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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계진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장
1. 들어가는 말
15만 산별노조를 건설했지만 산별노조다운 교섭기본틀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속노조는 중앙교섭 돌파라는 목표하에 교섭과 투쟁을 진행하였으나 08년에도 완성사들을 교섭테이블에 앉히지 못했다. 때문에 중앙교섭성사와 산별노조완성의 관계를 너무 과도하게 설정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교섭보다는 조직화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소위 ‘조직화모델’이 제기되기는 등 중앙교섭에 대한 이런저런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또한 산별교섭의 중요 의제인 임금의제에 대해서도 많은 논쟁 꺼리가 있다. 결국 격차해소의 문제인데 이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에 대해 이견이 존재하는 것이다. 연공급체계만 갖고는 부족하지 않냐는 지적이 그것인데, 그래서 월급제 도입, 숙련급의 도입문제가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숙련급 문제는 많은 이견이 존재하는 논쟁 꺼리이다.
교섭의제에 대한 논쟁 꺼리도 있다. 임금과 노동시간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경향과 이와 더불어 사회적 의제를 보다 비중있게 제기해야 한다는 주장 사이에 논쟁이 형성되고 있다. 이와 부분적으로 연동되는 문제인데 지역지부 교섭의제를 어떻게 갖고 갈 것인가도 아직 정리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다.
앞에서 보았듯이 산별노조의 교섭형식과 내용에 대한 많은 의견들이 존재한다. 이 의견들을 합의된 하나의 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논쟁을 거쳐야 한다. 필자가 본 글에서 정리한 내용들도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즉, 합의된 것이 아니라 합의를 위한 글이라는 점이다.
2. 중앙교섭이 유일무이한 산별교섭형태인가?
<중앙교섭이 유일무이한 산별교섭형태인가?> 다소 도발적인 질문일 수 있겠다. 하지만 4만 시절부터 시작하였고, 15만 시절 두 번에 걸쳐 추진하였으나 결코 성공하였다고 평가할 수 없는 중앙교섭에 대해 근본적 질문을 던질 시점인 듯하여 과감히 던져보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답은 다른 이야기들을 지루하게 하고 난 다음에 해야 할 것 같다.
□ 3중 교섭이 정말 필요한 것인가?
금속노조의 교섭은 중앙교섭-지부교섭-지회보충교섭의 형태로 진행된다. 좋게 표현하면 3중 교섭시스템이고, 나쁘게 표현하면 중복교섭체계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자본측은 ‘교섭비용의 과다지출’ 운운하며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3중 교섭체계를 곧바로 중복교섭으로 일치시키는 것에 동의할 수는 없다. 조직체계가 조합-지부-지회로 되어 있는 조건에서 3중 교섭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다만, 여기서 나타나는 중복교섭의 문제는 사용자의 요구가 있어서가 아니라 노조의 필요에 의해 개선점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3중 교섭의 문제는 어느 것을 하지 않는 방식이 아니라 한 해에 3가지 교섭중 일부를 소화하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중앙교섭/지부교섭/지회보충 교섭을 2년단위로 순환하는 방식으로 중복교섭의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중앙교섭을 중심으로 이야기한다면 중앙교섭을 2년에 한번씩 하는 것인데, 이럴 경우 임금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왜냐하면 물가는 매년 인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임금타결시 차기년도 임금은 물가인상 등을 고려, <자동인상한다>라는 조항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 지부교섭을 어떤 위치에 놓을 것인가?
앞에서 3중 교섭체계는 유효하다는 입장을 피력하였는데, 이는 지부교섭과 지회교섭 모두 유효하다는 의미이다. 중앙교섭과 지회보충교섭이라는 두 개의 축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즉, 지부는 장기적으로 해소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한 필자의 의견은 지부라는 체계는 유효하고, 보다 강화시켜가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지부에서 임금/고용 등을 다뤄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하고 있지만 지부는 그것보다는 비정규문제와 지역의제를 중심으로 교섭하고, 투쟁해야 한다는 견해이다. 그래야 체계의 중복, 교섭의 중복문제를 피해가면서도 향후 노동조합이 지향할 사회운동적 노동운동을 실질화시켜낼 수 있다고 본다.
