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3 주일
페르시아 황제 키루스의 칙령으로 50년 동안의 바빌론 유배(기원전 587-538년)에서 돌아온 이스라엘 백성은 폐허가 된 예루살렘에 성벽을 다시 쌓은 뒤(느헤 2,17; 6,15 참조), 사제이며 율법 학자인 에즈라에게 하느님의 율법서를 읽어 달라고 청합니다(느헤 8,1 참조). 에즈라가 히브리어로 쓰인 하느님의 율법을 읽어주자 레위인들이 이를 아람어로 번역하고 백성들에게 설명해 줍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들은 백성들은 그 말씀대로 살지 않았던 과거의 잘못을 깨닫고, 자신의 죄를 뉘우치며 참회의 눈물을 흘립니다.
그러자 느헤미야 총독과 에즈라와 레위인들이 백성에게, “오늘은 우리 주 하느님께 거룩한 날이니” 슬퍼하거나 울지 말라고 하면서, “주님께서 베푸시는 기쁨”이 바로 이스라엘 백성의 힘이라고 격려합니다. 주님께서 오늘 이 시간을 마련하시어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게 당신 말씀을 들려주시는 것은, 그들이 과거에 지었던 죄로 좌절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참된 회개로 하느님께 돌아와 하느님의 말씀에서 힘과 용기를 얻어 이제부터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하시려는 그분의 배려요, 보살핌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자라신 고향 나자렛의 회당에 들어가셔서 이사야 예언서 61장 1절부터 2절을 읽으시면서, 당신이 이 세상에 오신 목적을 선포하십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루카 4,18-19)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말씀하십니다.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루카 4,21ㄴ)
루카 복음사가가 그의 복음서를 통해 일관되게 강조하는 내용 중에 하나가 바로 ‘오늘’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나자렛 회당에서,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서 이루어졌다.”(루카 4,20)고 선언하십니다. 또 예수님께서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셧을 때 주님의 천사가 들판에서 양을 치는 목동들에게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다.”(루카 2,11)고 선언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돈 많은 세리 자캐오에게 “오늘 이 집에 구원이 내렸다.”(루카 19,9)고 말씀하시고, 십자가에서 당신의 오른쪽에 매달린 강도에게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루카 23,43) 라고 선언하십니다.
“지금이 바로 그 자비의 때이며 오늘이 바로 구원의 날입니다.”(2코린 6,2ㄴ)라고 바오로 사도가 말씀하시듯이, 이 미사에 참여해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묵상하는 우리에게도 바로 ‘오늘’이 구원의 날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는 “아, 오늘 너희가 그분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너희는 마음을 완고하게 하지 마라, 므리바에서처럼 광야에서, 마싸의 그날처럼. 거기에서 너희 조상들은 내가 한 일을 보고서도 나를 시험하고 나를 떠보았다.”(시편 95,7ㄹ-9)는 시편 저자의 말을 되새겨 보아야 합니다.
우리 신앙인은 자주 묻습니다. 이 세상에서 교회는 무엇을 해야 하고, 신앙인으로서 나는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하는가? 이 물음에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다음과 같이 대답합니다. “교회는 그리스도 안에서 성사와 같으며… 하느님과 이루는 깊은 결합과 온 인류가 이루는 일치의 표징이며 도구”(「교회헌장」, 1항)로서, “성령의 인도로 그리스도께서 하시던 일을 계속하는 하나의 목적을 추구한다”(「사목헌장」 3항).
전임 베네딕도 16세 교황님은 “교회의 진정한 문제는 신자 수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이 사라지고 있기에 위기가 생기고, 기도와 전례에 대한 미지근한 태도가 나타나며, 선교를 등한시합니다. 참된 개혁은 토착화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동화되는 것이 아닙니다. 참된 개혁은 내적인 각성, 불타오르는 마음입니다.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할 일은 그리스도께 대해 확실히 깨닫고, 믿을 수 있는 것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이는 곧 타협과 무기력과 같은 모든 유혹에 맞서 하느님 말씀의 위대함과 순수성을 유지하고 지속하는 것입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연중 3 주일인 오늘은 또한 ‘하느님의 말씀 주일’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하느님의 말씀’을 ‘쌍날칼’과 같다고 말합니다. “사실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으며 어떤 쌍날칼보다도 날카롭습니다. 그래서 사람 속을 꿰찔러 혼과 영을 가르고 관절과 골수를 갈라, 마음의 생각과 속셈을 가려냅니다.”(히브 4,12)
오늘 하느님의 말씀이 우리의 몸과 마음에 새로운 힘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1 독서에서 느헤미야와 에즈라가 고백하듯이 ‘주님께서 베푸시는 기쁨’이 바로 우리가 힘겨운 오늘 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무한한 은총과 용기, 그리고 삶의 힘을 제공해 줄 것입니다. 주일 미사가 끝나고 성당에서 돌아서면 다시 똑같은 일상의 삶이 이어져, 수많은 할 일과 걱정거리들이 엄습해 오더라도, 주님께서 주시는 기쁨 속에서 충만한 은총의 시간이 되기를 기도드립니다.
“주님, 당신 말씀으로 닫힌 우리의 마음을 열어 주소서!” 아멘.
첫댓글 신부님🪻 신부님의 강론말씀 잘 읽었습니다. 성경공부 하며 성경말씀 대로 실천하며 기쁘게 신앙 생활 잘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