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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의식(la fausse conscience, 허위의식): 정치사회학에서
아쿤(A. Akoun), Les Notions philosophique, Dictionnaire, PUF, 1992, p.431-432.(P.3299)
- 아쿤(André Akoun, 1929-2010), 사회학 박사, 파리 5대학 교수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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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스의 1844년 경제학 철학 수고/ 파리 수고(Ökonomisch-philosophische Manuskripte aus dem Jahre 1844)(경철수고)는 1844년 4월에서 8월 사이에 맑스가 쓴 필기본(수고, 手稿)이다. 이 초고는 맑스가 살아있는 동안에 출간되지 않았으나, 1933년 소련의 연구자들이 처음으로 출간하였다. 이 첫 수고에서 맑스는 포이어바흐(Feuerbach, 1804-1872)의 기독교의 본질(Das Wesen des Christentums, 1841)에서 차용한 자신의 소외 이론을 전개한다. 사람들은 “인간 본성”을 성취하기 위함이라기보다 부를 더 생산하기 위해서만 노동을 한다. - 인간이 자기 고유성을 위한 노력과 개인적 편리를 위한 노동 사이의 구별은 싯달다 시대에서도 공자와 노자 시대에서도 마찬가지로 있었다. - 고대 그리스는 삶에서 훌륭함(아레테)과 그 전형(모델)을 만드는 노력이었는데, 논리적 정의에 의해 모델(이데아)을 만들어 놓고 그 모델을 모방하는 것으로 기울었다. 그러므로 인성은 모델을 따라가는 훈련과 수동이 되었다. 인간 본성은 자연의 발현으로 스스로의 노력과 삶의 노동에 의해, 정열과 자발적 권능에 의해, 이루어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루소로부터 공언되었다. “인간 본성(la nature humaine)”은 단어 그대로 자연의 발현으로 된다는 것이다. 본성은 둘로 가지치기하여 계열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여 진 것은, 사회의 주축이 토지귀족에서 산업귀족(부르주와)으로 바뀌는 1830년 이후였다. 서양 철학사상사에서는 국가 속에서 주체라는 인성(자연)을 정초할 것인지, 인간의 자기 고유성을 자연의 발현과 같은 길을 가는 인성을 생성할 것인지, 두 계열의 갈래가 생기는 만큼이나 19세기 중반에는 다양한 계열들의 발현 시기였다. 그래도 이항 대립적 사고는 두 갈래임을 강조할 것이다.
이런 역사의 과정에서 등장하는 “인간 본성”의 개념은 이 경철수고에서도 나타나게 된다. 대개는 이 개념이 너무 "인본주의적"이며 (상품)자유주의와 부르주아지 철학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무시되었다. - 맑스는 위마니스트(humaniste, 인본주의)가 아니라 위마니떼르(humanitaire, 인도주의)이며, 상품자유주의(libéraliste)가 아니라 인성자유주의(libertaire)에 속한다. - 맑스에 대한 소외이론의 오해는 초기에 루카치를 맑스 철학의 반대자처럼 비쳐졌지만, 1933년 경철수고의 발견으로 루카치의 관점이 다시 떠오른다. 소외(aliéné)는 루소 이래로 전개된 개념이다. 이 용어 속에서 소외의 첫째는 형이상학에 대한 자연의 소외이며, 둘째는 신 또는 상층 관념에 대한 인성의 소외이다. 루소는 형이상학과 신에 대한 인간의 수동성을, 새로운 세기를 연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인간의 정열 또는 능동성으로 바꾸어 보았다. 독일은 프랑스 혁명을 멀리서 쳐다본 지식인들이 이를 받아서, 인민의 능동성을 이성(지성)의 낭만성으로 표출하여 하였다. (56L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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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의식(fausse Conscience, 허위의식): 정치사회학에서
[개요]
“거짓(허위) 의식”이란 용어는 거의 ‘이의 제기할 수 없을 정도의 관념’으로 환원될 수 없을 것이다. 이 관념에 따르면 사회적 작동자들은, 자연적으로 또는 자발적으로, 이들 사회의 “진실한” 의식을 갖지 않는다.
