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릉도원 장가계를 둘러보며
머털이와 누덕 도사가 살던 봉우리
하늘로 우뚝 치솟은 천길 기암 봉우리, 구름 안개가 기암 절벽 허리를 휘 감으니 선계가 따로 없다. 하늘 아래 최고의 절경으로 유네스코 세계 자연 유산에 등재된 무릉도원, 중국 장가계 천자산에 올라 내려다 본 세상…. 수 십여 년 전 상상력을 키워준 만화로 익히 봐 왔던 누덕 도사와 제자 머털이, 그리고 왕지락 도사와 제자 꺼꾸리…. 그들이 무술 도력을 펼치던 기암 봉우리에 우뚝 올라선 느낌이다.
스승 누덕 도사가 머털이에게 전한 가르침이 여행객 들 한테도 들려온다. “세상의 모든 길을 눈으로만 보지 말고, 마음의 눈으로도 보거라!” 장가계가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중국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런 말이 전해 내려 왔을까. ”사람이 태어나서 장가계에 가보지 않았다면, 100세가 되어서도 어찌 늙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있을 자리를 찾아 나선 삶
진 나라를 멸망 시키고 천하를 통일한 한 고조 유방의 파란 만장한 이야기 속에 함께한 충신 책사 장량과 장군 한신. 통일 후 개국 공신들이 왕의 자리를 넘보지 않을까 의심하는 한 고조 유방. 그 휘하에서 좋은 관직을 내려놓고 미련 없이 깊은 산속으로 들어간 장량의 선견 지명이 그를 살렸다.
장량이 떠날 때라고 고언을 해도 그대로 그 자리에 머무르고 만 한신. 결국 “토끼를 다 잡고 난 뒤 사냥개를 잡아 먹는다”는 토사구팽(兎死狗烹)의 화를 당하고 말았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떠날 때를 아는 사람의 뒷 모습은 아름답다’는 말이 실감 난다. 장량이 기암 계곡 산 속에서 살면서 이어진 후손이 대 가족을 이루면서 장씨 가계, 장가계라는 말이 붙여졌다고 한다.
하늘이 빚어낸 대 자연의 위용
깎아지른 채로 높이 치솟은 형형색색 수려한 기암 절벽의 위용과 신비로운 풍광에 “와와”하고 탄성이 터진다. 장가계의 절경중 으뜸인 원가계 천자산은 토가족(장가계 인구69%인 93만명)의 성산이다. 한폭의 동양화를 펼쳐놓은 바로 그 풍경이다. 황제가 붓을 거꾸로 꽂아 놓았다는 어필봉, 선녀가 꽃바구니를 안고 꽃을 뿌리는 선녀산화, 뾰족 돌산 석림으로 휘돌아 치는 천대서해, 풍류 산수화 속의 기암 괴석 봉우리. 3억 8천 만년 전 망망 대해였던 이곳이 지구 지각운동으로 해저가 육지로 솟아 올랐다고 한다. 그 증거로 천길 돌산 봉우리, 돌기둥에 수많은 조개 껍질 등이 수없이 발견되었다니 대단하다.
아바타 영화 제작자가 이 절경에 반할 만도 했겠다. 바로 아바타 영화 천상 세계 배경이 이 원가계 절경 일부를 그래픽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일까. 마치 아바타 영화속 천상 세계에 온 듯한 느낌이다.
내 하는 일에 몸과 맘을 다하여
장가계 내 원가계 천자산의 수려한 절경과 더불어 최고봉을 자랑하는 천문산도 그 위용이 경이롭다. 시내에서 고공으로 천문산 정상까지 8km에 이르는 세계최대의 케이블카 코스. 40여분간 지나며 눈 아래 펼쳐지는 협곡과 기암 괴석 비경을 바라보니 고소 공포감이 번뜩 느껴졌다. 수많은 기암 절봉 허리를 깎아 만든 천길 낭떠러지 난간 좁은 길을 걸으며 절벽 아래를 내려다 보니 그만 오금이 저려온다. 이 길은 귀신만이 감히 다닐 수 있다 해서 귀곡 잔도란다.
하늘 문이라는 천문 동굴 꼭대기까지 이르는 999계단을 오르자니 발 다리가 후들 거린다. 옆을 보니 웬 70대 노인이 시멘트 부대를 삼발이 작대기 끝에 얹어 어깨에 메고 꼭대기 공사장으로 나르고 있다. 깡마른 체구에 땀 흘리는 구릿빛 얼굴이 안쓰럽게 여겨지는가 싶더니만 순간 그 어떤 경외심으로 바뀌고 만다. 몸과 맘을 다하여 내 하는 일에 담담한 모습이다. 마치 기암 절벽 바위틈에 뿌리내린 한 그루 소나무 같다.
무엇이 배경 되어 주는가
장가계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마지막 날 밤 뮤지컬쇼 천문호선(天門狐仙)이었다. 나무꾼 총각과 인간을 갈망하는 천년 여우의 사랑 이야기로, 만년이 지나서 이루어진다는 한 시간 반의 뮤지컬 쇼다. 웅장한 천문산을 배경으로 해서 천문산 입구에 야외 무대를 설치한 규모가 상상을 초월했다. 천문산 곳곳에 설치한 조명 서치라이트만도 2600여 개에 세트 가옥만도 20여 채다. 2200여 개의 관람석에다 전 무대 세트 비용이 300여 억 원이 들었다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출연 배우가 540여 명이라니. 천둥 벼락이 우르릉 쾅쾅 치면서 서막이 열리는데 뒤 배경 천문산 빛 줄기 야경이 장관이다. 순간 압도되는 느낌이다. 천혜의 기암 절봉 천문산을 무대 배경으로 삼은 감독과 기획진의 착안이 대단하다. 뮤지컬 쇼가 마무리 되며 천문산 곳곳에 숨겨진 은빛 조명 서치라이트가 동시에 빛나니 대 장관의 야경 산수화가 펼쳐진다. 여행을 마무리하는 순간이 가슴 먹먹한 감동으로 남는다. 배경이 저리도 중요할 줄이야.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내 뒤에 누가 있는가. 사랑하는 가족, 부모, 형제, 이웃들, 공동체. 큰 일 작은 일 일상을 살아가는 데도 항상 뒤에서 배경 되어 주는 그 분 있으니, 그 손길에 오늘도 감사를 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