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소개한 경부울문화연대 스토리소위원회 대표적인 스토리 3작품의 시놉시스를 올려둡니다.
일반적인 소설이 아닌, 2차 콘텐츠로 발전하기 위한 스토리(Story) 중심이며
각각, 판타지/추리/SF 장르가 혼합된 작품임을 밝힙니다.
1. ( 지리산) 디스토피아 - 이인규
2025년, 초여름. 지진으로 경남 ‘고리’와 전남 ‘영광’ 원자력 발전소가 파괴된다. 이에 정부는 계엄을 선포하고 중부권 이하를 폐쇄한다. 이 때문에 남부 지방에서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은 단 하나, 지리산 일대뿐이다. 게다가 정부의 어처구니없는 폐쇄로 지리산 일대는 고립되면서 천왕봉을 중심으로 반구형 막이 생긴다.
전직 교사이자 일간지 환경부 기자였던 백일도는 대기업 환경연구원이던 한기백과 이런 사태를 예견하고 2019년 무렵에 아들, 백율도를 데리고 이미 지리산 청학동 도인촌에 들어온다. 그는 앞으로 세상이 엉망이 될 것을 예상하고 아들, 율도를 도인촌(장 도인)에 맡겨 염력, 순간 이동, 장풍 등의 도술을 가르치게 하고 직접 생존에 필요한 활쏘기, 칼 쓰기 등을 시킨다. 이에 율도는 어릴 때부터 무예와 도술에 능통하게 되고 백일도는 그 이듬해 술병으로 죽는다.
이제 지리산 사람들은 천왕봉을 중심으로 동쪽에 평화마을과 부촌 마을(촌장, 마충기), 북쪽에 거인마을(촌장, 차돌박), 서쪽의 좀비 마을(촌장, 허구도), 남쪽의 자웅동체 마을(촌장, 고순례)로 나뉘었고, 그들은 모든 게 부족한 상황에서 서로 경쟁, 약탈, 습격 등으로 살아가게 된다.
10년 후, 스무 살이 된 율도는 삼신봉에 토끼사냥을 나갔다가 그곳에서 좀비 마을 사람에게 희롱당하던 부촌 마을 꽃비를 구해주면서 둘은 사랑에 빠진다. 그러다 결국 그녀를 마을에 데려오고 아버지 친구인 한기백을 대신하여 평화마을 촌장이 된다. 그런 후, 부촌 마을 촌장 마충기와 일전을 벌이게 되면서 아버지의 유언대로 지리산 정착촌의 통일 전쟁을 시작하고, 한기백은 풍력에너지를 얻기 위해 ‘연 발전’ 연구에 몰두한다. 마침내 율도는 탁월한 기량으로 네 곳의 마을을 점령한 후, 통일의 시대를 열어가고, 한기백은 연 발전기 연구에 성공한다.
전쟁이 마무리된 뒤, 책사, 김은 율도에게 점령한 마을에 아직 남아 있는 잔당들의 처리가 필요하다고 건의한다. 하지만 율도는 그건 너무 잔인한 조치라고 그의 주장을 거절한다. 이게 훗날 두고두고 무시무시한 결과를 초래할 거라곤 율도는 알지 못한다.
이제 지리산 정착촌 마을은 통일이 된다. 마침 이즈음 한기백 소장의 연 발전기 시연이 지리산 정착촌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성공적으로 끝난다. 이 말은 전기가 생산된다는 의미이다. 이에 화답하듯 반구형 막도 엷어져 마을 사람들은 10년 만에 눈이 푸르도록 부신 하늘을 보게 된다. 율도는 이 연 발전기를 평화마을뿐만 아니라, 기존 정착촌의 마을에 나누어 주어 농사 짓기와 난방에 사용하도록 하는 한편, 마을 이름을 ‘지리산 평화공동체 마을’이라고 짓고 공동체 주민들이 필요한 도로와 이동 수단 등을 만들고, 평화마을 안에 학교와 병원, 마을 회관 등을 지어, 모두 이용할 수 있게 한다.
이렇게 지리산 공동체 마을에 태평성대가 온 것처럼 보였으나, 율도가 꽃비와 함께 서울에 다녀온 한 달 새 지리산 중봉에 화산 폭발이 일어나면서 예전 네 곳의 마을 잔당들의 반란이 일어난다. 이에 율도는 옛 동료들과 다시금 힘을 합쳐 그들을 완전히 제압한다.
재차 통일을 이룬 지리산 공동체 마을은 힘을 합쳐 재건을 시작한다. 먼저 화산재를 깔끔하게 치우고 지진으로 무너진 집과 건물을 세운다. 논과 밭 역시 농사짓기에 적절하도록 정비하였고 도로와 하천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한 끝에 이전 공동체 마을 수준이 된다. 여기에다 한기백 소장은 ‘연 발전기’뿐만 아니라 태양광, 풍력, 차세대 바이오매스 연료, 지열발전 등을 개발하여 에너지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한 후, 숨을 거둔다.