세상을 바꾸는 운동으로서 사회운동적 노동운동이 실질화되기 위해서는 지역운동이 활성화되어야 하는데 지부가 이를 위한 활동을 해야 한다. 지부는 ‘현장활동과 지역활동을 노조활동으로 수렴’하고, ‘현장활동->현장정치->주민자치->생활정치->지역공동체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지는 활동과 투쟁의 선순환구조’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만큼 지역지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인데, 지역지부는 위의 문제들을 시민 및 시민사회단체들과의 공동행동과 투쟁, 그리고 교섭을 통해 해결해 가야 한다. 문제는 지역의 문제들을 지역지부가 교섭으로 풀어갈 수 있는가이다. 금속노조에서는 연구가 안되어 있는 분야이지만 많은 부분을 공동행동과 투쟁을 통해 해결하되, 일부 의제의 경우 지역 특성에 맞게 지역의제화하여 지역의 사용자단체 또는 지방정부와 교섭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 중앙교섭은 반드시 하나의 테이블에서 이루어져야 하는가?
아마도 중복교섭과 지부교섭에 대한 필자의 견해에 대해서는 못마땅해 하실 분들이 계실지 모르지만 펄쩍 뛰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중앙교섭과 관련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 필시 펄쩍 뛸 분들이 계실 것이다. 그러나 논의의 발전을 위해 조금의 도발은 양해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우선 중앙교섭이 산별교섭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검토해 보자. 중앙교섭만이 산별교섭의 유일무이한 형태인가? 필자는 ‘단연코 아니다’라는 견해이다. 지부에서 하는 집단교섭, 조합에서 추진했던 대각선 교섭, 패턴교섭 등도 모두 산별교섭의 한 종류라는 것인데, 다만 중앙교섭이 산별노조를 발전시켜가는데 있어서 보다 ‘진전된 교섭형태이다’라는 사족을 붙이고자 한다. 아마도 이 부분에 대해서도 이견을 갖고 있는 동지들이 있을 수 있어서 이 역시 논쟁 꺼리이다. 하지만 이 논쟁을 하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논쟁지점은 중앙교섭의 형태에 대한 것에 있다. 즉, 하나의 테이블에 금속노조의 교섭단과 모든 사용자들의 교섭단이 마주 앉아야만 중앙교섭은 성사되는 것인가라는 점이다. 현재의 중앙교섭에 익숙해져있고, 사용자들을 중앙교섭 테이블에 앉히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던 금속노조의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그리고 중앙교섭에 대한 진전된 논의가 없던 시점에서는 ‘그렇다’라는 답이 틀린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는 ‘과연 그런가’라는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 중앙교섭이 진행된 이후 조합원 2만 이상을 포괄하는 중앙교섭이 성사된 적이 없다. 15만 산별노조시대를 맞이하여 일말의 기대를 하였지만 완성4사 사용자들을 테이블에 앉히는데 실패함으로써 역시 2만을 넘기지 못했다. 평가를 하자면 길어지기 때문에 단독직입적으로 이야기하면, <그래서> 한 테이블에 모든 사용자(또는 모든 사용자의 대표들)을 앉히는 것에 대해 재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중앙교섭이란 개념에 대해 재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주장하고자 하는 중앙교섭의 개념은 △ 산별노조의 교섭단을 꾸린다 △ 산별노조의 요구안을 확정한다 △ 요구안을 갖고 여러층의 사용자들과 테이블을 형성하고 교섭한다 △ 산별노조의 요구안을 관철시킨다로 요약된다. 필자의 주장에는 <사용자들을 하나의 테이블에 앉힌다>라는 것이 강조되어 있지 않다. 대신 산별노조의 요구를 <여러 테이블을 통해 관철시킨다>는 것이 강조되어 있을 뿐이다.
