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고속도로 서청주나들목에서 흥덕사지 쪽으로 가다 봉명4거리에서 왼쪽으로 100m쯤 올라간 청주 부도심 한복판. 신시가지답지 않게 번잡한 분위기가 역력한 도시에 아주 '낯선' 성당이 불쑥 등장한다. 건축 마감재료로 '노출 콘크리트'를 쓴 청주 신봉동성당(주임 전명수 신부)이다.
공사를 하다만 듯한 거친 콘크리트 표면 질감이 이색적이다. 게다가 성당을 성(聖)과 속(俗)을 금긋기하듯 확연하게 나누는 성당 꼭대기에 세워진 수탉이 인상적이다. 성당 첨탑에 통상 십자가가 세워지는 것과 달리 닭이라는 성서 상징을 활용, '언제나 깨어있도록'하는 동시에 '그리스도의 빛을 알리는 자로서 역할을 다하도록' 촉구한다.
30~40대 신자가 60% 가까이 차지할 정도로 신도시 젊은 교회인 신봉동성당은 이렇게 죽음에 대한 승리와 부활의 상징인 수탉처럼 '깨어'(마르 13,35) 세상에 나아가고 있다. 1992년 신설본당으로 설정돼 6년만인 98년 성당을 완공한 신봉동본당 공동체가 수탉을 성당 첨탑 정점에 올려놓은 데는 어둠(죄와 죽음)을 이기고 빛(선과 생명)을 일으키려는 뜻이 있다.
초대주임 장봉훈 현 교구장 주교와 장인산ㆍ김광명ㆍ윤기국 신부에 이어 이 성당 주임을 맡은 전명수 신부는 마침 성당 품 고요한 뜰에 안겨 있었다.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가 편안하게 다가오는 것과 달리 전 신부는 본당을 엄격한 기도 공동체로 꾸린다. 매달 첫주 목ㆍ금ㆍ토요일을 성시간과 십자가의 길, 성모신심미사를 드리도록 해 매월 첫주간을 성주간처럼 지낼 뿐 아니라 주일을 제외한 매일미사에서 성무일도를 바치고 가정기도를 통해 기도하는 신자들로 이끈다. '기도와 가정사목의 보루'가 되려는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공동체가 사도직 실천에 나아가게 하려는 의도다.
신봉동본당은 '기도의 산실'만이 아니라 '평신도 중심 공동체'이기도 하다. 사목자는 신앙과 도덕으로 방향타를 잡고, 평신도는 이 사목 방향에 걸맞는 사도직 실천과 자생력 확보로 응답한다. 본당 평협 내 15개 부서 32개 단체들은 제각기 성서공부와 신앙생활, 봉사를 통해 왕직과 사제직, 예언자직을 새기며 공동체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여기에는 "교회공동체가 평신도들 힘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전 신부의 사목적 소신이 깃들어 있다. 그 응답으로 최근 생겨난 부서가 '노인부'. 요셉회와 안나회, 연령회 등을 통합, 노인학교를 주일학교처럼 운영하며 어르신끼리 친목을 다짐은 물론 젊은이들에게 어르신을 공경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 1층 요셉관 장례식장을 지난해 12월 어려운 이웃에게도 개방했다. 지역민과 '함께하려는' 교회의 넉넉한 마음이다.
요셉관 옆 소성당과 2층 청소년 공간 돈보스코관, 3층 강당 등을 둘러본 뒤 4층 성당으로 향했다. 성당이 대개 2~3층에 있는 것과 달리 신봉동성당 성전은 맨 꼭대기에 자리하고 있다. 이는 성당의 지형적 입지여건 때문. 이웃한 언덕 상수원 펌프장 탓에 비스듬한 언덕에 자리잡게된 신봉동성당은 토목옹벽과 건물을 따로 시공하지 않고 하나로 합쳤다. 이에 토목옹벽과 같은 마감재료인 노출 콘크리트로 총 높이만 48m에 이르는 사각형 성당이 지어졌고 각 공간은 사선으로 비스듬히 배치되며 맨 꼭대기 4층이 성전이 됐다.
설계자인 김원(안드레아, 62) 건축환경연구소 광장 대표는 "지형 여건이 토목옹벽을 쌓아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 토목옹벽을 만들면서 이왕이면 건축물도 노출 콘크리트 공법이 자연스럽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 이 방법으로 지었다"고 밝힌다.
성전에 들어서자 기둥 하나 없이 14m 높이로 뻗은 전례 공간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그렇다고 해서 성전이 위압적 분위기만은 아니다. 오히려 간결하고도 아늑한 이미지가 더 다가온다. 신자석이 최대 400석에 불과한 점도 성전을 한결 따뜻하게 보이게 하는 요인인 것 같다.
조각가 최종태(요셉, 74, 서울대 명예교수)씨가 제작한 고상과 제대, 십자가의 길 15처 또한 성전 전면과 측면에 자연스럽게 놓여있고 천창에서 자연 빛이 오색 향연을 펼쳐내며 기도 분위기를 자아낸다. '성전 중 성전'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동을 안긴다. 얼굴과 몸, 손, 발 등 신체 부분만으로 각 처마다 특색을 아주 상징적으로 형상화한 십자가의 길 15처가 특히 인상적이다. 마침 사순시기여서 한 여성 신자가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는 모습을 보노라니 너무 숙연해 말을 걸기가 부담스러워 그냥 성전을 나선다.
양승호(베드로, 52, 동원증권 청주지점 부장) 본당 평협회장은 "처음 대하는 분들은 생소해 하는데, 우리 성당 십자가의 길 15처는 묵상하면 할수록 느낌이 새롭고 오묘하다"고 말한다.
성당을 나오니 왼쪽 옥상에 조성된 잔디밭과 성모동산에 성모자상(99년작, 이창림 라파엘 한국교원대 교수)이 푸근하게 도시를 품고 있다.
(사진설명) 1. 성당으론 보기 드물게 '노출 콘크리트' 현대 공법으로 지은 청주 신봉동성당. 전체 높이만 48m에 이르는 이 성당은 특히 종탑 꼭대기에 수탉을 세워, 늘 깨어 기도하며 그리스도의 빛을 전하려는 신자 공동체 의지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