 침을 쓰기도 한다.
그런 침으로 손끝이나 발끝의 혈자리에 침을 맞고서
빙빙 돌려대면 정말 너무 아파서 눈물이 줄줄 흐를 정도이다.
더욱 강한 자극을 위해서 침을 9번 돌리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9 X 9 해서 무려 81번이나 돌리기도 한다.
6번 돌리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6 X 6 해서 무려 36번이나 돌리기도 한다.
사암침법 얘기하니 또 골치가 아프려고 한다.
이게 언뜻 보면 간단해 보이다가도 점점 깊이 들어갈수록 복잡하거든.
그렇다면 소장정격에 과연 지혈의 효과가 있는가?
그렇다. 출혈의 증상에 바로 소장정격을 쓴다.
사암침법에서는 소장은 혈맥(血脈)을 다스리는 기능이 있다고 본다.
혈맥이란 혈관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그래서 혈과 관련된 제반 병증에 소장정격을 쓴다.
어혈(瘀血)로 인해 혈맥이 막힌 질환에도 소장정격을 쓰고
출혈로 인한 혈허(血虛)라고 하는 혈 부족 상황에도 소장정격을 쓴다.
지혈의 목적을 위해서 소장정격을 쓰기도 하고
출혈로 인한 혈 부족 상황에서 수혈의 의미로 소장정격을 쓰기도 한다는 것이다.
혈맥과 관련된 제반 질환에 이 소장정격이 쓰인다.
구체적인 병으로 얘기하자면,
자궁출혈 시에, 코피가 터졌을 때, 칼에 찔린 자상(刺傷)에,
빈혈에, 생리가 안 나올 때, 정맥류에
이 소장정격을 쓸 수 있다.
그 외에 오십견, 고혈압, 피부질환 등의 증세에도
이 소장정격이 효과가 있다.
*** 자상으로 인한 피부 출혈 시에 지혈의 목적으로 소장정격을 사용한다는 내용은
경희대학교 석사학위논문 <사암침법의 의사학적 연구>의 저자이신
사암은성한의원 원장 정유옹 원장님에게 자문한 내용임을 밝힙니다.
도와주신 정원장님께 지면을 빌려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뒷이야기의 뒷이야기>
내가 직접 들은 것은 아니지만 누가 이런 라디오 방송을 들었다고 하네.
어떤 군인이 어디가 아파서 어느 한의원을 갔다고 한다.
그런데 한의사가 아픈 데에다가는 침을 안 놓고 손끝과 발끝에 침을 놓더니
인정사정 없이 막~~ 침을 돌려대더라는 것이다.
"아아악~~~ 아파요!!!! 진짜 아파요!!!"
군인은 너무 아파서 자기도 모르게 막 짐승같은 비명을 토해 냈단다.
한의사는 들은 척도 안 하고 계속 침을 돌려대었다.
그러더니 이렇게 물었다.
"아니 무슨 군인이 이렇게 아파해요? 아파도 군인정신으로 참아야지!!!"
"끙..."
"지금은 어때요? 아까 안 좋았던 데는 좀 괜찮아졌어요?"
한의사의 질문이 떨어지자 군인은 바로 손사레를 치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이제 다~~~ 나았어요!!!! 이제 정말 하나도 안 아파요!!! 다 나았어요!!!"
군인은 안 나았다고 하면 한의사가 또 침을 돌려댈까봐 지레 겁을 먹고
다 나았다고 말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방송의 사연은 이렇게 끝났다.
"군인도 사람입니다! 군인도 아픈 것을 민간인과 똑같이 느낍니다.
군인이라고 더 세게 침 놓으시면 안 되요. 이걸 꼭 좀 알아주세요."
아마도 그 한의사 분은 군인이니 군대 바깥을 나오기 힘드니까
하루라도 빨리 낫게 해주시려고 강자극을 하셨나 보다. ^^
(53번째 이야기 곧 이어짐)
드라마 <마의> 주인공 백광현은 실제로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그의 행적을 찾아 조선의 기록을 다 뒤졌다.
그의 놀라왔던 의술과 환자를 사랑했던 마음과
임금에 대한 충심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의 이야기를 도저히 그냥 묻어둘 수가 없었기에 글을 썼다.
《조선 최고의 외과의사 백광현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