산별노조 건설초기라면 필자의 주장이 과도하고, 잘못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15만 산별이 되었고 지역지부를 중심으로 체계를 완성시켜 가기로 결정한 상태이고, 실제로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라 보여진다. 이 말에는 <적어도> 지금은 교섭형태가 산별노조완성을 향해 나아가는데 방해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테이블은 여러개 갖추되, 금속노조의 요구를 힘으로 관철시킴으로써 산별노조는 더욱 힘있는 조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들어 현재 중앙교섭테이블에 나오지 않는 완성4사들을 따로 묶어 교섭테이블을 구성하고, 이들을 강제할 경우 교섭실현이 가능하고, 우리의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으며, 그럴 경우 현재와 같이 <중앙교섭에 나올 것을 요구하지만 나오지 않는 사용자들을 허망하게 지켜보고, 조직내부적으로는 논란에 휩싸이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고, 그 결과 조합은 더욱 힘있는 조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필자의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현재 중앙교섭 테이블로 끌어내지 못한 완성4사>지만 <완성4사만의 테이블을 만들면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입증시켜야 한다. 이것은 두가지 점에서 가능하다고 본다. 하나는 완성4사만 나오라고 하면 부품사와 함께 하는데서 오는 부담감이 덜어지기 때문에 나온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완성4사 지부 조합원들을 결집시켜낼 수 있기 때문에 보다 힘있는 투쟁이 가능하고, 그래서 사용자들을 견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중앙교섭에 대해 완성4사 조합원들은 자기 문제로 보지 않았기 때문에 중앙교섭에 도통 관심이 없었고, 중앙교섭으로 사용자들을 견인하기 위한 투쟁에 힘을 싣지 않았지만 그들만의 리그로 만들면 충분한 관심과 투쟁동력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이자 주장이다.
그래서 결론은 중앙교섭은 하나의 테이블에서 이루어진다는 개념이 아니라 하나의 산별요구를 중심으로 다테이블을 구성할 수 있으며, 그럴 경우 산별노조의 요구를 중심으로 전사업장과 교섭할 수 있고, 조합원의 투쟁동력 결집도 용이하기 때문에 투쟁을 중심으로 한 요구쟁취율도 올라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2. 교육/의료/주택/세금 문제는 산별노조 의제여서는 안되는가?
임금/근로조건/고용 등의 문제를 의제로 올리고 이것을 관철시키는 것도 벅찬데, ‘교육/의료/주택/세금’ 문제도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하다니, 필자는 정말 물정모르는 소리(금속을 8년간 떠나있었던 후과?)를 하고 있는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은 우리가 익히 봐왔던 의제(고용과 임금)를 검토한 후에 언급해야 할 것 같다.
□ 노동시장 개입은 직업소개소가 할 일?
노조는 임금인상에 대한 요구, 임금체계에 대한 요구, 산별고용안정에 대한 요구를 교섭의제로 제출하고 교섭을 추진해야 한다. 이는 노조가 존재하는 한 지속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정책연구원에서 지부간부들 면접조사(2008.5-7)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그 결과에 따르자면 고용정책에 대해 간부들은 너무 막연하거나 손에 잡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속노조의 고용정책으로 일거리 확대를 제기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이는 법제도가 바뀌어야 가능한 문제로 보고 있고, 정부가 궁극적으로 사회보장 제도를 확대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보고 있기도 하며, 사회적으로 정년을 보장하는 제도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고용정책은 현재의 힘으로 달성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차라리 공장에서 물량확보에 대한 개입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견해를 제출하기도 한다.
이제부터 지부간부들이 좀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고용의제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도록 하겠다.
