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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몰래 해 온 의료봉사 30년의 삶 | ||||||
창간특집기획 |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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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아이들에게는 따뜻한 밥을 먹이고, 최근 ‘공정한 사회’ 의식이 한국사회에 점차 퍼져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 정부가 후반기 국정이념의 핵심가치로 내세운 ‘공정한 사회’는 한국사회 제도변화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회지도층의 역할을 다시금 상기시키고 있다. 얼마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케이엠조사연구소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공정사회 구현을 위한 시급한 과제’를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23.6%가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대답했으며, 그 뒤를 이은 21.6%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로 응답했다. 1, 2위를 기록한 답변 모두 대한민국에서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고 평균보다 높은 부를 축적하고 있는 이들의 적극적인 역할을 호소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렇듯 사회적으로 ‘나눔’과 ‘공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사회 엘리트층으로 구성된 한의계의 자원봉사 및 사회공헌 등 나눔문화는 어느 수준에 이르렀는지 새삼 주목되고 있다. 현재 한의계에는 (사)해외한방의료봉사단, 동의난달, 한의사랑 등 한의사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주요 봉사단체 조직을 비롯해 각 지역에 거점을 둔 지역 한의사 봉사단체 등이 산재해 있다. 또한 국내뿐만 아니라 카자흐스탄, 몽골, 베트남 등 의료취약국가에까지 봉사의 손길을 뻗치며 국위를 선양하는 이들을 포함하면 한의사의 봉사활동 범위는 훨씬 넓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본지는 봉사와 기부 등으로 아름다운 나눔을 실천하는 한의사 및 단체들을 발굴, 지면에 지속적으로 소개할 계획이다. <편집자주>
90년대 중반, 수원의 한 공장에서 근무하던 나이지리아 출신 외국인 근로자 존이 뇌출혈로 쓰러졌다. 그는 자신의 고향이 아닌 타국에서 외롭게 투병생활을 이어갔지만,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했다. 이 때 한방 의료봉사에 나선 이화숙 원장(57)은 존을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치료해 주었다. 뇌출혈 응급조치는 물론 존의 회복에 있어서 이 원장의 진료는 큰 빛을 발했다. 한국말을 잘 하지 못하던 존이 회복 후 눈물을 보이며 이화숙 원장에게 고마움을 표할 때, 이 원장은 존에게 말했다. “한국 사람에게 노여움을 갖지 말고, 한국에서 행복한 추억만을 만들어가라. 내가 도와주겠다”고. 한의학으로 시작한 봉사 이 원장이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시절, 그의 부친은 병석에 있었다. 그래서 이 원장은 사람을 치료할 수 있는 의료인이 되고자 했으며, 한의학이야 말로 자신이 공부해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하고 한의사의 길을 택한다. 그는 “한의학이라는 학문은 인간의 삶 자체를 여러 분야로 다룰 수 있었기에, 한의사의 길을 택했고 많은 사람이 한방 치료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해 왔습니다”라고 밝혔다. 이런 이 원장의 마인드는 그를 지금까지 봉사해 오도록 채찍질하고 있었으며, 남 몰래 행해온 그의 의료봉사는 30여 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의 첫 봉사는 한의원을 개원하던 첫 해부터 시작된다. “개원을 하던 시기에 삼성전자 육상선수팀도 처음 생겼어요. 당시 그 육상선수팀은 국가대표 선수가 많이 포함되어 있었고 치열한 경쟁과 격렬한 운동으로 부상을 당한 선수도 굉장히 많았습니다”라고 밝힌 이 원장은 “그 당시 운동선수들은 대부분 형편이 좋지 못해 부상을 당해도 병원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들에게 의료봉사를 실시한 것이 지금까지 봉사를 이어오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라고 회고했다. 이후 그는 수원공고, 수원북중의 육상선수와 농구선수를 비롯해 수원농고 등 많은 중고등학교의 체육 꿈나무들을 위한 봉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해 왔다. ‘관심’도 봉사의 한 부분. “당시 운동선수들은 가정형편이 매우 어려운 친구들이 많았어요. 꿈을 가지고 운동선수가 되려고 노력하던 학생들이 배가 고파서 기운이 없어보였고, 부상을 당하더라도 잘 먹지 못하니 회복이 더딜 수밖에 없었지요. 그럴 때마다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그래서 의료봉사활동을 통해 그들이 꿈을 접지 않도록 도와주게 되었습니다.” 운동하다 다친 학생들이 단체로 무료진료를 받기 위해 이화숙 원장을 찾으면, 이 원장은 그들에게 밥부터 먹였다. 그들에게 의료서비스 이외에도 ‘관심’과 ‘사랑’이라는 또 다른 감정을 이입했다. 이후 무료진료를 받기 위해 이 원장을 찾는 운동선수는 점차 늘어갔다. “운동을 하다가 다쳐서 오던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은 오로지 그 아이들이 바르게 자라주는 것이었고, 그것을 바라보는 것이 의료봉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이었습니다. 어려운 환경의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져주면, 그들은 결코 삐뚤어지지 않았으며, 그런 일상이 저에게 큰 보람은 물론 봉사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힘을 제공한 것이지요.” 이 뿐만이 아니었다. IMF시절 국내에서 근무하다 억울하게 다친 외국인 근로자부터 어려운 환경에 처한 그 누구라도 이 원장이 펼치는 의료봉사의 대상이었다. 보람을 전파하는 한의사 최근까지도 이 원장은 수원시내 한 사회복지시설에서 매달 한 번씩 의료봉사를 하고 있다. 그가 처음 봉사를 한 이후 30여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의 봉사 열정은 아직도 대단하다. 현재 수원시한의사회의 봉사단인 ‘아주모(아낌없이 주는 모임)’의 고문이기도 한 이 원장은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많은 한의사들이 봉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어 든든합니다”라며, “아주모 회원들과 함께 수원 전 지역에 걸쳐 의료봉사를 실시하고 있어 한의사 및 한의학 홍보도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는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방의료는 복잡한 진단기기나 치료도구가 없어도 망진과 촉진 등으로 진찰하고, 휴대가 간편하고 치료효과도 높은 침이나 부항만 있어도 빠른 응급처치가 가능해 마음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봉사할 수 있습니다”라고 밝힌 이화숙 원장은 “의료봉사가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이유를 따지지 말고 스스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용해 도와줘야 합니다. 한의사로서 할 수 있는 의료봉사를 통해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면 가슴 벅찬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되고, 이것이 바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라고 조언했다. 수원=김병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