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힐링 여행
2023년
7월 26일~30일
07-27(목) 둘째 날
◎ 유목민 집 방문
몽골 유목민은
자유롭고 한가하다?
그렇지 않습니다. 봄은 유목민들에게 가장 어려운 시기
-펌- 오마이뉴스(시민기자)
유목민은 초원에서 목축을 하거나 정해진 지역에서 이동하며 목축 생활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이에 반해 한 곳에 정착해 일터와 집을 오가는 사람들을 정주민이라고 부른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일터와 집을 오가는 정주민들이 꿈꾸는 것은 구속에서 벗어나 아무것도 없는 초원에서 말을 타고 지평선 너머 끝까지 달려보는 것이다.
몽골여행에 나선 여행자들이 노마드의 꿈을 꾸며 비행기로 3시간 반쯤 날아가면 푸른 하늘 아래 끝없는 초원에 둥그런 햐얀 집이 점점이 펼쳐져 있는 몽골이 나타난다. 몽골 여행을 꿈꾸며 상상하는 사람들은 '아름다운 시골 지역, 드넓은 초원, 험준한 산지, 맑은 호수. 풍부한 야생환경과 수많은 가축'을 상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같은 느낌은 그곳에 살아보지 않은 제삼자의 상상력으로만 그려진 유목민의 삶이다. 필자가 몽골을 여행하는 동안 외국 여행자와 전혀 접촉해보지 못한 몽골 오지 유목민 게르에서 잠을 자본 건 이번이 두 번째다. 그야말로 진정한 몽골 유목민과 숙박을 한 셈이다.
2년 전 길을 잘못 들어 몽골 북쪽 홉스골 인근 유목민 집에서 1박 할 때는 경황이 없어 대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머무른 유목민 게르에서는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가이드 저리거씨 부인인 모기씨의 친정집이기 때문이다. 모기씨 남편인 가이드 저리거는 한국말이 유창하다. 비록 2박 3일간의 짧은 기간이지만 그를 통해 유목민의 애환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유목민은 자유롭게 떠날 수 있을까?
정말 유목민은 떠나고 싶을 때 자유롭게 떠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아니올시다"이다. 유목민은 목축환경에 따라 가축을 몰고 몽골초원을 이동한다. 유목민은 물을 따라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초목을 따라 이동한다.
겨울이 오기 전 유목민들이 이동하는 곳은 겨울에도 가축을 먹일 수 있는 겨울 목초지다. 오직 초원의 법칙에 따라 이동하는 유목민들은 겨울이 오기 전에 겨울 목초지를 정한다. 그들은 바람을 피할 수 있고 일조량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곳을 계산해 겨울 목초지를 정한다.
잘못된 초지 선택의 결과는 가축을 죽일 뿐만 아니라 유목의 붕괴를 초래한다. 그들은 가족 중 가장 경험 많고 나이 많은 연장자의 선택을 따라 겨울 목초지를 선택한다.
끝간데 없는 초원에 팽이를 거꾸로 세워놓은 것 같은 유목민 게르를 상상하면 목가적 분위기와 함께 모든 게 평화로울 것만 같은 모습이다. 그러나 상상으로만 그렸던 유목민 생활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상상한만큼 한가롭지가 않다.
그들의 하루 일과는 동트기 전부터 시작한다. 밤에도 선잠을 잘 때가 많다. 밤낮으로 가축을 돌봐야하고 호시탐탐 노리는 늑대로부터 가축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초원에서 밤에 개가 짖으면 주위에 늑대가 와 있다는 증거이다.
동몽골 국경도시인 자밍우드 인근에서 몽골의 5축(말, 소, 낙타, 양, 염소) 1000여 마리를 기르는 모기씨 동생으로부터 가축의 습성을 들었다. 소는 아침저녁 출퇴근을 하고 양과 염소는 밤이면 우리로 몰아온다. 덩치가 큰 말과 낙타는 자기들이 알아서 먹고 잔다.
유목민 아이들이 학교갈 나이가 되면 인근 도시로 나가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다 방학이 되면 집으로 돌아온다. 모기씨도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기차역이 있는 인근 마을로 가서 학교를 다녔고 고등학교는 좀 더 큰 도시인 샤인산드에 있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은 수도인 울란바타르에서 다녔다. 사막지대인 모기씨 게르는 한여름이면 섭씨 30도 가까이 올라간다고 했다. 모기씨한테 질문했다.
"온도가 30도에 달할 때 인근에 개울도 나무도 없는 초원에서 어떻게 살아요?"
"그렇게 더울 때는 게르를 둘러싸고 있는 맨 아랫부분 천을 들어 올리면 시원한 공기가 들어와 괜찮아요."
몽골은 우리의 여름처럼 습도가 높지 않아 한 여름에도 그늘 속에 들어가면 견딜만하다. 영하 40~50도를 넘나드는 혹독한 겨울을 굳건히 받아들이는 유목민. 2년전 몽골의 겨울이 한창인 1월에 러시아 국경 인근에서 순록을 기르는 차탕족 마을에서 하룻밤을 보낸적이 있다.
몽골 유목민이 사는 게르는 팽이를 거꾸로 뒤집어 놓은 것처럼 생겼지만 게르를 둘러싼 펠트를 단단히 매고 난로에 불을 피우면 생활하는 데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차탕족 집인 '오르츠'는 나무를 모아 원뿔 모습으로 집을 지어 밖으로 천을 둘렀다.
밖은 영하 40도. 모든 게 얼어붙을 것 같은 '오르츠' 원뿔 끝은 하늘이 보이고 외부 냉기가 그대로 스며든다. 배낭에 있는 모든 옷을 껴입고 침낭속에 들어가 머리끝까지 뒤집어 썼지만 온몸에 스며드는 냉기를 이길 수 없어 밤새 난로에 장작을 넣었다. 그래도 너무 추워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갈까? 생각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필자는 다음날 말타고 샤만을 찾아가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돌아왔다.
고조선답사단 일행은
올 6월에 21일간 고비사막을 여행했다. 때론 섭씨 40도가 넘는 더위와 목타는 초원들. 밤이면 가축들의 피를 빨아먹던 모기들의 공격은 그렇게 낭만적이지만은 않았다. 왜 몽골 노래가 마두금 소리가 구슬프면서도 힘이 있겠는가? 그건 사람이 만든 노래가 아닌 초원이 만들어준 노래이기 때문이다.
유목민이
가장 무서워 하는 것
유목민들에게 가장 힘든 시기는 풀도 없고 가축들이 새끼 낳는 봄이다. 유목민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조드'이다. '조드'는 '극심한 가뭄과 한파'를 의미하며 2010년 몽골에 조드가 닥쳐 1032만 마리의 동물이 얼어 죽기도 했다.
'조드'로 가축을 잃어버린 유목민들은 낭인이 되어 수도인 울란바타르로 모여들어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도시에서 안락한 환경을 맛본 젊은이들은 힘든 환경인 시골로 되돌아가지 않는다고 한다.
몽골 고비사막 바양작에서 여수로 시집온 지 20년이 넘는 바야르씨에게 "몽골로 되돌아갈 생각은 없어요?"라고 묻자 "몽골은 모든 게 불편하잖아요. 이제 못 돌아가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2022년 몽골 인구는
336만 명이지만 전체인구의 절반이 수도인 울란바타르에 살고 있다. 몽골 정부는 시골에서 도시로 이주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기 때문에 오늘날에는 전체 인구의 약 3/4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당 인구밀도가 2명인 몽골에서도 머지않아 유목민이 사라지지 않을까? 낯선 외지인에게도 문을 열고 수태차를 대접해주는 순박한 유목민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