고용문제의 해결 방향은 △ 비정규직정규직화/차별철폐 △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 △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안정 △ 산업별 고용안정체계의 구축 등이다.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위해서는 단협을 통해 매년 몇%씩 정규직화시켜내는 것이 중요하지만 쉽지 않다. 따라서 이와 함께 정규직 전환법을 제정하고, 이 법을 근거로 규모있는 정규직화를 이루어내야 한다. 즉, ‘정규직전환기금의 조성’과 ‘정규직 전환시 인센티브제 도입’으로 규모있는 정규직화를 실현시켜내자는 것인데 좀더 구체적으로 서술하면 ‘100대기업에게는 이익부담금’,‘중소기업에게는 고용부담금 부과’ 등의 방법으로 정규직전환기금을 조성하고, 그것으로 중소기업이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면 인센티브를 주어 규모있게 정규직화를 실현하자는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고용창출은 우리가 제기해야 할 중요의제이다. 여기서 우리가 중요하게 다뤄야 할 의제는 협약노동시간을 주35시간으로 낮추고, 법정노동시간도 단계적으로 주35시간으로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노동시간 상한제를 실시하여 협약노동시간 단축, 법정노동시간 단축의 토대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노동시간 단축과 더불어 중요한 것은 교대제 개편이다. 교대제 개편에서 중요한 것은 노동시간단축/심야노동폐지/일자리창출이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주간연속2교대제는 이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노동시간단축/심야노동폐지와 임금이 충돌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임금삭감없는 노동시간 단축을 추진하지만 사측은 노동시간 단축에 비례한 임금삭감을 추구하고 있다. 이 문제는 노동시간단축/심야노동폐지/일자리 창출이 그 어떤 가치보다도 중요하다는 인식의 전환없이는 해결할 수 없다. 이 문제는 전략의 문제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임금에 대한 양보의 유무를 기준으로 접근할 경우 어떤 합의도 도출하기 어려울 것이다.
산별노조로서 금속노조는 산업별 고용안정체계 구축을 의제로 제출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노동시장에의 개입문제이다. 노조가 일자리 창출과 취업에 개입하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노동시장 개입정책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노동시장 개입을 <직업소개소>에서 할 일 정도로 인식하는 경우가 있다. 노동시장 개입은 이 인식을 깨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노동시장 개입은 신자유주의 정책의 핵심중의 핵심인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무력화시키기 위함이다. 소위 ‘주류경제학’의 표현을 빌린다면 ‘노동력의 공급’을 노동자들 스스로 조절하고 통제함으로써 노동력의 가치를 높여내기 위함이다. 즉, 노동력의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남용되고 있는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하여 궁극적으로는 비정규직을 철폐하고, 비용절감차원에서 신규고용을 창출하기 보다는 노동강도 강화를 지향하는 자본에 맞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노동자들의 노동력 질을 높여내기 위한 교육과 훈련을 노동자들 입장에서 추진해가자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시장 개입을 ‘자본의 몫’으로 규정하고 소극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의 확보’라는 관점하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들어가야 한다.
노동시장 개입은 산업정책과의 연관하에 추진되어야 한다. 어느 산업을 중심으로 산업이 발전해야 하고, 그 산업에 어느 정도의 노동자, 어느 정도의 숙련을 갖는 노동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산별노조가 할 수 있을 때 제대로된 노동시장 개입은 가능하다.
따라서 노조는 산업정책에 대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산업정책은 자본과 정권이 입안, 추진하고 노동자들은 거기서 생산된 소위 ‘가치’의 분배에만 관심을 갖는 시대는 지났다고 본다.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이익을 위해 산업정책에 개입해 들어가야 한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개입해야 할 것인가? 노조는 이미 직간접적으로 노동시장에 개입하고 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차별철폐를 요구하고 투쟁하는 것, 노동시장 단축과 일자리 창출을 요구하는 것, 신기술 도입시 현수준 고용유지 보장 등이 그러한 것들이다.