그 용어는 ‘맑스주의’라는 용어가 생겨났던 역사철학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는 용어이다. 맑스(Karl Marx, 1818-1883)는 자본: 정치경제학 비판(Das Kapital: Kritik der politischen Ökonomie, 1867)(I, 1)에서 이렇게 썼다. “인간들의 시선들에서는 생활의 물질적 토대들을, 즉 사회적 생산작업을 은닉하게 하는 너울(le voile, 보자기)이 공장제(la manufacture)의 시대 동안에 걷어지기 시작했으며, 대단위 산업의 도래에서 완전히 찢어지게 되었다.” 그는 주장하기를, 의식의 운동과 단체들(les sociétés, 회사들)의 역사적 생성 사이에 연결(un lien)이 있다는 것이다.
거짓 의식은 전기 산업사회들의 기술적 제한들의 열매(le fruit, 결실)이다. 또한 거짓 의식은 특히 사회의 계급들로 분할의 결실이다. 그러나 이 모든 계급들 각각은 비유적 상황 속에 있지 않다. “유산자 계급과 무산자 계급은 인간의 동일한 자기 소외(la même aliénation de soi)를 표출한다. ‥… 그러나 유산자 계급은 자기 소외 속에서 안락하게 느끼고, 그리고 거기에서 확인되었다고 느낀다. 그 유산자 계급은 소외란 자기의 고유한 권능이며 그 권능 속에서 인간 현존의 겉모습을 소유한다. 무산자 계급은 소외에 의해서 무화되었다고 느끼고, 거기서 자기의 무능을 지각하며, 비인간적 현존의 실재성 지각한다.”(맑스/엥겔스, 신성가족(Die heilige Familie, 1844: fr. La Sainte famille)
[본문]
거짓(허위) 의식이란 용어에서 본질적인 것, 그것은 의식의 “거짓(허위성)”이라기보다 “진실한” 의식의 가능한 조건들에 대한 신앙(믿음)이며, 그리고 역사적으로 “진실한” 의식의 - 말하자면 올바른 의식의, 즉 역사의 의미의 - 실현가능한 조건들에 대한 신앙(믿음)하다. “거짓 의식”의 철학은 다음처럼 [두 가지로] 정의되는데, 즉 [하나는] 역사적 사회적 장소(un lieu)이라고 정의된다. 그 장소로부터 소외 의식이 가능하고, 따라서 소외극복(désaliénation)도 가능하다. [다른 하나는] 이런 임무를 감당할 수 있는 주체(le Sujet)가 정의 된다.
루카치(G. Lukács, 1885-1971)는 역사와 계급의식(Geschichte und Klassen- bewußtsein, 1923)(Histoire et conscience de classe)에서 [위의] 이런 함축내용들의 논리를 그 함축들의 극한에까지 밀고 간다. 사람들은 루카치의 기획을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그 기획이란, 계급들의 특별한 의식들과는, 다시 말하면 흥미를 끈 관점들과는, 다른 사회의식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계급, 즉 프롤레타리아 계급(le Prolétariat)이다. 이 계급은 이런 특별성을 지니고 있는데, 즉 자기의 특별한 계급의식이 동시에 보편적 의식이라는 것이다. 계급의 주관성(Subjectivité)과 진리(Vérité)는 프롤레타리아 자신 속에서 일치하고, 프롤레타리아 관점은 전체성(Totalité)로 파악되었다. “그것은 단지 뿐만 아닐… 역사적 상황이 주어졌을 때, 그 상황에서 사회의 정확한 의식은, 한 계급에게서는, [사회 계급] 투쟁 안에서 자기-확정(auto-affirmation)의 무매개적 조건이 된다. [그런데] 이 계급에게서 자기의식이 동시에 사회의 올바른 의식이라는 것을 의미할 때, [또한] 연 이어서 그러한 의식에게서 그 이론이 사회적 혁명 과정에 매개 없이도 적합하게 연관된 방식으로 발견될 때, 그 때에, 이론과 실천의 통일성은, 즉 이론의 혁명적 기능에 앞선 조건은,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한 상황은 전역사(Histoire) 속에서 프롤레타리아의 출현과 더불어 일어났다.”