이제 율도는 아버지의 유언대로 자급자족을 바탕으로 함께 어우러져 살 수 있는 사회인 ‘이상 사회’를 건설한다. 마침 반구형 막도 완전히 사라지고, 사람들은 예전과 같이 두 눈으로 푸른 하늘을 볼 수도 있고, 태양과 달빛도 직접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다음 해, 율도는 공동체 주민들이 보는 앞에서 꽃비와 결혼한다. 지리산 공동체 마을은 율도를 비롯한 소수 사람의 노력이었지만, 이제 지리산은 더는 디스토피아가 아닌, 유토피아가 되어 간다.
<이인규> 2008년 경남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소설집 『내 안의 아이』, 장편소설 『53일의 여정』 등 다수
2. 완벽한 그림 - 백승휘
처음 이 소설 제목은 섹터로 나누자면 「화사」와 「십계」였고, 그 후 지역의 특징을 살려 「돛바위」와 「십계」로 정했었다. 이후 마무리하는 단계에 이르러 2부 제목은 「십계」로 그대로 두었지만 1부를 「화사」에서 「돛바위」로 「돛바위」에서 「완벽한 그림」으로 바꾸었을 뿐이다. 「완벽한 그림」은 이 소설 느낌을 그대로 살릴 제목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죽음과 죽임 그리고 그것에 동반되는 폭력을 그린 것이기에 첫 제목을 「완벽한 그림」으로 한 것이다.
「완벽한 그림」과 「십계」에서 나오는 가장 중심적인 인물은 화사다. 풀어서 꽃뱀이라 할 수도 있지만 한 번도 웃음을 짓지 않았던 소설 속 그녀가 한 번쯤은 화사한 웃음을 띨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 화사로 정한 것이다.
화사란 여인이 등장하면서 몰고 오는 것은 음산함과 음습함이다. 거기다 그녀는 남자란 수컷의 폭력을 정면에서 맞받아친다. 어느 이름 모를 낯선 섬으로 들어와 조용히 살고 싶은 그녀는 자기의 희망을 폭력으로 꺾으려는 전주錢主 배도라치를 죽인다. 물론 물리력을 써서 결정적인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화사를 거두어 준 순멍이란 사내지만 죽음에 이르게 하는 유인자는 화사다.
순멍이 절구공으로 죽인 배도라치의 사체를 화사는 손수레에 싣고 바다에 버린다. 포말을 뒤집어쓴 채 죽은 배도라치가 돛바위에 올랐을 때 화사는 순멍이 쥐여준 돈을 받아들고 그 섬을 빠져나온다. 그런 화사가 꽃무늬 스웨터 옷 뒤에 숨어 웃음 짓는 것을 순진한 멍청이 순멍은 몰랐던 것이다.
화사는 그런 섬을 버리고 도시로 왔다. 때는 나무 노를 버리고 엔진을 장착한 커다란 배가 건조되던 때다. 돈은 넘쳤고 그런 돈은 도시로 흘렀다. 그것과 함께 유곽촌이 생겼고 그곳엔 또 성을 파는 여성 노동자들이 착취 구조에 신음해야 했다. 화사가 그런 곳으로 흘러 열 계단인 십계 아래 ‘브뤼셀’이란 여인숙 촌에 든다. 십계는 엄밀히 남자의 돈에 의해 나누어진 경계 구역이지만 별반 다를 것 없는 십계 위 지역 여성이 아래 여인숙 촌보다 낫다는 우월의식을 갖는 곳이기도 하다. 그것을 이용하여 유곽촌을 장악, 절대 권력을 행사하는 자는 마 사장이다. 그와의 대립과 갈등, 폭력과 죽음은 필연적이다. 화사는 그것을 몰고 다니기 때문이다. 마 사장은 먼바다에서 화사에게 죽임을 당하고 유곽 여성 생리대를 치룽에 담아 삶아서 유곽 여성에게 나눠주던 교회 목사와 처음했던 대로 종신서약을 맺고 떠난다.
이 소설 특징은 화사란 가공의 인물을 내세워 「완벽한 그림」과 「십계」에 연이어 등장시켜 주도적으로 사건을 구성 결말을 그 여자가 이루어내게 했다는 것이다. 거기다 영도란 특정 지역에 전설을 입혀 섬이란 고립성에서 탈출하려는 때 절은 군상들의 욕망을 그렸다. 그들은 때아닌 개발로 돈을 수단 삼아 섬을 벗어났고 그렇게 섬이 최초 뭍에 심어준 것은 성을 사고, 파는 것이었다.