비정규직 철폐 등 양질의 일자리 보장과 일자리 창출 등은 노조가 끊임없이 제기하고, 이의 실현을 위해 투쟁해야 한다. 그리고 양질의 일자리와 일자리 창출을 현장에서 보장받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해야 한다.
예를들면 금속산업내에 ‘인력수급, 훈련계획 수립, 직무분석, 훈련수요조사, 프로그램 개발 등의 역할을 수행’하는 직업훈련위원회를 노사공동으로 설치할 것을 요구하고, 노동자들의 훈련과 취업에 개입해 들어가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직업훈련위원회를 노사공동으로 설치하기 위해서는 기금조성이 필요한데, 이는 중앙교섭에서 그 비율을 정리함으로써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비율에 상관없이 노동조합의 지배력을 보장받는 것이다.
직업 훈련의 대상은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 비정규노동자로 하되 산업내 이동이 심한 것을 고려하여 취업중인 정규직 노동자들도 대상으로 한다. 다만, 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 기업내에 교육훈련위원회를 설치하여 직업훈련을 실시하도록 한다.
중앙교섭을 통해 직업훈련위원회의 설치가 합의되면 곧바로 금속 직업훈련위원회에서는 직업훈련과 취업 계획 및 프로그램을 입안하게 된다. 이렇게 입안된 계획과 프로그램의 실현은 지역과 사업장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지역에서는 이를 실현할 주체와 공간으로서 ‘고용복지센터’를 노사공동으로 설립하고 이 사업을 추진해야한다.
한편, 기업내에서는 노사공동의 교육훈련위원회를 설치를 합의하고, 기금조성/훈련 등 구체적 방안을 단협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
산업별 고용안정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사회적 안정망 구축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노조가 갖고 갈 의제는 △ 고용보험 개혁과 △ 실업부조제도의 도입이다.
현재 고용보험의 급여수준은 실업전 임금의 40% 수준으로 매우 낮다. 이것을 갖고 생활하기 어렵기 때문에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며 직업훈련 등 재충전을 할 수 있도록 고용보험의 급여수준을 실업전 임금의 60% 이상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
또한 직업훈련을 내실있게 받게 하기 위해서는 급여기간도 12개월 이상으로 연장하여 생활비 걱정없이 충분한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자발적 실업자에 대한 급여지급, 비정규직 가입 확대 등을 통해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비정규 노동자 등에게 안정적 훈련기회를 보장하여 양질의 일자리를 갖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실업급여는 보험을 납부한 노동자들에게만 해당된다. 즉, 신규노동자, 실업자, 고용보험미가입자에게는 사각지대인 셈이다. 따라서 이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신규/장기실업자, 고용보험 미가입자(비정규직)에게 실업부조를 지급해야 한다. 급여수준은 최저임금의 80% 이상으로 하고, 6개월 이상 수급할 수 있어야 하고, 이 기간중에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용보험과 실업부조가 노동자들 입장에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이 고용보험, 실업부조에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노사공동으로 공동기금을 조성하고, 실업급여가 지급될 때 급여액을 보충해 주는 방식으로 기여하면서 개입해 들어가는 것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산별노조의 고용정책의 일환으로 노조가 산별고용기금을 조성하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지부간부들의 의견은 일치하지 않고 있다. 면접조사 결과에 따르자면 △ 고용기금 같은 경우는 조합원들이 당연히 내야한다 △ 출자의 형태로 정부-사측이 내도록 해야 한다로 나뉘고 있다.
□ 임금체계, 연공급 + @가 필요하다.
산별교섭의제로서 단연코 중요한 것은 임금 의제이다. 이 중 중요한 것은 임금격차 문제이다.
면접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부간부들은 임금격차를 어쩔 수 없는 문제로 보는 견해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사회복지 증진, 최저임금의 현실화, 정규직보다 비정규직 임금의 더 많은 인상, 임금체계의 개편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여러 가지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실현하는 문제이다.
