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아렸다.
양구, 22년 전 고단했던 젊은 시절을 보낸 곳. 내 젊은날의 추억이 서려있는 곳이다.
논산에서 훈련을 마치고 1박 2일이나 걸려서 자대 배치를 받은 곳.
금강산에서 내려오는 수입천이 흐르는 곳에서 나는 운전병으로 근무를 했었다.
민간인통제선, 가까이 다가갈 수 없기에 더 사무치게 아름다운 곳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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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에서 내려오는 수입천에 든 단풍)
20년도 더 지난 지난 10월 중순 양구땅을 밟았다.
양구군 동면 원당리에서 M도로를 타면, 금강산 가는 길이 나오고, 열목어가 산다는 두타연이 나온다.
수입천에에도, '지뢰'라는 글자가 선연한 붉은색 삼각 표지가 걸린 철조망 너머에도 가을이 타고 있었다.
차마 아름다워 멀리서만 보란다.
다가갈 수 없기에 더 아름다운 양구 두타연의 가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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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수입천의 단풍)
20년 전 그때 오직 군인들만 갈 수 있는 길을 차를 몰고 다녔다.
그 청춘의 시절에도 단풍은 아름다웠다. 지금 방산 출입초소에서 시작해 두타연을 지나고, 동면 취수장을 지나면 비아리가 나오고 조금 더 가 비득고개를를 지나면 동면 월운초소가 나온다. 동면에 벗이 군대생활을 하고 있어 시간을 내어 면회를 다녀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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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초소에서 동면 월운초소까지 이어지는 M도로)
두타연은 민간인 통제구역으로 출입이 제한 되어 오던 곳이다. 군대 생활할때 이 도로를 수없이 다녔다. 그때 홀로 즐기는 단풍 드라이버가 정말로 황홀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민간인에게 개방한 곳이다. 방문 3일전까지 양구군청 경제과에 신청을 하면 된다. 여름에는 이곳에서 하프 마라톤 대회도 열린다. 청정한 자연속에서 즐기는 마라톤의 묘미는 또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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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관광버스를 타고 즐긴 두타연 인근의 단풍 구경)
그때는 묵직한 트럭을 운전하여 단풍을 즐겼는데, 이제는 편안하게 관광버스를 타고 단풍을 즐겼다.
차라고는 유일하게 일행이 탄 버스뿐, 민통선내 도로는 적막하기까지 했다. 흥청망청 북새통을 이루는 여행보다, 고즈넉하기까지 한 이런 여행이 참다운 여행의 맛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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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으로 가는 길)
언제쯤 이 도로를 따라 내금강에 갈 수 있을까.
예전에 이 길을 지나고 통문을 지나 GP, GOP까지 가봤다. 정말 그곳은 영화의 한 장면같은 별천지다.
그때의 신비로운 풍경이 아직까지 선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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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모으는 동면 취수장)
외금강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담는 취수장이다. 다른곳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둥근 콘크리트 모양의 취수시설이 4개다. 혹 북측에서 물에다 독극물을 흘려보낼수도 있어 철저하게 검사하여 취수를 한다고 한다. 아름다운 계곡에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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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천 상류의 가을 풍경)
이곳의 단풍은 조금 다르다.
내장산이나 지리산이 당단풍나무가 주를 이룬다면, 이곳은 갈단풍이 주류를 이룬다. 나무잎이 작고 얇아서 더 선연한 색을 낸다.
큰 일교차와 맑은 공기와 물이 만들어 내는 신의 작품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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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타연 트래킹을 하면 볼 수 있는 수입천 상류의 가을 풍경)
걸어서 이곳 지역을 돌아 볼 수 있다. 두타연 트래킹은 양구 방산면 고방산 초소에서 시작한다. 백운산 전적비를 지나면 낙타봉이 나오고, 아름다운 산과 강(수입천)을 즐기면서 걸을 수 있다. 중간 중간에 지뢰 매설 지역이 있으니, 길이 아니면 가지 말아야 한다. 1시간 정도 걸다보면 다름다운 두타연이 나온다. 이곳은 출렁다리와 산책로, 정자가 있어 잠시 둘러보며 쉬어가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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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도로 갈림길에 있는 공중전화)
M도로 중간쯤 동면 취수장이 있는 곳. 이곳에서 북쪽으로 가면 내금강이 나오고, 동쪽으로 가면 동면 비아리다.
그런데 이 한적한 민통선안에 콜렉트콜 전화라니? 이곳은 깊은 산간지역이라 휴대폰이 되지 않는다. 자칫 이곳의 비경에 취해 일행을 놓친 사람들을 위한 통신시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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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타연의 가을 풍경)
두타연은 천년전 이곳에 두타사란 절이 있어 이름이어졌다. 높이 10미터에서 쏫아져 내리는 폭포가 있고 그 옆에 커다란 동굴이 있다. 폭포 아래에는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비경을 연출한다. 수정같이 맑은 물에는 천연기념물인 열목어가 떼를 지어 살고 있다.
3일전에 출입신청을 한 후 관할군부대의 승인을 받아야 출입이 가능하다. 출입신청은 양구군 문화관광과에서 대행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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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m 높이의 절벽이 아름다운 경치를 만들어 낸다)
두타연 생태 트래킹의 정점에 두타연이 있다.
이곳의 가을 단풍을 보면 마음이 시려온다. 출렁다리를 건너 산책로로 접어들면 절정을 이루는 단풍을 즐길 수 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는 두타연은 아찔하기 까지 하다. 호젓이 즐기는 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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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도 지뢰표지가 있다)
오랫만이라서 그랬을까. 고단했던 내 청춘의 한 시절이 생각나서 그랬을까.
M도로를 달리는 버스안에서 자리에 앉질 못했다. 두 눈은 그때의 추억을 찾고 있었다. 두타연, 수입천, 백석산자락, 막사. 오랜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촉촉하게 젖어오는 눈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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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타연 주차장에 마련된 공중전화)
콴은 누구의 손을 잡고 저리 뛰어다니는지.^^ 저 뒤에 루시애님도 보인다.
이곳에도 혹시 낙오된 사람들을 위해 콜렉트콜 전화를 설치해 놓았다. 홀로 떨어진다면 그 기분은 어떨까. 사위는 적막하고, 사람은 찾아볼 수 없다. 상상만해도 절대고독이 주는 공포 밀려온다.
양구, 예전에는 참 먼곳이였다. 서울까지 7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러나 지금은 춘천고속도로가 개통되고, 곧 배후령터널이 완공되면 서울에서 1시간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접경지역이라 청정한 자연이 살아있어, 안보관광을 겸한 생태관광지로 각광받는 곳이다.
이 가을, 양구에 한 번 가보시라.^^
첫댓글 다시 봐도 역시나 멋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