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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인간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큽니다. 농업 국가였던 고대 중국에서 비는 생명을 좌지우지(左之右之)하는 존재입니다. 비가 너무 많이 오면 강이 범람하여 홍수가 생기고, 비가 적게 오면 가뭄으로 논밭이 말라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이런 일은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날씨와 관련된 대부분의 글자에는 비 우(雨)자가 들어갑니다. 실제로 구름, 이슬, 벼락, 전기, 노을, 눈, 무지개, 안개 등이 비와 관련이 있습니다.
- 날씨
▶ 설(雪:雪:) : 눈 설, 비 우(雨) + 빗자루 혜(彗→彐)
▶ 상(霜:霜:) : 서리 상, 비 우(雨) + [서로 상(相)]
▶ 무(霧:雾:) : 안개 무, 비 우(雨) + [힘쓸 무(務)]
▶ 분(雰:雰:) : 안개 분, 비 우(雨) + [나눌 분(分)]
▶ 로(露:露:) : 이슬/드러낼 로, 비 우(雨) + [길 로(路)]
눈 설(雪)자는 원래 '눈이 내리면 빗자루(彗)로 쓴다'는 뜻으로 만든 글자입니다. 빗자루 혜(彗)자는 풀로 만든 빗자루(丰丰)를 손(彐)으로 들고 있는 형상입니다. 나중에, 빗자루 혜(彗)자가 간략화되어 손(彐)만 남았습니다. 혜성(彗星)은 '빗자루(彗)처럼 생긴 꼬리 달린 별(星)'입니다.
[사진] 혜성(彗星)
서리 상(霜)자는 '자세히 살펴보지(相)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것이 서리이다'는 뜻입니다. 서로 상(相)자는 원래 '살피다'는 뜻을 가진 글자입니다. 설상가상(雪上加霜)은 '눈(雪) 위(上)에 서리(霜)가 더해지다(加)'는 뜻으로, '어려움이 점점 커져 가다'는 뜻입니다. 우리말로 '엎친 데 덮친 격'입니다. 〈이상곡(履霜曲)〉은 '서리(霜)를 밟는(履) 노래(曲)'라는 뜻으로, 〈서경별곡(西京別曲)〉, 〈쌍화점(雙花店)〉 등과 아울러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를 노래한 고려가요입니다.
안개 무(霧)자는 '업신여겨도(務) 될 정도의 비(雨)가 안개이다'라는 뜻입니다. 힘쓸 무(務)자는 '업신여기다'는 뜻도 있습니다. 분무기(噴霧器)는 '안개(霧)를 분사하는(噴) 기구(器)'라는 뜻입니다. 오리무중(五里霧中)은 '5 리(五里)에 걸쳐 안개(霧) 속(中)'이라는 뜻으로, 갈피 잡기 어려움을 일컫습니다.
안개 분(雰)자는 '빗방울(雨)이 잘게 나누어져(分) 공기 중에 떠다니는 것이 안개이다'는 뜻으로 만들었습니다. 분위기(雰圍氣)는 '안개(雰)처럼 주위(圍)에 감도는 느낌이나 기운(氣)'입니다.
"참 진(眞) 이슬 로(露)"라는 이름으로 애주가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이슬 로(露)자는 '밤에 집 밖의 길(路)에 나와 있으면 이슬을 맞는다'는 뜻인데, 길 밖에 있으니 '다 드러나다'는 뜻도 추가되었습니다. 24절기 중 하나인 백로(白露)는 '하얀(白) 이슬(露)이 내린다'는 뜻으로, 양력 9월 8일경입니다. 이때부터 기러기가 날아오며, 제비는 강남으로 날아갑니다. 노출(露出)은 '다 드러(露)내다(出)'는 뜻이고, 노숙자(露宿者)는 '노출된(露) 장소에서 자는(宿) 사람(者)'입니다.