<백승휘> 제39회 근로자 문학제 금상 수상, 장편소설 『대금 소리』 등
3. 덧차원 방정식 - 신호철
- 작품소개
『덧차원 방정식』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SF 소설입니다. 많은 청소년들이 각자의 사정으로 고민하고 갈등합니다. 어떤 이는 성장하고 어떤 이는 방황합니다. 이 소설은 주체와 방향에 관해 다루었습니다. 주인공 시현은 낯선 차원의 세상을 만나지만 그곳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시현의 가족, 친구들과 상통합니다. 결국, 우리 모두는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세상을 반복해서 만납니다. ‘스스로 굴러가는 바퀴’는 이 두렵고 낯선 만남을 오히려 직시하는 여행으로 만들어 주는 바퀴입니다.
- 줄거리
시현은 하고 싶은 것이 많은 고1 학생이다. 하지만 마음은 언제나 무겁다. 아버지의 기대와 관심이 너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는 이 모든 고통이 과학영재대회 은상 메달 때문이라 여긴다. 그 메달로 인해 부모님은 아들이 영재인 것으로 착각해 큰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
지금 학업 성적은 형편없고, 친구와의 관계도 불편하다. 시현은 부모님이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어머니는 학원비를 보태기 위해 일하다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혼자 남은 아버지는 엄마에 대한 보상이라도 하듯 시현에게 집착했다.
시현은 이 모든 것이 자신 탓이라 여긴다. 더불어 메달에 대한 원망도 커진다. 메달을 탓하지 않으면 저 자신이 못 견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시현은 책상에 앉아 메달을 드라이버로 찍기 시작했다. 그때에 방문 틈으로 밝은 빛이 스며든다. 문을 열어보니 휘황한 빛을 발하는 긴 터널이 생겨나 있다.
두려움과 호기심에 잠시 고민한 시현은 그 터널을 살펴보겠다는 선택을 한다. 신비한 이 현상이 은메달의 마법 때문이라는 상상도 한다. 투명한 터널을 걷고, 나팔처럼 생긴 출구를 통과하자 ‘코윅스’라는 새로운 세상이 나타났다.
코윅스에서 ‘쪄’와 ‘청’이라는 사람을 만난다. 사람처럼 생겼지만 지구인과는 조금 다른 외모였다. 코윅스는 자신의 자아와 대화를 나누는 세상이었다. 내면에 존재하는 수많은 ‘나’를 인정하고, 그 다양한 나가 어디에서 왔는지도 알고 있었다.
깜짝 놀란 시현은 집으로 돌려보내 주기를 요청한다. 시현은 과학자인 쪄가 만들어낸 공간이동 장치를 이용해‘앱터딕’이라는 또 다른 차원 우주로 이동한다. 앱터딕은 과학이 아주 발전한 곳이었다. 낡고 더러워진 도시 시설을 순식간에 사라지게하고 새로운 도시를 생성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이나 동물과 의식을 교체하는 체험도 할 수 있었다. 동물이나 기계 속에 들어간 의식이 난무하는 세상이었다.
시현은 앱터딕의 책임자 ‘두디르’를 만나 자신을 지구로 돌려보내 달라고 요청한다. 하지만 두디르는 자신의 의식을 증명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건다.
사실, 안드로이드인 두디르는 시현의 육체를 탐내고 있었다. 그는 시현에게 아이언 맨과 같이 멋진 안드로이드를 보여주고 시현의 몸과 맞바꾸자고 유혹한다. 솔깃해진 시현은 아이언 맨 슈트 사용법을 익히러 가다가 물건을 훔치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은 ‘스굴바’라는 자들로 앱터딕에서의 삶에 벗어나려는 사람들이었다.
뜻하지 않게 스굴바와 함께하게 된 시현은 자아를 포기하고 사자의 모습을 선택한 율리를 목격한다. 율리는 스굴바 마을의 지도자인 ‘살론’의 아들이었다. 시현은 상심에 빠진 율리의 여자 친구 리리카에게 자신의 메달을 선물해준다. 더불어 리리카와 많은 대화를 나눈다. 시현은 결국 두디르의‘의식 선별기’에 자신의 의식을 증명해 내고, 차원 이동 장치의 이용 자격을 얻는다.
한편, 시현의 육체를 가질 수 없게 된 두디르는 강압적인 방법으로 시현을 차지하려한다. 하지만 이를 예상했던 살론은 두디르의 탐욕을 이용해 앱터딕 시스템을 다운시키는데 성공한다. 시현과 스굴바는 앱터딕 지하의 신비한 공간으로 이동해서 다시 시스템을 가동시킨다. 이로서 시현은 다시 지구로 귀환할 수 있게 되었다. 이별이 아쉬운 리리카는 지구로 떠나는 시현에게 그가 준 메달을 다시 돌려준다.
집으로 돌아온 시현은 메달이 아무런 흠집도 없이 깨끗해진 것을 보고 유심히 살펴본다. 그리고 메달에 쓰인 문구를 보고 ‘스굴바’가 무슨 뜻이었는지 비로소 알게 된다. 메달에는 ‘스스로 굴러가는 바퀴’라는 글자가 동그랗게 새겨져 있었다.
<신호철> 2017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작품집 『원 그리기』(우수출판문화콘텐츠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