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화폭에는 산자의 세계와 죽은 자의 세계, 그리고 그 둘의 차원이 혼재된 신의 세계까지 그려져 있다. 신비로운 세계의 각 구역들은 오밀조밀한 길과 시내로 자연스레 이어지기도 하고, 익숙한 산세의 선으로 교묘하게 경계가 지어져 있기도 하다. 겹겹이 쌓아올린 물감의 충돌 사이로 보이는 구불구불한 비정형의 선이 조용한 풍광에 활기를 불어넣고 마음의 긴장을 풀어준다. 그 선은 한국의 산세와 논두렁 밭두렁을 닮았다. 그곳에서 화가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만난다. 그곳에서 호랑이는 일인이역을 한다. 떡파는 아줌마를 겁주기도 하고 저 세상으로 가는 길목에 떠억하니 버티고 서 있기도 하다. 꼭두각시 놀음의 주인공들은 대본은 잊고 서로서로 못다 한 이야기를 한다. 조용한 민가의 행복한 부부가 사는 곳은 우리는 아직 못가본 세계이다. 다만 상여꾼들이 이끄는 꽃상여 혹은 무녀의 춤이 이곳과 피안의 세계를 연결한다. 이것은 칠순에 들어선 화가가 지속적으로 표현하고 그려온 화가의 ‘이상향’의 무대이다. 그안에는 화가의 애정과 그리움이 담긴 살가운 개체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가며 살고 있다. 화가가 발견한 신과 인간이 함께하는 세계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心鄕(심향) 어머니가 계신 곳이 내 고향입니다. 먼저 가신 그 분을 뵈러 꿈길 따라 갑니다. 짐승들도 같이 갑니다.
풍치 좋고 인심 좋은 고향산천이 둥글고 구불구불한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보고픈 님과 만나 정도 나눕니다. 낚시도 하고 피리도 불고 춤도 춥니다. 호랑이도 같이 놀아줍니다. 술한잔에 시 한 수로 절로 흥이 납니다. 노근하면 정자에서 한숨 잡니다. 멀리서 풍악소리가 꿈결에 들려옵니다.
마음 속으로 그려보는 고향입니다. 언제나 내마음을 설레이게 하는 그럴듯한 세상입니다.
신과 인간이 어울리고 삶과 죽음이 통하는 세계, 누구와도 만나서 말할 수 있고 놀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작은 집 짓고 님과 함께 살고 싶소. 바람소리 새소리 산소리 듣고 온갖 짐승 친구삼아 놀고 싶구려.
하늘에 둥근 달 내 마음되어 어리둥둥지화자 훨훨 날으면 이승과 저승도 지척간이요.
소나무 둘러놓은 작은 무덤도 그 옛날 초가삼간 머물렀던 곳. 님과 같이 정겹게 눈 맞추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