- 구름과 벼락
▶ 운(雲:云:) : 구름 운, 비 우(雨) + [이를 운(云)]
▶ 전(電:电:) : 번개 전, 비 우(雨) + 납 신(申)
▶ 뢰(雷:雷:) : 우레 뢰, 비 우(雨) + 납 신(申)
▶ 진(震:震:) : 벼락/진동할 진, 비 우(雨) + [별 진(辰)]
비는 구름에서 오기 때문에 구름을 나타내는 글자에도 비 우(雨)자가 들어갑니다.
구름 운(雲)자에 들어 있는 이를 운(云)자는 원래 구름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운(云)자가 '이르다/도달하다'는 의미가 생기자 구름이란 의미를 분명히 하기 위해 비 우(雨)자가 추가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중국 간체자에서는 옛 글자인 운(云)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간체자 중에서는 이와 같이 간단한 옛 글자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름이 많으면 천둥 번개가 치기 때문에, 천둥 번개를 나타내는 글자에도 비 우(雨)자가 들어갑니다. 번개를 우레나 벼락이라고도 하는데, 벼락은 벽력(霹靂)이란 낱말의 소리가 변한 것입니다. 청천벽력(靑天霹靂)은 '푸른(靑) 하늘(天)의 벼락(霹靂)'이란 뜻으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는 속담으로 사용됩니다. 벽(霹)자와 력(靂)자는 모두 벼락이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천둥은 번개가 칠 때 나는 소리로, 천동(天動)이란 낱말의 소리가 변한 것입니다. 천둥이 치면 큰소리가 나고 하늘 전체가 울리는데, 이를 옛 사람들은 '하늘(天)이 흔들리다(動)'는 뜻의 천동(天動)으로 표기하였습니다.
☞ 납 신(申)
번개 전(電)자와 우레 뢰(雷)자의 아래에 들어가는 글자는 납 신(申)자가 변한 모습입니다. 납 신(申)자의 '납'은 원숭이의 옛말입니다. 하지만 이 글자는 원숭이 모습과 전혀 상관없이 번개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신(申)자가 십이간지에 들어가면서 12마리의 동물 중 원숭이와 짝을 이루어 납 신(申)자가 되었을 뿐입니다.
현대에 들어와 전기(電氣)를 사용하면서 번개 전(電)자는 전등(電燈), 전자(電子), 전동(電動), 전차(電車), 전화(電話) 등 가장 많은 새로운 낱말에 사용됩니다.
반면 , 우레 뢰(雷)자는 지뢰(地雷), 어뢰(魚雷), 뇌관(雷管) 등 무기와 관련되는 낱말에 사용됩니다. 피뢰침(避雷針)은 '떨어지는 낙뢰(落雷)를 피하기 위한 뾰족한 침(針)'이란 뜻입니다.
벼락 진(震)자는 '진동하다'는 뜻도 있는데, 벼락이 치면 산천초목이 떨리므로 생겨난 뜻입니다. 진동(震動), 지진(地震) 등이 그러한 예입니다.
- 기타
▶ 령(零:零:) : (비가) 떨어질/영 령, 비 우(雨) + [하여금 령(令)]
▶ 루(漏:漏:) : (비나 물이) 샐 루, 물 수(氵) + [샐 루(屚)]
▶ 령(靈:灵:灵) : 신령/영묘할 령, 비 우(雨) + 입 구(口) X 3 + 무당 무(巫)
▶ 수(需:需:) : 구할 수, 비 우(雨) + 말이을 이(而)
▶ 유(儒:儒:) : 선비 유, 사람 인(亻) + [구할 수(需)→유]
떨어질 령(零)자는 원래 '하늘의 명령(令)으로 비(雨)가 내리다'는 뜻입니다. 이후 '비가 내리다→떨어지다→(떨어지고) 없다→영(0)'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영점(零點)은 '시험 점수가 0(零)점(點)'이고, 영하(零下)는 '0(零)도 아래(下)로 떨어진 기온'입니다.
