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친구 이춘길이 10여 년 전 하늘나라로 떠난 후 바로, 시인 김원길 안동지례예술촌 촌장이 ‘음악가 이춘길의 추억’을 영남일보에 소개하고자 고인의 약력과 사진을 보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보냈더니, 마침 김 촌장이 편찬한 <안동의 해학>이라는 책의 증보판이 출간되었다고 한 부를 보내왔었다. 이 책은 안동지방에서 수집한 우스개를 모아 편집한 것이다. 재미있게 읽고 나서, 아래와 같이 답장을 보냈다.
“보내 준 <안동의 해학> 고맙게 받았네. 모처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글을 읽고 웃어 보네. 사투리도 정겹고, 순박한 안동사람들도 그리워지는군. 이 책을 읽고, 나도 안동사람 해학 한 토막 소개하고 싶네. 국민학교 때 친구들과 등하교하면서 들은 우스개일세. 언제 또 증보판 낼 때 끼워 넣을 만하면 넣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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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개 1탄>
알면서 왜 묻노?
안동사람들은 서로 만날 때 인사를 중히 여긴다. 아이들이 어른을 만나서 인사를 안하면 졸지에 동네에서 ‘고얀 놈’이 되어 버린다. 그런데 그 인사말들은 경우에 따라,
“아직 자싰니껴?” (아침 잡수셨습니까?)
“머 하시니껴?” (뭐 하십니까?)
“장에 가시니껴?” (장에 가십니까?) 따위로, 참 싱거운 물음들이다.
어느 날 한 아이가 밭둑길을 가는데, 마을 어른이 뙤약볕 내리쬐는 밭고랑에 구부리고 앉아서 밭을 매고 있었다. 아이는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인사한다.
“어르신, 머 하시니껴?
“똥 눈다.” 어른은 아이를 힐끗 쳐다보더니, 짓궂게 대꾸했다.
“에이, 밭 매시니더만.”
“알면서 왜 묻노?”
밭고랑에 앉아 고된 일을 하면서도, 아이의 예의 차린 인사를 장난기로 받는 익살은 삶의 활력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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