“거짓”의식의 정의(定義)는 총체적으로 투명한 한 사회의 유토피아를 그 자체로[유토피아로] 합법화하는 것과 다른 기능이 아니다.그 유토피아 속에서 인간은 의미작업들의 주인이 될 것이다.그 당시까지 그 주인은 불투명 속에서 의미 작업들의 생산자(le producteur)였다. 그리고 “거짓”의식의 정의(定義)는, “형이상학적” 전형의 토대를 정치적 실천에 부여하는 것과 다른 기능이 아니다. (A. Akoun) (56LM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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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8 맑스(Karl Marx, 1818-1883), 독일 철학자, 경제학자, 역사학자, 사회학자, 혁명가.
제니(Jenny Marx, 1844-1883), militante et journaliste socialiste.
│- 롱게(Charles Félix César Longuet, 1839-1903), communard et journaliste français.
로라(Jenny Laura Marx, 1845-1911), traductrice.
│- 라파르그(Paul Lafargue, 1842-1911), homme politique et économiste français né à Cuba.
- 1844(스물여섯) 신성가족(Die heilige Familie, La Sainte famille, 1844), 맑스와 엥겔스 공동으로 쓴 책이다. 바우어 형제와 그들의 지지자에 대한 비판이다.
- 1845(스물일곱) 포이에르바흐에 관한 테제(Thesen über Feuerbach)(1888 출판), 11번 테제: 철학자들은 세계를 단지 여러 가지로 '해석'해왔을 뿐이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을 '변혁'시키는 일이다. (11. Les philosophes n'ont fait qu'interpréter le monde de différentes manières, ce qui importe c'est de le transformer.) [transformer = devenir]
- 1848(서른) 공산당 선언(Manifest der Kommunistischen Partei, 1848 머리글에서 “하나의 유령,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유럽에 떠돌고 있다.”고 시작하여, “공산주의 혁명에서 프롤레타리아가 잃을 것은 족쇄뿐이고 그들이 얻을 것은 전 세계이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라는 구호로 끝을 맺는다.
- 자본: 정치경제학 비판(Das Kapital: Kritik der politischen Ökonomie, 1867)(1권은 1867년; 2, 3권은 엥겔스가 맑스 유고를 모아 집필, 각각 1885년과 1894년 발간되었다. 그리고 카우츠키가 1905-1910년에 4권을 편집하여 잉여가치학설사(Theorien über den Mehrwert, 1910)를 간행하였다.)
1885 죄르지 루카치(György Lukács, 1885-1971) 현대 헝가리의 문예 사상가, 마르크스주의 사상가. 역사와 계급의식(Geschichte und Klassenbewußtsein, 1923)(Histoire et conscience de classe), 레닌(Lénine, 1924)(trad. Jean-Marie Brohm), EDI, 1965, 128 p.)을 써서 혁명이 좌절한 이유와 마르크스 주의의 주체성 문제를 추구했다.
1929 아쿤(Prosper André Akoun, 1929-2010) 알제리 오랑 태생, 프랑스 사회학 박사, 철학교수, 파리 5대학 교수, 대중 소통들의 사회학(Sociologie des communications de masse, 1997), 사회적 착각: 민주적 개인주의와 그 운명에 관한 시론(L'illusion sociale: essai sur l'individualisme démocratique et son destin, 1989)
* 이성백(李成栢, 1957-) 서울시립대 교수, <소련철학의 종언 - 페레스트로이카시기의 소련철학의 쇄신노력에 대한 종합적 고찰(Erneuerungsversuch und Ende der Sowjetphilosophie in der Spaetphase der Perestroika), Freie Univ. Berlin, 1995, MilanPrucha): 「게오르그 루카치: 계급의식과 혁명적 실천」, 다시 쓰는 맑스주의 사상사(2013)(한국철학사상연구회, 오월의 봄, P. 560), pp. 209-234.