샐 루(漏)자에 들어가는 샐 루(屚)자는 '집(尸)에 '비(雨)가 새다'는 뜻입니다. 주검 시(尸)자는 집의 상형이기도 합니다. 나중에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물 수(氵)자가 추가되었습니다. 누수(漏水)는 '물(漏)이 누출(漏出)되다'는 뜻입니다. 자격루(自擊漏)는 '자동으로(自) 종을 쳐서(擊) 소리를 내며 물이 새는(漏) 시계'라는 뜻으로, 1434년 세종대왕 때 장영실(蔣英實)이 만든 물시계입니다. 여기서 자격(自擊)은 '자동(自動)으로 친다(擊)'는 의미로 즉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종소리를 낸다는 뜻입니다. 샐 루(漏)자는 '물이 새듯이 흘러나와 시간을 재다'는 의미로 붙여졌습니다.
[사진] 자격루(自擊漏)
산신령(山神靈), 유령(幽靈), 영혼(靈魂), 영감(靈感), 영험(靈驗) 등에 사용되는 신령/영묘할 령(靈)자는 많은 사람이 입(口X3)으로 주문을 외며 비(雨)가 오기를 기원하는 모습으로, 나중에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무당 무(巫)자가 추가되었습니다. 비가 오기를 기원하는 사람이 무당이기 때문입니다. 또 이러한 일은 영묘(靈妙)하다고 해서 '영묘하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영안실(靈安室)은 '영혼(靈魂)을 안치(安置)하는 방(室)'이란 뜻으로, 병원 등의 시체 안치실입니다.
비 우(雨)자가 들어가도 비와 상관없는 글자도 있습니다. 수요(需要), 군수품(軍需品), 내수(內需) 등에 사용되는 구할 수(需)자는 제사를 지내려고 목욕을 마친 사람(제관)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몸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사람이 제사를 지내기 위해 '제물을 구하려고 한다'고 해서 '구하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나중에는 글자 모양이 변해, 비 우(雨)자 아래에 사람(大→而)이 서 있는 모습이 되었습니다. 즉, 비가 오도록 하기(구하기) 위해 기우제를 지내는 모습으로 추측됩니다. 나중에는 제사를 지내는 사람이란 의미로 사람 인(人)자가 추가되어 선비 유(儒)자가 되었습니다. 선비들이 하는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제사를 지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얼음 빙(冫)
얼음
일반적인 날씨와 관련되는 글자에는 대부분 비 우(雨)자가 들어가지만, 차가운 날씨와 관련되는 글자에는 얼음 빙(冫)자가 들어갑니다. 얼음 빙(冫)자의 원래 모습은 사람 인(人)자를 아래위로 2개 겹친 얼음 빙(仌)자입니다. 이 글자는 사람의 모습이 아니라 얼음의 결정을 표시한 모습입니다. 사람 인(人)자를 2개 겹친 글자로는 좇을 종(从)자가 있는데,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쫓아가는 모습입니다. 지금은 발(止)과 길(彳)이 추가되어 좇을 종(從)자가 되었습니다만, 중국 간체자에서는 종(从)자를 씁니다.
어쨌든 이후 얼음 빙(仌)자는 간단하게 두 점(冫)으로 표시하였습니다. 얼음이나 차가운 의미의 글자에 들어갑니다.
- 겨울과 얼음
▶ 빙(氷:氷:) : 얼음 빙, 물 수(水) + 점 주(丶)
▶ 동(冬:冬:) : (얼음이 어는) 겨울 동, 얼음 빙(冫) + 천천히걸을 쇠(夊)
▶ 동(凍:冻:) : (얼음이) 얼 동, 얼음 빙(冫) + [동녘 동(東)]
▶ 응(凝:凝:) : (얼음처럼) 엉길 응, 얼음 빙(冫) + [의심할 의(疑)→응]
얼음 빙(氷)자는 원래 '물(水)이 얼면 얼음(冫)이 되다'는 뜻의 얼음 빙(冰)자였으나, 나중에 두 점이 생략되고 지금의 얼음 빙(氷)자가 되었습니다. 자전에서 얼음 빙(氷)자는 물 수(水) 부에 있습니다. 빙초산(氷醋酸)은 '얼음(氷)처럼 굳어있는 초산(醋酸)'으로, 어는점이 높아 실온에서 얼음처럼 응고되기 때문에 빙초산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영어로 아세트산(acetic acid)이라고 합니다.