결국 임금구성과 임금체계의 문제인데, 임금체계의 문제 중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숙련급의 도입문제이다. 여기서는 제한적 의미에서의 숙련급 도입을 주장하고자 한다.
잘못된 임금체계가 노동자들의 장시간노동/심야노동/저임노동의 주범이다. 자본가들은 이 임금체계를 활용,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있다. 임금체계 개선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우선 ‘임금구성의 단순화’이다. 즉, 다양한 수당 및 고정 상여금 등을 기본급화해야 하며, 이 모든 것을 종합한 월급제를 도입해야 한다.
임금체계 개선에서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숙련급의 모색이다. 몇개의 업종을 구분하고, 이에 따른 숙련별 임금 등급을 설정해야 한다. 숙련급의 도입이 연공급을 왜곡시키는 형태로 가서는 안되고 그것을 보완하며, 산업차원의 고용전환시 임금지급의 기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숙련지향 연공급제의 도입, 또는 연공지향 숙련급제의 도입이 필요하다.
□ 교육/의료/주택/세금 문제는 산별노조 의제여서는 안되는가?
이제 <2. 교육/의료/주택/세금 문제는 산별노조 의제여서는 안되는가?>라고 표현한 중간제목의 체면을 살리는 논의를 시작할까 한다.
이에 대한 필자의 견해는 ‘산별노조는 임금/고용 의제와 더불어 사회적 의제를 적극 제기하고, 사회변화의 주체로서 자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의제는 우리의 삶터에서 발생하는 의제이기 때문에 남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의제, 생활의제라는 점, 이전에는 일터를 중심으로 한 의제를 제출하고 투쟁을 하였지만 이제 삶터와 관련된 의제를 함께 제출하고 투쟁해야 한다는 점, 즉 일터와 삶터의 결합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도 필자가 주장하고 싶은 것들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생활의제는 교육/의료/주택/조세/환경/먹거리 등등이다. 즉, 우리 삶터에서 우리가 늘 직면해 있는 의제들이다. 그 동안 노동진영에서 도외시해온 의제이나 이제 이를 노동자들의 의제로 만들어야 한다. 이는 노동운동이 고립을 면하고, 시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을 하는데 있어서 필수적인 것이다.
사회적 의제는 중앙의제의 성격을 갖으면서도 지역으로 가면 지역의제이다. 따라서 중앙차원에서 개발한 것을 토대로 지역에서 응용, 지역의제화해야 하며 중앙교섭, 지역교섭에서 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민주노총과 공동으로 추진해야 할 부분이 있고, 금속 독자적으로 추진할 부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관계문제를 정리해야 한다.
지역의 경우 (가칭)△△위원회의 구성과 참여를 통해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며, 그 과정을 통해 주민 및 시민단체들과 결합을 높여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들 사회적의제를 교섭의제화할 수 있는가라는 점이다. 이는 쉽지 않은 문제이다. 하지만 끊임없이 시도해야 한다. 왜냐하면 사회적 의제를 교섭의제화하지 못할 경우 의제 관철을 위해 힘을 집중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구호수준의 사회적 의제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시민 및 시민사회단체들과의 공동행동과 투쟁으로 관철시키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서도 이를 교섭의제로 올리고, 교섭과 투쟁을 통해 관철시키는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단위노조에서 주택/의료/교육의 문제를 요구안으로 제출하고 이를 쟁취한 경우는 많다. 주택구입자금의 저리융자, 지정병원제도 도입, 자녀의 대학 진학시 학비지원 등이 그것이다. 그 결과 대공장 노동자들중 무주택자는 거의 없다. 또 자녀 대학입학시 학비가 지원되기 때문에 사실상 무상교육에 접근(?)해 갔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지역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중소영세사업장/비정규 노동자들에게는 어림없는 소리이다. 그들은 학비지원은 커녕 임금조차 제대로 못받거나 저임금이기 때문에 자녀들을 대학에 보낼 엄두를 못내고 있다.