(4:17, 56LMF)
# 참조: 이 항목에서 필자는 참조 문헌에 네 학자를 소개하고 있다. - 알파벳 순
부동(Raymond Boudon, 1934-2013) 프랑스 철학자, 사회학자. 방법론적 개인주의 계열의 선봉자. 무질서의 장소: 사회 변화 이론들의 비판(La place du désordre: critique des théories du changement social, 1984)
골드만(Lucien Goldmann, 1913-1970) 루마니아-유대계 프랑스 철학자, 사회학자. 영향력있는 맑스주의자. 변증법적 탐구들(Recherches dialectiques, 1959)
르포르(Claude Lefort, 1924-2010) 프랑스 철학자. 어머니 가계가 남불 유대인. 고등학교 시절 교수가 메를로-퐁티였다. 소르본에서 공부하며, 트로츠키파에 소속. 49년 철학교수 자격. 역사의 형식들: 정치인류학 시론(Les Formes de l'histoire, Essais d'anthropologie politique, 1978).
죄르지 루카치(György Lukács, 1885-1971) 현대 헝가리의 문예 사상가, 맑스주의 사상가. 역사와 계급의식(Histoire et conscience de classe, 1923) (56LMF)
# 참조 ***
허위의식을 정치경제학적으로 사회체제와 연관해서 다루었기 때문에 당연히 맑스를 등장시켰다. 그런데 나로서는 한 가지 덧붙이고자 한다. 맑스는 종교를 아편이라고 했을 때 아편을 먹어야 할 정도의 망상을 가진 것도 허위의식에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한다. 체제란 제도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기능하기에, 기능의 기제와 관계에서 경계 밖으로 밀려날 때 소외란 문제가 등장한다. 그럼에도 체제에서 성안과 성밖으로 구분할 경우에 성밖에 많은 이들의 다양한 삶의 양식이 있기에 새로운 계급(계층)으로 성립할 것이다. 들뢰즈 표현으로 코드와 탈코스의 문제일 것이다.
그런데 벩송의 우화는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벩송은 우화의 주제를 제도에서 보다 공동체의 심성에서 다루었다. 즉 특히 건국 신화 등에서 제기되는 바와 같이, 허위 또는 공상일 수 있지만 공동체를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허위의식은 아닌 것 같지만 그 이야기가 인간이 지어낸 이야기이지, 자연의 생성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하는 생각을 하는 자는 그 사회에서 소외된다. 물론 소수이지만 그 사회에서 따돌림으로 변방으로 밀려난다. 우화적 기능의 설화와 전설이 인간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자연에 의해서 생성된 것과는 별개이다. 박홍규는 신들의 이야기에서 자연의 이야기로 바뀌는 것이 철학이라 한다. 우화의 기능은 허위의식을 제도 속에서가 아니라 가정에서 어린이에게 지속적으로 전승된다. 왜 그럴까? 크면 알게된다고...
현대 제국주의에서 슈퍼스타, 거미인간, 박쥐인간과 같은 초월적 인간들을 영화에서 그려낸다. 물론 어린이에 대해 우화의 기능을 한다고들 한다. 그럴까? 허위위식의 변형이며 또한 현실에서 소외를 무마하기위한 아편은 아닐까? 제국은 다른 성내에 있고, 인민은 그 성을 알지도 못하고 들어갈 수도 없고, 또한 있는 지조자도 믿지 않을 정도이면서도, 사람들은 슈퍼스타의 공상영화를 마치 현실처럼 받아들이는데, 어린애가 산타클로할아버지가 밤새 선물주러 온다고 믿는 것과 같다. 이것은 우화기능이고, 수퍼스타는 우화기능이 아니라고 한다. 맑스의 허위의식과 아편을 연결시켜 보아야 할 것이다. (56ML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