☞ 겨울 동(冬)
겨울 동(冬)자는 걸을 쇠(夊)자와 얼음 빙(冫)자가 합쳐진 글자인데, 상형문자를 보면 나뭇가지에 잎이 두 개 달린 모습입니다. 발의 상형인 걸을 쇠(夊)자와는 상관없습니다. 겨울의 의미를 분명히 하기 위해 글자 아래 얼음 빙(冫)자가 들어갔습니다. 동지(冬至)는 '겨울(冬)에 도달했다(至)'는 뜻으로, 일 년 중 밤이 가장 긴 날입니다.
얼 동(凍)자는 '얼음(冫)이 얼다'는 뜻입니다. 동토(凍土)는 '얼어붙은(凍) 땅(土)'이란 뜻으로, 한대(寒帶) 지방의 땅을 이르는 말입니다. 동상(凍傷)은 '추위 때문에 살갗이 얼어서(凍) 상(傷)한다'는 뜻입니다.
엉길 응(凝)자의 '엉기다'는 얼음(冫)처럼 액체가 고체가 되는 것을 말합니다. 응고(凝固)는 '엉기어(凝) 굳어지다(固)'는 뜻으로, 액체가 고체가 되는 것입니다. 응고점(凝固點)은 ‘응고(凝固)되는 점(點)’이란 뜻으로, 액체가 고체로 변하는 온도입니다. 응고열(凝固熱)은 ‘응고(凝固)되면서 나오는 열(熱)’로, 액체가 고체가 되면서 발생하는 열입니다. 고체가 액체로 되면서 필요한 융해열과 크기가 같습니다. 응결(凝結)은 ‘엉기어(凝) 이슬이 맺히다(結)’는 뜻으로, 기체가 액체가 되는 것입니다.
- 차거나 서늘함
▶ 한(寒:寒:) : (얼음처럼) 찰 한, 집 면(宀) + 볏짚 + 사람 인(人) + 얼음 빙(冫)
▶ 랭(冷:冷:) : (얼음처럼) 찰 랭, 얼음 빙(冫) + [하여금 령(令)→랭]
▶ 량(凉:凉:) : (얼음처럼) 서늘할 량, 얼음 빙(冫) + [서울 경(京)→량]
☞ 찰 한(寒)
찰 한(寒)자의 상형문자를 보면 집(宀) 안에서 볏짚으로 둘러싸인 사람(人)이 추위에 떨고 있는 모습으로, 나중에 얼음 빙(冫)자가 추가되었습니다. 동빙한설(凍氷寒雪)은 '얼어붙은(凍) 얼음(氷)과 차가운(寒) 눈(雪)'이라는 뜻입니다.
찰 랭(冷)자는 '높은 사람의 명령(令)이 얼음(冫)처럼 차다'는 뜻입니다. 냉장고(冷藏庫)는 '찬(冷) 것을 저장(貯藏)하는 창고(庫)'라는 뜻입니다. 또 냉장고에 들어가는 냉매(冷媒)는 '차게(冷) 해주는 매개체(媒)'라는 뜻으로, 냉장고나 에어컨에서 안쪽의 열을 받아서 바깥쪽으로 전달하는 매개 역할을 하는 물질입니다.
서늘할 량(凉)자는 '높은 건물(京) 위는 여름에도 얼음(冫)처럼 시원하다'는 뜻입니다. 더운 여름이 되면 TV에서 납량특집(納凉特輯) 프로그램을 종종 보여주는데, '서늘함(凉)에 들어가도록(納) 특별히(特) 편집한(輯) 프로그램'이란 뜻으로, 주로 귀신이 등장하는 공포물입니다. 청량음료(淸凉飮料)는 '맑고(淸) 서늘한(凉) 음료수(飮料水)'라는 뜻으로, 사이다나 콜라와 같은 탄산음료를 일컫는 말입니다.