이제 이것을 지역으로 갖고 나와 지역의 중소영세사업장/비정규노동자들도 주택/의료/교육 등에서 대공장 노동자 수준은 아니라도 어느 정도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무상화를 실현해 가야 한다. 일종의 사회적 복지를 실현하자는 것인데, 이것은 사회임금의 인상으로 연결되어 기업간에 발생하고 있는 임금 격차 문제를 해소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지역지부에서 위의 문제를 의제로 설정하고 교섭을 진행한 사례는 아직 없다. 기업지부가 별도로 존재하는 조건에서 위의 것들을 지역의제로 제기하고 투쟁하기는 불가능했다. 그러나 기업지부가 지역으로 결합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기업지부가 지역으로 편제되어 거대지부가 탄생하면 지부는 위에서 언급했던 사회적 의제들을 교섭테이블에 올릴 준비를 해야 한다.
지역지부에서 참고할 수 있는 사례로서는 부족한 면이 있지만 현대자동차의 복지관 건립과 기부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2005년 현대자동차 노조는 회사로부터 200억원을 출연받아서 조합원 밀집지역인 울산북구지역에 복지회관을 건립하고, 이를 북구청에 기부하였다. 현재 복지관은 건립중이고, 완공되면 비정규직센터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지역에 개방하여 주민들이 활용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이 사례는 현대자동차라는 기업지부가 추진한 일이기는 하지만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이 울산지역지부로 편제될 경우 지부가 현대자동차 지회와 함께 지역 중소영세사업장/비정규노동자들을 위한 공공병원을 건립을 사용자측에 요구하고, 관철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 의제를 조합의 의제, 지역지부의 의제로 제출하는 것을 과도하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그대신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지역실정에 적합한 사회적 의제를 개발하는 것이다. 적절한 의제가 개발되면 그것을 교섭테이블에 올릴 수 있는 것이고, 성과도 낼 수 있는 것이다.
사회적 의제를 지역에서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사측의 동의를 구하는 것과 동시에 지방정부의 동의와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지방정부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노사가 합의하였다해도 이를 실현시켜내기는 어렵다. 따라서 지역사용자 단체 및 지방정부와 지역협약 및 사회적 협약을 맺을 테이블 구성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협약 및 그 기구는 필요하다. 다만 그것을 만드는 과정과 그것이 지향하는 내용이 노동조합의 이해와 일치해야 한다. 남한에서 노사정 또는 노사 간의 협약 및 기구는 아직 이런 주체적인 절차와 요구를 통해 구현된 바 없다. 오히려 그 반대로 자본과 권력의 요구에 의해 끌려가거나 선택을 강요당했을 뿐이다. 그것은 신자유주의라는 극단적인 반동의 시기를 건너야 했던 불행한 역사의 산물이자 이를 극복할 힘이 없었던 주체 역량의 한계의 결과였다.
아픈 과거를 교훈 삼아 지역 의제의 설정 및 협약을 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즉, 지역사회의 연대 및 투쟁을 통해 노동자와 주민의 민주적 힘의 결집으로 사회적 협약의 기구 및 절차를 만들어 가는 것이 그 예이다.
3. 결론
늘 느끼는 것이지만 의제보다는 교섭형식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의제에 대한 논의는 대충 넘기고, 중앙교섭으로 표현되는 교섭틀에 대한 논의는 굉장히 치열하게 진행한다.
산별노조 다운 교섭틀을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그와 관련된 논의는 중단없이 진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산별노조의 의제는 더욱 중요하다. 우리가 중앙교섭 등을 하는 진짜 이유는 우리가 제출한 의제를 관철시켜 노동자들의 권리를 증진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제 형식보다는 내용을 준비해 가는 산별노조로 더욱 발전해 갔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이는 산별노조가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